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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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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22일 오전 9시 30분. 경남중장비직업전문학교가 있는 경남 창원시 북면 산중턱. 맑은 하늘에 태양이 이글거리며 열을 내뿜고 있다.
 

개기 일식이 시작한다기에 마시던 막걸리잔을 급하게 놓고 식당을 뛰쳐나가 차에 있던 카메라를 들고 하늘을 향했다. 컬러 모드여서 그런지 빛이 많이 번진다.

선글라스를 대고, 또 흑백모드로 바꿔 셔터를 눌렀더니 일식의 윤곽이 드러난다.

다른 사람의 선글라스를 빌려 두 개로 겹쳐 태양을 찍으니 더욱 또렷한 모습이 나타난다.

신문지에 펀치로 구멍을 내어 백지에 그림자를 드리우니 초승달처럼 변한 태양의 형상이 드러난다.

참 신기하다. 태양이 작은 구멍을 통과해 제 모습을 이렇게 비출 줄이야... 몰랐던 사람도 많았으리라.

선글라스 두 개를 겹치는 것이 하나로 렌즈에 대고 찍는 것보단 훨씬 빛의 번짐을 막고 선명하게 찍을 수 있다. 물론 눈으로 확인할 때에도 눈부심을 적게 할 수 있다.

달이 3시 방향에 와서 태양을 가렸을 때다. 부메랑 같기도 하다.

컬러 모드로 변환해 찍어봤다. 선글라스 두 개여서 그런지 이것도 괜찮다. 가장 절정에 달한 일식현상이다. 오전 11시 1분 12초에 찍은 모습이다.

달은 1시 방향에서 7시 방향으로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제법 시간이 흘렀다. 몇몇 사람들은 일식구경을 그만두고 다른 일에 열중이다. 카메라를 들고 하늘에 대고 연신 셔터를 눌러대던 나는 아쉬움이 하나 생겼다. 제법 괜찮은 카메라라고 생각했는데 선명하지 않은 태양의 윤곽에 더 괜찮은 카메라는 어떨까하는 욕심이 슬슬 일었다.

달이 6시 방향에 걸렸다. 11시 34분 24초의 모습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봤다는 데 좀 더 나이가 들었어도 추억이 되겠다.

선글라스 두 개로 일식을 관찰한 아이디어는 아주 좋았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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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영화 '버킷리스트'를 봤다. 버킷리스트는 살아생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쭉 적어보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왜 버킷, 즉 바가지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유래는 알 수가 없지만 영화에서 감명은 좀 받았다. '좀'이란 수식어를 쓴 이유는 회계사 출신의 돈 많은 회장이 남은 6개월의 삶을 돈으로 칠갑하는 건 따라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버킷리스트의 진정한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카터와 에드워드, 생활형편이 판이한 두 사람은 한 병실에서 처음 만난다.

둘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하나 실천해나가는데 그 첫째가 스카이다이빙이다. 두 영감쟁이 얼마나 쫄았을까.

이집트 피라미드 앞이다.  혹은 다른 피라미드 꼭대기일 수도... "어떻게 내려가지"하는 대사로 눈치를 긁었다만. 저런 델 맘껏 다닐 수 있는 여유가 내게 있더라면...

카터가 먼저 세상을 떠난다. 히말라야 어느 산정에 묻혔다. 유골은 커피 깡통에 담겨. 역시 6개월 시한부 생을 살던 에드워드도 카터가 묻힌 산정에 나란히 잠든다. 장엄한 세상을 죽어서 직접 보면서 말이다. 아주 장엄한 세상을 내려다 보면서...

 영화를 중간에서부터 본다면 두 영감쟁이는 오랜 친구로 막역한 사이인 줄 착각하기 딱 맞다. 그런데 두 영감은 만난지 3개월도 채 안 되어 함께 스카이다이빙과 카레이스를 즐기고, 함께 세계일주를 한 데는 한 가지 공통적인 이유가 있어서다. 바로 죽음이라는 것이 그 두 사람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병원 2인 병실에서 만난다. 정비사인 카터(모건 프리먼)가 있는 병실로 재벌 사업가 에드워드(잭 니콜슨)가 입원한다. 사실 이 병원은 에드워드의 병원. 한 병실에 침상 두 개를 원칙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자신만이 독실을 쓸 수 없었기에 카터와 함께 있게 된 것. 두 영감의 성격은 판이하다. 카터가 모범생 스타일이면 에드워드는 바람둥이 기질에 만사 적극적인 사람인 듯하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영화는 그런 주제의 측면에서 강열한 메시지가 있다. 카터가 학생 때 교수로부터 숙제를 받은 '버킷리스트'를 이제야 병실 침대에 누워 끼적였는데 이를 에드워드가 몇 가지를 추가해 실행에 옮긴다.

 대여섯 가지가 있었는데 생각나는 대로 나열하자면, 눈물이 나게 웃어보기, 모르는 사람 도와주기, 정신병자가 되지 말기, 장엄한 것 직접보기... 뭐 이정도에 에드워드가 추가한다.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스카이다이빙하기, 문신하기...

 순박한 카터의 리스트에 비해 에드워드의 추가 리스트는, 말하자면 도발적이다. 45년 동안 정비사로서, 가장으로서, 가족을 사랑하며 생활해왔던 카터는 뭔가 빠진 듯한 것을 느껴왔다.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몰라도 에드워드의 리스트 대로 한다면 해갈이 될 법도 하다. 그 발칙한 제안을 받아들인다.

 프랑스, 티벳, 홍콩, 이집트 등엘 전용기를 타고 다닌다든지, 중국의 만리장성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은 멋지긴 하나 나같은 프로박테리아는 언감생심 상상도 할 수 없는 뜬구름에 불과하다.

 그렇담 내게 맞는 버킷리스트는? ........ 어찌 퍼뜩 떠오르는 일이 이리도 없을까? 남은 평생 노동자로 살기, 이건 좀 별론가? 뉴질랜드엔 꼭 한 번 가보기. 또... 다른 사람에게 감명을 줄 수 있는 소설 한 편. 그리고 또... 아, 떠오르는 게 없다. 버켓리스트, 별 소망 없이 지금껏 살았나보다. 카터처럼 누군가를 아주 조금이라도 전혀 모르게 도와주는 것도 괜찮겠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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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17일. 이곳은 부산 금곡동 산업인력공단 부산지역본부에 있는 지게차 실기 시험장이다. 필기시험도 이곳에서 쳤기 때문에 아무리 내차에 있는 네비게이션이 바보게이션이라도 찾아가는데 어렵지 않았다. 사진은 이 세 장뿐이다. 사진찍는 것이 금지사항이라는 얘기를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이왕 찍은 것은 할 수 없고 금지사항이라는데 더 찍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아까운 장면들을 그냥 머리 속에만 남겨야 했다.

 장면은 함께 중장비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동무의 지게차 운행모습이다. 학원에서 21명이 응시를 했는데 3명이 떨어졌다. 일반 응시생들과 함께 모두 39명이 실기시험을 쳤는데 25명 정도가 합격한 듯하다. 전혀 실력이 되지 않는 사람이 실기시험에 많이 응시한 듯했다.

 떨어진 3명 중 두 사람은 학원에서도 다른 사람을 가르칠 정도의 베테랑으로 통하던 사람인데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쓴잔을 마셔야 했다. 한 사람은 첫 작업에서 포크를 든 채로 작업공간을 빠져나와 실격이고 다른 이는 팔레트 하역작업 때 너무 앞쪽으로 놓는 바람에 청테이프가 보여 실격됐다.

 나머지 한 사람은 연습 때 약간 서툴긴 했어도 시험을 앞두고 일주일 전부터 정상 궤도로 실력이 업그레이드 됐는데 처음 팔레트 포크 삽입작업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팔레트를 많이 움직여 실격처리 됐다.

 나는 전체 39명 중에 네 번째로 시험을 쳤다. 1번과 2번은 우리 학원사람이고 3번은 우리 학원사람이 아니다. 1, 2번 합격했는데 3번은 떨어졌다. 너무 당황했는지 포크를 든 채 출발선으로 쭉 밀려나왔다. 감독위원이 호루라기를 불렀는데도 무엇 때문에 부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아마 현장에서 지게차 운전을 하지만 학원에서 정확한 운행방식을 배우지 못하지 않았나 싶다.

 내 차례다. 살짝 긴장된다. 몸 좀 풀고. 지게차에 올랐다. 안전밸트를 매고, 감독위원이 호루라기를 분다. 시작하라는 신호다. 주차 브레이크를 풀었다. 리프트를 당겨 포크를 올리고 틸트레버를 당겨 포크를 수평으로 만들었다. 출발. 맞은편 드럼통 위에 얹힌 팔레트로 다가갔다. 어이쿠. 높이가... 센터는 맞춘 것 같은데 높낮이가 또 헷갈린다. 너무 조심스럽다. 겨우 끼워넣었다. 시간이 제법 흘렀다. 평소의 속도보다 두 배는 더 걸렸지 싶다. 포크를 내리고 뒤로 빠져 나올 때에도 너무 조심스러워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후진 했다가 좌회전 했을 때 주행하며 속도를 겨우 낼 수 있었다.

반대편 팔레트 하역작업을 할 때에도 조심스럽다. 팔레트 포개지는 것에서 감점 3점 정도 먹었을 것 같다. 제법 맞추고 빠져나왔다. 포크가 팔레트를 물까봐 아주 천천히 했다. 시간이 제법 흘렀을 거란 짐작이 머리에 스친다. 이제 속도를 내야겠다는 생각에 미치자 엑셀러레이터를 힘차게 밟는다. 정차 선에서 포크를 내렸다 다시 올리고 전진. 포크를 팔레트에 꽂고 본격 후진 주행이다.

 회전 주행에서도 정지 없이 핸들을 돌렸다. 출발지점 작업공간에 들어섰을 때 좀더 속도를 올려야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드럼통 위에 팔레트를 평소의 속도 대로 올리고 포크를 뺀 다음 리프트를 내리고 뒤로 쭉 뺐다. 3분 35초. 25초만 더뎠어도 시간초과로 탈락이 될 뻔했다.

 점수가 얼마나 나왔을까 무척 궁금한데 다음 주 목요일 발표를 한단다. 그런데 2만 4200원을 들여 실기시험을 쳤는데 합격했다고 자격증을 발급받는데도 돈이 든단다. 국비로 교통비 식비 받아가며 한 공부이긴 하지만 산업인력공단에서 수험료를 좀 많이 받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감독위원들이야 공무원이니 월급이 그 돈에서 나가는 것은 아닐 텐데... 지게차 지입비와 유류비용이 그 정도 든다는 것인지...

 암튼 일주일 후면 공식적으로 합격 통지를 받을 테고 도 며칠 지나지 않아 자격증을 손에 넣을 텐데 마흔일곱의 세월에 처음으로 손에 쥐게되는 자격증인 셈이다. 함께 공부하는 사람 중에는 자격증이 열다섯개인 사람도 있는데... 흠.

 암튼 이번 시험 합격은 중년의 나이에 새로 시작하는 인생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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