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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시원한 여름 느꼈던 전시 3제
창원성산아트홀 1,
2, 3 전시실서 열린 경남수채화협회전 등 3개
전시
창원성산아트홀은 미술 전시공간으로서
제법 인기가 있는 곳이다.
일 년 중 몇 주를 빼곤 거의 매주 새로운 전시회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갤러리가 한 달 일정으로 새로운 전시를 기획하는 것과
비교하면 성산아트홀은 그래서 많은 미술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성산아트홀의 전시 일정은 대체로
수요일에 시작하여 다음 주 월요일에 막을 내린다.
화요일은 다음 전시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쉬는
경우가 많다.
주말에야 관람객이 많은 것은
당연하지만 평일에도 적잖은 관람객이 다녀간다.
그 중엔 미술을 전공한 학생들도 있을 테고 작가들의
지인도 있을 테고, 또
순수하게 작품을 감상하고자 들른 이도 있을 터이다.
순수하게 미술을 감상하고자
하는 사람 중에서도 관심도의 차이,
미술 지식의 정도,
그리고 취향 등에 따라 미술을 보는 눈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미술 관련 서적 중에 ‘미술감상법’을
다룬 책이 있는데, 제작
연도에 따른 시대적 배경,
미술사조, 구도와
구성, 강조를 통한
긴장감과 주제, 그리고
대조, 대립 등등.
물론 미술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선 사전 지식으로 어느 정도 알아두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그런 사전지식이 없다고
해서 미술을 감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미술 작품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그림언어를
관람자 내키는 대로 해석하고 상상해도 되기 때문이다.
아주 추상성이 강한 작품이 아니면 작가의 그림은
관람자에게 쉽게 읽히는 게 보통이다.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창원성산아트홀
제1, 2, 3 전시실에서
진행된 경남수채화협회전,
송영옥 ‘공감’ 전.
스튜디오 47, 이렇게
세 개의 전시회를 둘러봤다.
‘내 맘대로 해석과 상상’을 내세워 아주 일반적인
상식으로 그림을 봤다.
◇ 제33회
경남수채화협회전
전시실에서
첫 느낌은 그림이 아니라 그림이 있는 분위기인 것
같다.
성산아트홀 제1전시실에서
열린 제33회 경남수채화협회전에
들어섰을 때 황토색 바닥에 비친 그림들의 그림자가
먼저 눈에 띄었다. 일면
횅댕한 느낌이 없잖으나 이 역시 관람자들이 들어섰을
때 그 모습과 그림자를 채울 여백으로 여기면 이 역시
예술이 아닐까 싶다.
둘러보면서 눈에 띄는 몇 점만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김선미 작 ‘동심’.
이 그림은 연못 정원이 배경이다.
초록이 짙은 여름날의 기억을 떠올렸을 법하다.
수채화 특유의 농담법을 잘 활용해 그늘과 햇살을
잘 묘사했다. 특히 이
그림은 유리액자를 하지 않아 수채화의 질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김정애 작 ‘7월의
배롱나무’. 몇 작품을
보다가 다른 작품들에 잠시 눈길을 돌려보았다.
대부분 자연이 담겨있다.
아니면 정물이거나.
김정애 작가의 그림도 자연을 배경으로 했다.
만개한 배롱나무가 구도의 가운데 차지하고 있지만
오른쪽의 전봇대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이 배롱나무는 정원수이거나 가로수일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에다 삭막한 전신주를 등장시킨 작가의 배포를
읽게 된다. 게다가
하늘에다 흩뿌린 물감흔적마저도 자신감이 아닐까
싶다.
이경태 작 ‘주남의 여름’.
하늘이 주인공일까 주남저수지가 주인공일까?
이 그림에선 분명히 하늘의 구름이 주인공이다.
햇볕을 흡수해 하얗게 빛나는 뭉게구름이 파란
하늘에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다.
누가 구름 솜사탕에 훅하고 바람이라 불었을까
고양이 털같이 일어선 구름으로 말미암아 환상적인
느낌마저 든다.
김희곤 작 ‘Breaking
Waves’. 부서지는 파도가 아주 실감 난다.
높은 여울에 하얀 포말이 물끄러미 보고 있는
관람자를 삼켜버릴 것도 같다.
검은 바위와 흰 물거품을 머금은 파도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가까이
들여다 보면 수묵담채로 대략 생략하면서 그린 것
같은데 한 걸음 물러서면 사진 이상의 현장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박경희 작 ‘수국’.
그냥 예의 수국을 그린 그림이라고 여기고 지나치려
했다. 흘깃 고개를
돌려 보았을 뿐인데 걸음을 옮겼을 때 수국의 위치가
바뀌는 듯한 입체감이 느껴졌다.
아웃포커싱 효과를 잘 살렸기 때문일까.
보는 각도에 따라 수국이 조금씩 비키는 듯한
느낌이다.
◇ 송영옥 ‘공감’전
“나와 나/나와
자연//내 안의 나를
만나고/자연의 벗과
사유하며//캔버스에
그려본다//공감/그러지길
희망하며/질문한다”
바람소리와 친구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송영옥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공감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제2전시실.
그의 그림 대부분은 파란색이거나 초록으로
이루어졌다. 가끔
노란색이 이들 색과 어울린다.
‘공감-바람소리’
아니면 ‘공감-영원한
친구’란 제목을 달고 있는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면 적막한 들판, 혹은
숲속에서 바람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영원한 친구란 제목을 달고 있는
그림들은 얼추 나무 두 그루가 등장한다.
분명히 작가가 상상한 친구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같은 제목으로 나무 세 그루가 등장하기도
하고 나무 홀로 들판에 서 있기도 한다.
홀로 선 나무의 영원한 친구는 누구일까?
바람?
작가는 ‘영원한 친구’를 작가
노트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떨어져 있어도/닿아
있었구나//말하지
않아도/속삭이고
있었구나//웃지
않아도/웃고 있었구나//울지
않아도/울고 있었구나//깊이
뿌리내리고/바람 안고
있었구나//하늘
바라보고/꿈을 꾸고
있었구나”
그의 노트를 읽은 후엔 더욱 더
그림이 말하는 언어가 읽히는 듯하다.
◇ 스튜디오47전
성산아트홀 전시실 1층은
1, 2, 3 전시실이 ㄷ자로
붙어 있어 연달아 관람하기 편리하게 배치되어 있다.
2전시실에서 나와 3전시실로
들어갔다.
‘stidio
47 3th 전시작가’전으로 김옥주,
박지현, 박증숙,
박은경, 한성옥,
홍영희 이렇게 여섯 작가가 작품을 내걸었다.
홍영희
작 ‘연꽃’.
작가 별로 눈에 띄는 한 작품씩만
유심히 들여다 봤다. 먼저
홍영희 작가의 그림 ‘연꽃’.
민화를 보는 듯 산뜻하다.
초록의 연잎과 연못,
그리고 하얀 구름을 담은 듯한 상단부에 진분홍으로
드러나는 꽃이 예쁘다.
한참 들여다 보고 있으니 누군가
다가온다. 그는 자신이
작가라고 소개했다. 그림이
마음에 든다며 이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를 물었다.
“연못을 거닐다 괜찮아 보여
사진을 찍어두었다가 그렸어요.
다른 그림들도 생활 중에 찍어 두었던 사진을
보고 그린 거예요.”
홍 작가는 다른 작품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나갔다. 남편과
함께 공원을 걷는 자신의 모습,
여행 중인 딸의 뒷모습,
중국을 여행할 때 보았던 호수,
그리고 어렸을 적 토담에 걸린 생활도구들.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작품 하나하나에 정감이
느껴졌다. 소박한 그의
일상을 듣는 듯했다.
한성옥
작 ‘숲의 향기’.
한성옥 작가는 자작나무를 주
소재로 그리는 듯하다. 가을
느낌이 다분한 ‘숲의 향기’는 대체로 밝고 따스한
느낌을 준다. 서서히
단풍이 드는 시기의 숲은 어떤 향기를 품고 있을까.
한낮의 온기가 덥기보단 포근하게 느껴질 숲으로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인다.
박지현
작 ‘비오는 날’.
박지현 작가의 ‘비오는 날’은
빗방울 떨어지는 창밖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두 사람을
그렸다. 그들이 쓴
우산은 몸에 비해 너무 작아서 그리 세차지 않은
비바람이라도 옷이 홈빡 다 젖어버릴 것 같다.
아마도 작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다가 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서 기다리라고 했을 것 같다.
박증숙
작 ‘호박-옛노래’.
박증숙 작가는 호박을 주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마루
위에 나란히 선 호박들도 있고 둘글게 모인 호박,
아니면 두세 개가 폼을 잡고 선듯한 것도 있고
한 조각 잘라낸 것도 있다.
호박의 다양한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그중에 눈에 들어온 그림은
‘쿵짝짝쿵짝짝’ 리듬이 느껴지는 ‘호박-옛노래’란
작품이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세박자 옛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박은경
작 ‘기다림’.
박은경 작가의 여러 작품 중에
눈에 확 들어오는 작품은 ‘기다림’이란 그림이다.
가로 30센티 세로
90센티의 세로 그림인데
방울새 한 마리가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 한편으론 귀엽기도 하다.
짝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일까?
얼마나 기다렸으면 다리도 피곤했던지 짝다리를
짚고 있다. 더욱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짝이 돌아오지 않을까 우려해서인지
눈망울에 눈물이 맺힌 듯하고 앙다문 부리에선 금세라도
슬픈 울음소리가 터져 나올 듯도 하다.
김옥주
작 ‘여행’.
김옥주 작가의 ‘여행’이란
작품은 지친 듯 잠시 나무 등걸에 기대어 쉬고 있는
등산객의 뒷모습을 그렸다.
‘여행’이란 그런가 보다.
좀 힘들긴 해도 쉬엄쉬엄 목적지까진 결국 가게
되는 삶의 여정. 안개
낀 듯 명확하지 않은 미래는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배낭을 다져 메고 떠나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작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모습이리라. 그래서
이 그림은 아주 건강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