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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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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산책]걷기 좋은 가을엔 천주산 누리길로

창원 마재고개~굴현고개 3구간 18.1㎞ 곳곳 하산길…걷고 싶은 만큼 걷기에 ‘딱’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자 산이든 어디 산책 길이든 주말을 이용해 걷는 사람들이 부쩍 는 듯하다. 106만 명이 모여 사는 창원은 그 인구가 많은 만큼 도심 인근의 걷기 좋은 곳곳에서 산책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이런 가을날 딱 걷기 좋은, 산 속이면서도 경사 때문에 힘들지도 않은 산책로가 있다. 바로 천주산 누리길이다. 천주산 누리길은 회성동 마재고개에서 북면 굴현고개까지 총 연장 18.1㎞ 거리의 산속 산책로다.


천주산누리길 안내판.


쉼터 평상에 부착된 천주산누리길 구간 설명판.


이 누리길 전 구간을 걸으면 보통 걸음으로 약 6시간 30분 걸린다고 한다. 물론 계속 걸었을 때를 기준으로 한 계산이다. 중간에 간식도 먹고 도시락도 먹고 하면서 쉬엄쉬엄 걷는다면 해가 떠 있는 동안 전 구간을 돌파하기 쉽지 않다.


다행인 것은 이 천주산 누리길은 곳곳에 하산로가 있다. 물론 하산로의 반대쪽 등산로는 천주산 정상을 향하고 있다. 마재고개에서 굴현고개까지 지도상으로 직선 거리는 8㎞ 남짓이다. 그런데 천주산의 등고선을 따라 골과 능선을 들락날락하면서 걷는 거리가 18㎞ 남짓이니 어찌 보면 10㎞를 허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불경소리가 맑은 가을하늘만큼이나 청아한 천주암.


단지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 목표라면 자동차를 이용하면 될 것이다. 산책이란 목적지를 정해놓고 빨리 이동하기 위함이 아니기에 산책을 즐기는 이 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숲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유유자적하는 것이 최고가 않을까 싶다.


일단 누리길 전 구간을 걸어볼까 하고 출발했지만 마음은 언제든 다리가 아프거나 힘이 들면 산책을 마친다 생각했다. 마음을 그리 먹으니 산책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천주암누리길을 만나는 갈림길.


누리길 산책 시작점인 천주암 갈림길 옆에는 목장승들이 서있다.


출발점을 천주암 위 ‘9쉼터’로 잡았다. 9쉼터는 천주암 버스정류소에서도 그리 멀지 않다. 15분 정도 오르면 만난다. 걸음이 빠른 사람에겐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다.


이곳에는 돌무더기 가운데 목장승들이 각기 재미있는 표정으로 서 있다. 옆에 있는 이정표엔 위쪽으로는 만남의 광장 0.7㎞ 오른쪽으로 굴현고개 1.1, 왼쪽으로 석불암 2.5㎞라고 적혀있다. 현위치는 천주암갈림길이다.


길은 다양한 수종의 키 큰 나무들이 듬성듬성 그늘을 지워 누리길의 방향을 안내했다. 숲에서 가을임을 가장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 아마도 밤송이일 것이다. 다람쥐가 주워갔는지, 며칠이고 앞서 간 산책객들이 밤톨을 꺼내갔는지 가시가 돋친 속 빈 밤송이만 바닥에 즐비하다.


숲길엔 키큰 나무들의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스며들기도 한다.


가을이지만 여전히 초록이 가득한 숲엔 맑은 공기가 산책객을 에워싸고 있다.


처음 만난 쉼터가 ‘9쉼터’다. 이런 평상만 보면 다 잠시라도 앉아 쉬고 싶지만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지나쳐 걸었다. 다음 8쉼터까진 1㎞ 남았다. 오르막 1㎞라면 어이쿠 싶어도 등고선을 따라 걷는 길이라 숫자의 무게감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나무 사이사이로 길을 잘 내어 놓았다. 산에 길이 난다는 것은 맨 처음 누군가가 산 넘어 재 넘어 목적지 어딘가로 가기 위한 최대한의 지름길을 개척한 것일 터인데, 누리길은 그런 의도와는 달리 순전히 시민들의 건강을 위한 것이기에 관청에서 예산을 들여 개척한 것이다. 그래서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에도 나무를 받쳐 계단을 만들어 놓은 길이 많다.


솔이끼.


천주산 누리길엔 유난히 솔이끼가 많다. 이 솔이끼는 나무나 바위에 붙어 자라는 이끼와는 달리 여느 식물처럼 흙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며 크기도 이끼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크다. 이런 류의 이끼들 중에선 20㎝나 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40분 정도 유유자적하며 걸었을 때 전망이 트이는 곳을 만났다.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보니 멀리 시티세븐 건물이 보이고 남산과 등명산, 그 아래로 형성된 마을도 보인다.


산의 둘레를 도는 길이다 보니 바위로 형성된 지대를 지난다. 정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 이곳을 지나기 쉽지 않겠지만 길을 잘 만들어 놓았다. 건너가기 어렵지 않다. 돌을 잘못 디뎌 발을 삐는 것만 조심하면 된다.


곳곳에 원시적인 나무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누리길을 걷다 보면 나무기둥을 여럿 묶어 만들어 놓은 다리를 지나기도 한다. 대개 깊이가 얼마 되지 않아 건너면서 겁이 날 것까진 없지만 어떤 건 건널 때 울렁거려서 조심스럽기도 하다. 게다가 나무들이 삭은 듯 보이는 것도 있어 자신의 몸무게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조심할 필요는 있겠다.


숲길을 걷다가 개활지를 만나면 청명한 하늘에 눈이 부시다.


녹색의 숲 속에서만 걷다 보면 개활지로 나섰을 때 만나는 파란 하늘의 하얀 뭉게구름이 그렇게 또 반가울 수가 없다. 천주산 누리길을 걷다 보면 칡넝쿨을 종종 만난다. 특히 바위와 돌들이 가득한 너덜겅에서 더 그러하다. 아마도 일부러 칡을 심어 재배한 듯하다. 사람들이 바위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든지 다른 요인으로 돌들이 굴러 떨어지는 막기 위함이라든지 이유가 있을 듯하다.


8쉼터는 천주운동장 위에 조성되어 있다. 쉼터라야 평상 하나 말곤 없지만 산길에서 이렇게 편하게 앉아 쉴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산길을 걸을 때, 물론 모든 시름 다 떨치고 무념무상 무아지경으로 걷는 것도 좋지만 숲 속 식구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스마트폰에 설치된 ‘모야모’ 앱으로 식물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꽃범의 꼬리, 여뀌, 주홍서나물, 물봉선, 닭의장풀, 수까치깨, 붉나무, 좀깨잎나무, 이삭여뀌, 주러조개풀 등등. 여러 식물 중에선 척 보고서 이름을 알아맞히는 것도 있지만 이름 따로 실물 따로인 채로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도 있으며 꽃은 여러 번 보았으나 이름을 전혀 알 수 없는 것들도 많았다.


이런 때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라면 ‘모야모’란 앱을 활용하면 좋다. 많은 전문가들이 함께 이 앱을 활용하기 때문에 궁금한 것을 사진 찍어 올리면 빠르면 5초 안에 답이 댓글로 달리고 늦어도 1분 안에는 궁금했던 식물의 이름을 알 수 있다.


창원시내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경상고교 갈림길을 지나면 산의 능선을 돌아서 그런지 탁 트인 경치를 종종 감상할 수 있다. 저 건너 팔용산과 바로 아래쪽엔 소계동, 그리고 소계동에서 불모산 아래까지 이어진 창원대로.


걸은 지 두 시간 만에 만나는 완전 개활지라 가슴마저 탁 트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칡넝쿨이 나무 꼭대기까지 자라서 마치 전설 속 거대한 나무거인을 보는 듯하기도 하다.


이렇게 쉬엄쉬엄 하늘 보고 땅 보고 눈에 띄는 것 온갖 것에 관심을 보이며 걷다 보니 오전 950분에 출발한 것이 오후 1시가 되어서야 소계체육공원 위인 6쉼터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싸온 김밥을 꺼내 먹고 다시 3·15기념관 위인 ‘5쉼터 쪽으로 향했다.


너덜겅으로 된 비탈엔 칡이 무성하게 덮여 있다.


곳곳에서 만나는 이정표.


약수암 갈림길 인근 기암괴석을 만나고 안성고개로 올라가는 등산로도 만난다. 갈림길이 많아도 이정표 팻말이 잘 되어 있어 헷갈릴 염려는 없다. 5쉼터를 지나고 4쉼터로 향한다. 네 시간을 넘게 걸어서인지 서서히 발목에 신호가 온다.


부담스러운 몸무게 때문에 무릎에도 시큰시큰 신호가 잡힌다. 둘레길을 걷는 거라 산행과는 다르지만 절대 무리할 필요는 없다. 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만수봉갈림길에서 피로도를 한 번 체크한다.


2금강산 입구로 내려오면서 만난 금강사 전경.


한 코스 정도는 더 걸을 만하다. 오후 3시 쯤에 제2금강산 계곡에 도착했다. 무려 다섯 시간 이상을 걸었다. 1코스 시작점인 마재고개까지는 해떨어지기 전엔 불가능하다는 것을 판단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더는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제2금강산 입구 쪽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여기서부터 마재고개까진 다음에 일정을 잡아보기로 했다.


이 길은 합성동으로 이어진다. 버스를 타고 되돌아오는 길. 거의 여섯 시간을 걸었건만 버스는 20분 만에 출발점으로 되돌려 놓는다. 얼핏 여섯 시간의 걸음이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동안 숲에서 만났던 자연이라는 거대한 품에서 자라는 생물들과 맑은 공기, 그리고 상상의 세계까지 경험해봤으니 어찌 아니 즐거우랴.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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