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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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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생태천국 우포늪 자연에 반하다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주최 도내 대표습지 탐방프로그램 참가해보니


지난 27일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 주최한 경상남도 대표습지 탐방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마침 이날은 한 달 넘게 지속적으로 맹위를 떨치던 무더위가 처서 이후 한풀 꺾인 이후여서 그런지 그다지 무덥진 않았다. 게다가 구름마저 수시로 태양을 가려 준 데다 바람마저 시원하게 불어주어 걷기에 더할 나위 없는 날씨를 보였다. 특히 이날은 오후에 비 올 확률이 높다는 일기예보에 재단에서 비옷마저 준비했지만 하늘은 경남람사르환경재단 생태탐방대원들을 ‘보우하사’ 아주 만족스런 날씨 환경에서 탐방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경남람사르환경재단의 이번 습지탐방 프로그램은 환경인식 개선과 도민 건강증진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지난 4월부터 시작해 오는 11월까지 도민 총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날 프로그램은 그중 6차 일정으로 지난 6월 선착순 신청한 도민 80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탐방 일정에 대해 지도를 보며 설명하고 있는 3조 해설사 최두현 씨.


두 대의 버스가 움직였다. 여러 지역을 거쳐 탐방대원들을 태운 버스는 오전 10시 소목마을에 도착했다. 한 조에 20명 정도로 총 4조로 나뉘어 움직였다. 탐방 코스는 기러기마을로 불리기도 하는 소목마을에서 출발해 숲탐방로3길을 지나 목포제방, 징검다리, 사초군락지, 따오기복원센터 앞 자전거 1코스, 우포늪생태관으로 이어지는 우포늪 반 바퀴 거리다. 탐방 중 만들기 체험 시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총 3시간을 걷는 일정인데 의외로 미취학 어린이도 상당수 참가했다. 대부분 가족단위 참가자들이었으며 부부, 혹은 혼자 참가한 대원들도 몇몇 있었다. 프로그램은 오전 탐방, 오후 쪽배타기 체험으로 구성됐다.


기자는 아내와 함께 3조에 배속됐다. 3조 해설을 맡은 이는 유치원을 운영한다는 최두현 해설사다. 그는 자신을 곰솔이라고 소개했다. 3조의 어린이들에게 곰솔이 말하기 어려우면 그냥 ‘곰아저씨’라고 불러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포에 대한 설명과 생태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떠오른 ‘뉴트리아’에 대해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어린이들은 어른 키의 절반에 달하는 뉴트리아의 몸집을 보곤 놀라기도 했다.


탐방로 입구에 들어서면서 최두현 해설사는 이곳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풀꽃들에 대해 설명했다. 설악산 눈을 닮은 ‘설악초’,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주의 무수한 별들이 가득한 ‘코스모스’, 소의 무릎같이 생긴 마디 때문에 이름 붙여진 쇠무릎, 모기들이 아주 싫어하는 것으로 추어탕에도 넣어 먹는 ‘초피나무’ 등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은 대원들은 저마다 초피 잎을 하나씩 따서 볼에 붙였다. 모기가 덤벼드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이다. 그 때문인지 3시간 탐방을 하면서 모기에게 물렸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탐방대 행렬.


한 시간 정도 걸었을까, 소나무가 울창한 송림을 만났다. 비틀비틀 자라는 소나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나무라 할 수 있다. 오전 11. 이 시각이 소나무나 편백 등 침엽수들이 피톤치드란 걸 가장 많이 내뿜는 때라고 한다. 해설사의 그 말에 저마다 양손을 쭉 펴서 뒤로 젖히며 크게 심호흡을 한다. 숲속의 싱그러운 향이 콧속으로 들어오는 듯하다.


대개 솔잎이 떨어진 자리엔 다른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어쩌다 참나무나 서어나무 등이 자라서 소나무를 능가하게 되면 소나무는 이런 활엽수들의 세력에 밀려 고사하고 만다는 설명이다. 초등학생 아이들도 학교에서 배웠을 내용인데, 현장에서 눈으로 보면서 설명을 들으니 공감이 크게 되는 모양이다.


소나무 아래에서 자라고 있는 상수리나무.


탐방대원들은 걷기 시작한 지 1시간 10분여 만에 첫 이정표를 만났다. 왔던 곳은 소목마을 주차장이었으며 오른쪽으로 빠지면 소목마을 우항제실이며 곧바로 가면 제2전망대와 목포제방이 나온다. 현재 위치는 소목마을 삼거리라고 적혀 있다.


도시에 살면서 평소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나무의 이름들을 많이 알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다람쥐가 가장 좋아한다는 도토리가 잘 영근 ‘졸참나무’, 그리고 도토리가 큰 ‘대왕참나무’, 또 ‘상수리나무’. 조금 더 가니 탐방길 오른쪽으로 칡넝쿨이 쫙 번져 있다. 어떤 칡줄기는 나무 꼭대기에까지 올라가 강렬한 생명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해설사는 이런 칡넝쿨이 나무를 해치기도 한단다. 이놈들 행복한 칡이로세. 옛날 같으면 나무 기둥 타고 올라가기도 전에 칡즙으로 변했을 터인데 말이야.


탐방 중 휴식 겸 진행하고 있는 ‘예쁜 손수건 만들기’.


1시간 20분쯤 되었을 때 탐방대는 자리를 펴고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하얀 손수건에 각종 모양의 스탬프를 찍어 작품을 만드는 체험을 하기 위해서다. 숲속의 다양한 곤충들이 손수건 속으로 스며들었다. 때론 솔방울도 솔잎도 여러 나뭇잎도 하얀 손수건에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1시간 50분 접어들 시점, 목포정에서 먼저 출발했던 4조와 만났다. 4조는 이곳에서 손수건에 곤충 스탬프 찍기 체험을 하고 있었다. 목포정 인근엔 우포늪을 넓게 조망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망원경도 비치되어 있어 늪 가운데 날갯짓하며 노니는 백로의 모습을 관찰할 수도 있었다. 안내판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사진찍기 좋은 명소’라고 소개하고 있다. 바로 이곳이 우포늪 제2전망대다.


최두현 해설사가 칡넝쿨의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익모초 옆을 지나 걸어가고 있는 탐방대원들.


잠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낸 뒤 탐방대는 목포제방을 따라 걸었다. 제방 길 양쪽엔 버들강아지와 억새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햇살을 받은 버들강아지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출 때면 보드랍게 반짝이기도 했다.


해설사가 대원들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갈대와 억새를 구분할 수 있나요? 아무도 답을 못했다. 해설사가 바로 답을 가르쳐 줬다. 갈대는 대가 대나무와 비슷하게 생겼고요, 억새는 잎 사운데 하얀 줄이 있어요. 그러고 보니 억새 잎엔 가운데 하얀 줄이 보였다. 늘 헷갈렸는데 이제 확실한 구분법을 알게 됐다. 기쁨은 마음속에서 축포가 되어 펑펑 터뜨려지는 듯했다.


‘우포늪 생명길’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목포제방 이정표 옆에 나란히 서 있었다. 300미터 더 가면 숲탐방로3길이며 100미터를 더 가면 징검다리가 나온다고 되어 있다. 대원들은 익모초 꽃이 한들한들 반겨주는 길을 지나 징검다리에 도착했다. 1212. 이제 탐방로의 3분의 2를 왔다.


징검다리를 건너는 탐방대원들 위로 파란 하늘이 눈부시다.


징검다리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곳곳에 우포늪을 설명한 안내판이 있었지만 여기선 무슨 이유에선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대략 이런 글귀들이 들어 있었다. 우포늪은 낙동강의 배후습지다.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 이렇게 네 개의 늪으로 이루어졌다. 가시연꽃, 노랑어리연꽃, 마름 등 수생식물을 비롯해 수많은 식물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어류와 양서류, 파충류, 곤충들이 있고, 이러한 풍부한 먹이 때문에 철새들이 많이 날아든다. 이러한 요소들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1998년 람사르습지 등재, 2011년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됐다.


징검다리에서의 경치가 참 좋다. 대원들은 저마다 포즈를 잡고 사진촬영을 했다. 징검다리를 지나 조금 걸으니 가지가 여러 갈래로 뻗은 큰 수양버들을 만났다. 늪에 비친 수양버들의 그림자가 한폭의 그림 같다.


갈대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고 있는 탐방대원들.


키보다 높이 자란 갈대밭 사이로 낸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아주 작은 늪에 이르렀다. 늪에는 개구리밥으로 덮여 있었다. 해설사 왈 “개구리가 개구리밥을 먹을까요? 먹지 않을까요?” 개구리의 식사 메뉴이니 개구리밥이라고 했겠지 싶었는데, 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개구린 개구리밥을 안 먹어요. 개구리가 물에서 나올 때 개구리가 이 풀을 머리에 이고 나오는 것을 보고 누군가 ‘개구리밥’이라고 이름을 지었다는 얘기예요.”


연꽃과 개구리밥 등 수생식물로 덮여 있는 우포늪.


풀이 많이 난 사초군락지를 지나니 부엉덤이 나왔다. 부엉덤은 길옆에 깎아지른 퇴적암 절벽을 이르는 말이다. 이곳이 부엉덤으로 이름 지어진 것은 절벽에 수리부엉이가 매년 겨울 둥지를 틀어 번식하는 데서 연유했다고 한다. 이곳은 자전거1코스의 반환점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걷는 길에선 종종 자전거를 탄 우포방문객들을 종종 만난다. 늪 가장자리엔 버드나무들이 가로수처럼 줄지어 섰다. 해설사가 걸음을 멈췄다. 버드나무에 동그란 열매가 맺혔다. 해설사는 그것을 곤충집이라고 했다. ? 전혀 곤충의 집으로 보이지 않았다. 버드나무 가지에 자연스레 난 열매로만 보였는데 그것이 벌레집이라니. 가위로 잘라서 안을 보여준다. 과연 벌레가 들어 있다. 그 이후론 이걸 만지는 것조차 께름칙하긴 하다.


얼마 걷다 보니 오른쪽 나무 사이로 골프연습장처럼 그물망이 쳐진 시설물이 보인다. 해설사는 그곳이 따오기복원센터라고 했다. 불과 몇 년 전에 한두 마리 들여와 복원을 시작했는데 이제 수백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센터에선 내년 가을 방사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사실 주는 먹이만 먹고 자란 따오기가 자연 속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


자전거 1코스 길이어서 종종 자전거 탐방객들을 만난다.


2관찰대를 지나 탐방대는 1250분쯤 우포늪전망대 아래에 다다랐다. 시간이 촉박해 전망대로 오르진 않았다. 우포늪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긴 해도 절반을 돌면서 볼 만큼 봤기에 그렇게 아쉬움이 들진 않았다. 1시를 약간 넘긴 시각, 탐방대는 비탈길삼거리를 지나 우포늪 탐방로를 빠져나왔다. 점심 시간이 된 것이다. 경상남도람사르재단은 탐방대원들에게 비빔밥으로 점심을 제공했다.


3시간 동안 걷고 먹는 점심, 맛있지 않을 수가 없다.


식사를 마친 탐방대는 다시 버스를 타고 우포늪생태체험관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쪽배 체험을 하기 위해서다. 쪽배는 우포 인근 농민들이 늪에 사는 물고기를 낚시하기 위해 만든 배로 지금은 관광객을 위한 체험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우포늪생태체험관.


215. 버스는 우포늪생태체험관에 도착했다. 먼저 체험관을 둘러봤다. 1층엔 우포늪에 사는 물고기들의 수족관이 전시되어 있다. 가물치, 붕어, 잉어, 납자루 등등. 참개구리도 유리 상자 안에 얌전히 앉아 있다. 계단을 몇 바퀴나 돌아서 2층으로 올라가니 이곳은 조류에 관한 내용으로 꾸며졌다. 그리고 사방을 조망할 수 있게 만들어져 한 바퀴 돌면서 경치 구경을 했다. 1층으로 내려올 땐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우포늪생태체험관 2층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관찰하고 있는 어린이 탐방대원.


가시연이 자라고 있는 연못 위 나무 데크 다리로 탐방대원들이 걸어가고 있다.


3조 탐방대는 가시연못을 지나 여러 수생식물 재배지 사이로 난 길을 지그재그로 구경하면서 걸었다. 그리고 이어진 곳은 쪽배 체험장. 여벌의 옷을 챙겨오라는 이유는 이곳에서 놀다가 물에 들어갈 수 있으니 주문한 것이었는데, 대부분 어른들은 챙기지 않은 모양이다. 쪽배를 타고 놀다가 물에 들어가는 사람은 아이들밖에 없었다.


장미가시처럼 연잎에 돋아 있는 가시연의 모습.


쪽배체험장.


장대를 밀면서 쪽배를 움직이게 하는 역할은 아빠들의 몫인가 보다. 아이들은 즐거워하고 엄마와 아빠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 담겼다. 솜털같은 구름이 멀리 바람을 타고 날아가고 있다.


앞으로 프로그램은 네 번 남았다. 9107차엔 주남저수지와 화포천 습지를 탐방하고 1088차엔 다시 우포늪, 10229차엔 정양늪과 질날늪, 대평늪을 탐방한다. 그리고 마지막 10차인 1112일엔 봉암갯벌과 명지갯벌, 삼락습지공원을 다녀올 계획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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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도둑들이 이야기하는 진짜도둑 이야기

마산연극협회 26~28일 ‘마술가게’ 공연…시원하게 사회 풍자


소극장 공연의 매력은 아무래도 배우들의 거친 숨소리와 세밀한 표정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극의 전달력은 중·대극장에 비해 훨씬 높아진다. 말하자면 관객이 극 속으로 더욱 강하게 빨려 들어가게 되고 그만큼 감동의 규모도 커진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소극장 연극을 선호하는 마니아도 상당수 형성돼 있는 게 작금의 문화현상이다.


지난 28일 오후 4시 창원 창동 가배소극장에서 열린 마산연극협회의 ‘Magic Shop(마술가게)’ 공연을 봤다. 이상범 작, 극단 상상창꼬의 김소정 연출로 이뤄진 공연이었다. 이 공연은 경상남도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초보 도둑이 베테랑 도둑을 가게 주인으로 착각하고 잘못을 비는 장면.


연극은 도둑들의 이야기다. 일면 판타지한 구성으로 일면 아주 리얼리티한 기법으로 극이 진행됐다. 영업을 끝내고 문을 닫은 옷가게에 두런두런 소리가 난다. 누군가 있을 턱이 없을 텐데 무슨 소리지? 가게 마네킹들의 이야기다. 하루에 옷을 네 번이나 갈아입어 피곤하다는 둥, 벌써 며칠째 옷 하나로 버티고 있다는 둥, 또 비싼 건 잘 팔리고 싼 건 안 팔린다는 둥. 사람도 아닌 마네킹들이 세상 사람들을 흉보고 있다.


그때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서둘러 제자리로 돌아간 마네킹들. 어둠 속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낸다. 미리 줄거리를 몰랐대도 이 사람이 도둑인 줄은 얼마든지 유추할 수 있다. 도둑이 아니라 가게 주인이면 불부터 켰겠지.


이 도둑은 베테랑인가 보다. 훔치러 들어왔으면 재빨리 목적달성을 위해 금고부터 찾아봤을 터인데, 마네킹과 춤도 추고 진열된 옷도 골라본다. 게다가 술병까지 꺼내 한 모금 마시는 여유를 부리고 있다.


그런 사이 밖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불을 끄고 숨는 동작이 좀 전 여유를 부릴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토록 신속할 수가 있을까. 플래시를 들고 더듬거리며 들어오는 등장인물도 척 보니 알겠다. 도둑은 도둑이되 초보 도둑이다. 어둠 속에서 잘 보이진 않아도 두려워하고 자연스럽지 못한 동작들에서 바로 티가 난다.


서로 피할 수 없는 한 공간에서 두 도둑이 맞짱을 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테랑 도둑이 불을 켜고 초보 도둑을 혼낸다. 초보 도둑은 그를 가게 주인인 줄로만 여기고 잘못을 빈다. 그러게. 우리 사회에 주인도 아닌 사람들이 주인행세를 하는 경우가 이런 것일까?


가게 주인이 아니라 그 역시 도둑임을 알게된 초보 도둑이 베테랑 도둑에게 대드는 장면.


나중엔 그 역시 도둑임을 알게 되었을 때 초보 도둑은 ‘똑같은 도둑이면서’라는 명분으로 베테랑 도둑에게 대들지만 힘과 노련미에 밀려 찍소리 못한다. 이런 과정에서 둘 사이엔 상하관계가 형성되고 결국 공범으로 암흑세계의 끈끈한 의리로 연을 맺게 된다.


초보 도둑이 금고를 찾고 베테랑 도둑이 금고를 연다. 한 움큼의 돈다발을 득템한 도둑들. 어떻게 분배할까? 베테랑 도둑은 그쪽 계통의 상도덕 상 자기가 주는 대로 받는 게 정한 이치라는 논리를 펴지만 그게 초보 도둑에게 먹힐 리 없다. 하지만, 어쩌랴. 경력에 밀리고 힘으로도 밀리니 베테랑가 떨어트려 주는 ‘콩고물’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몇 푼 더 얻으려고 알랑방귀를 뀔 수밖에 없다.


초보 도둑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장면.


그런데 이들은 왜 도둑이 되었을까?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사회문제를 비켜갈 수가 없다. 별을 달 만큼 단 베테랑는 베테랑대로 도둑질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고 초보는 또 초보대로 아무리 뼈 빠지게 일을 해도 여유 있게 살 수 없는 현실에서 도둑질보다 손쉽게 거금을 쥘 수 있는 직업(?)이 없다고 여길 만한 경력이 있다.


도둑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세상엔 진짜 큰 도둑들이 있다고 불평한다. 자기들은 피라미라면서. 그런데 경찰은 큰 도둑은 안 잡고 자기들만 잡으려 한다는 게 불만이다.


베테랑 도둑이 자신의 과거 사기꾼으로 돈을 손에 좀 쥐었던 경력을 이야기하는 장면.


“진짜 더럽네.”


그럼에도 도둑들은 ‘도둑질’에 대한 정당성을 묻는 화두에서 갈등을 한다. 도둑질이 나쁘단 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도둑들은 자신들이 도둑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니 말해 무엇하랴.


도둑들의 ‘도둑논쟁’은 엉뚱하게도 ‘옷’이 도둑의 성격을 규정짓는 일종의 ‘주홍글씨’라는 결론으로 치닫는다. 초보 도둑이 제시하는 근거는 엉뚱하고도 기상천외하다. 태초의 도둑은 성경에 나오는 아담이며 자기들은 그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하지 말라는 것을 어기고 사관지 뭔지를 따먹는 바람에 옷을 입게 된 것을 근거로 삼았다.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장면이다.


도둑질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양심의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베테랑 도둑의 모습.


판사 옷을 입었는지, 검사 옷을 입었는지, 경찰 옷을 입었는지, 세무공무원 옷을 입었는지에 따라 도둑의 종류가 구분되니 옷이란 게 어떤 도둑인지 알게 해주는 것이란 논리가 재미있다.


서서히 술에 취한 도둑들은 옷과 도둑이라는 상관관계를 더욱 확대해석하며 옷이란 건 그저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래서 초보 도둑은 옷을 다 벗자고 제안하고 둘은 의기투합해 벌거벗고 원시인처럼 행동하며 즐거워 한다.


옷이란 죄의 종류를 나타내는 것이 불과하므로 옷을 벗어야 자유로워질 수 있다며 발가벗고 자유를 누리며 춤을 추는 모습.


“이제 우린 자유다!”


벌거벗은 두 도둑의 코믹한 춤들이 웃을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무슨 소리가 난 모양이다. 서둘러 옷을 껴입고 옷가게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둘의 의리는 깨어진다.


도둑들이 떠난 옷가게엔 다시 마네킹들이 수다를 떤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안위만 걱정할 뿐이다.


“점장이 장사 안 된다고 신경질 내면 그것을 어떻게 견뎌내지?”


베테랑 도둑엔 박현민이, 초보 도둑엔 강주성이 맡았다. 이들은 도둑뿐만 아니라 마네킹 역할까지 소화했다. 공연 중에 선보인 두 사람의 현란한 댄스 솜씨도 볼만한 요소였다. 25살의 젊은 도둑이 춤을 더 잘 출 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별까지 수두룩하게 단 나이 지긋한 도둑이 팝핀에 비보잉까지 소화해내는 모습은 관객의 박수를 끌어낸 의외의 연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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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즐겨 보세! 우리 소리 한마당

913·15아트센터서 스타 소리꾼들이 펼치는 국악 더 힐링 코서트

 

배 띄워라/아이야 벗님네야/어서 가자 배띄워라/동서남북 바람불제/언제나 기다리나/술 익고 달이 뜨니/이때가 아니더냐/배띄워라

 

국악이라 해서 거문고, 가야금, 대금이나 해금 등 전통 악기 반주에 이 맺힌 노래만 있는 게 아니다. 신시사이저와 드럼이 국악기들 가운데 들어가 버젓이 화음을 이루는 구성은 이제 예삿일이 됐다. 그래서 국악이라는 이름으로 펼쳐지는 공연이 훨씬 친근해져 현대 음악에 익숙한 이라도 쉬 접할 수 있는 장르가 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우리 민요나 판소리 등의 가락이 흥겹다는 것은 접해본 이라면 아는 요소다. 음악에 흥이 담겼기에 절로 얼쑤 하고 춤도 추어지는 것일 터이니. 꽹과리, 장구, , 징의 사물 연주 속에서 추는 덧배기(덧뵈기) 춤도 좋고 타령조 민요에 덩실덩실 추는 어깨춤도 좋다. 모두 흥의 발산 아니랴.



 

오는 91일 오후 7303·15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그런 흥이 듬뿍 담긴 우리 소리 한마당이 펼쳐진다. 이날 등장하는 소리꾼 네 명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남도소리꾼 박선희 명창을 비롯해 경기소리꾼 전영랑, 그리고 잦은 TV 출연으로 얼굴과 이름이 널리 알려진 서정금과 남상일 소리꾼이 출연한다.

 

이날 공연의 첫 무대는 경남국악예술단 가인이 서곡으로 신푸리를 연주한다. 달리 말하면 신명풀이겠다. ‘신푸리는 국악방송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이라면 알 수 있는 익숙한 멜로디의 연주곡이다. 악기들이 저마다 장기자랑을 하듯 신명을 펼친다.



경남국악예술단 ‘가인’.

 

이어서 박선희 명창이 배 띄워라밀양아리랑두 곡을 부른다. ‘배띄워라는 서두에 가사를 언급했듯이 뱃노래 느낌이 나는 내용에 아주 흥겨운 노래다. “날 좀 보소~”하는 밀양아리랑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민요다. 하지만 이 노래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노래맛이 많이 다른데 박선희 명창이 풀어내는 밀양아리랑색깔이 기대된다.

 

전영랑 명창은 경기소리꾼이다. 경기민요는 소리에 기교가 많이 들어간 특징이 있다. 그래서 흥겹고 구성지다. 전영랑 명창은 한오백년강원도아리랑’ ‘창부타령을 부른다. 창부타령이 경기민요의 대표곡이라면 강원도아리랑은 강원도의 대표곡이다. 강원도 지역의 민요를 동부민요라고도 하는데, 경기소리꾼이 부르는 강원도민요의 맛깔이 어떨지 궁금하다.

 

세 번째 소리꾼은 서정금 명창이다. 서정금 명창은 국립창극단 출신이다. 유튜브를 검색해보면 남상일 명창과 종종 호흡을 맞춰 공연한 영상이 검색된다. 코믹한 캐릭터가 매력이다. 서정금 명창은 이날 공연에서 아름다운 나라’ ‘홀로 아리랑’ ‘아리요등 세 곡을 부른다. 민요풍이 강한 서유석 원곡의 홀로 아리랑을 비롯한 세 곡 모두 요즘 매스컴을 통해 많이 불리는 국악가요다.



 

세 명창의 공연에 이어 다시 경남국악예술단 가인이 실내악 멋으로 사는 세상공연을 한다. 전통 현악기와 관악기, 그리고 타악기와 드럼, 신시사이저가 펼치는 실내악 연주가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남상일 명창의 무대는 흥보가 중 박 타는 대목과 장타령, 흘러간 옛노래로 꾸며진다. 국악방송으로 통해 많이 알려진 남상일 명창 특유의 목소리를 직접 확인해보는 기회이겠다. 남상일 명창은 남도소리꾼이다. 남상일 명창은 최근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냉동만두로 등장해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며 매스컴을 탔다. 남상일은 복면가왕에서 1차 듀엣곡으로 이현우의 을 불렀고 2차 솔로 곡으로 사모곡을 불러 반전을 이루며 패널들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남도소리꾼이 부르는 흘러간 옛노래가 어떨지 기대된다.

 

공연은 유료며 문의 : 010-9244-7344.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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