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뭘볼까]가족의 어른 ‘할배’의 존재는?
극단 미소 가족 간 소통 다룬 ‘할배요’ 5일 도파니아트홀 공연
‘할배요!’ 전형적인, ‘갱상도’ 사람들이 어르신인 할아버지를 편안하게, 혹은 업신여기듯 부르는 호칭이다. 할아버지 수염을 잡고 놀던 ‘머스마’도 언젠가 세월에 밀려 살다 보면 그 ‘할배’가 되겠지만, 그 ‘할배’란 존재는 어떤 것일까?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고, 애지중지 키우면서 한 때는 그게 세상 사는 낙인 줄로만 알던 시절도 지나가고 자식이 또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뒷방 늙은이로 자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어디 공원 햇살 잘 드는 벤치에 앉아 하루 온종일 사람 구경으로 소일을 보내는 존재?
극단 미소는 이러한 ‘할배’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 간의 사랑과 화목을 풀어낸다. 오는 5일 오후 7시 30분 창원 명서도 대호상가 지하 ‘도파니 아트홀’에서 장종도 작·연출의 ‘할배요’를 공연한다. 3일과 4일 공연도 있으나 단체 예약이 끝난 터라 일반 관람은 토요일 공연만 가능하다. 관람료는 도파니아트홀이 종종 시행하는 요금제인 공연 관람 후 돈을 내는 ‘감동후불제’로 감동한 만큼 성의껏 내면 된다고 한다.
이야기는 먼저 간 아내의 제사를 준비하면서 자식들과 갈등을 일으키며 시작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 할아버지도 젊었을 때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지만 팍팍한 사회생활에 여유 없이 살아가는 자식들은 이 ‘할배’ 앞에서 대놓고 어머니 제사 문제로 티격태격 다툰다.
‘자식들이란 게…’ 이쯤 서운함이 북받쳐 오르면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고 마멸차게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경상도 ‘할배’의 전형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 소개한 줄거리를 보니 이 ‘할배’가 “연을 끊자!”며 호통을 쳐서 모두 돌아가게 했단다.
이 장면에서 연출자의 속마음을 상상해봤다. ‘영감, 성질머리하고는! 아, 좀 참고 자식들 잘 달래서 마누라 제사라도 마음 편하게 지낼 것이지!’ 하는, 할머니가 살아있었다면 했을 법한 그런 마음.
그렇게 자식들과 한바탕 전쟁을 벌인 뒤 아내의 제삿날은 다가오건만 아무도 전화 한 통 걸어오는 놈이 없다. 하는 수 없이 ‘할배’는 홀로 아내의 제사상을 차린다. 자식은 오지 않고 영감 혼자 기제를 지내는 장면에서 기시감(데자뷔)이 있다.
지난해 3월 경남연극제에 출품됐던 극단 ‘객석과무대’의 ‘행복한 가족’ 역시 쓸쓸히 지내는 ‘할배’의 아내 제사상 차리기가 모티브였다. ‘가화만사성’을 가훈으로 삼고 있는 이 집. 그래서인가 극이 진행되는 동안 가족들은 화목하게 제사를 지낸다. 미국에 사는 막내도 아버지와 통화하면서 제사에 참석하지 못한 게 영 미안한 마음이다. 극의 끝에서 반전이 있었다. 자식들로 역할을 대행한 ‘제사대행사’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극단 미소의 ‘핼배요’에선 귀신들이 등장한다. 영감 혼자서 아내의 제사상을 차리고 있는데 마침 이날 제삿밥 먹으러 왔던 귀신들이 무슨 연유인지 모르나 자기 제삿밥을 먹지 못하고 어슬렁거리다가 영감의 집으로 모여든다. 등장인물을 보니 귀신 1, 2, 3, 4. 정작 아내 귀신이 없다. 자식들의 다툼에 영감의 역성에 귀가 송신스러워(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상태를 나타내는 경상도 사투리) 토라져 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할배와 할배 집에 우연히 들른 다른 집 귀신들이 나누는 이야기. 할배가 살아온 기나긴 세월의 이야기를 하룻밤 새 다 풀어놓을 수야 있으랴만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 간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풀어놓는다고 한다.
극을 쓰고 연출을 맡은 장종도는 팸플릿을 통해 “외로움과 침묵의 대명사 경상도 할배, 전화 한 통 하지 못할 정도로 쑥스러움이 많은 할배,…우리는 자식이니까 모를 수 있다고, 그러니까 손 반 번 내밀어 보라고” 했다. 그리고 관객들에겐 공연을 본 후 부모님께 전화 한 통 할 수 있게 되길 희망했다.
‘할배’역에 천영훈, 귀신1 윤영경, 귀신2 주요한, 귀신3 박시우, 귀신4 정진영. 문의 : 055-264-5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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