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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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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연인들의 손 더 꼭 쥐게 했던 연극

극단 나비의 ‘정인’ 부부의 애틋한 사랑 다뤄…객석과의 호흡도 재미


창원 용호동 문화의 거리 한복판에 있는 극단 나비의 ‘나비아트홀’에선 ‘태양의 후예’의 드라마 작가 김은숙이 쓴 ‘정인’이 공연되고 있다. 내년 115일까지 진행된다. 지난 주말께 공연을 봤다.


창원 정우상가 뒤편 용호동 문화의거리에 있는 ‘나비아트홀’ 소극장 입구.


나비아트홀 소극장은 예상밖의 장소에 있다. 정우상가 뒤편 사람들의 통행이 잦은 문화의 거리에서 바로 보인다. 그런데 건물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과 건물 사이, 즉 길 가운데 있다. 얼핏 보면 지하도로 들어가는 입구 같기도 하고 또 얼핏 보면 무슨 건물 옆에 딸린 나이트클럽으로 들어가는 입구 같기도 하다.


나이트클럽이라고 착각하기 쉬운 이유는 간판의 디자인도 그러하지만 ‘나비아트홀’이란 글자에서 그 유사성을 쉽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하튼 극단 나비가 이곳에 터를 잡은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위치로 보나 내부의 규모 면에서 보나 소극장으로서 손색이 없는 공간임에 틀림이 없다.


연극 도입부. 유치원생 김동엽이 관객과 소통을 하고 있다.


연극 ‘정인’은 극단의 대표이자 연출가인 김동원 감독이 맡았다. 김은숙의 드라마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정인’ 역시 감성 멜로드라마다. 남녀 간의 만남과 사랑, 생활, 대립, 이별의 아픔을 호소력 있는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러한 작품의 기본적인 얼개 위에 연출 김동원 감독이 연말연시 분위기에 맞게 상큼한 웃음을 덧뿌려 조미한 작품이 이번 ‘정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한 웃음이 있었기에 작품 후반에서 흘린 눈물이 더 애틋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유치원생 김동엽의 아버지 김영희와 유치원 선생님 정인의 첫 만남.


플롯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먼저 유치원 장면. 유치원 복장을 한 배우가 나타난다. 휴대폰 전원을 끄라더니 알고 보니 극중 인물 김동엽이다. 유치원 선생과 작당(?)하여 객석과 소통한다. 관객을 자연스레 배우로 만들어버리는 기술이 보통을 넘는다.


동엽이가 유치원 선생님한테 돈 500원을 준다.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이 500원이 동엽의 아버지 김영희와 유치원 선생님 정인을 연결하는 결정적 매체가 됨을 관객은 나중에야 발견하게 된다.


결혼. 주례는 관객 중 한명이 맡았다.


김영희와 정인의 만남, 그리고 결혼. 결혼식 주례는 관객의 역할이다. 웃음을 유발하는 몇 가지 장치들이 이 장면에서 발휘되는데 이 또한 소극장 연극의 매력일 것이다. 이 웃음 요소를 공개하고 싶으나 마술의 비밀을 알고 나면 재미가 없듯이 이 부분 역시 그렇게 비밀을 지켜줘야 할 것 같다. 주례 보러 무대에 올라섰던 관객이 아주 난처했던 순간은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김영희와 정인은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또 신혼살림을 살면서 알콩달콩 산다. 벌이가 시원찮은 무명배우 최혁, 김영희의 예명이다. 여전히 유치원 쌤을 하면서 실질적인 가정의 재원을 조달하는 정인. 만나자마자 20일 만에 결혼할 정도로 한눈에 ‘뿅’ 간 두 사람의 신혼생활은 그야말로 깨가 서 말이다.


신혼여행. 짝을 잃은 사람과 조우.




지지고 볶고 알콩달콩 티격태격 살아가는 두 사람.


이 세상 대부분의 부부가 그러하듯이 사랑만으로 모든 생활이 해결해지지는 않는다. 아무리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도 계속 반복되는 상대의 못난 구석은 가면 갈수록 크게 보이기 마련이다. 이 남자는 다른 집 남자들이 다 하는 일들 중에 할 줄 아는 게 없다. 이 여자는 집안 살림에는 영 젬병이다.


아옹다옹하기도 하고 또 웃으며 넘기기도 한다. 사는 게 뭐 그런 거지. 그렇게 이 부부는 여느 부부들처럼 티격태격, 깔깔껄껄 살아간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 남자 김영희에게 암 진단이 내려진다. 거의 말기다.



의사에게서 암 판정을 통보받는 김영희.


남편의 암 판명 소식을 듣고는 오히려 심술을 부리며 귤을 먹고 있는 정인.


이거 하나만은 영업상 비밀(?)이라도 밝혀야겠다. 정인이 남편 김영희에게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이유가 왜 귤이 먹고 싶은데 귤을 바로 사오지 않느냐는 거다. 귤을 먹으면서 눈물 섞인 짜증을 낸다. 울컥했다.


극의 마지막 부분. 죽음을 앞둔 김영희는 아내 정인에게 집안 살림 잘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아주 평온한 모습이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보이는 두 사람의 표정에서 슬픔을 억누르는 안간힘이 느껴진다.


남편이 적어준 살림 요령을 읽고 있는 정인.


1시간 20분가량의 러닝타임 동안 무려 일고여덟 번의 암전이 있는데 이 암전도 1분여 동안 경쾌한 음악으로 메워진다. 밝은 무대를 보다가 암전이 되면 사실 옆 사람 얼굴조차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연출은 왜 암전을 이렇게 길게 잡았을까?


공연은 115일까지 계속되며 매주 수··금요일엔 오후 8, 토요일엔 오후 4, 8시 그리고 일요일은 오후 4시에 열린다. 현매 3만 원, 예매 15000원이며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문의 : 055-275-0618.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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