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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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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뭘볼까]추상회화의 단면전

30일까지 챔버갤러리…김썽정·오세영·심유하 등 13작품 선봬


“대체 뭘 그린 거야?” “알 것 같기도 한데 알 수가 없네.” “배경이 하늘인가, 바다인가?” “대충 느낌은 오는데 저건 왜 저기 들어갔지?” “! 저게 작품이야? 저 정도면 우리 애가 그려도 그리겠다.”


추상작품 앞에 서면, 머리 아파하는 사람이 많다. 작품이 한 번에 쉽게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가 도대체 무엇을 그리고자 했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기도 하고 어떤 것은 아이가 낙서한 듯해서 가소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난해하기도 하고 너무 쉽게 그린 듯하기도 해서 추상화는 미술관에서 일반 관람객들에게서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 대부분 관람객은 구상화 앞에서 나름대로 평가를 내린다.


“야! 실물과 똑같이 그렸네.” “비 오는 풍경이 몽환적이야.” “사물의 색상을 제대로 표현했구나.”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그림 속의 사람이 밖으로 나올 것만 같아.”




추상 작품 앞에선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관람객들의 반응이다. 두 눈으로 보는 세계가 구상이어서 그림이든 조각이든 구상작품에 익숙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작가들은 왜 추상작품을 만들까?


구상 작품은 관람객이 느끼는 감상의 범위가 제한적이다. 바다를 그린 작품이라면 관람객의 감상은 바다를 벗어나지 못한다. 인물을 그린 작품이라면 그 오브제(객체)가 된 인물에서 벗어나 작품을 이해할 수 없다.


작가들이 추상을 작업하는 데엔 자신의 작품을 보아주는 사람이 작품 앞에서 좀 더 자유로운 상상을 하고 마음대로 느낄 수 있게 배려한 의도가 크리라.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관람객은 추상 작품 앞에서 상상력을 발휘할 엄두를 내지도 못한 채 머리를 쥐고 그곳을 떠나기 급급해한다.


김썽정 작 ‘상큼한 하루’.


추상 작품과 좀 더 친해질 방법은 없을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낸 것 가운데 가장 핵심이랄 수 있는 비법(?)은 작품을 ‘내 맘대로’ 재단해버리라는 것이다. ‘황홀하다’고 해도 되고 ‘음습하다’고 해도 되고 ‘아름답다’고 해도 된다. 또는 ‘우주를 표현했다’고 해도 되고 ‘사람의 마음을 표현했다’고 해도 되고 ‘시대의 아픔을 표현했다’고 해도 된다.


작품 앞에서 관람객이 느끼는 그것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추상 작품은 작가가 ‘소를 표현했다’고 해도 관람자 눈에, 혹은 상상에 이집트의 신이면 정답은 ‘신’인 것이다. 추상 작품 앞에서 마음대로 느끼고 마음대로 상상할 용기만 있으면 감상할 사전 준비는 완벽한 것이다.


다만, 작품을 두고 그 작가와 소통하고자 한다면 작가의 작품세계를 먼저 답사해보는 것도 좋겠다. 오는 30일까지 창원상공회의소 1층에 마련된 챔버갤러리에서 한국야나세(금강미술관) 소장 추상화 13점이 전시되고 있다.


막무가내로 달려가 추상화 앞에서 상상력을 발휘해보는 것도 좋지만 작품을 매개체로 작가와의 소통을 위해 간단히라도 소개할까 한다.


이두식 작 ‘축제’.


김썽정 : 울산 출신. 울산대 겸임 교수. 점묘법으로 그리고 화려한 색감 표현이 특징. 점묘 작품으로 유명한 것은 신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 화가 쇠라의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란 작품이 있음. 점묘 기법은 다른 말로 ‘디비조니슴(Divisionnisme)’이라고도 한다.


오세영 : 미국에서 20여 년 작품활동. ‘숲속의 이야기’ 연작은 동양적인 자연관과 우주관을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한 작품들. 인간과 자연이 우주 속에서 상생하는 모습을 주로 표현. 주역의 괘와 효를 이용해 그린 작품 ‘심성의 기호’가 유명하다.


심유하 : 전통에 바탕을 두면서 현대적 감각을 살린 그림을 주로 그림. 작품 속엔 빠지지 않고 색띠가 등장. 때론 선으로 때론 조각으로 표현되는 이 색띠는 그림 속에서 다른 대상과의 상생을 표현하는 장치라고 함.


이두식 : 1960년 데뷔 이후 40년간 추상미술 맥을 이어온 화가. 2013년 별세. 작품의 주제는 대부분 축제, 페스티벌, 잔치다. 오방색이 두드러지는 그의 작품엔 우리 민족 고유의 흥겨움이 숨어 있다는 평가.


임채섭 작 ‘하얀추억’.


박수룡 : 전남 해남 출신. 고향을 소재로 그림을 많이 그림. 그의 그림 속에는 벽화 속 용이나 토끼, 새와 같은 태고적 이미지를 한국적 색채를 많이 반영한다는 평가. 수성과 유성 물감을 혼합하는 것도 특징. 언론에선 그의 그림을 두고 이집트 상형문자나 중국 고대 갑골문자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하고 있다.


윤형근 : 2년 전 숲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때 작품 19점이 모두 팔려나가는 ‘솔드아웃’을 기록해 언론의 주인공이 되었던 경남지역 작가. 우주를 주제로 그림 작업을 하며 우주에 대한 개념에 윤회라는 철학을 입힘으로써 자신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평을 받음.


이준 : 남해 출신. 초기엔 야수파적 화풍을 구사하며 구상화를 그렸으나 1957년 창작미술협회 참가하면서 비구상으로 전환. 기하학적 추상 작품을 주로 그리지만 롤러기법을 사용하거나 핑거페인팅 기법으로 그린 작품도 있음. 2회 국전에서 ‘만추’로 대통령상 받음.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역임.


노혜정 : 경남대 미술교육과 출신. 마산청년작가회원으로 활동 중. 그의 작품 대부분이 ‘생성’을 표현하고 있으며 이는 소멸과 탄생을 나타내는데, 정제된 공간의 선택과 그 공간에서 ‘절제된 변주’와 ‘기하학적 색면’과의 관계성을 통해 생성의 이미지에 접근하고 있다는 평.


김재호 : 유화, 아크릴, 수채화물감 등의 특성을 활용해 화폭에 덧바르고 지우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화가. 그의 작품엔 단순화된 나뭇잎이 빠지지 않고 등장함. 자연에서 받은 영감에 음악적 리듬을 곁들여 캔버스 안에서 한 폭의 시로 추상화했다는 평.


김영태 작 '추상'.


김인하 : 경남도립미술관장 역임.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 목탄 등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며 그의 많은 작품에는 색과 색 사이에 면이 있는데 이는 ‘간극’을 표현한 것이며 이는 모든 사물과 사물의 사이에서 소통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평.


이림 : 마산 출신. 경남도미술대전 서양화분과위원장 역임. 1983년 사망. 국내 1세대 서양화가로 도내 서양화가의 모태가 되었다는 평. 초기 작품은 향토적이고 토속적인 색채가 강한 구상화이나 중반 이후부턴 기하학적 비구상 작품이 상당히 등장. 물감을 두껍게 칠해 중후한 느낌이 남.


임채섭 : 가죽과 삼베, 한지 등을 캔버스에 붙인 뒤 물감으로 채색하고 다시 떼어내는 콘라주와 데콜라주 기법으로 추상화 작업을 하는 작가. 물과 기름이 이루는 우연의 효과를 극대화한 작품 시리즈가 ‘하얀추억’.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따뜻한 사랑과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추억을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작가란 평.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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