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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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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산책]더운 날엔 피톤치드 가득한 숲길로

진해드림파크 내 진해만생태숲 미로 같은 산책로서 유유자적


종종 비가 내리긴 하지만 후텁지근한 날씨가 연일 계속 된다. 이제 겨우 7월 중순, 이 더위가 한풀 꺾이려면 제법 긴 기간 땀을 닦으며 보내야 한다. 그렇다고 주말을 마냥 집에서만 보내기엔 몸이 근질거린다. 땡볕을 피하면서 맑은 공기도 마시면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 어디 없을까?


있다. 진해 앞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숲에 들어가면 키 큰 나무들이 햇볕을 가려주어 차양 모자 없이도 얼마든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진해만생태숲이 그곳이다.


평일주차장진해만생태숲 주차장.


진해만생태숲 안내도.


진해만생태숲은 진해만 일대의 해안지대를 끼고 있는데, 이곳엔 환경적으로나 생태적, 종생물학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다양한 식물이 분포하고 있다. 이 생태숲은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자연생태학습장으로 조성된 곳인데, 다양한 식물을 관찰할 수 있게 했다.


주요 시설은 상징숲, 녹나무숲, 종가시나무숲, 해송숲, 비나나무숲 등 10여 종의 생태숲과 생태숲학습관, 온실, 그리고 작은 수목원과 생태습지 등 다양한 내용으로 조성됐다.


다육식물과 난대·온대식물이 재배되고 있는 온실.


온실 내부. 어린이집에서 단체 관람 와서는 둘러보고 있다.


지난 8일 이곳을 다녀왔다. 오전엔 흐리다가 한 차례 비가 내렸고 오후 접어들면서 비가 그쳤다. 생태숲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자연스레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은 ‘진해만 생태숲 온실’이다.


이곳엔 다육식물과 난대, 온대성 식물이 자라고 있다. 온실을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야타이야자’란 나무다.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원산지인데 주로 정원수나 관상용으로 심는다.


온실은 둥근 모양으로 조성되어 있다. 왼쪽 방향으로 몇 걸음 걸어가면, 고사리 군락이 보인다. 좁은 공간이다 보니 종류별로 삼삼오오 심겨있다. 고사리도 여러 종류라는 걸 발견한다. 바위고사리, 드문고사리, 비늘고사리, 곰비늘고사리 등등.


한참 식물을 관찰하고 있는데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우루루 들어온다. 갑자기 온실 속이 재잘거림으로 정겨워진다. 외롭게 온실 속에서 지내던 식물들도 아이들의 이야기소리와 웃음소리에 기분이 한결 좋아졌을 게다. 식물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선생님이 카메라를 들자 제각각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기도 한다.


10분 그렇게 소란스럽더니 아이들이 빠져나가고 다시 온실 속은 적막감이 흘렀다. 화월금, 청법사, 흑괴리, 황칠 등 독특한 이름의 식물들이 낯선 모습으로 지나가는 시선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사진 한 장씩 찍어 자료로 담고 온실을 빠져나왔다.


생태숲 학습관.


학습관 내부.


2층 오르는 계단 옆에 전시되어 있는 사진 공모전 작품들.


실내산림욕장.


생태숲 사계 전시실.


진해만 생태숲 학습관으로 들어갔다. 1층엔 숲의 생성과 기능, 인공림 조성과정, 생태계 먹이사설, 하천생태계, 사라져가는 우리 동·식물 등 숲과 관련된 여러 자료가 다양한 형태로 구성돼 있다.


2층 홍보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오른쪽에 창원시 관광사진 공모전 입상작들이 전시되어 있다. 계단을 다 오르면 맞은 편에 실내산림욕장이 나타난다. 실내화로 갈아신고 들어서면 편백나무 향이 코를 자극한다.


이곳은 일단 시원하다. 공기도 상당히 맑은 느낌이다. 바깥을 내다보는 경치도 괜찮다. 편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세안실이 있다. 벽에 걸린 자료를 보니 편백의 효험이 잘 설명되어 있다.


실내산림욕장을 나와 맞은편으로 가면 생태숲의 사계를 보여주는 전시실이 나온다. 이곳에는 벽에 숲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있고 아래 전시대에는 식물들의 열매와 씨, 약재 등이 유리병에 담겨 있다. 전시된 것들만 익혀도 식물에 대해 어지간한 지식을 습득하겠다 싶다.


학습관 옆 편백나무숲.


꽃댕강나무 하얀 꽃에 하얀 나비가 나폴거리고 있다.


영산법화사로 오르는 길.


대나무숲길.


학습관에서 나와 오른쪽에 난 숲으로 들어가면, 여기가 편백숲이다. 바닥엔 편백 조각들이 깔렸다. 바닥이 좀 푹신한 느낌이다. 계속 내려가면 생태습지가 나온다. 중간쯤 내려가다 오른쪽을 보면, 나무데크로 된 평상들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 자리를 깔고 누우면 편백향의 맑은 공기가 죄다 몸속으로 스며들 것 같다.


이곳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 팔손이숲이 나온다. 팔손이숲이라고 해서 팔손이나무들로만 조성된 건 아니다. 조금 더 올라가면 동백숲이 나온다. 한참 위로 이어지는 길이 있고 느긋하게 한 바퀴 돌고 내려와도 좋다.


이 시각 마침 점심 때라 다시 편백숲으로 돌아와 싸온 도시락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웠다. 맑은 공기에 파묻혀 먹는 음식은 음식 맛을 한결 더해주는 듯했다.


식후 학습관 뒤쪽으로 해서 영산법화사 길로 접어들어 조금 오르다 보니 오른쪽으로 대나무숲이 보인다. 그런데 입구 팻말에 쓰인 글귀가 걸음을 멈칫거리게 한다. ‘·독충 주의’.


대숲으로 들어가면 가시나무숲과 해송숲, 종가시나무숲으로 이어진다. 대나무숲은 양쪽에서 뻗어 오른 대나무들로 말미암아 터널을 이룬다. 바닥엔 마른 댓잎들이 깔렸다. 대숲이라 그런지, 아니면 좀 전에 팻말에서 보았던 경고문구 때문인지 땀은 흘러도 서늘한 느낌이다.


대나무숲 길은 머지않아 내리막길로 이어지고 이곳을 벗어나면 다시 왼쪽 방향 오르막을 타고 길이 연결된다. 시멘트바닥이긴 하나 오랫동안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이끼들이 많이 피었다.


오르막길 왼쪽은 약초를 재배했던 구역인 모양이다. 지금은 다른 식물들이 대체되어 자라고 있었다. 붓꽃, 금불초, 양지꽃 등의 팻말이 있지만 다른 식물들과 섞여 무엇이 무엇인지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비자나무 사잇길을 지나 오르면 나무데크로 된 구름다리를 만난다.


다양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비자나무숲길.


곳곳에서 만나는 이정표.


이쯤에서 식물의 이름을 굳이 알려고 애쓰는 마음은 시들해진다. 조금 더 오르면 양쪽에 비자나무가 가지를 낮게 뻗어서 터널을 만들고 있다. 머리에 닿을 듯하다. 고개를 숙이고 갈 수밖에 없다. 비자나무를 벗어나면 바로 나무데크로 된 구름다리가 나온다. 오전에 잠깐 비가 왔음에도 계곡엔 물줄기가 그렇게 드러나 보이진 않는다.


구름다리를 건너서 조금 오르면 임도와 작은수목원으로 나뉘는 갈림길을 만난다. 작은수목원쪽으로 향한다. 겨우내 떨어졌던 낙엽들이 그대로 산책로 위에 깔려 있다. 숲은 울창하고 공기는 한없이 맑다. 간혹 왱왱거리는 모깃소리만 아니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싶다.


산책로는 시멘트바닥이었다가 흙길이었다가 변화무쌍하다. 조금 걷다 보면 네 갈래 갈림길이 수시로 나타난다. 앞으로 계속 가느냐, 아니면 위쪽으로 방향을 틀어 좀 더 크게 한 바퀴 도느냐, 그것도 아니면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어 산책을 마치느냐는 그때그때 마음이 가는 대로 가면 된다. 미로같이 복잡한 길이긴 해도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노각나무. 이렇듯 나무들이 이름표를 달고 있다.


해송숲에서 작은수목원 쪽으로 내려가는 길.


곳곳에 이렇게 쉬어가라고 벤치가 놓여 있다.


마냥 생각 없이 걷는다면 최고겠다. 종가시나무숲 다음엔 녹나무숲, 해송숲 일일이 따지며 취재하려니 별 재미가 없다. 지도를 펴고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것도 골칫거리다. 숲밖의 세상이 제대로 보이는 것도 아니고 사실 녹나무숲이라 해도 다양한 나무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지도에 나타난 녹나무숲과 종가시나무숲 샛길인지 파악하기도 어렵다.


그냥 무시하고 마냥 걷는다. 걷다 보면 해송숲 팻말이 보이고 또 방향을 틀어서 걷다 보면 작은 수목원을 만난다. 걷기 힘들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벤치에 앉아서 깊이 심호흡을 해도 좋겠다. 싸온 주전부리라도 있다면 먹으면서 쉬어도 좋고.


사람을 만나 반가운지 한동안 울어대는 까치.


탐라산수목.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숲 안내문.


숲속에선 다양한 식물뿐만 아니라 몇몇 조류도 만난다. 이름을 알고 싶지만 집착을 버린다. 숲속에서 사람을 만난 게 반가운 모양이다. 머리 위 나뭇가지에 앉아 한참을 지저귄다. 까치 소리에 괜스레 입가엔 미소가 지어지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어디쯤일까. 아마도 작은수목원 안쪽인 것 같은데, 화사한 꽃이 눈에 확 들어온다. 제주도에서 봤던 수국이다. 팻말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탐라산수국’이라고 적혀있다. 자연스레 이 수국의 이름을 익히게 된다.


산책을 하다가 종종 걸음을 멈추게 된다. 곳곳에 숲에 관한 이야기가 적힌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망대도 몇 곳 설치되어 쉬어가게 한다.


한 바퀴 돌고 밖으로 빠져나가는 길. 온실 옆으로 길이 나있다.


산 중턱 임도까지 올라가진 않았지만 1시간 30분 정도 쉬엄쉬엄 산책을 한 것 같다. 곳곳에 좀 특이하다 싶은 나무엔 이름표가 걸려 있어 호기심을 해소해주기도 하는 산책길이다. , 띄엄띄엄 전망대도 설치되어 있어 휴식과 여유를 자연스레 만들어 준다.


온실 쪽으로 난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드디어 숲을 빠져나오게 된다. 맑은 공기 마시며 1사간 30. 그야말로 힐링의 시간이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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