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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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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더 나아가 클래식에 이렇게나 무지했다.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를 모르진 않았다. 이 오페라에 피가로가 등장하는 것도 알았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도 알았다. 물론 제목에도 피가로가 있으니 피가로가 주인공임을 굳이 오페라를 안 보고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피가로가 같은 인물임은 꿈에도 몰랐다. 로시니와 모차르트가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인물인 것도 클래식 문외한이었기에 전혀 몰랐고 두 피가로는 전혀 다른 작품에서 등장하는, 그저 동명이인일 거라는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기사를 쓰기 위해 자료를 찾다 보니 이런 새로운 사실(내겐)을 알게 되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래서 요즘 기사를 쓰면서 자료르 찾아 뒤지는 일이 행복하다. ㅎㅎ.


만능 재주꾼 피가로의 재치

경상오페라단 ‘세빌리아의 이발사’ 14~15일 경남문화예술회관 공연


오는 14일과 15일 오후 5시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경상오페라단과 진주시립교향악단에 의해 공연된다.


지난 4월 진주서 재창단한 경상오페라단은 2009년 서울서 전문예술단체 ‘폭스캄머앙상블’로 시작해 오페라를 비롯한 각종 기획공연을 펼쳐왔다.


이번 공연에서 최강지 대표가 예술총감독을 맡았다. 경상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이기도 한 최 대표는 2004년 마리아 칼라스 국제성악콩쿠르 2위에 오른 뒤 국제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2013년 한국창조경영브랜드 오페라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를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터이다. 그 줄거리도 대부분 어렴풋이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사족이 될 수 있지만 이번 공연에서 제목을 ‘세빌리아’로 표기한 것은 영어식 발음을 차용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영어 표기), 즉 에스파냐에선 ‘세비야’라고 발음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로시니의 오페라인 이 ‘세비야의 이발사’는 프랑스의 극작가 피에르 보마르셰가 쓴 희곡 ‘세비야의 이발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런데 로시니가 처음 이 작품을 작곡해 공연했을 때엔 제목이 다른 것이었다.


‘알마비바’ 또는 ‘소용없는 예방책’ 등의 제목으로 공연됐다. 왜냐면, 당시 로시니가 ‘세비야의 이발사’를 작곡했을 때 이미 파이지엘로라는 러시아 궁정작곡가가 같은 제목의 오페라를 유럽 30개국을 돌면서 장기공연을 하고 있던 때였다.


34년간이나 파이지엘로의 ‘세비야의 이발사’가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니 한참 후배인 로시니가 감히 같은 제목으로 작품으로 내놓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로시니 공연 초연 때의 에피소드를 보면 왜 그랬는지 짐작할 수 있다.


로시니는 로마의 ‘테아트로 디 토레 아르젠티나’라는 극장에서 초연을 했는데, 극장 건물도 부실한 데다 파이지엘로 추종자들이 몰려와 공연을 방해했으며 고양이까지 무대를 휘젓고 다녀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는 얘기가 전한다.


경상오페라단이 14·15일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창단 첫 공연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연습하고 있다. /경상오페라단


로시니의 오페라가 ‘세비야의 이발사’ 제목을 달 수 있게 된 것은 파이지엘로의 사망과 함께였다. 처음엔 관객들이 로시니의 오페라를 괴상하다며 흠을 잡았으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관객들도 파이지엘로의 오페라를 잊기 시작했고 로시니에게 환호를 보냈다.


작품 전체 줄거리는 파이지엘로나 로시니나 별 차이가 없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선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파이지엘로는 보마르셰 희곡에 맞춰 작곡했지만 로시니는 대본작가 스테르비니와 함께 많은 부분을 수정하면서 작곡했다.


줄거리는 이렇다. 에스파냐 마드리드에서 알마비바라는 백작이 우연히 로지나라는 아름다운 처녀에게 넋을 빼앗겨 그녀와 사귀려고 로지나가 사는 동네인 세비야까지 따라온다. 그런데 이 로지나에겐 바르톨로라는 나이 든 후견인이 있다. 이 후견인 역시 로지나에게 마음이 있는 터라 다른 남자를 함부로 만나지 못하게 한다.


매일 같이 로지나의 방 창문 아래에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어대던 백작은 그런 사실을 알게 되고는 고민에 빠진다. 마침 여기서 한때 자신의 하인이었던 피가로를 만난다. 피가로는 이 동네 세비야에서 이발소를 차려 일을 하고 있다.


피가로는 자신이 얼마나 인기있는 사람인지 알마비바에게 자랑한다. 그의 노래를 통해서. “모두가 나를 찾는다. 모두가 나를 바란다…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피가로피가로~”하고 부르는 노랫소리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피가로는 알마비바를 위해 계략을 짠다. 피가로의 계략대로 알마비바는 술 취한 군인으로 변장해 접근하기도 하고 로지나의 음악선생이 아프다면서 대타로 위장해 접근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 실패. 하는 수 없이 번개와 천둥이 치는 밤 사다리를 이용해 로지나를 탈출시키려다 바르톨로에게 들킨다.


경상오페라단이 14·15일 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창단 첫 공연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연습하고 있다. /경상오페라단


그 자리엔 로지나의 음악선생 바실리오도 있다. 그런데 이 음악선생은 이미 알마비바에게 매수당한 터였다. 결국 알마비바는 로지나와의 결혼에 성공하게 되고 뒤늦게 쫓아온 바르톨로는 발만 동동 구르게 된다.


주인공은 누구일까? 알마비바가 아닌 피가로다. 전직 알마비바의 하인이었던 이발사 피가로는 이후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 다시 알마비바의 하인으로 등장한다. 보마르셰의 희곡 ‘피가로의 결혼’은 ‘세비야의 이발사’ 후속작이다.


여기선 알마비바가 좋지 않게 묘사된다. 당시 신분사회 풍토가 그랬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의 이해를 위해 보충 설명을 하면, 알마비바는 그렇게 어렵게 결혼에 골인하게 된 로지나와 행복한 생활을 이어나가지 못한다. 그의 바람둥이 기질 때문이다.


알마비바가 흑심을 품고 있는 여자는 다름 아닌 자신의 하녀이자 피가로의 연인인 수잔나다. 알마비바는 피가로와 수잔나의 결혼에 초야권, 즉 신부가 결혼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과 먼저 자야 한다는 미개 풍습을 내세운다. 이에 피가로의 분노는 귀족을 비난하게 되고 이러한 표현들은 차후 현실적으로 신분사회의 근간을 흔들게 된다. 그래서 이 오페라는 공연 금지처분을 당하기도 한다.


지난해 3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세비야의 이발사’와 ‘피가로의 결혼’이 동시에 올라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전편에서나 후편에서나 피가로는 만능 재주꾼이자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으려는 인물로 그려진다. 뜬금없긴 하지만 오페라 속 ‘피가로’를 통해 오광대 탈춤 속 ‘말뚝이’가 떠오른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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