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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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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관람료를 내고 현대무용을 감상하기란 내게 쉽지 않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장르를 일부러 시간 내어 투자해야 하니 실익계산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통춤이라면 좋아하는 장르니까 비용이 들더라도 부담이란 생각이 들지 않지만 현대무용은 쉬 발길이 옮겨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취재 겸해서 경남발레단이 기획공연으로 올린 '별이 총총한 밤에 발레 즐기기'란 작품을 구경하러 갔다. 발레라는 타이틀이 붙어서 지난 주 이원국 발레단장의 강연도 들은 적이 있어서 그 내용을 되새김질하고 또한 발레에 대한 아주 얕은 지식을 머리에 담았다. 그런데 발레가 아닌 현대무용이라니.


어쨌든 공연을 보고 나서 많은 것을 느꼈다. 아니 보면서 느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중국 소수민족의 민속춤, 그리고 한국의 민속놀이를 결부한 춤사위, 그리고 한국인이 안무하고 춤을 춘 작품, 아프리카 안무가가 연출한 춤. 각각의 춤이 시작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난해하다 느낌이 왔다. 그저 이해하려는 자세를 포기하고 춤에 음악에 나를 맡겨버렸다. 그랬더니 현대무용이 난해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글은 경남이야기에 올린 공연리뷰다.


[공연리뷰]자아 꽃 피어난 춤이 보여준 오색(五色)

경남발레단 기획공연 ‘별총발’…중국·한국·부르키나파소 3개국 춤 선봬


오색찬란. 다섯 가지 색이 어우러지니 말 그대로 찬란하지 않겠는가. 13일 밤. 별이 총총한 밤에 창원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각기 색깔을 달리하는 다섯 개의 무용이 무대에 올랐다. 객석엔 금요일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대거 자리를 차지했고 일반 관객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2016년 경남발레단의 기획공연으로 마련된 이번 공연은 창원문화재단에서 주최했다. 지역예술인단체 지원사업으로 이뤄진 공연이다. 어쨌건, 제목 ‘별이 총총한 밤에 발레 즐기기’란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공연장을 찾은 것이다.


별총발’ 공연에 대해 설명하는 이계환 경남발레단 예술감독.


팸플릿을 보니 국내 무용수들의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 작품이 세 개로 가장 많다. 한국 작품 한 개, 아프리카 서북부에 있는 나라 브르키나파소 작품 한 개. 이때까지만 해도 발레라는 선입견이 의심 없이 생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무대 조명이 들어오고 이계환 예술감독이 마이크를 잡고 설명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모든 작품이 발레는 아니란다. 오늘 공연되는 무용은 학생들이 이전엔 경험하지 못했던 아주 생소한 작품일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기대하고 작품을 감상해달라고 했다.


다시 팸플릿을 들여다봤다. 그제야 출연진들의 의상이 발레완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이는 사진들임을 알아챘다. 오히려 잘 됐다. 발레라는 선입견을 내던지고 눈에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장시함
.


1. 월광(月光)


맨 먼저 무대에 오른 ‘월광’이라는 작품은 중국 양리핑이 안무를 맡은 것으로 장시함이 춤을 췄다. 무용수 머리 위에서 떨어진 스포트라이트. 주변은 캄캄하다. 이 달빛은 오직 무용수에게만 빛이 닿아 있고 무용수는 춤을 추면서도 이 달빛 영역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무용수의 움직임은 때론 해초 같기도 하고 꽃이 피는 모습을 타임랩스를 통해 보는듯한 느낌도 든다. 춤은 이색적이다. 팸플릿엔 중국 따이족의 민속춤이라고 되어 있다. “월광 아래 비친 각선미를 뽐내는 몸짓과 자유롭게 펼쳐지는 상상력, 자신의 감성과 월광의 성결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적혀 있다.


방령.


2. ()


두 번째 무대에 오른 작품은 중국 산이 80%, 물이 10%, 농경지가 10%인 곳에 사는 장족의 민속무를 창작무로 개발한 무용이다. 안무를 맡은 방령이 직접 춤을 췄다. 이 춤은 가벼운 듯 무겁고 무거운 듯 빠른 발 움직임이 특징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앞 작품 ‘월광’과는 움직임에서 상당히 비교가 되는 작품이다. 장족의 민속노래에 맞춰 넓은 무대 공간을 좌우로 폭넓게 동선을 그으며 춤을 추었다. 때론 애잔한 듯, 때론 기쁨이 넘치는 몸동작이 관객의 시선을 좌우로 지겹지 않게 끌고 다녔다.


박리영.


3. ()


연변대학예술학원 무용원 출신 박리영의 작품이다.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그가 직접 안무한 작품이다. 중국 출신이지만 한국에서 공부를 해서인지 의상도 한복에, 음악도 한국 전통 민속놀이에서 따왔다.


춤도 민속놀이를 연상케 하는 동작이 많이 들어갔다. 팸플릿에는 순()과 역() 사이에 미묘하게 공종하는 흐름을 몸으로 표현했다고 적혀 있다. 아주 익숙한 것임에도 낯선 느낌이 밴 무용이다.


이정민.


4. 파랑새


익숙한 현대무용을 보는 듯한 작품이다. 지금까지의 작품이 추상적 스토리 위에서 전개되는 춤이었다면 ‘파랑새’는 어느 정도 구체성을 띤다. 몸동작 하나하나에 대사가 들어 있는 듯하다.


팸플릿을 먼저 보면 춤을 더욱 이해하기 쉽다. “밝은 빛이 반사되며 빛의 정령이 말했다. 슬퍼하지 말거라. 너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뵈어서 기쁘지 않니? 하루치 행복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니? 그 새가 노래하는 것을 들어봐. 그 늙은 검은 새는 힘차게 노래하며 조그만 노란 눈은 기쁨으로 반짝였다. 얘들아, 파랑새를 찾는 동안 너희가 발견하는 잿빛 새들도 사랑하는 법을 배우거라.” 춤은 이 이야기 구조 위에서 표현된다.


엠마누엘 사누와 박용일, 악기엔 아미두 발라니.


5. 데게베(Ddgesbe)


역시 현대무용이란 느낌이 다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아프리카 서북부에 있는 부르키나파소라는 나라 출신인 엠마누엘 사누의 안무작이다. 엠메누엘과 한국인 박용일이 출연했다. 두 사람의 몸동작을 보면 대충 무엇을 말하려는지 느낌이 온다. 그러나 더 구체적인 것까지 알아차릴 수는 없다.


두 사람이 드럼처럼 생긴 악기연주에 맞춰 춤을 추는데 때론 같은 움직임을, 때론 대결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팸플릿을 보니 작품의도를 더욱 선명히 알게 됐다. 작품 속에는 저항정신이 깃들어 있다.


“인간 대 인간의 착취, 이기적인 자본주의와 같은 인류의 퇴보. 총과 같은 무기 없이 오직 가치로운 문화만으로 무장하여 우리들은 이 싸움에 기꺼이 뛰어들었습니다.…피부색으로 나뉜 인간의 우월과 열등, 우린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외었다.”


이 작품은 엠마누엘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의 경험들, 특히 한국에서 겪었던 일들 모두를 대상으로 삼아 작품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작품 제목 ‘데게베’는 엠마누엘의 민족어인 보보어로 ‘무엇을 찾고 있는가?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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