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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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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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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작, 활을 쏠 때 양손을 있는 대로 최대한 벌였을 때를 말한다. 내가 좌궁이므로 활의 줌통을 잡은 오른손과 깍지로 현을 건 깍지손이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다.

만작은 활쏘기에서 아주 중요한 자세다. 만작이 몸에 배어야 화살의 사거리가 일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줌손의 겨냥을 과녁 어디에 두느냐, 깍지손을 어느정도 높이로 하느냐도 중요한 변수이긴 한데 기본이 만작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만작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위를 놓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그렇다. 활의 세기는 52파운드에 크기는 장궁이다. 그런데 화살은 70그램에 70센티짜리다. 무게야 그렇다 치더라도 화살의 길이가 내 체형에, 그리고 활의 크기에 비해 짧은 편이다.

그래서 만작을 취하면 화살촉이 줌손 안쪽으로 들어와버린다. 이러한 상황이 궁사들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총으로 비유하자면 총알이 노리쇠 안에서 터져버리는 꼴과 같다.

오늘 처음 그러한 경험을 했다. 다른 궁사와 만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화살 길이가 자기에게 맞아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화살을 걸었다. 내 체형에서의 만작을 취해보니 화살촉이 줌통 안으로 들어왔다. 즉, 화살을 좀 더 긴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화살을 날린 자세는 제 자세가 아니었다는 결론이다. 양팔을 완전히 뻗지 않은 상태에서 화살을 보낸 것이다. 완전한 만작을 취해봤다. 다시 살짝 화살촉을 칠전피 옆으로 놓으며 시위를 놓았다.

정상적이지 않은 소리가 문제가 발생했음을 동시에 알려줬다. 활은 뒤집어지고 현은 다섯보 앞으로 떨어져나갔다. 화살은 스무보쯤 떨어진 곳으로 파열음을 내면서 내동댕이쳐졌다.


충격 때문에 손목이 좀 아프다는 느낌이 들었다. 참지 못할 만큼은 아니었다. 처음 겪는 일이라 무엇이 원인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화살을 주워보니 깃대쪽이 부숴졌다. 어떻게 이렇게 부러질 수가 있지?

옆에 있던 궁사는 화살이 활을 치고 나가면서 부러졌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가능성은 희박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깃대쪽이 부러진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하지만 이제 겨우 활을 잡은지 5개월 여밖에 안된 초보가 사오년을 한 궁사의 이야기에 반박할만한 경험이 없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정확한 원인은 회사에 출근해서야 알았다.

턱에 난 흰수염을 뽑는다고 거울을 봤을 때 빰 아래쪽에 칼로 벤듯한 상처. 아침에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전혀 통증도 느끼지 못했었던 뺨의 상처가 가느다란 핏자국을 길게 그으며 나 있었던 것이다.

활을 쏘면서 가장 우려하는 상황. 즉, 화살촉이 활에 걸려 그자리에서 화살이 부러지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재수가 없으면 눈을 찔러 실명을 할 수도 있고 부러진 화살이 살에 박히는 경우도 있다는 상황이다.

돌이켜보면 이만하기 천만다행이다. 8000원짜리 화살 하나 버리게 된 것이 아깝다는 순간의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안전. 모든 일에서 안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는 것 같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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