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집궁)초보 활잡이가 알아야 할 집궁 자세(3)궁력 궁체잡기
활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훈련이 궁체잡기와 궁력쌓기가 아닐까 합니다.
궁체를 잡는 이유는 활을 쏘는 자세가 올바르게 습관이 들어야 사대에 서서도 흔들림이 없고 안정된 자세로 시(화살)를 날려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궁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는 활을 당겨 만작을 취했을 때 힘이 달려 호흡이 고르지 못하게 되거나 손이 떨리거나, 혹은 몸이 활을 못이겨 고통을 느낀다면 시를 과녁까지 제대로 날려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궁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일단 궁력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궁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궁체를 형성할 수 없습니다.
궁력을 키운다는 의미는 자신의 신체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의 한계선까지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예를 자신의 신체가 발휘하는 힘은 활의 강도로 환산해 46파운드라고 쳤을 때 처음엔 35파운드 짜리 활도 당기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35파운드 활을 구입해 쓴다면 나중에 궁력이 제대로 쌓이고 나면 쓸모없는 활이 될 것입니다.
자신의 힘에 맞춰 최대한 강한 활을 권하는 이유는 강한 활일수록 살고(날아가는 화살의 높이)가 낮고 바람의 영향을 덜 받으므로 명중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궁력을 키우려면 좌궁일 경우, 오른 팔은 미는 힘을 키우고 왼팔은 당기는 힘을 키워야 합니다. 활이 없을 때엔 벽을 밀거나 타이어 튜브를 당기는 등 여러 방법들이 있겠으나 가능하면 활을 가지고 궁력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처음엔 낮은 강도의 활을 가지고 빈활을 당기면서 서서히 세기를 조절해가면 대체로 2개월 정도(하루에 1시간 정도 훈련을 했을 때)가 되면 자신에게 맞는 활을 정할 수 있습니다.
활을 배울 때 가장 힘든 고비가 첫 2개월입니다. 이때엔 몸을 활에 맞추는 기간이라서 지루하고 힘든 일밖에 없으니까요. 처음부터 화살을 날리게 되면 잘못된 궁체가 몸에 배여 나중에 고치려면 더 어렵기 때문에 가능하면 지겹고 힘들더라도 참고 이 기간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정에 회원으로 등록했다가 2개월이 안 되어 그만 둔 사람들은 모두 이러한 과정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나의 경우, 꼬박 2개월 동안 화살을 활에 얹지 않고 힘을 키우고 궁체를 바로 잡는 훈련만 했습니다. 46파운드 당기는 힘이 52파운드로 고정되었고 궁체역시 활을 쏠 때마다 거의 변화가 없이 고정화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활을 쏘는 모습이 사람마다 다 똑같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다른 자세로 활을 쏘고 있음을 발견할 것입니다.
다리를 옆으로 벌려서 쏘는 사람, 허리를 홱 돌려 쏘는 사람, 활을 아래서부터 끌어당기며 올려서 조준하는 사람 등등... 각양각색입니다. 궁체가 이렇게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은 일정 정도의 수준에 오른 사람들이 기본기를 바탕으로 궁체를 자신에 맞게 개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제대로 된 궁체는 어떤 자세일까요. <조선의 궁술>이라든지 몇 가지 서책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공통적으로 발의 모양, 깎지손 형태, 죽머리와 죽 넣기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용마정 최낙도 사범으로부터 배운 궁체를 설명하겠습니다.
1. 발의 자세는 '丁' 모양도 아니고 '八' 모양도 아니게, 즉 비정비팔(非丁非八)로 하되 자신의 몸을 안정적으로 떠받치는 자세를 취하면 됩니다. 양발에 힘은 똑같이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쪽으로 힘이 쏠리면 화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2. 오금과 괄약근에 힘을 줍니다. 오금과 괄약근에 힘을 주면 상체가 곧추서고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자세에서 시위를 당길 수 있습니다.
3. 상체는 힘을 뺀 상태에서 서서히 활을 당기되 호흡은 들이쉬었다가 70% 정도 내뱉은 다음 만작을 취하고 3초 정도의 유전(활을 당겨서 그대로 유지하는 것) 후에 살을 보냅니다.
4. 줌손(활을 잡은 손)은 항상 일정하게 줌통을 잡아야 합니다. 이것이 잡을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한다면 화살의 사거리가 들쭉날쭉하겠지요. 활을 잡을 때 줌손은 하삼지, 즉 아랫쪽 세 손가락으로 줌통을 감아쥐게 되는데 이 세손가락에 힘을 주어야 현이 뺨과 팔을 때리지 않습니다. 며칠 전 아홉순(다섯발씩 발시 9회)을 쏘다보니 줌손에 힘이 빠져 뺨을 세게 맞았는데 기분이 별로 안 좋습니다. 궁력향상이 절실한 대목입니다.
5. 화살 끝(오늬)깍지손은 약간 안쪽으로 감아쥡니다. 그래야 화살이 밖으로 회전을 하면서 살대가 흔들리지 않고 공기 저항을 줄이면서 힘있게 날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깍지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엄지에 끼는 깍지가 얼마나 자신의 손가락에 잘 맞느냐하는 것은 활을 당기는 궁력을 키우는 일만큰 중요합니다. 깍지가 손가락에 맞지 않으면 엄지의 고통은 활을 쏘는 내내 따라다니게 됩니다. 또한 습사를 2개월 넘게 하다보면 자연히 엄지 마디에 굳은 살이 생기면서 손가락이 조금 굵어집니다. 그러다보면 처음 손가락에 맞던 깍지가 작아진 듯한 느낌을 받게되는데 심한 경우 깍지가 손가락에 잘 들어가지 않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처음 구입할 때 약간 큰듯한 것을 사는 게 좋겠습니다.
6. 깍지 이야길 약간 덧붙이면, 깍지는 소의 뿔로 만든 것이므로 사포로 문지르면 잘 깍여나갑니다. 앞의 예에서처럼 손가락이 굵어지면서 깍지가 맞지 않으면 사포로 안쪽을 긁어내어 손가락에 맞추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처음 살 때 약간 굵은 깍지가 좋겠죠. 깍지에는 손가락에 끼웠을 때 이를 고정시키는 가죽이 있는데 조금 굵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조금 넓게 된 것을 사용했는데 손가락에 피가 통하지 않아 무척 애를 먹었으면서도 한동안 이게 정상인줄 알고 사용했지 뭡니까.
7. 깍지손은 최대한 가슴에 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줌팔에 힘이 덜 들어가고 과녁을 겨냥하기도 수월합니다. 이때 고개는 반듯히 세운 상태에서 과녁을 향해야 합니다. 두눈은 뜨되 좌궁일 경우 왼쪽 눈을 기준으로 과녁을 조준해야 합니다.
8. 대체로 자신의 신체조건에 맞는 활을 사용할 경우 만작을 취하면 촉이 줌손 엄지손가락에 살짝 걸치게 되는데 중요한 것은 당길때마다 위치가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밀리 더 당기느냐 아니냐에 따라 화살이 날아가는 거리는 많은 차이가 납니다. 만작일 때 활의 세기가 극대화되기 때문입니다.
9. 처음 활을 배우는 신사에겐 거궁자세도 중요합니다. 구사들 중에 교과서적인 거궁자세를 취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합니다. 어느 정도 수련과정을 거치고나면 나름대로 거궁자세를 개발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부는 잘못 배워서 자신만의 거궁자세가 형성된 사람도 있을 터이고요.
10. 교과서적 거궁자세는, 참 거궁을 하는 이유는 활 시위를 제대로 당기기 위함입니다. 활의 줌통과 오늬가 낀 현을 잡은 양손을 항아리를 감싸듯 하면서 높이 든 자세입니다. 이때 양팔은 원을 그립니다. 중요한 것은 어깨도 함께 추켜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만작을 취할 때 어께 죽머리도 팔꿈치 죽과 함께 들어가 전추태산(前推太山), 태산을 떠밀듯한 자세가 되어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11. 만작을 취하고 난 다음의 동작은 발시, 즉 화살을 날리는 행동입니다. 궁체와 궁력만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발시 순간이 희열일 수 있습니다. 발시 다음, 2초 7 혹은 3초 후에 화살이 과녁을 때릴 테니까요. *^^*
신사의 경우 얼마나 궁력올리기와 궁체잡기에 노력을 많이 했느냐에 따라 3~4개월 후 시수(명중 수) 차이가 많이 납니다. 궁력을 키우기에 게을리 한 궁사는 몇 순을 쏘지도 못하고서 힘이 빠져 살을 보내기 힘들게 되며 궁체를 제대로 잡지 못한 궁사는 살을 날릴 때마다 이랬다 저랬다 하게 되어 명중률을 높일 수 없습니다. 이것이 궁력과 궁체의 중요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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