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98)
돌이끼의 작은생각 (110)
돌이끼의 문화읽기 (476)
다문화·건강가족 얘기 (20)
경남민속·전통 (14)
경남전설텔링 (74)
미디어 웜홀 (142)
돌이끼의 영화관람 (21)
눈에 띄는 한마디 (8)
이책 읽어보세요 (76)
여기저기 다녀보니 (92)
직사각형 속 세상 (92)
지게차 도전기 (24)
지게차 취업 후기 (13)
헤르테 몽골 (35)
돌이끼의 육아일기 (57)
몽골줌마 한국생활 (15)
국궁(활쏘기)수련기 (16)
Total
Today
Yesterday
11-08 06:31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텃밭에 심었던 배추는 칠순의 아버지와 다섯해 젊은, 그래도 신체나이는 아버지보다도 훨씬 많은 어머니가 수시로 벌레도 잡고 물도 주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배추 수확하던 날 한숨밖에 나오는 게 없었던 그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단지 농약만 안 쳤다 뿐인데 배추가 속이 텅 빈 데다가 잎마다 구멍이 숭숭 뚫려 징그럽게도 보였던 그 배추만 생각하면 '두 번 다시 배추는 심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각오를 떠올립니다. 아버지는 아무리 배추가 비싸도 사먹지 심지마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또 배추를 심고 말았습니다. 텃밭 장소를 바꿔서 예전 포도나무 있던 곳에 배추 마흔 포기를 심었습니다. 양지바른 곳이어서 배추가 생각보다 잘 되었습니다. 아마도... 올해 배추가 이렇게 잘 된 데는 농약의 힘이 컸을 겁니다.

심을 때 퇴비를 한포대 다 뿌린 것도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배추 모종을 줄지어 심고 애매한 곁에 심은 것은 거의 자라지 않습니다. 그곳에는 퇴비를 뿌리지 않았거든요. 퇴비를 뿌리고 농약을 친 배추는 자라기도 잘 자라거니와 벌레도 별로 없습니다. 배추잎을 모아서 묶기 전에 한 번만 더 농약을 칠 계획입니다. 총 네 번 정도 치게 되네요. 농약이 쌓여 몸에 해로울 것 같긴 한데, 그래서 김장을 할 때 깨끗이 씻어서 절이려고요.

어차피 우리가 먹을 건데 괜찮아요. 좀 더 신경을 써서 김장을 할 수 있을 거니까요. 시장에서 산 배추는 그냥 예사로 흐르는 물에 한 번 흔들어 씻어서 담그게 되죠. 우리보다 더 농약을 쳤을 수도 있는데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거죠.

우리 꺼는 농약을 네 번이나 쳤다는 것을 아니까 소홀이 할 수 없죠. 오히려 안전할 거란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이 배추를 남에게 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농약을 무려 네 번이나 친 것을 남에게 줄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올핸 배추보다 양념값이 너무 비싸 김장할 엄두를 못낼 것이라 하던데...

아, 괜히 배추를 심었나.

배추 자란 화단 가에는 국화가 눈을 뜨고 있습니다. 배추에 치중했을 땐 다 베어버리고 싶었는에. 가을이 짙어지면 보람도 있겠지요.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