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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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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개월 전 쯤 범인의 절도 시도가 있었다. 그땐 잠금장치의 열쇠구멍이 훼손되긴 했지만 열지 못하자 포기하고 돌아갔던 사건이었다. 다른 자전거에 잠가두었던 체인락으로 교체해 지금까지 잘 버텨왔는데 어제서야 결국 자전거를 도둑맞고 말았다.

자전거 도난은 5살 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자전거를 도둑맞고 나니 마음 속에선 찬물과 따스한 물이 교차한다. 잘됐다. 이참에 하루 1시간 정도 출퇴근할 때 걸어다니자. 건강에도 자전거보단 오히려 도움이 될 거야. 아니지. 이 더운 여름에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면 시원하기도 하고 시간도 절약하고 좋았는데...

내가 다섯 살 때. 자전거는 집앞에 두었다. 아버지가 세탁소를 하였기 때문에 창밖으로 자전거가 보였다. 동생과 놀다가 밥먹으러 잠시 들어왔던 거서이다. 수시로 고개를 돌려 자전거가 잘 있는지 살폈음에도 어느 순간 그 예쁘고 빨간 세발자전거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잘못 보았나? 하고 다시 눈을 크게 뜨고 자전거의 존재유무를 확인했다. 역시 처음 목격했던 순간이 환상이 아니었다. 밖으로 쫓아 나갔다. 아무도 없었고 자전거도 흔적이 없었다. 자세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자전거를 잃어버리자마자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말은 분명히 생각난다. 밥 먹을 땐 자전거를 갖고 들어와야지. 그렇게 아무렇게나 두니까 도둑맞는 거 아니냐? 두 번 다시 자전거 사달란 말은 하지 마라."

아버지와 함께 몇 날 며칠을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비슷하게만 생겼어도 우리 자전거인 것만 같았다. 그렇게 도둑맞은 자전거를 찾아 헤매다보니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자전거가 부지기수였다. 나는 그 중에 하나 그냥 내 것으로 해버리면 어떨까 고민을 했다. 말하자면 나도 내것을 훔친 사람처럼 남의 것을 훔쳐서 사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을 먹었더랬다. 그런 마음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봤다.

"니 꺼가? 아니면 가자."

그 날 이후로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한 번, 고등학교 2학년 때 한 번. 두 번을 자전거 운전을 했는데 그 때마다 허벅지와 발목을 다쳤더랬다. 자전거와 나는 인연이 없나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 잃어버린 자전거는 꽤 오랫동안 인연을 지속했다. 10년은 되었을 것이다. 그 동안 실제 이용한 기간은 불과 3년도 안 되지만 사고 한 번 나지 않고 정이 붙어 있었다. 비록 오래되고 페달 체인이 간혹 헛돌긴 해도 출퇴근 길의 동반자나 다름없었다.

자전거는 도난 당하고 길거리에 내던져졌던 자전거 잠금장치. 잠금부위가 심하게 훼손되어있다.

어제 자전거를 잃어버리고 온 동네를 뒤졌다. 물론 찾을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방금 자전거를 훔쳐간 놈이 인근에 산다고 해도 밖에서 보이는 곳이 놓아둘리 만무할 테니까. 그래도 마음은 자꾸 동네를 휘젓고 다니게 만들었다. 그래, 그렇게 라도 해야 속에 응어리진 게 풀린다면 그렇게 해야지. 두어바퀴 돌았다. 두 번째 돌 때 자전거잠금장치를 길에서 주웠다.

이런 낮에 아파트 한 쪽에서 자전거 잠금장치를 부수어, 그것도 중고시세로 3만 원도 되지 않을 낡은 자전거를 훔쳐갈 사람은 중학교 남학생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학교 마치고 친구들과 돌아다니면서 자전거 절도를 일삼는 것을 보면 분명 다음에도 그짓을 하러 우리 아파트를 찾을 것이란 계산도 나온다.

계산은 나오지만 현재로선 되찾을 방법이 없다. 10년간 정이 들었던 내 자전거를 포기는 하겠는데 마음이 자꾸 끓어오른다. 자전거를 훔쳐간 놈은 분명 사고를 당할 것이다. 그래서 훔쳐간 것을 후회할 것이다. 이렇게 마음 속으로 저주를 퍼부었다. 이것이 본능인가보다.

집에 들어와 저녁을 먹으며 아내가 아이들에게 자전거 도난당한 이야기를 했다. 둘째 놈이 갑자기 흥분을 한다. 우리집 머스마는 나보다 더 다혈질이다. "으씨, 내가 잡으면 그냥 야구방망이로 콱!"하며 격앙된 목소리를 낸다.

"방망이로 사람 때리면 죽는다."

나도 그렇게 분함을 참지못해 마음을 다스리지 못했으면서 자식이 흥분했을 때 어찌 그렇게 차분해질 수가 있었을까.

40여년 전 아버지의 마음이 지금 나와 같은 것이었을까.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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