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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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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운이 좋았다. 2009년 5월 12일은 마산에 있는 경남중장비학원에서 지게차 국비 교육이 시작되는 날이다. 벌써 한 달 전에 수강신청을 해놓았기에 오늘이 되기만을 기다리며 생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에 아내를 일터까지 바래다주고 돌아와 아이 밥을 챙겨 먹이고 학원으로 향했다. 비가 조금 내리기에 우산을 손에 쥐었다. 내리다 말다 하는 비가 자꾸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게 만들었다.



학원에 도착하니 강의실에서 강사가 뭔가를 설명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벌써 수업이 시작된 건가?' 신청서를 작성할 때 분명히 오늘 9시 30분까지 오라고 했는데……. 바로 들어갈까 하다가 사무실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전에 그 사무실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사무장이란다. 그 사무장이 "강의실로 들어가시죠……." 하다가 내 얼굴이 기억났는지 "아, 잠깐. 이리 오세요."하고 사무실 안으로 부른다.



"성함이?" 내 이름을 알려주자 "선발되었다고 전화연락을 혹시 받았습니까?"라고 묻는다. '선발?'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선발이라니……. 그럼 내가 교육생으로 선발이 되지 않았다는 말인가……. 이런 황당한……. 쭈뼛쭈뼛 망설이고 있는데 교육생 리스트를 쭉 보더니 한 명을 볼펜으로 쭉 긋더니 대신 내 이름을 쓴다. "오늘 한 사람이 교육을 받지 않겠다고 전화가 와서요. 대신 하시면 되겠네."라고 한다. 나는 탈락되었는데 선발된 사람 중에 빠진 사람이 있어 운 좋게 선발된 것처럼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쩌면 첫 날 좀 늦게 학원을 간 것이 운대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일찍 갔더라면 '선발되지 않았는데요. 다음 기회에…….'했을지 모를 일. 그 양반이 언제 포기 전화를 학원에 주었는지 모르지만 떨어진 줄도 모르고 학원에 간 것이 이렇게 재수를 붙잡게 될 줄이야……. 우체국 통장 계좌번호를 적고 신분증을 복사해야 한다기에 운전면허증을 주었다. 은근히 물어봤다. "나이가 많아서 탈락된 건가요?" 그랬더니 사무장이 "글쎄요."하고 말을 흐린다. "운이 좋은 겁니까?"했더니 피식 웃음을 흘린다. 그리고 안내대로 강의실로 들어갔다. 강의실에는 스무댓명이 앉아서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오늘에야 알았다. 수업시간이 오전 9시 10분부터라는 것을. 아마도 선발된 사람들에겐 9시 10분까지 오라고 통지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오후 1시 30분에 수업을 마치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오후 3시 30분에 마치는 것으로 되어있다. 내일부턴 아내를 바래다 줄 여유는 없을 것 같다.



오늘 5월 12일부터 6월 12일까지는 합성동 학원에서 이론수업을 한단다. 그리고 6월 13일부터 7월 31일까지는 북면 감계에 있는 실습장에서 실기를 한다. 뒤늦게 이름을 알았지만 첫 시간 수업을 안내한 강사는 황효준이라는 사람인데 스스로 71년생이라고 소개했고 굴삭기, 기중기, 타워크레인 등 여러 중장비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요즘엔 대학 강의를 하려고 전문대학에서 자동차학 야간 과정을 밟고 있단다.



시험에서 떨어지더라도 1년간은 자격증을 딸 수 있게 사후교육을 해준단다. 강사는 'AS'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국비교육은 이 직업전문학교에선 굴삭기와 지게차만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게차 자격증이 있으면 로더, 도저, 굴삭기, 크레인, 모터그레이더, 스크레이퍼 등 시험을 칠 때 이론을 면제한다고 한다.



3톤 미만의 굴삭기는 '공투'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골목 하수구 파는 작은 굴삭기는 2.2톤인가 그렇단다. 보통 굴삭기는 5.5톤이며 시험은 부산에서 친단다. 출석률이 80% 이상이 되면 자격증을 땄을 시 조기 취업을 시킬 수 있단다. 그리고 이론 시험을 칠 때 날을 맞춰서 원생들이 함께 갈 것이란다. 6월 10일 쯤에 이론 치러 가는데 여기서 떨어질 경우 실기 수업 기간 중에 언제든 칠 수 있단다.



이론은 60문제 중에 36문제만 맞추면 합격이다. 과락 없으며 60점만 받아도 합격이니 부담가질 필요 없다고 한다. 82기 원생들은 90% 취업에 성공했는데 가면 갈수록 취업률을 떨어진단다. 경기가 안 좋아 50%정도 취업한단다. 그리고 이론에 합격하면 2년간 이론 시험 없이 실기 시험을 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국비 교육을 받으면서 연속 4회 출석을 하지 않으면 자동 탈락이 된다. 산업인력공단에서 전산 상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탈락을 막을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훈련 중에 교육을 포기할 경우 3개월이 지나야 다른 국비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중도탈락자는 다른 교육기관에 가더라도 잘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출석 체크는 예전에 수기로 하는 출석부를 사용했는데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아 요즘엔 카드로 체크한다. 그런데 이 방법도 문제가 있다. 주변의 다른 학원은 원장이 원생들의 카드를 모두 가지고 있다가 출석하지 않은 사람 대신 카드를 긁었다가 발각돼 교육비의 열 배를 물어주고 결국 문을 닫기도 했단다. 그래서 요즘엔 지문인식 출석 체크 시스템이 개발, 도입되는 추세라는 것.



2교시엔 '노동부 직업훈련-신한체크카드' 회원가입 신청서와 사전교육 이수확인증, 실업자 등 직업훈련 서약서를 작성했다. 지게차는 경유, 전동, 가스차가 있다. 3톤짜리 지게차 새것 하나에 3500만원한단다. 교육을 마치면 주로 회사에 취업을 하는데 간혹 개인지입하는 경우도 있다.



지게차를 영어로 하면, 지게……. 지게가 영어로……. 패널을 보니 'FORK LIFT'라고 되어있다. 포크리프트구나.


지게차 이론 시험은 기관, 유압, 도로교통법, 냉각장치, 배터리, 윤활장치, 작업안전, 도시가스, 건설기계법령 등에서 나오는데 기관과 유압 부문에서 가장 많은 문제가 출제된다고 한다. 자격증이야 수료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80% 출석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출석일수가 안 되면 학원에도 피해가 가는 모양이다. 80% 출석을 하면 수료증을 준단다. 비록 써먹을 데는 없지만.



실습은 A, B조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한사람이 하루에 30분 정도 차를 몰 수 있단다. 처음에야 겨우 그 정도만 운전하느냐고 항의지만 나중엔 타기 싫어서 빠지기도 한다고. 6시간 수업 중에 그 외엔 자유시간이란다. 책을 봐도 되고, 운동을 해도 되고. 술과 도박만 아니라면 괜찮단다. 강사 말로는 실습기간에 어떤 사람은 직업상담사나 부동산 관련 공부를 하는 사람도 봤단다. 한 달 보름 넘게 민방위 교육 받는 느낌이겠다.



4교시가 되자 다른 강사가 들어왔다. 이름이 황효진이다. 스스로 교학부장이라고 소개했다. 앞의 강사와는 사촌지간이란다.



이 강사의 말로는 작년까진 고용보험 적용자가 아니면 이 교육(국비)을 받을 수 없었는데 올해부터 모두 교육받을 수 있게 바뀌었단다. 30명 정원에 50~90명 신청을 하는데……. 그러니까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선택받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럼, 나는? 탈락되었는데 누가 빠지고 하필(?) 오늘 탈락한 줄도 모르고 학원에 공부할 거라고 찾아간 나도 선택받았다는 것인가……. 거시기하네.



이 강사는 앉아있는 교육생들보고 이렇게 묻는다. "여러분은 무엇 때문에 윗자리에 앉아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자격증 취득이라고 대답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강사가 원하는 답은 '취업'이었다. 학원을 수료하면 생활정보지에 나와 있지 않은 여러 일자리를 소개해준단다. 창원LG2공장이나 함안 공단 쪽……. 직업학교 역사가 오래 되었으니 선배들 중에 부장이나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이 많아 직접 구인요청이 온다는 것이다.



교학부장이란 이 강사는 졸리면 그냥 엎드려서 자라고 권한다. 안자는 척 꾸벅거리다간 목관절 상하기 때문이란다. 중장비시험은 감독관의 육안으로 판정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선 합격률이 높다고 한다. 대체 이런 얘길 해도되는 건지... 큰 실수가 아니면 무사통과라는.... 어쨌든 이까지 이야기를 듣고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돌아왔다. 걸어서 딱 7분 걸리네.



점심을 먹고 다시 직업학교로 돌아간 시각이 1시 38분. 2분 전 착석. 앞번 강사가 들어오면서 하는 말. "여러분 밥 맛있게 먹었습니까?"라는 질문에 "예."라고 원생들이 대답하자 "이 근처엔 맛있는 집이 없습니다. 터미널 주변엔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지게차 엔진의 모양을 칠판에 그렸는데 여기선 어떻게 그려낼 수가 없다. 어쨌든 실린더 블록엔 커버와 피스톤, 실린더, 크랭크 축, 실린더 블록, 커넥팅 로드, 변속기, 플라이 휠,오일팬, 종감속기어, 차동기어...



그리고 실린더의 폭발 순서는 압축-폭발-배기-흡입이란다. 실린더 4개 있을 때 실린더의 운동 순서를 나타낸 말로 1, 3, 4, 2와 같은 표현이 있는데 이건 문제에 잘 안나온단다. 지게차 코스는 큰 원에 가운데 10자로가 그려진 코스에서 아래 왼쪽에서 출발해 오른쪽 드럼통 팔레트를 싣고 가운데 길로 빠져나와 가운데에서 우회전, 다시 좌회전, 돌고, 끄트머리 짐을 내려놓았다가 다시 팔레트를 싣고 후진으로 왼쪽, 아래로 빙 돌면서 처음 출발지로 되돌아 오는 것이다. 이런 중장비일도 뒷돈이 많이 생긴다는 강사 말이 의외다. 타워크레인의 경우 옛날엔 100만원이 넘었는데 요즘엔 60만 원도 안된다고. 그놈의 IMF 때문에.



각자가 출석부에 사인을 하고 수업을 마쳤다.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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