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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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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인 한 아이가 결국 학교생활을 접고 말았습니다. 아이의 말로는 같은 학급의 아이들이 계속 괴롭혀서 도저히 학교에 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너무나 내성적인 이 아이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이런 고민에 휩싸였지만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전혀 말하지 않고 속으로 삼키며 견디어 왔습니다.

속으로야 엄청난 분노를 일으키며 온갖 상상을 다 했겠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행동으로도 표출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에게나 부모님에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고자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고자질이 나쁘다는 인식도 그렇지만 결국 나중에 피해를 보는 것은 자신이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의 고통을 발설하지 않았습니다.

성적에 몰입한 공교육

이 아이는 자신이 공부를 잘하면 선생님에게 관심을 얻고 이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듯합니다. 그래서 기본학습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학원에 나가 밤 11시까지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남들만큼 공부를 하면 저절로 반에서 성적이 올라갈 거라고 착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나 학원에서나 아무리 공부를 해도 성적은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여전히 자신을 괴롭힌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본학습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앞서나가는 수업 진도를 따라갈 수 없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습니다.

공부를 잘해서 선생님의 관심을 얻고자 했던 계획과, 그래서 친구들의 괴롭힘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고 판단한 아이는 더는 학교에 나갈 수가 없었나 봅니다. 두려움이 얼마나 심했던지 정서불안 증세까지 보이던 그 아이는 하는 수 없이 지난 여름방학 때 부모의 동의로 휴학하고야 말았습니다.

학교가 어떤 곳인가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나이 7살이 되면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공식적으론 이때 처음으로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교육을 받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유치원이나 학원 같은 곳에서 미리 교육을 받고 초등학교에 들어갑니다.

취학 전에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또래 아이들에 비해 뒤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초등학교 1학년 때 기초교육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학교에선 대부분 한글과 수셈 등 기초교육이 된 상태라고 여기고 수업진도를 빠르게 나가기 때문입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기초학습이 부진한 아이는 기본학습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또래 아이들과 수업을 받지만 그냥 공부 못하는 학생 정도로만 치부될 뿐 선생님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세월을 보내게 됩니다. 사실 오늘날 학교에선 선생님이 반 아이들 모두에게 관심을 쏟아 달라고 요구하기 무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각종 행사에 공문서 처리할 것이 좀 많습니까. 오죽하면 선생님들의 가장 큰 요구가 '학급에서 학생과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으면'하는 것이겠습니까.

꼴찌와 왕따에 관심을

어쩌면 이 때문에 학부모가 공교육에 신뢰를 다 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학교 교육이 너무 성과 위주로 흐르는 것도 문제입니다. 서울대에 학생을 많이 진학시키는 고등학교가 좋은 학교로 평가받다보니 인성교육 보다는 아이들의 성적에 집중해 교육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교육의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공부를 못하는 아이는 선생님의 관심 밖으로 떨어져나가게 되고 자연히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찌 보면 공교육에만 의지하다가 손해를 보는 처지에 놓였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대안학교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을 보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뛰쳐나오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공교육이 학업성적이 부진하거나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공교육이라면 이 아이들을 더 챙겨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가만히 놔두어도 공부를 잘 하지만 못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교의 목적이 올바른 사회인으로 기르는 것이라면 '꼴찌'와 '왕따'에 더 관심을 두는 것이 마땅하지요.

부모와 학교의 무관심에서 아이들은 방황하기 시작합니다. 요즘같이 좋지 않은 환경이 세상살이 곳곳에 퍼져 있는 상황에선 더욱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아이가 내색하지 않더라도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살펴보는 게 부모나 선생님의 역할일 것입니다. 공교육은 그늘에 있는 아이를 양지로 불러내 끌어안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 아닐까요.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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