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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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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8 어버이날 소회
  2. 2009.05.01 "너, 모자 안 쓸래?"
  3. 2009.04.15 막내를 데리고 처음 등산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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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30분. 아내의 출근과 아이들의 등교 시간을 가늠해 아침 반찬을 만드느라 빠르게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데 중학생 큰 아이가 엄마 아빠의 눈치를 보고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카네이션을 달아줄 적절한 타이밍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아내는 바빠서 아침도 대충 몇 숟가락으로 때우고 나서기 바빴고 나역시 급하게 화장실에 들어가야 해서 아이에게 적절한 기회를 주지 못했다. 그제야 아이가 "엄마 아빠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사진을 한 장 찍어드릴게요." 하는데 정신없이 바쁜 순간이라 그러질 못했다. 진작에 말했으면 어찌 시간을 맞춰볼 수도 있었을 텐데. "저녁 때 같이 사진 찍자."하고 아이를 달랬다.

그런데 나는 아버지 어머니께 카네시션을 달아주지 않는다. 물론 어렸을 때엔 일부러 만들어서 숙제처럼 카네이션을 달아드렸지만 조금 컸다고, 또 아빠가 되었다고, 또 이유를 알 수 없는 이런 저런 핑계로 어버이날에 부모께 무심한 내 모습이 아이를 통해 알게됐다. 아내는 "그래도 어버이날인데 어머니께 용돈이라도 드리자"하는데 정작 살림을 사는 나로서는 아내의 그 말도 부담이 됐다. 이번달 카드사용금액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돈을 융통해야 하는데... "어머이한테 돈 안 줘도 된다." 빚을 내서라도 주잔다. 에휴.

정말 팍팍한 생활이다. 그게 삶의 여유를 뺏고 있는데 막을 방법이 없다. 말로 하는 애정표시도 부모님이 좋아하시지만 자식의 마음은 그것만으론 부족하다고 느낀다. 자식의 이런 모습이 안쓰러우신 걸까. 어머니께서 점심을 사준다고 하시는데 이왕 쓰는 카드 오늘 결제하고 다음 달에 어찌 해결할 요량을 해야겠다. 

내 자식이 나에게 하는만큼 나 역시 부모님께 효도 흉내라도 내는 게 사람의 도리일 듯하다. 카네이션 가슴에 다는 것은 쓸데없이 돈쓰는 일이라며 싫어하시니 이번에도 말로만 하는 애정표현으로 때워야할 것 같다. 더 나이 드시기 전에, 기회가 없어지기 전에 진하게 효도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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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운동회 때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농악무용을 할 모양인듯 한 무리의 아이들이 교실에서 줄줄이 나왔습니다. 밖으로 나오면서 몇몇 아이들은 쓰고 있던 농악모자를 벗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걷고 있던 선생님이 한 아이에게 호통을 쳤습니다.

"너, 모자 안 쓸래?"
아이는 주뼛주뼛 모자를 올려 쓰면서 다른 아이들을 둘러봅니다. 주변에는 자신 말고도 모자를 벗은 아이들이 제법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선생님을 다시 쳐다보지만 선생님은 금세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모자를 쓰지 않은 다른 아이들은 야단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선생님은 자신만을 미워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또 오늘 정말 재수 없고 일진이 안 좋다는 감정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아이는 아마도 자신에게 핀잔을 준 선생님에게서 상처를 위로받을 수는 없을 겁니다. 왜냐면 선생님은 아이가 받았을 법한 상처를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 선생님은 당장 눈에 보이는 잘못된 모습에 감정을 일으켜 주변을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다른 아이도 모자를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채 한 아이에게만 짜증내듯 격한 목소리로 야단을 쳤다는 자신의 모습을 영원히 깨닫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런 차별을 받은 아이는 과연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혹은 어른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칭찬을 할 때는 몰라도 야단을 칠 때엔 전후사정과 분위기 등 여러 환경을 고려해야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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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좀 과장된 감이 있다. 왜냐하면, 겨우 뒷산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것도 첫번째 고개에서 돌아왔기에 더더욱 등산이란 표현이 걸린다. 하지만 지원이가 처음 스스로 걸어서 산을 올랐기 때문에 좀 표현이 거창하면 어떠리.

 

 마산 석전동 뒤쪽으로는 산에 갈 수 없는 줄 알았다. 왜냐면 철로로 가로막혀있기 때문이다. 바로 옆에 마산역사가 큼지막하게 버티고 있으니 어디로 가야하는지 일부러 찾아보기도 귀찮고 하여 벌써 4개월을 그렇게 생각만 하고 보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산이라면 어디라도 가고싶은 마음이 생각을 사로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오늘은 아내의 생일이자 우리의 결혼기념일인데 아침부터 기분나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론 나 때문일 것인데... 우리 가족만큼이나 의사표현을 하지 않고 상대가 눈치채고 알아주길 바라는 가족은 없지 싶다. 툭하면 내뱉는 말이 "그것도 모르나?"인 것만 봐도 그렇다. 말하지도 않고 가르쳐주지도 않고 알고있길 바라는 욕심이 어쩌면 사소한 불화의 원인일 것이다.

 밥차리고 지원이 엉아한 것 처리하고 보니 차려놓은 아내의 생일밥 난 입에 대어보지도 못했는데 아내는 일터에 데려다주는 길에 큰놈 학교 바래다 주라는 얘길한다. 오랜만에 온가족이 앉아서 식사를 하려했던 계획이 물거품된 것도 속상한데 밥도 먹지말고 기사노릇하란 요구에 짜증이 끓었다. 미리 말을 했더라면 이해할 수도 있었겠는데 갑자기 그러니... 그래도... 바래다 준다고 했는데 관두라니... 그 말에 더욱 화가 치밀었다. "엄마, 어디가? 엄마 같이가."하고 우는 아이 데리고 아파트 한 바퀴 돌고 돌아오니 큰아이는 학교가고 둘째가 가방을 어깨에 맨 채 기다리고 있었다.

 둘째 학교에 보내고 아직 개지도 않은 이부자리 위에 털썩 드러누워 눈을 감았다. 지원이는 자꾸 나가잔다. 알았다. 식은 아침밥을 대충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고 집을 나섰다.

 평소엔 아무 생각 없이 보이던 유채꽃이 유난히 의미를 던진다. 한 가지에서 피어난 여러 꽃잎들, 그렇게 모여서 더욱 예쁜 거 아닌가. 한 가지에 꽃잎 하나만 달랑 붙었다면 바람에 꺾이기도 쉬울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을 뽐내지도 못할 것을.

 나비도 벌도, 또 다른 날벌레들도 유채를 찾아와 두런두런 얘길 나눈다. 유채는 친구가 많군. 나와 참 비교되네. 서로 싸우지 않는 것을 보니 서로 좋은 얘기만을 나누는 모양이군. 짧은 생 죽을 때까지 웃으며 살아도 흐르는 세월이 아까운 것인데 하물며 이 괴로움이라니.

 


호기심. 정말 호기심이 많을 나이다. 몇 걸음 안 가서 온갖 사물에 관심을 기울인다. 풀도 나무도, 꽃도, 게다가 쓰레기에까지. 아마 지원이를 데리고 100미터를 가려면 반 시간은 더 걸릴 걸.

 


마산역 철길 옆 길엔 벚꽃이 줄을 섰다. 지금은 꽃잎이 다떨어지고 녹색옷을 입었지만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눈내린 것처럼 하얀 꽃잎이 가득했다. 운전자들에겐 귀찮았을지 몰라도 하얀꽃잎이 우수수 떨어지던 날 길가에 세워진 자동차 위에 수북히 쌓인 벚꽃눈은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가던 길. 철도청에서 세워놓았을 알림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철도청의 선로부지입니다. 열차의 안전운행과 철도보호 및 괘적한 환경조성을 위하여 다음 사항을 금지합니다."라고 적고 그 아래에 세 가지 금지사항을 나열했다. 철도변의 경관을 세치는 시설물 설치행위, 농작물 재배를 위한 부지 훼손행위, 폐기물 또는 쓰레기 불법투기행위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을 살게 하거나 천 만 원 이하 벌금을 매긴단다. 그런데 쓰레기 투기는 그렇다 쳐도 수년째 아니 수십년째 이곳에서 농작물이 재배되어 왔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텐데... 그렇다고 철도청에서, 혹은 마산시에서 알림판에 적힌 대로 실천하려고 어떤 물리력을 행사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버젓이 농작물이 심어져있을 리가 없을 테니까.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좋은 공간에 농작물 심어져 있는 게 보기 흉한 것이 아니므로 그냥 놔두고 그 문구를 뺐으면 한다는 거지.

철쭉이 탐스럽게 피었다. 북면 집에 있는 철쭉도 이런 모양으로 다듬었더라면 좀 보기에 괜찮을 터인데... 아쉬움은 아쉬움이고 지원이가 건너편에서 철쭉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흡사 '봄처녀'를 표현한 '작품'이다.

  


등산길이 시작됐다. 초입부터 엄청난 경사에 겁을 먹었나보다. "안아. 안아."하고 팔을 벌린다. "안돼. 아빠 허리 아파." 낑낑거리고 올라가는 모습이 안됐다기보다 대견하다.

 

등산길에서 성급하게 내려다 본 우리집을 향한 철길 전경이다. 옆에 있는 하이츠에 비해 금호는 너무 초라해보인다. 그래도 옛날엔 인근에서 제일가는 고급아파트였을 터인데. 상전벽해요, 세월무상이라. 어찌 아랴. 이 철로가 먼 훗날 도시비행선의 궤도로 변할지.

 


꽃은 예쁘다. 비록 오래 살진 못해도 보는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느끼게 하니 예쁘다. 산에 오르는 길에도 철쭉이 등산로를 따라 줄을 섰다. 지원이는 또 철쭉을 보고 한참 앉았다.

 

 

 걷기 힘들어졌나. 장보기수레에 태워달란다. 오르막을 또 이런식으로 태우고 끄니 근육이 여간 불룩불룩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다. 다리에도 힘이 가득 들어간다. "아, 못가겠다. 지원아, 내려라."

  


웃어라니 웃는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엄마, 어디가. 오빠 같이가."하던 놈이 산에 잠시 올랐는데 표정이 싱글싱글한다.

 

 

이 사진의 웃는 모습은 앞에 찍은 어색한 웃음을 사진기로 보여주자마자 지어진 표정이다. 그래 이게 더 자연스러워.

 

 

개미가 집을 만들고 있었다. 자칫 사람들의 등산화에 밟히기라도 한다면 붕괴위험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위치다. 등산로 가장자리에서 한 걸음 가운데쪽에 있다. 세어보니 다섯마리가 열심이 굴속에서 파낸 흙을 물어다 나르고 있었다.  꼭 달표면 그레이터처럼 생긴 모래무지는 필경 이 개미들의 소행이렸다. 갓 시작한 탓인지 흙이 수북하진 않다. 개미굴 속이 어떤지 궁그했지만 그냥 내려다보는 것으로 만족해했다. 지원이도 참 열심히 관찰한다. 돌아올 땐 "개미야, 안녕."을 수십번도 더한다.

 


다시 초입으로 돌아왔을 때 열차가 경적을 울리며 지나간다. 이 열차는 왼쪽으로 가는 걸까, 오른 쪽으로 가는 걸까. 오른쪽? 기관차가 붙어있어서? 열차를 모르고하는 대답이니 용서함. 이 열차는 왼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허참. 내가 봤으니까 알지.ㅋㅋ

 등산 갔다 오니 지원이 얼마나 피곤했던지 바로 쓰러져 잔다. 오늘 밤엔 좀 편하겠군. 저녁 때에 자거나 안 자면 밤에 보채어 잠을 설치기 때문이다. 지원이 밥 먹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낮잠을 잘 자게하는 것도 육아의 중요한 덕목임을 잊지 말아야 할 터.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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