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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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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에 샀던 행운죽에 물을 주려다

아내의 생일에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안슈룸 이파리가 시들어가고 있었다.

무슨! 조화가 시들어?

처음 받았을 때 이파리가 매끈매끈한 게 플라스틱 같았고

꽃잎과 꽃술도 살아있는 꽃이라고 보기엔 너무 딱딱했다.

꽃술이면 노란 가루가 손가락에 묻어날 텐데...

그래서 아내의 친구가 외국인이라고 꽃집에서 조화를 속여서 팔았는가보다 했다.

한 달이 되도록 물 한 번 주지 않고 컴퓨터 책상 위에 모셔놓았더랬는데

어지간히 질긴 목숨이었나보다

다른 꽃들 같았으면 벌써 나죽네 하고 시들어버렸을 텐데

한 달이 되어서야 겨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아내의 친구에게 미안해진다.

그 우정을 이렇게 박대했으니...

조화같은 꽃 안슈룸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아내와 내가 정성을 다해 관심을 기울이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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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는 아빠 옆에 앉은 비둘기를 보고 좋아하는 모습이다.

벌써 3년 반이란 세월이 지원이를 이렇게 키웠다. 하라는 대로 하지 않고 나름대로 고집을 부리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듯이 지원이는 자기 욕망을, 자기 생각을 똑바로 얘기하는 아이로 성장했다.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이틀전 아침이었다. 그런 지원이의 자아와 엄마의 욕심 때문
에 한바탕 걸쭉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지원아, 그렇게 입으면 친구들이 흉 본다."
"아니야, 그냥 이렇게 입을래."

 
지원이는 치마를 겹쳐 입는 것이 예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엄마는 애초에 못하게 말렸다. 주장이 거듭되면서 거친 신경전이 벌어졌고 급기야 고함과 눈물이 맞붙었다. 어린이집에 갈 시각이 되었다. 일단 어린이집 차는 타야겠기에 다급해진 엄마가 항복을 하는 듯했다.

 "그래, 치마 위에 치마 겹쳐 입어라. 친구들이 예쁘다 하겠다."

그렇게 입혀주는 척 하다가 아빠가 무심결에 한마디 뱉었다.

"이렇게 입으면 친구들이 놀린다. 안된다."

 말이 끝날 쯤, 지원이가 밖으로 아빠 손을 잡고 나가는 것만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재빨리 엄마가 안쪽의 치마를 벗겨버렸다. 광고에 나오는 '깜찍이'가 보기에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지원이가 돌아서서 치마를 잡았다. 다시 울음이 터진다. 1층부터 5층까지의 계단에 메아리 친다. 이럴 땐 약간의 강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자식 키워본 부모라면 다 알 것이다.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아빠가 대신 인사를 하고 부랴부랴 계단을 내려왔다. 지원이는 계속 운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를 일부 포기한 건지 울면서 걷는다. 아빠 손을 잡은 채. 지나가던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들 중에 지원이를 쳐다보지 않는 사람이 없다.

 "에구, 예쁜 아이가 왜 울어?"
"울면 못난가 된다."

 "울지마. 뚝!" 본의아니게 마을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어버리자 아빠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이말 밖에 없다. 가는 중에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는데 집으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떼를 쓴다. 차가 올 시간이 다 되었는데.

 "엄마한테 전화할까?" 다행이다.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자연히 차가 서는 곳으로 손을 잡고 걸어간다. 몇 번 끊었다, 걸었다 하면서 시간을 번다. 통화연결이 된다. 앉으며.

 "엄마다. 전화받아봐라."
"엄마~." 제 엄마 특유의 달램으로 위로를 하는 모양이다. 지원이가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엄마, 다녀올게요 해야지."
"엄마, 다녀올게요."

 아직 눈가에 연붉은 화장을 한 채 지원이는 차에 올랐다. 울었다는 사실에 경황이 없었는지 아빠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는 생략해버린다. 짜슥.

 이랬던 지원이가 오늘 아침엔 옷장에서 오늘 입을 옷을 제 스스로 골랐다. 물론 엄마가 오늘 입을 옷을 선택하게끔 유도해서다.

 "이거 참 예쁘다."
"응, 이거? 엄마가 보기엔 별론데..."
"아니, 이거 입을래."
"그래, 입어볼까?"

지원이는 옷과 어울리는 머리띠까지 하고선 만족해 한다.

"아빠한테 예쁜지 물어봐."
쪼르르 달려온 지원이가 아빠 앞에서 폼을 잡는다.

"아빠, 예뻐?"

아주 순탄하게 밖을 나왔다. 사진 찍어준다며 카메라까지 들고 나와 찰칵 찰칵 분위기를 띄웠다. 아뿔싸. 멀리서 "빵!빵!" 지원이를 들쳐업고 뛸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즐거워지는 법이다. 일생동안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어떤 사회적 제약도 받지 않으며서 살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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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인 딸과 초등학생인 아들은 미야사와 할아버지의 말처럼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다. 시즈크가 일찌감치 자신이 소설가로서 자질이 있음을 발견하고 도전하는 것과 같이 우리 아이들도 그런 의욕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바람도 가진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미야사와 세에지>를 보면서 꼭 기록으로 남겨둬야겠다는 장면이 있어서 손가락품을 판다.

시즈크(여중생)는 쾌활하고 똑 부러지는 아이다. 전철에서 만난 고양이를 따라갔다가 어떤 높은 동네에 있는 골동품 수리점을 보게된다. 여기서 고양이 인형을 보는데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소설광인 시즈코는 자신이 읽는 책마다 자기보다 먼저 미야사와 세에지라는 아이가 읽었음을 발견하고 궁금해한다. 그런 와중에 대출한 책을 운동장 벤치에 빠트리고 돌아오다 아차 싶어 다시 돌아가니 어떤 남학생이 자신이 지은 '컨트리 로드' 개사곡을 보고 있음에 불쾌해 한다. 게다가 '콘크리트 로드'가 뭐냐는 말에 더욱 분해하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아이가 미야사와 세에지이고 그 골동품 수리점 할아버지의 손자다. 이야사와는 일찍부터 바이올린을 만드는 재주가 있나보다. 시즈코는 벌써 자신의 진로를 정한 미야사와를 부러워한다. 자신은 무슨 재주가 있을까. 어떤 진로를 택할까... 결국 시즈코는 자신이 소설을 좋아하고 글쓰기에 소질이 있음을 알고 도전하기로 결정한다.

이 과정에 시즈크가 골동품수리점에서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내가 꼽는 명장면 명대사다.

시즈크 할아버지에게 고양이 남작 인형 바론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겠다고 하자 할아버지는 제일 먼저 독자가 되게 해달라는 조건을 단다. 그러자 시즈크는 완벽하지 못한 작품이라 부끄러워하는데...

"그건 우리 장인들도 마찬가지... 처음부터 완벽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되는 거란다."

그러면서 운모망간이란 돌을 꺼내온다. 시즈크가 두 손으로 돌을 받쳐들고 틈으로 눈을 갖다 대자 돌의 반대편에서 불빛을 비춘다. 돌틈으로 화려하게 쏟아져 나오는 빛의 조화.

"녹주석이란 돌인데 에메랄드의 원석이 포함돼 있단다. 시즈크양도 세에지도 그 돌과 같은 상태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인 돌. 나는 지금 그대로도 좋아하지만 바이올린을 만들거나 소설을 쓴다는 건 다르지. 자기 안의 원석을 찾아내서 오랜 시간 다듬어가는 거란다.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지. 그중에 가장 큰 원석이 보이지. 사실 그녀석은 세공을 하면 오히려 하찮은 보석이 되어버린단다. 오히려 그 안의 작은 녀석이 순도가 높지. 아니, 밖에선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 더 좋은 원석이 있을 지도 모르지"

그러자 지즈크도 "나에게 이런 아름다운 원석이 있을지 사실은 아주 무섭다"고 읊조린다. 그러면서도 도전해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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