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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는 아빠 옆에 앉은 비둘기를 보고 좋아하는 모습이다.
벌써 3년 반이란 세월이 지원이를 이렇게 키웠다. 하라는 대로 하지 않고 나름대로 고집을 부리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듯이 지원이는 자기 욕망을, 자기 생각을 똑바로 얘기하는 아이로 성장했다.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이틀전 아침이었다. 그런 지원이의 자아와 엄마의 욕심 때문
에 한바탕 걸쭉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지원아, 그렇게 입으면 친구들이 흉 본다."
"아니야, 그냥 이렇게 입을래."
지원이는 치마를 겹쳐 입는 것이 예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당치도 않은 일이라고 엄마는 애초에 못하게 말렸다. 주장이 거듭되면서 거친 신경전이 벌어졌고 급기야 고함과 눈물이 맞붙었다. 어린이집에 갈 시각이 되었다. 일단 어린이집 차는 타야겠기에 다급해진 엄마가 항복을 하는 듯했다.
"그래, 치마 위에 치마 겹쳐 입어라. 친구들이 예쁘다 하겠다."
그렇게 입혀주는 척 하다가 아빠가 무심결에 한마디 뱉었다.
"이렇게 입으면 친구들이 놀린다. 안된다."
말이 끝날 쯤, 지원이가 밖으로 아빠 손을 잡고 나가는 것만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재빨리 엄마가 안쪽의 치마를 벗겨버렸다. 광고에 나오는 '깜찍이'가 보기에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지원이가 돌아서서 치마를 잡았다. 다시 울음이 터진다. 1층부터 5층까지의 계단에 메아리 친다. 이럴 땐 약간의 강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자식 키워본 부모라면 다 알 것이다.
"엄마, 다녀오겠습니다." 아빠가 대신 인사를 하고 부랴부랴 계단을 내려왔다. 지원이는 계속 운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를 일부 포기한 건지 울면서 걷는다. 아빠 손을 잡은 채. 지나가던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들 중에 지원이를 쳐다보지 않는 사람이 없다.
"에구, 예쁜 아이가 왜 울어?"
"울면 못난가 된다."
"울지마. 뚝!" 본의아니게 마을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어버리자 아빠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이말 밖에 없다. 가는 중에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는데 집으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떼를 쓴다. 차가 올 시간이 다 되었는데.
"엄마한테 전화할까?" 다행이다.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자연히 차가 서는 곳으로 손을 잡고 걸어간다. 몇 번 끊었다, 걸었다 하면서 시간을 번다. 통화연결이 된다. 앉으며.
"엄마다. 전화받아봐라."
"엄마~." 제 엄마 특유의 달램으로 위로를 하는 모양이다. 지원이가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엄마, 다녀올게요 해야지."
"엄마, 다녀올게요."
아직 눈가에 연붉은 화장을 한 채 지원이는 차에 올랐다. 울었다는 사실에 경황이 없었는지 아빠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는 생략해버린다. 짜슥.
이랬던 지원이가 오늘 아침엔 옷장에서 오늘 입을 옷을 제 스스로 골랐다. 물론 엄마가 오늘 입을 옷을 선택하게끔 유도해서다.
"이거 참 예쁘다."
"응, 이거? 엄마가 보기엔 별론데..."
"아니, 이거 입을래."
"그래, 입어볼까?"
지원이는 옷과 어울리는 머리띠까지 하고선 만족해 한다.
"아빠한테 예쁜지 물어봐."
쪼르르 달려온 지원이가 아빠 앞에서 폼을 잡는다.
"아빠, 예뻐?"
아주 순탄하게 밖을 나왔다. 사진 찍어준다며 카메라까지 들고 나와 찰칵 찰칵 분위기를 띄웠다. 아뿔싸. 멀리서 "빵!빵!" 지원이를 들쳐업고 뛸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즐거워지는 법이다. 일생동안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어떤 사회적 제약도 받지 않으며서 살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