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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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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의 모험에 나오는 장면

아기를 괴롭히는 괴물이 계모와 함께 있다가 이런 말을 한다.

"신데렐라는 마침내 왕자님을 만나 결혼을 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단다,"

그러자 계모가 화를 버럭 낸다.


"웃기고 있네! 넌 대체 누구 편이야?"


괴물이 궁금해하면서 계모에게 한가지 묻는다.


"실은 한가지 아주 궁금한게 하나 있는뎁쇼. 신데렐라는 그렇게 미워하십니까? 동화를 보니까 그렇게 미운짓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요   ..."


계모의 대답이 걸작이다.


"나도 몰라. 너무 예쁜데다 낄데 안 낄데 끼는 것도 싫고 항상 밝고 명랑한 것도 맘에 안들어. 게다가 잘하면 걔는 왕비가 되는데  난 그냥 못된 계모로 영원히 남잖아."



정말 솔직한 표현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이정도는 표현을 할 줄 알아야 신데렐라의 계모지요. "난 니가 잘난 게 실어!"하고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드라마에도 흔하진 않은 것 같은데...

지식은 감정을 잘 포장합니다. 진솔되지 못하면서 아는 게 많은 사람일수록 표현을 멋지게 하죠. 그런데 듣는 사람은 그게 무슨 말인줄 알기 어렵습니다. 대체 이렇단 얘기야, 저렇단 얘기야?

오늘 보험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내가 모 은행의 신용카드를 쓰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통장에 잔액이 1만원이 있으면 이자가 5000원이 되는 복리식 계산이 된다는 둥 얘기를 하더라고요. 무슨 얘긴줄 몰라서 한참 듣고 있는데 끝이 없더군요. 그래서 핵심을 말하라고 했죠. 그래도 바로 말을 않더군요. 그래서 물었죠? 내가 지금 거래하고 있는 은행 잔고에서 이자를 쳐준다는 얘기냐? 아니다. 그럼 통장을 만들라는 얘기냐? 그렇다. 보험을 안 넣으도 된다는 얘기냐? ... 간단한 내용이었습니다. 보험회사에 통장을 하나 개설하고 그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게 보험을 넣으란 얘깁니다. 잔액은 복리로 계산해 준다는 게 핵심이죠. 이렇게 쉽게 이야기하면 될 것을 빙빙 둘러서... "안합니다" 단 한마디로 답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긴 이야기 들어준 덕분에 이렇게 글도 쓰게 되네요. 훗.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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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연왕이 조주스님을 찾아 뵈오니, 조주스님이 나가지 아니하고 선상에 앉은 채로 영접하였습니다. 연왕의 장수가 그 소식을 전해 듣고 분격하여, 다음날 아침 일찍 절에 가서 스님이 군주에 대한 오만함을 추궁하려고 하였습니다. 조주스님이 그 소문을 듣고, 그 장수가 온다는 말에 선상을 내려와 몸소 영접하였습니다. 그러니 그 장수가 한편 놀라고 한편 의아하여,
"당신은 왕이 와도 선상에서 일어나 맞이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어째서 내가 오는 것을 보고 몸소 이렇게 영접합니까?"
하니, 조주스님이 답하였습니다.
"나는 하등인(下等人)이 오면 몸소 삼문(三門)에 나와 영접하고, 중등인(中等人)이 오면 선상을 내려와서 영접하고, 상등인(上等人)이 오면 선상에 앉아서 영접한다. 만일 그대가 대왕이라면 노승이 나와서 이렇게 영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니, 그 장수가 재삼 예배하고 물러갔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 성철 스님이 평을 하였습니다.

만인 군중 속에 높은 표지를 세움이여
비단 위에 꽃을 펴니 빛이 더욱 새롭구나.

이 뜻을 알면 조주스님의 공안을 이해할 수 있다는데....

난 아무래도 조주스님이 분에 못이겨 칼을 차고 쳐들어 온 장수에게 하등인이니 하며 설명한 것이 목숨을 구하고자 한 변명 같고 성철스님이 이를 두고 '비단 위에 꽃이 폈다'는 평은 도데체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선(禪)이 너무 깊어 헤아릴 수 없군요. 확철대오는 물건너 갔나 봅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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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아내 생일이었다. 내가 회사 쉬는 날이기도 했고. 벌써 1주일 전부터 이날 함께 산에 오르자고 했었다. 그런데 아침에 갑자기 계획이 변경됐다. 힘들게 산에 오르는 게 귀찮아서 '가지말자'로.

그런데 아내의 생일날,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나 티격태격했다. 담배 때문이다. 겨우 아내를 달래고 점심을 먹으러 경남대 옆에 있는 비바 스파게티 전문점으로 갔다. 제대로 위치를 못찾아 한참 헤맸다.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내일은 산엘 가자고 했다.

아내는 거절하지 않았다. 어제 저녁 때 '홀랑'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온단다. 일찍. 뭐? 산에 가야하는데... 산에 가기 싫어하는 아내에게 핑계가 생겼다. 일찍 나갈 거란다. 치과에도 가고 점심때 사람들 만나고 '오가나'가 저녁때 마치므로 그때까지 바깥에 있을 거란다.

하는수없다. 새벽(?) 일찍. 7시에 집을 나섰다. 아이들 학교 출발하고 바로 나왔다. 천주산. 바로 집 옆에 있으면서도 자주 오르지 못하는 산이 됐다. 게을러서. 마음으론 여러 수천번 매일 한 시간만 하면 되는데 뭐. 이제부터 매일 산에 올라야지. 그렇게 마음을 먹으면서도 한 번도 실천하지 못했던...

9시 반까지 되돌아오기로 하고 산으로 향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막내 지원이는 자고 있었다. 어린이집엘 오늘은 가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늦으면 지원이 혼자 있게된다는 생각이 부담이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산에 올랐기에 '조금만 더 오르고' 하는 욕심과 '조금만 더 쉬고'하는 게으름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흘렀다. 8시 40분. 주차장까지 내려가고 차를 몰아 집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30분 쯤 걸릴 것이다. 지금부터 서서히 내려가야 한다.

산정상 쪽에 있는 핑크빛 진달래 군락이 '진달래 축제'의 당위성을 말해주는 듯하다. 장관이다. 주말이라 그런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처럼 만남의 광장에서 발길을 돌리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 정상으로 향한다. 물론 나도 그러려고 나섰는데...

정상쪽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한 스님이 "관셈보살"을 읊고 있다. 녹음된 소리와 생염불을 섞으니 혼자라도 여럿이 불공을 드리는 듯하다. 간혹 사람들이 '불전함'을 지나치면 "즐거운 하루 되소서!"하고 덕담을 던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그 불전함에 돈을 넣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내 호기심을 바람에 날려버렸다. 내려가야 하는 시간이 다됐기 때문이다.

내려올 때엔 당연히 뛰어내려 왔다. 90킬로를 육박하는 내 몸무게가 다리에 엄청난 부담을 주긴 했지만 머릿속에 박여있는 두 가지 생각, '시간이 없다' '살을 빼야 한다'는 것이 더 컸기 때문에 고통을 감내할 수 있게 했던 것 같다. 반대로 만약 오르막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으니 내려오는 길은 오히려 편했기도 하다.

'땀 한 바가지'! 실제론 작은 조롱박 한 바가지는 될 것이다. 내 몸의 70% 이상이 수분으로 되어있음을 확신하는 순간이다. 땀이 마르자 바로 천일염밭에서처럼 드러나는 소금기도 내가 얼마나 짠 인간인지를 대변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자신이 본 광경을 눈으로 담는 사람이 있고 카메라에 담는 사람이 있다. 물론 내려오면서 다 비우는 사람도 있다. 나는 욕심이 많아서 눈에도 담고 카메라에도 담는 부류다. 그런데 눈에 담긴 풍광과 카메라에 담긴 풍광이 너무 달라서 고민이다. 사진보다도 내 표현력이 턱없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제위께선 아래의 사진을 작품으로 보지 마시고 지금 천주산 모습이 이렇구나 하는 정보로 보아주시라.

달천계곡 코스. 주차장에서 등산로로 들어가는 초입니다.

등산로 오른쪽 인공폭포다. 사실 폭포랄 것도 없다. 여름엔 이곳에 피서오는 사람들 많다. 벚꽃이 세상을 하얗게 덮고 있다.

멀리 보이는 천주산 등성이가 분홍으로 물들었다. 가까이 가면 더 장관일 거란 생각을 하며 다리에 힘을 준다.

달천계곡쪽의 등산길은 편하다. 그래서 별 재미가 없다. '공무수행'이라는 딱지를 붙인 차도 등산을 하는 길이다.

분홍색, 다시말해 핑크빛은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매력있다. 그래서 '장밋빛 전망'이란 말 대신 '핑크빛 전망'이란 표현도 쓰나보다. 혼자 쓸쓸히 오르는 산길. 아내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어떤 여자랑 함께 올랐으면 하는 가능하지 않을 바람이 갑자기 일어 순간 속상해지기도 했다.

진달래를 가까이서 보면 멀리서 보는 것보다 더 매력적이다. 어릴적 기억을 자꾸 꺼집어내게 한다. 저 참꽃을 참 많이도 먹었다. 맛이 있어서가 아니라 재미가 있어서였던 것 같은데...

약수터에서 만남의 광장쪽으로 지름길이 있다. '공무수행' 차가 오르는 등산로보다는 몇백배 걷는 맛이 나는 길이다. 숲속에 햇살이 나무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모습이 참 좋다는 생각으로 셔터를 눌렀는데 카메라 눈이, 아마도 시력교정을 해야 할 판이다. 이 정도로밖에 표현을 못하니 말이다.

만남의 광장에서 쉬면서 천주산 정상 쪽으로 봤다. 진달래 군락의 아름다움보다도 능선을 따라 열심히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먼저 들어오는 것은 분명 지금 바로 다시 내려가야하는 내 사정의 아쉬움 때문이리라.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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