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지혜를 배우다 - 다문화가족 숲 체험
우리같이 몽골출신 사람과 베트남, 일본, 중국 등지의 결혼이민여성들이 가정을 꾸리고 사는 다문화가족 70명 정도가 얼마 전, 진주에 있는 수목원엘 다녀왔다.
아마도 이 행사는 경상남도 다문화가족 지원센터가 주최하고 경남생명의숲 국민운동이란 단체 주관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우리 3조를 이끈 경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추유리 선생의 이야기로는 "생명숲운동 쪽에서 숲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 다문화가족들도 한번쯤 교육을 받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신청했는지 지원을 받아 행사하게 되었다."고 했다.
대형 버스를 두 대나 운영해서 70명이나 되는 가족들이 모였으니 행사는 성황리에 치른 셈이다. 단지 비가 오는 바람에 아이들이 잔디밭에서 실컷 뛰어놀지 못한 것과 비옷 입고 거추장스레 이곳 저곳을 이동하며 구경하는 것은 아쉬웠다.
방문인센터였던가, 그곳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주문한 도시락에 국이 없었던 점, 그래서 숟가락이 없었던 것이 아쉽고 불편하긴 했다. 식사가 끝나고 그 자리에서 팔룡중학교 조학래 선생님이 숲과 생명에 관한 강의를 했는데 정말 재미있게 진행했다. 문제를 내고 맞히면 생명숲 배지를 하나씩 주었다. 그러니 아이들도 적극적으로 손을 들고 대답하며 재미있어 했다.
공부차원에선 이날 행사가 소중했지만 다문화가족들이 모여서 각종 이벤트를 즐기며 노는 여가활용차원에선 날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문화가정이 서로 어울려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도가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행사가 자주 열려 결혼이민여성들이 한국사회를 더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아지, 망아지, 얼룩 고양이~. 엄마소도 얼룩말, 개구리 닮았네."
경남생명의 숲 국민운도 위원이며 팔룡중학교 교사이기도 한 조학래 선생이 아이들 앞에서 하나도 부끄럼 없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처음 듣기에 너무 유치한 것 같아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는데 갑자기.
"이 노래에 등장한 동물이 몇 마린지 아는 사람, 손!"
하고 외친다. 아, 퀴즈를 내려고 그랬구나 하고 이해되었다.
처음엔 아이들도 뻘쭘하니 있다가 장 선생이 "누구? 누구?"하며 가까이 오자,
"네 마리!" "다섯 마리!"하고 답들을 한다.
"여섯 마리!" 겨우 답이 나온다. 선물이 하나 주머니에서 나와 건네진다. 답을 맞춘 어느 아이 엄마는 좋아핬다. 필리핀 쪽 엄마다.
장 선생은 또 똑같은 노래를 부르곤 문제를 낸다. "이중에 동물 종류는 몇 종류?" "이 중에 종이 다른 동물은 무엇?" 문제를 내기 위해 몇 번을 불렀다. 이어지는 문제, 문제라기보다. "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 관광지 약도가 그려진 수건 선물을 줍니다." 갑작스런 주문이라 사람들은 입속으로 중얼중얼하지만 정작 하겠다고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고 나서 본격적인 공부가 시작되었다. 풀을 몇 가지 들고 사람들 앞으로 나서더니 닭의 장풀을 소개했다. 식물의 이름이 붙여진 내용으로 문제를 냈다.
나무에 연꽃이 열렸다? '목련'. 밟아도 안 죽는 질긴 풀? '질경이'. 진짜 나무는? '참나무'. 나무 중에서 가장 높은 나무를 뭐라고 그러는지 알아요? '으뜸나무'.
역시 답을 맞춘 사람들에겐 배지 선물이 돌아갔다. 나도 하나 받았다. 두 개를 맞춰 두 번째는 지원이가 받게 했다.
현미경을 통해 식물을 관찰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책상 아래에 있는 상자를 보니 현미경이 새것인듯했다. 아마도 이번 행사를 위해 마련한 것인듯. 첫번째, 달개비콧구멍(잎 뒤쪽의 기공)를 보고 두번째엔 질경이 콧구멍을 봤다. 세번째 본 것은 소나무 수꽃인데 꽃가루가 떨어져 나간 뒤의 모습이다. 굉장한 그림이다. 이 작은 식물이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나 새삼 놀랐다. 승환이도 소나무 수꽃이 가루만 그냥 있는 것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줄 몰랐단다.
태양계에서 순서는 수성 다음 금성, 그 다음이 지구다. 태양에서 수성이 가장 가깝지만 온도는 금성이 더 높다. 이유? 이산화탄소가 많아서란다. 이산화탄소가 많으면 압력이 올라가서 기온이 높아진다는 것.
지구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자연히 온난화현상이 생긴다는 증거다. 그래서 나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 아닌다. 숲의 중요성이 자연히 이해되게 하는 강의다.
장 선생은 "숲보다 더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것이 있어요. 무엇인지 아는 사람?" 숲보다 더? 늪이란다. 우포늪과 같은 그런 늪이 지구상의 이산화탄소를 숲보다 훨씬 많이 흡수하고 산소를 내보낸단다. 좀 의외였다.
"이건 강가에 피는 풀인데 이름이 뭔지 아는 사람?" 창포처럼 생긴 풀을 들고 나와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이 풀의 특징을 말해줄까요? 아주 부드러워요." 아하, 내가 "부들!"하고 말했다. 내가 답을 계속 맞히자 더는 선물이 없다. 그냥 진행된다. 나는 맞히고도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바람에 얼굴이 붉어졌다. 으~.
가장 행복한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전원주택 정원에 아주 아름답게 다듬어진 나무일까? 아니면 아무도 드나든 흔적이 없는 깊은 숲속에 구부정하게 자란 못생긴 나무일까?
정답은 당연히 후자다. 그래서 수목원에 있는 나무는 행복하지 않단다. 자연적으로 씨가 뿌려지고 번져서 혹독한 자연의 도전과 시련을 겪으면서 자란 나무라야 진짜 행복한 나무란다.
진짜 행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남의 삶에 귀속되어 짜여진 틀에 맞춰가며 사는 사람일까? 아니면 제 하고싶은 대로 하며 사는 사람일까? 짜여진 틀에서 잘사는 사람일까? 제멋대로 살다가 못사는 사람일까? 제 하고싶은 다하며 사는 사람 중에 잘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자연 속에서 분명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그 해답을 얻지 못했으니 더 많은 참구가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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