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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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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농사? 뭐 농사랄 것도 없지만 올해만큼 제대로 지어본 적은 처음이다. 거름주고 비닐씌우고 모종 심고 물주고 농약치고.. 뭐 그런거 말로 별로 없긴 하지만 출퇴근 때에 오며가며 관심을 쏟은 것도 농사라면 농사다.

작년과는 확연히 다르다. 속도 제법 튼실해질 것 같다. 이번 배추를 보면서 느낀 건데, 작물이 얼마나 잘 자라느냐는 심기 전에 뿌리는 거름과 수시로 쳐주는 농약이 관건이다. 남에게 팔 농산품이라면 농약을 제대로 치지 못하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먹을 것이니 농약을 친만큼 깨끗하게 씻어서 먹어야 한다.

몇 포기 되진 않지만 이번 겨울엔 꼬박 김장김치로 버틸 수 있겠다. 숭늉을 찾은 건지는 모르지만 벌써 마음이 넉넉하다. 이런런,,,  인간의 간사함이란...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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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떤 때에는 자만스럽게도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어떤 것들일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된다. 특히 이번과 같이 아무리 전기보일러를 켜놓아도 방이 따뜻해지지 않았을 때 귀뚜라미 보일러 AS기사를 부르지 않고 또한 돈도 얼마 들이지 않고 해결을 했을 때엔 더 그렇다.

먼저 이번 전기보일러 수리 성공기부터 기록을 하자면, 2주 전 쯤 날씨가 싸늘해지면서 온가족의 성화와 같은(?) "보일러 불 좀 넣어요" 데모에 못 이겨 보일러 전원과 콘트롤기 스위치를 올렸건만 하루가 지나도 좀체 방이 따끈해질 기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다 내가 좀 바쁜 사람이냐. 매일 아침 부랴부랴 전광판(경남대 앞 댓거리에 있는 경남도민일보 뉴스광고전광판)에 기사도 만들어 올려야지. 사실 이게 요즘 시간 제작시간 단축됐다 해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린다. 제목이 잘 안 나올 때나 글자 수 하나 때문에 10분 넘게 끙끙 앓은 적도 있다.

이 작업 끝나면 밥 먹고 막내 어린이집 버스 정류소까지 배웅했다가 또 허겁지겁 차를 몰고 활터(용마정: 마산종합운동장 뒤편)에 간다. 빨라도 9시다. 길게는 2시간, 짧게는 1시간 활을 배운다. 활터에선 구사(오래된 사우)이든 신사(신참사우)이든 활을 쏘러 왔다고 안 하고 활을 배우러 왔다고 표현한다. 겸양지덕에서 나온 말이겠거니 여긴다.

11시가 되면 출근이다. 엉덩이 뗄 사이도 없이 투원반이나 투포 선수의 빙빙도는 동작을 보듯 벽시계 바늘을 보다보면 어느새 날이 어둑해진다. 대략 8시 퇴근하니 손전등도 없는 우리집에선 보일러 어디가 고장인지 살피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그렇게 며칠을 보냈다. 귀뚜라미 보일러 AS 전화번호까지 알아놓고도 그 천부적인 나의 게으름 때문에, 아니면 뭔가 방법이 있을 텐데 하는 막연한 가능성에서 비롯된 돈의 아까움이 전화번호를 오랫동안 쥐고 있게 했다.

쉬는 날이 되었다. 금요일.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엥. 나같은 비전문가가 이런 짓을 할 때엔 조사에 나섰다란 표현보다 살펴봤다가 낫겠다.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바닥에 깔린 온수관이 막혔거나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아이고, 돈이 제법 들겠는데. 그냥 전기장판으로 올 겨울 보내 그냥... 이런 생각까지 하다가 기침하는 막내가 떠올라 어쨌든 보일러는 고쳐야한다는 각오(?)를 다시 다졌다.

옥상에 있는 전기보일러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여기에도 전원스위치가 있다. 껐다가 켰다. 별 이상이 없는 듯했다. 물의 온도도 79도. 아주 정상적이었다. 그럼 뭐가 문제란 말인가. 혹시나 하고 순환펌퍼가 있는 쪽으로 보일러 지지대로 붙여놓은 파이프를 꽉 잡고 몸을 기울여 보었다.(이 장면이 말로 잘 표현이 안 되네. 아래쪽이 1층 높이 공중이어서 이런 자세밖엔 안 되는데... 흠) 발을 조금만 잘못 디뎌도 3미터 넘는 아래로 낙법을 해야하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레 관찰을 했다.

여기서 문제점을 견했다. 눈이 별로 좋지 않아 순환펌프의 모터가 돌아가는지 잘 확인은 안되었지만 모터 속 전자석이 과부하로 타버렸다는 추측이 가능했던 것은 그 냄새 때문이었다. 고등학교 때 흔히 체험하던 익숙한 냄새다. 기계 선반 모터야 워낙 대용량이어서 쉽게 타거나 하진 않지만 워낙 많은 기계들이 들어선 실습장이어서 한 달에 한 번쯤은 맡곤 하던 냄새다.

바로 가지고 있던 귀뚜라미 보일러 AS센터에 전화를 했다. 출장을 나가게 되면 8만원이란다. 그래도 어짜겄노 해서 부르려니 가까운 곳에 센터가 생겼단다. 소답동. 전화번호를 가르쳐주기에 이쪽으로 다시 전화를 했다. 모터는 하나에 얼만가 물었더니 3만5000원이란다. 그럼 출장비가 4만 5000원이군. 그 생각까지 하고 있는데 기사인지 모르지만 자기들은 순환펌프 정도 가지곤 출장을 안 나간다고. 뭐. 어쩌라고. 근처에 철물점 있으면 그곳에서 순환펌프도 사고 수리도 해달라란다.

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깨달음. 그렇다면 내가 해도 되겠네. 철물점 사람이 전문적 기술 없이 할 수 있는 정도면 못할게 없지. 나같은 '마이다스 손'이 말이다. 보일러 순환펌프 위치가 좀 위험해서 그렇지. 자신이 생김과 동시에 재미있겠다는 호기심도 생겼다.

소답시장 철물점에서 3만 3000원 주고 규격 순환펌프(순환펌프는 한가지 종류밖에 없단다. 예전에 작은 것하고 두 가지가 있었는데)를 샀다. 어라, 2000원 아꼈네. 이제 고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웬 비? 오늘밖에 시간이 없다. 하다 보니 적당한 장비도 필요했다. 집에 있는 파이프렌치와 작은 몽키스패너만으론 될 일이 아니었다. 산에들에 오리알 가게에서 큰 스패너를 빌리고 볼트와 너트를 겨우 겨우 풀었다. 방쪽 보일러 배관에서 이어진 호스에서 물이 쏟아진다. 아래층에 있는 물이 2층까지 올라와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그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전기보일러 속의 물이 1층 배관의 물을 밀어내기 때문이다.

허덜시리도 나온다. 아마 40분은 더 걸렸지 싶다. 비와함께 콸콸콸 쏟아지는 녹물들. 아, 얘기 흐름상 빠트린 부분이 있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수도 계량기에서 꼭지를 잠궜다는 사실을 놓쳤다. 그게 아니면 종일 물을 빼도 계속됐을 것이므로. 기다리는 것만큼 싫어하는 게 없는 성미여서 보일러 5분의 1쯤 물이 남았을 때(물이 나오는 호스 끝을 천천히 들어보면 물이 멈추는 높이가 있다. 이 높이가 보일러 속의 물 높이와 같다) 다시 조립을 했다.

'하필이면 비 오는 날이람' 불평이 나도 모르게 쏟아졌다. 비가 와서 장갑을 끼지 않고 작업을 했고, 전기보일러 스위치만 끄면 안전할 거라 생각했던 이 무지 때문에 정전이 되고 말았다. 순간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전류. 으흐, 그 찌릿함. 하마터면 사다리 위에서 넘어질뻔했던...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손가락에 전류를 흘려 정전까지 만든 노고로 작품은 완성됐다. 게다가 비오는 날을 대비한, 바람 불면 쥐약이지만, 장치까지 마련했다. 마무리. 마무리란 말처럼 마음에 드는 말은 없다. 아내에게 전원 스위치를 올리고 보일러 스위치도 올리게 하니 순환펌프가 아주 힘차게 돌아간다.

그래, 보일러도 한 오년 되면 교체해야 돼. 그리고 겸사겸사로 5년동안 바닥을 돌아다닌 물도 새 걸로 갈아주고. 예전엔 아들 방에 보일러 따뜻한 물이 돌지 않았는데 물을 빼서 그런지 이젠 조금 따뜻해진다. 아들 방, 큰딸방, 거실, 안방 돌아가면서 불을 넣는다. 아니 온수를 넣는다.

집안의 전기, 컴퓨터, 시계... 못하는 게 없다고 자부하는 자칭 '마이다스 손'. 이제 보일러까지... 한 달을 고생하고도 못 고친 그놈의 LCD TV만 빼면 난 괜찮은 남편이요 아빠다.

아, 아래 그림은 이번에 4만 7000원을 절약하며 교체한 전기보일러 순환펌프. 못쓰는 우산을 재활용하여 씌워놓은 게 생각할수록 기똥찬 아이디어란 말이야. ㅎㅎㅎㅎ.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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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께서 돌아가신지 1년이 다되어 갑니다. 할머니께서 운명하시기 하루 전, 점심 때 죽을 차려 드리려고 계시는 집에 들렀을 때 내 손을 잡으며 그윽한 눈빛으로 보시던 얼굴이 떠오릅니다.

말은 않으셨지만 참 많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오랫동안 손을 꼼지락꼼지락하면서 입술도 조금씩 움직이셨습니다. 제가 이집에 시집 온지 5년 가까이 된 터였으니 아마도 지금까지 있었던 여러 일들을 말씀하셨을 겁니다.

"할머니, 죽 드릴까요?" 평소엔 '안 먹을란다'하시던 분이 이날은 말씀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전 속으로 이제 다시 기운을 차리시려나 생각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아무리 식사를 하라고 해도 않던 분이 그날은 어쩐 일인지 많은 양의 죽을 드셨습니다. 한그릇을 다 비웠으니 말입니다. 어머니도 놀라셨죠.

설거지를 하고 다시 할머니 방으로 들어갔을 때 할머니께서 다시 손을 잡자는 표정을 보이셨습니다. 할머니 손이 따뜻했습니다. 쭈글쭈글한데다 검버섯이 많이 피어 흉해보이긴 하였지만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남편도 어렸을 적 배가 아프기만 하면 이 약손으로 다 나았다고 했습니다. 병원을 따로 갈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한국생활에 한번씩 힘이 들 때 할머니 손을 잡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했던 이유도 아마 할머니 손이 약손이어서 그랬을 겁니다.

할머니 손이 아무리 못생겼어도 우리 아이들은 아무도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보기엔 징그럽다 여길지 몰라도 한 번 잡으면 따뜻한 마음이 온몸에 퍼지기 때문에 그랬을 겁니다.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할머니를 부축하며 마당을 함께 몇바퀴나 돌았던 기억, 할머니와 함께 목욕가서는 소녀같이 작은 몸을 씻어드렸던 기억,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유난히 반겨주시던 모습….

날씨가 쌀쌀해지니 더욱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사진을 담은 컴퓨터 폴더를 열어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사진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고보니 할머니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카메라를 들면 "말아라, 쭈구렁바가지 말라꼬 찍을라 카노" 하시며 마다하셨으니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간간이 포즈를 취해주셨습니다. 오렌지 두 개를 눈에 대고 찍은 사진은 지금도 보면 웃음이 납니다.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사진도 있네요. 사진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살짝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리운 할머니.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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