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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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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께서 돌아가신지 1년이 다되어 갑니다. 할머니께서 운명하시기 하루 전, 점심 때 죽을 차려 드리려고 계시는 집에 들렀을 때 내 손을 잡으며 그윽한 눈빛으로 보시던 얼굴이 떠오릅니다.

말은 않으셨지만 참 많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오랫동안 손을 꼼지락꼼지락하면서 입술도 조금씩 움직이셨습니다. 제가 이집에 시집 온지 5년 가까이 된 터였으니 아마도 지금까지 있었던 여러 일들을 말씀하셨을 겁니다.

"할머니, 죽 드릴까요?" 평소엔 '안 먹을란다'하시던 분이 이날은 말씀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전 속으로 이제 다시 기운을 차리시려나 생각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아무리 식사를 하라고 해도 않던 분이 그날은 어쩐 일인지 많은 양의 죽을 드셨습니다. 한그릇을 다 비웠으니 말입니다. 어머니도 놀라셨죠.

설거지를 하고 다시 할머니 방으로 들어갔을 때 할머니께서 다시 손을 잡자는 표정을 보이셨습니다. 할머니 손이 따뜻했습니다. 쭈글쭈글한데다 검버섯이 많이 피어 흉해보이긴 하였지만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남편도 어렸을 적 배가 아프기만 하면 이 약손으로 다 나았다고 했습니다. 병원을 따로 갈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한국생활에 한번씩 힘이 들 때 할머니 손을 잡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했던 이유도 아마 할머니 손이 약손이어서 그랬을 겁니다.

할머니 손이 아무리 못생겼어도 우리 아이들은 아무도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보기엔 징그럽다 여길지 몰라도 한 번 잡으면 따뜻한 마음이 온몸에 퍼지기 때문에 그랬을 겁니다.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할머니를 부축하며 마당을 함께 몇바퀴나 돌았던 기억, 할머니와 함께 목욕가서는 소녀같이 작은 몸을 씻어드렸던 기억,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유난히 반겨주시던 모습….

날씨가 쌀쌀해지니 더욱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사진을 담은 컴퓨터 폴더를 열어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사진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고보니 할머니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카메라를 들면 "말아라, 쭈구렁바가지 말라꼬 찍을라 카노" 하시며 마다하셨으니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간간이 포즈를 취해주셨습니다. 오렌지 두 개를 눈에 대고 찍은 사진은 지금도 보면 웃음이 납니다.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사진도 있네요. 사진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살짝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리운 할머니.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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