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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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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덕의 '산허구리'는 여러 논문에서 뛰어난 드라마트루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양승국은 "190년대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각 등장인물이 모두 개성적으로 살아있으며 모든 사건 진행이 전진적 모티프에 의해 현재화되어 리얼리즘 무대가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극적 가상'을 부여해주고 있는 작품이다."


장혜전은 또 이렇게 평가한다. "함세덕의 극적 언어는 극의 상황이, 과거의 일들이 누적되어 현재의 상황으로 집약됨을 보여주기에 적절하다. 이것은 특히 단막극에 적합한 언어로, 인물의 성격에 어울리면서 압축되어 있어 극의 전체 행동과 밀착되고 극의 초점으로 곧바로 이끌고 들어가는 데에 효과적이다. 함세덕의 연극 언어는 인물에 적합한 언조와 긴박한 상황에서 오히려 저속한 말을 사용하는 등 비극성을 서민적으로 현실감 있게 처리하고 있다."


'산허구리'를 아직 읽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논문에서 분석한 플롯구조부터 본다는 게 희곡 공부에 도움을 반감시키기는 하겠지만 역으로 구성부터 파악하고 장면의 전환이 의미하는 바를 읽어낸 다음 희곡을 읽는다면 그 또한 공부에 도움이 못될 것도 없겠다 싶다.


함세덕 월북 직전에 찍은 사진.


그의 초기 작품인 '산허구리'와 '문의도기행'은 현실인식의 적극성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당시 현실적인 상황에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비극적 결말을 맺는 한계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다음 글은 줄거리를 모티프에 의해 요약한 것이다.


1. 어머니(노어부의 처)가 파도 소리가 점점 높아지자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는 작은 아들(복조)을 염려하며 애타게 기다림


2. 다른 배들은 돌아왔는데 복조가 탄 배는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는 바다에서 죽은 큰아들과 분아범(큰사위), 상어 이빨에 왼다리를 물어뜯긴 불구의 남편을 떠올리며 신세를 한탄함.


3. 복실과 석이 남매가 술에 젖어 사는 아버지와 도적조개를 잡아 생계를 연명하는 시집간 문어미의 앞날을 걱정함


4. 복실, 석이, 어머니가 집을 방문한 윤첨지와 함께 얘기함. 윤첨지가 배가 파선했어도 복조만은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위로하자, 어머니는 술에 젖어 사는 남편을 원망함


5. 복실이가 동리 아이와 함께 폭우로 인한 동리 사람들의 피해에 대해 얘기하며 막막한 자신들의 생활의 궁상에 대해 한탄함


6. 노어부가 고무신 하나 사달라며 투덜대는 막내 아들 석이를 때리며 행패를 부리자 어머니와 복실이 이를 말리며 술독에 빠져 사는 노어부를 공격함


7. 어머니가 저녁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복조 시체가 떠내려 왔을지도 모른다며 불길한 예감에 몸서리를 치기 시작함


8. 어시장 사람이 도적조개를 잡다 들킨 분어미를 데리고 와서 욕설과 행패를 부리자 어머니가 복실과 합세하여 대들기 시작함


9. 윤첨지가 떠밀려온 배의 널을 들고 와서 다른 배가 들어왔다고 말하자 어머니가 선창으로 내달림


10. 구사일생으로 살아돌아온 젊은 어부와 강원도 어부가 배가 폭우에 파선당하던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얘기하자 어머니가 그들에게 물을 끼얹으며 분풀이를 함


11. 석이가 간밤의 폭우에 시집간 누나 분어미의 집이 무너졌다고 걱정을 함


12. 어부들이 행길에서 불구의 몸으로 싸움질을 하는 석이 아버지의 모습이 안타까워 못보겠다며 얘기하기 시작함


13. 어머니가 실성한 모습으로 죽은 복조를 묻어줘야 한다며 연장을 챙기기 시작함


14. 분어미가 방문하여 여기서는 못살겠다며 항구로 나가 몸이라도 팔아 살아야겠다고 한탄함


15. 동리 사람들이 죽어 떠내려온 복조의 시체를 들고 오자 어머니는 실성한 모습으로 괭이를 들고 집을 휑하니 나가버림


16. 석이와 복실이가 괭이로 물을 파며 통곡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먼발치로 바라보며 자신들이 왜 이렇게 사는지에 대한 원인을 한 번 생각해보겠다며 넋두리를 늘어놓음


"이 작품은 복조의 죽음이라는 극적 사건을 중심축에 놓고 전진적 모티프에 의해 전개되면서 강렬한 인상을 전달해주는 서정적 비극의 계열에 속한다."


<희곡분석과 공연비평>의 저자 김문홍의 평가처럼 단막극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작푸이다. "이 작품은 단일구설을 취하고 있으면서 모든 사건이 전진적 모티프에 의해 전개되고 있어 독자 관객에게 극적 기대감과 서스펜스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드라마트루기가 뛰어난 작품으로 정평이 났는데, 극의 구성에선 완결에 있어선 흠이 별로 없을지 몰라도 스펙타클한 극적 반전이 없어 큰 재미는 없다. 드라마가 시작하는 순간 예상한 결말대로 순조롭게 흘러가는 플롯구성인 점이 한계라고 볼 수도 있겠다.


희곡 작성 시 생각지도 못한 합리적 반전을 끼워 넣는다면 50% 이상은 성공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반전을 만들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 한 번 연극이나 영화에서 극적 반전만을 모아 따로 정리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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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살충제 계란'이라는 작명으로 전국의 신문들의 거의 이구동성으로 '에그포비아'를 외쳤다. 정부의 전수조사가 시행되고 4곳 추가 검출됐다. 양산의 양계농에선 살충제가 검출되지 않았다. 일부에선 시중계란에서도 살충제가 검출되기도 했다. 살충제 성분도 어제는 피프로닐이 핵심이더니 오늘은 비펜트린이다. 비펜트린은 사용불가 살충제라고 한다.


계란 대란이 어제와 달리 오늘은 각 신문사가 각자의 시각으로 보도되었다. 역시 경남도민일보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경제면에 내용을 실었다. 대부분의 신문이 1면에 대란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데스크회의 분위길 보면, 안전한 계란도 많은데 이런 호들갑 때문에 애먼 양계업자와 관련 업체가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한데 굳이 우리까지 나서서 일조할 필요는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게 아닐까 싶다.


오늘 몇몇 언론에서 지난 번 AI 때 언급했던 닭 사육 환경을 다루었는데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지적해 양계 환경을 바꾸어나가는 노력은 할 필요가 있겠다 싶다.


경남도민일보 경제면.


오늘 신문들의 1면 '계란대란' 관련 기사 제목을 보면,

아, 먼저 1면에 기사를 싣지 않은 경남도민일보 제목부터.


(경남도민일보) 살충제 검출 계란 추가 '소비자 불안'//대형마트 전 제품 환불 조치.적합 판정 땐 판매 허용/식약처 생산자 표시 확인 당부...일부 마트 판매 재개


(경남신문) (살충제계란 파문)도내 농장 생산 계란 '일단 안심'//142개 농장중 60여 곳 적합 판정/나머지는 오늘 오후 결과 나와/계란 사용 일시중지한 도교육청/안전증명서 받은 달걀로만 급식


(경남일보) 산란계 농장의 눈물, 언제쯤 멈추려나//AI 이어 '살충제 계란' 불똥에 또 닫힌 문/양산 상북면 25농가 103만 수 출하 중지/농약 검사 3~4일 소요, 장기화 걱정 태산


(경향신문) 'A4용지 닭장 밀집 사육.폭염이 '파문' 불렀다//진드기 없애기 흙목욕 대신/비좁은 공간 탓 살충제 사용/순환살포 원칙도 안 지켜져/사육환경 근본 대책 세워야


(국민일보) (투데이포커스) '한뼘 닭장' 밀집사육의 부메랑//A4용지보다 작은 크기/'배터리 케이지' 사육 화근/날개 한번 못펴고 한평생/유럽은 2012년부터 금지/진드기 번식에 최적 환경/내성 생겨 박멸에 어려움/더 센 살충제 살포 악순환


(동아일보) "계란 내일부터 안심하고 드세요"//정부, 오늘 살충제 전수검사 끝내/합격받은 계란 유통 다시 정상화/검출 적발 농장 어제 4곳 추가/총 7곳 중 6곳 '친환경' 인증 받아


(서울신문) (살충제 달걀 조사 실태) "달걀 한 판만 준비하세요" 못 믿을 '전수소사'//'무작위' 설명과 달리 사전 통보/"약 안 친 달걀만 골라냈을 수도"/정부 오늘까지 조사 완료 예정/양계농가 51% 농약사용 통계도


(조선일보) 당국, 4월에 '살충제 계란' 알았다//소비자연맹, 농식푸부.식약처에/살충제 검출 통보하고 조치 요구/식품당국, 적극적 대응 안해/식약처장은 지난 주 "안심하라"/어제 살충제 계란 4곳 추가 확인


(중앙일보) "알고보니 사용불가 살충제" 나사 풀린 정부//"처음엔 기준치 미만 사용 가능"/이틀 뒤 "친환경엔 불가" 번복/잘못 판정받은 계란 유통 가능성/살충제 검출 총 6곳으로 늘어나


(한겨레) '밀집사육'의 경고//유통 달걀 99% '공장식 축산'/'살충제 달걀' 사태까지 낳아/한마리당 공간 A4용지 2/3/옴짝달싹 못해 병충해 취약/"건강에 직결...악순환 끊어야"


(한국일보) '친환경 계란'의 배신//살충제 검출 6곳 중 5곳 '무항생제 농가'/살포 금지 규정 어기고도 비싸게 판매/친환경 인증 시스템 대수술 시급



이렇듯 후속보도는 각양각색이다. 게다가 검출 된 곳 수치도 제각각이다. 뿐만 아니라 전수조사 완료 기간도 언론사마다 다르다. 오히려 국민에게 혼란만 가중하는 후속보도들이 되어버렸다.


가령 경남신문이나 동아일보를 보는 독자는 내일부터 계란 안심하고 사먹게 될 것인데(물론 기사에 따른다는 전제하에) 중앙일보를 본 독자라면 사용할 수 없는 살충제 비펜트린을 사용한 계란이 6곳으로 늘어났다니 도저히 계란 사먹을 엄두를 낼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한국일보를 본 독자는 친환경 계란도 사먹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한뼘 사육 환경을 짚은 기사들은 바람직해 보인다. 경향신문이나 국민일보, 한겨레가 1면에 다뤘다. 그리고 정부의 축산 관리 정책.시스템을 다룬 기사들도 눈에 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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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내가 네 살 때 이 작품이 나왔다. 따지면 나보다 동생인 셈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시대의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은 것은... 뭐, 말 안 해도 딱이네. 옛날엔 척하면 삼척이란 표현을 썼는데... 요즘 바뀌지 않았나?


여튼, 어젯밤 가족들이 자든말든 소리내어 읽었다. 아주 오랜 만에. 그래, 한 번씩 희곡을 소리내어 읽는 게 중요해. 이제야 정말로 말하기를 배우는 거다.


'국물 있사옵니다'는 처음엔 좀 지겹다가 서서히 극의 스토리에 빠져들면서 재미를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주인공 김상범. 입체적 인물. 착한 놈이었다가 서서히 나쁜 놈으로 변해가는... 말하자면 살기 위해 환경에 잘 적응하는 놈이지. 뭐 닮고 싶긴 한데... 난 도저히 용기가 없어서 언간생심인 그런 인물상이거든.


그가 삶의 철학(?)을 바꾸는 데엔 외부적인 환경이 크긴 하지만 난, 궁극적으로 그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라고 봐. 그는 이렇게 말해.


국립극단 '국물 있사옵니다' 포스터.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저도 저런 친구들의 상식, 즉 내가 '새상식'라고 부르는 상식으로 살아갈 생각입니다."


상범은 많은 사람들에게서 손해를 보면서 살아가고 있었지. 옆집에서 불쑥 누군가 찾아와 커피통을 빌리자느니, 그런 김에 설탕도 달라느니, 하다못해 자기가 사귀려는 여자를 형이 결혼을 한다든지... 


그가 세상의 더러운 이치를 깨닫는 계기는 웃기게도 '화장지'야. 처음 다니던 회사에서 데모에 휘말려 엉뚱하게도 자신이 주범으로 몰려 사퇴를 하게 돼. 그래서 자그마한 철강회사에 들어갔는데 갑질하는 상사의 닥달에 별 재미를 느끼진 못하며 그저 회사생활을 하는 거지. 


그런 중에 사장이 똥 누러 변소에 갔는데 화장지가 없는 거야. 다시 나와서 화장지를 찾는데 상범이 즉각 주는 거지. 사장 눈에 확 들어온 거야. 게다가 여자 구경하느라고 교회에 갔는데... 거기서 사장을 또 만났지 뭐야. 사장은 술마시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상범은 술도 못하지, 같은 교회 다니는 독실한(?) 신자지.


출세는 그래, 능력하곤 별 상관이 없는 시대였던 거야. 내가 태어났던 그 즈음의 시대가 말이야. 이 희곡을 읽으면서 안성기 주연의 영화 '성공시대'가 떠올랐다. 뭔가 비슷한 느낌. 아마 자료를 찾아 대조해보면 많이 다를 것임에도.


어쨌든 양아치로 변한 상범은 출세가도를 달린다. 자기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있던 탱크란 작자도 순간의 기지로 멋지게 해치우고 오히려 그 때문에 일개 과장에서 상무의 자리에까지 오르며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하는 행운을 얻는다. 약간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은데.... 탱크가 버린 여자와 같이 사는데 어느날 탱크가 찾아와 남의 여자를 뺏어 산다고 회사에 불어버리겠다고 협박하자, 회사 월급날 돈을 강탈당하는 조건으로 더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하는데.... 월급날 총을 들고 찾아온 탱크에게 돈을 다 주자 탱크는 여자를 죽였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상범의 두뇌는 빠른 계산을 했고 돌아서서 가는 탱크의 등에 엽총을 발사한다. 범죄인이 영웅으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암튼 그렇게 출세한 상범의 세계는 끝이 없이 넓어졌다. 사장의 며느리도 상범의 아가리에 들어온 먹잇감에 불과했으니.....


아직도 이 세계는 그런 '상식'이 통하는 것은 아닐까. 작년에 이 작품이 국립극단에 의해 공연되었다고 하니, 어떻게 연출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만... 현대극의 재발견이란 타이틀이 붙었으므로 원작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으리라. 역시 오늘날 사회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겠지.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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