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극인대회 연극문화 정착을 위한 포럼 정리
지난해 12월 30일 합천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공연장에서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지회장 이훈호) 주최로 '연극문화 정착을 위한 포럼'이 진행됐다. 행사의 주관은 경남연극인협회(회장 이삼우)가 맡았다.
포럼은 오전 10시부터 박승규 부산예술대학교 겸임교수의 사회로 1부 '경남연극관 설립 제안'을 시작으로 오후엔 2부 '지역문화예술진흥법과 지역문화정책' 관련 발제들로 이어져 총 6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1부 포럼 첫 주제는 '경남연극관 설립 제안 배경과 필요성'으로 정현수 자문위원이 발제를 맡았다. 정현수 자문위원은 지난해 9월 9일 발생한 마산문학관 화재 사고를 계기로 공공시설로서의 경남연극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자문위원은 "경남의 연극사는 서울과 함께 대한민국 연극사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에 당연히 연극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국 연극의 주역이면서도 경남 연극의 산실 역할을 했던 인물들, 즉 유치진, 이광래, 김수돈, 정진업, 그리고 파크 계열에서 활약했던 임화 등 역사적 가치가 농후한 인물들이 즐비하다"며 이는 연극관 설립의 충분한 명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창원시립마산문학관과 마산음악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서울연극센터, 공연예술박물관 등의 시설과 운영사례를 살펴보고 경남연극관의 구성과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경남연극관은 대략 아카이브 전시실, 연극전문 도서실, 영상감상실, 소극장, 세미나실, 수장고, 사무실로 구성된다.
경남연극관의 주요 역할에 대해서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전문도서 대여, 시설공간 대관, 기획전시, 연극 아카데미, 경남연극 전문 웹진 발행 등이다. 그는 여기에 더해 현재 경남연극협회가 3년 임기로 집행부가 바뀌는 현실에서 경남연극관이 설립되면 지회 운영의 안정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1부 두 번째 발제는 황해순 부산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이 '문화예술아카이브와 공유문화 확산을 위한 예장곳간이 필요성'이란 제목으로 경남연극관 설립의 당위성을 풀어냈다.
황해순 본부장은 먼저 연극예술에 재화나 공간, 경험과 재능을 다수의 개인이 협업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나눠 쓰는 '공유경제'의 개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유 문화에 관한 외국의 사례로 프랑스 파리의 '프리고'를 소개했다. 프리고는 세계대전 중 음식물 보관 저장고였는데 60년대 문을 닫으면서 15년간 불용 공간으로 남았고, 이 공간을 예술가들이 정착하면서 시민과 예술가들이 만나는 장소로, 또는 전시 장소로, 또는 작품을 사고파는 아트페어 공간으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일의 사례로 '우파 파브릭'을 소개했는데, 이곳은 버려진 영화 현상소를 예술가들이 무단 점거해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다가 공장주의 장기 거주 제안으로 1979년 마을 단위 복합 문화공간이자 대안적 생태 공동체로 정착되었다는 설명이다. 현재는 연간 25만~3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황 본부장은 국내 공연예술계 공유 경제 사례로 '공쓰재'를 소개했다. 공쓰재란 공연 쓰레기 재활용을 줄인 말로 공연이 끝나면 버릴 수밖에 없는 무대 소품과 세트를 돈 들여 폐기하는 대신 그것을 요구하는 단체가 무료고 사용할 수 있게끔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그는 이를 위해 경남에도 '공쓰재'를 위한 사이트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공쓰재'를 위한 공간이 서부, 중부, 동부 거점을 마련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과 경남연극관의 필요성에 앞서 실효성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정 위원은 "경남연극관이 제대로 만들어지려면 경남의 각 극단이 자료를 공유하려는 인식이 우선되어야 하고 적극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후에 진행된 2부 '지역문화진흥법 근간인 문화자치를 위한 지역문화예술회관 역할 제고' 첫 발제자로 김우태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문화정책부장이 '지역문화예술진흥법과 지역문화정책'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법을 설명하고 법 개정 내용에 대해서도 풀이했다.
2부 두 번째 순서로 강경화 경상대 강사가 '경남지역 문화예술회관의 운영실태 분석 및 지역 문화예술단체 참여 활성화 방안'에 관해 발제했다. 강경화 강사는 "문화예술회관이 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을 위해 어느 정도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현실"이라며 "경남의 몇 문화예술회관 운영자료와 관계자 면담을 통해 공간 활용 실태를 분석하고 활성화 방안을 문제제기 수준에서 언급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경남의 문화예술회관 세 곳의 사례를 들어 "전반적으로 대관 공연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보이며 기획 공연 가운데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들이 참여한 비중은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지역 문화예술단체의 참여도 활성화 방안으로 "지역문화예술의 진흥에 관련된 여러 주체 간의 상호협력과 연계가 이루어질 때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지역의 문화예술단체의 문화예술회관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여러 주체의 노력이 필요한데 4개의 주체,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문화정책 담당부서, 문화예술회관, 지역문화예술단체, 문화향유자나 소비자인 지역주민의 인식제고와 노력이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발제는 '지역문화예술회관의 역할과 쿼터제의 필요성 그리고 현실화 방안'에 대해 서승우 영화의전당 공연사업팀장이 맡았다. 서 팀장은 경남연극인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던 스테이지 쿼터제에 대해 {대부분 문화예술회관 공연 담당자는 쿼터제를 반대하고 있다"며 그 이유에 대해 "회관의 설립 목적을 시민 문화향유권 신장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어서 "높을 만큼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와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고자 하는 공연기획자라 불리는 담당자의 고민이 담겨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서 팀장은 "중앙에서 모셔온 예술가들의 무대가 되는 경우가 많아 쿼터제를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쿼터제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주장하는 연극이나 무용장르가 선택될 확률은 사실 더 낮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즉, 제작비가 적게 드는 공연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 팀장은 대신 지역 문화예술단체의 활성화 방안으로 문화예술회관과의 공동제작 및 공동기획을 제안했다. 그리고 지역 예술인의 복지와 창작활동 제고를 위해 '1학교 1예술인, 1기업 1예술인, 1동사무소 1예술인, 1아파트 1예술인, 1복지관 1예술인 매칭 사업'을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 시간에서는 "예술회관을 대관만 하지 말고 독일 비를린하우스처럼 예술인을 위해 창작공간으로 개방해야 한다", "문화예술회관이 지역문화를 창조하는 거점공간으로서의 성격을 인정한다면 회관이 기획공연을 계획할 때 이용자인 시민단체, 지역문화예술단체, 지역문화정책담당자와 거버넌스(협치)를 통해 하는 것은 어떤가"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시행계획 과정에서 법에서 보장한 지역문화 관련 기관, 지역문화단체가 참여하였는가" 등의 질의와 의견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이훈호 지회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공연, 전시 분야의 여러 전문가가 모여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해결을 위한 논리와 근거를 찾아내고자 함이었다"며 "이번 토론회가 우리의 인식을 성숙시키게 된 소중한 시간이 된 것 같다"고 정리했다.
한편 이번 연극인대회는 포럼에 앞서 28일과 29일 지역 주민이 객석을 메운 가운데 극단 상상창꼬와 극단 장자번덕이 각각 <체홉이 LOVE>와 <오즈의 마법사> 등을 공연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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