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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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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아내 생일이었다. 내가 회사 쉬는 날이기도 했고. 벌써 1주일 전부터 이날 함께 산에 오르자고 했었다. 그런데 아침에 갑자기 계획이 변경됐다. 힘들게 산에 오르는 게 귀찮아서 '가지말자'로.

그런데 아내의 생일날,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나 티격태격했다. 담배 때문이다. 겨우 아내를 달래고 점심을 먹으러 경남대 옆에 있는 비바 스파게티 전문점으로 갔다. 제대로 위치를 못찾아 한참 헤맸다.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내일은 산엘 가자고 했다.

아내는 거절하지 않았다. 어제 저녁 때 '홀랑'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온단다. 일찍. 뭐? 산에 가야하는데... 산에 가기 싫어하는 아내에게 핑계가 생겼다. 일찍 나갈 거란다. 치과에도 가고 점심때 사람들 만나고 '오가나'가 저녁때 마치므로 그때까지 바깥에 있을 거란다.

하는수없다. 새벽(?) 일찍. 7시에 집을 나섰다. 아이들 학교 출발하고 바로 나왔다. 천주산. 바로 집 옆에 있으면서도 자주 오르지 못하는 산이 됐다. 게을러서. 마음으론 여러 수천번 매일 한 시간만 하면 되는데 뭐. 이제부터 매일 산에 올라야지. 그렇게 마음을 먹으면서도 한 번도 실천하지 못했던...

9시 반까지 되돌아오기로 하고 산으로 향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막내 지원이는 자고 있었다. 어린이집엘 오늘은 가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늦으면 지원이 혼자 있게된다는 생각이 부담이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산에 올랐기에 '조금만 더 오르고' 하는 욕심과 '조금만 더 쉬고'하는 게으름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흘렀다. 8시 40분. 주차장까지 내려가고 차를 몰아 집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30분 쯤 걸릴 것이다. 지금부터 서서히 내려가야 한다.

산정상 쪽에 있는 핑크빛 진달래 군락이 '진달래 축제'의 당위성을 말해주는 듯하다. 장관이다. 주말이라 그런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처럼 만남의 광장에서 발길을 돌리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 정상으로 향한다. 물론 나도 그러려고 나섰는데...

정상쪽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한 스님이 "관셈보살"을 읊고 있다. 녹음된 소리와 생염불을 섞으니 혼자라도 여럿이 불공을 드리는 듯하다. 간혹 사람들이 '불전함'을 지나치면 "즐거운 하루 되소서!"하고 덕담을 던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그 불전함에 돈을 넣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내 호기심을 바람에 날려버렸다. 내려가야 하는 시간이 다됐기 때문이다.

내려올 때엔 당연히 뛰어내려 왔다. 90킬로를 육박하는 내 몸무게가 다리에 엄청난 부담을 주긴 했지만 머릿속에 박여있는 두 가지 생각, '시간이 없다' '살을 빼야 한다'는 것이 더 컸기 때문에 고통을 감내할 수 있게 했던 것 같다. 반대로 만약 오르막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으니 내려오는 길은 오히려 편했기도 하다.

'땀 한 바가지'! 실제론 작은 조롱박 한 바가지는 될 것이다. 내 몸의 70% 이상이 수분으로 되어있음을 확신하는 순간이다. 땀이 마르자 바로 천일염밭에서처럼 드러나는 소금기도 내가 얼마나 짠 인간인지를 대변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자신이 본 광경을 눈으로 담는 사람이 있고 카메라에 담는 사람이 있다. 물론 내려오면서 다 비우는 사람도 있다. 나는 욕심이 많아서 눈에도 담고 카메라에도 담는 부류다. 그런데 눈에 담긴 풍광과 카메라에 담긴 풍광이 너무 달라서 고민이다. 사진보다도 내 표현력이 턱없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제위께선 아래의 사진을 작품으로 보지 마시고 지금 천주산 모습이 이렇구나 하는 정보로 보아주시라.

달천계곡 코스. 주차장에서 등산로로 들어가는 초입니다.

등산로 오른쪽 인공폭포다. 사실 폭포랄 것도 없다. 여름엔 이곳에 피서오는 사람들 많다. 벚꽃이 세상을 하얗게 덮고 있다.

멀리 보이는 천주산 등성이가 분홍으로 물들었다. 가까이 가면 더 장관일 거란 생각을 하며 다리에 힘을 준다.

달천계곡쪽의 등산길은 편하다. 그래서 별 재미가 없다. '공무수행'이라는 딱지를 붙인 차도 등산을 하는 길이다.

분홍색, 다시말해 핑크빛은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매력있다. 그래서 '장밋빛 전망'이란 말 대신 '핑크빛 전망'이란 표현도 쓰나보다. 혼자 쓸쓸히 오르는 산길. 아내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어떤 여자랑 함께 올랐으면 하는 가능하지 않을 바람이 갑자기 일어 순간 속상해지기도 했다.

진달래를 가까이서 보면 멀리서 보는 것보다 더 매력적이다. 어릴적 기억을 자꾸 꺼집어내게 한다. 저 참꽃을 참 많이도 먹었다. 맛이 있어서가 아니라 재미가 있어서였던 것 같은데...

약수터에서 만남의 광장쪽으로 지름길이 있다. '공무수행' 차가 오르는 등산로보다는 몇백배 걷는 맛이 나는 길이다. 숲속에 햇살이 나무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모습이 참 좋다는 생각으로 셔터를 눌렀는데 카메라 눈이, 아마도 시력교정을 해야 할 판이다. 이 정도로밖에 표현을 못하니 말이다.

만남의 광장에서 쉬면서 천주산 정상 쪽으로 봤다. 진달래 군락의 아름다움보다도 능선을 따라 열심히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먼저 들어오는 것은 분명 지금 바로 다시 내려가야하는 내 사정의 아쉬움 때문이리라.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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