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구룡산을 오르다
여기저기 다녀보니 / 2008. 12. 16.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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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천주산 옆에는 구룡산이 있습니다. 천주산이 마산과 창원과 함안을 돌아가며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라면 구룡산은 창원 북면과 용강마을 사이에 놓여있으며 동읍까지 이어집니다. 동읍쪽에선 다시 왼쪽으로 돌아 백월산으로도 등산이 가능한 모양입니다. 우리는 천주산 입구 구룡산 등산로 초입에 놓인 지도입간판을 한참 쳐다보면서 어디까지 등반할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혹시 명곡동 쪽으로 이어지나 생각하고 봤는데 전혀 다른 쪽으로 산맥이 이어졌기에 돌아오는 길 버스타기도 어중간하고 해서 구룡산 정상까지만 가고 돌아오자며 발길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길을 잘못들어 농가를 지나게되었는데 개짖는 소리에 한동안 정신사나웠습니다. 다행히 일찍 능선을 타고 오르는 본류를 만나게되었습니다.
이상한 풍경은 등산로에서 만나는 몇몇 나무들은 아이 키높이에서 껍질이 벗겨져 있다는 겁니다. 그때문에 나무는 고사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 등산로에 선 나무만 그런 것으로 보아 등반에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나무를 베려고 고사시킨 것은 아닐까 여겼습니다. 그래도 딸은 괜히 나무를 저지경으로 만드는 것은 '자연훼손'으로 규정하고 그 누군가에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조금 올라가자 구룡산 정상으로 가는 길과 소답동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왔습니다. "우리 그냥 소답동으로 내려가서 버스타고 돌아올까?" 산에 오르기 싫은 딸은 그러자고 했지만 그래도 정상은 밟아봐야지 하며 오르던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딸의 실망스런 눈빛을 짐짓 모른 체하며 먼저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낮은 고개에 올랐다 싶을 때 오른 편에 원두막 같은 '건축물'을 만났습니다. 시에서 일부러 전망대로 만든 것 같지는 않고 개인이 등반객들의 휴식을 바라며 선의로 만든 것 같은데 전망대 위에는 군복을 입고 총을 맨 작은 인형이 있었습니다. 독특한 광경에 이리저리 셔터를 누르다 옆을 보니 그네도 있었습니다. 가는 그네줄이 위험해보이긴 했지만 딸은 서슴없이 그네줄의 강도를 실험했습니다.
구룡산 등산로는 장애물이 많이 있습니다. 천주산보다 발길이 적게 닿는 곳이라 그런지 곳곳에 쓰러진 나무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장애물들이 구룡산의 특징일 수 있지만 남들이 다니지 않는 곳을 가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등산로를 따라 낙엽도 많이 쌓여있었습니다. 낙엽밟는 기분은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이 낙엽은 지금 사람의 발에 밟혀 부스러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흙이 될 테고 그리고 수많은 세월이 지난 후엔 바위가 될 수도 있을 테고 먼지가 되어 날아다니다 생물체의 일부가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사람도 언젠간 흙이 되고 먼지가 될 터인데 바람에 날리는 저 낙엽과 무엇이 다르랴. 언뜻 '윤회'란 말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중턱 쯤 올랐을까요. 의자처럼 생긴 바위가 보입니다. 한 개의 의자바위이지만 2인용입니다. 아내와 함께 올랐다면 나란히 앉아서 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런데 이 바위 너무 뒤로 누워있어 기대어 앉았다가 일어서는 데 애먹었습니다. 딸에게 지팡이 내밀어라고 해서 잡고 일어섰습니다. 내 몸이 너무 비대해져 그런 거라고 딸이 면박을 줍니다. 짜슥, 아빠한테...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보면 창원 시가지 쪽으로 제법 괜찮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많습니다. 조금 너른 바위 위에 올라 딸이 세상을 내려다보는 포즈를 취합니다. 꼭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내려오다 세상을 살펴보는 모습과 닮았습니다.
멀리 자주 오르던 천주산이 보입니다. 그렇게 높아보이진 않는데 저산을 오르기가 왜 그리 힘들었는지.
여기가 정상이라고 딸이 쪼개진 바위 위에서 정상을 정복한 사람의 자세를 취합니다. 그런데 여기가 정상인지 긴가민가 합니다. 조금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는 봉우리가 있는데 여기보다 더 높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우리는 시간도 많이 되었고 많이 지치기도 해서 '여기가 그냥 정상이다 생각하자'며 돌아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서 역시 누운 나무들과 잘린 나무 숲을 걷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생각보다 훨씨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등산로였습니다. 이번에 구룡산을 올랐으니 다음엔 마산의 팔룡산을 올라볼까 합니다. 어디 칠룡산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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