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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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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다. 지게차 일터를 떠나기 이틀 전. 뭐 그렇게 일할 게 많지는 않지만 한 바퀴 휘 둘러볼 참으로 지게차를 뺐다. 지게차가 앉았던 자리가 하얗게 선명히 남았다. 저게 나의 자리였을까?

 

8개월. 길지 않은 기간, 똑같은 일을 매일 되풀이해야 했던 일을 생각하면 지겹기도 했을 법한 기간이었는데 너무 빨리 지나갔다. 드라마틱한 일들이 없어서 그럴까. 기억은 머리 속 곳곳에서 지난 일들을 꺼집어내는데 정이 붙어 아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

 

내 손 닿지 않은 것이 없건만 언젠가 또 누군가에 의해 위치가 달라지거나 딴 곳으로 실려나갈 자재들. 2만평에 가까운 일터에서 그동안 혼자 무던히도 외로움을 참고 지냈다. 어쩌면 혼자였던게 더 편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일이 없을 때엔 일부러 일을 만들어 하면서 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몸이 편해서 정신이 괴로운 것보다 몸이 힘들어도 마음이 편한게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퇴근 시각도 빨리 왔고 어찌된 게 아침 출근 시각도 빨리 왔다. 다람쥐가 지구 쳇바퀴를 가속도까지 붙여 돌리듯 낮 밤 낮 밤... 그래, 아마도 지난 8개월이 폭포수처럼 떨어지듯 지나가버린 이유엔 아무 것도 이뤄 놓은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8개월간 머물렀던 이 일터, 내 어릴적 자주 이사를 다니며 보았던 동네들의 한 장면처럼 기억 속에서 잊혔다 떠올랐다 할 것이다. 어쩌면 정체모를 내 머리속의 지우개가 싹 지워버릴 수도 있다.

 

다행이다. 이별을 아쉬워할 대상이 지게차와 일터의 풍경 뿐이라서. 3개월 동안 간간이 함께 일을 했던 조대리와 이유없이 말다툼을 했던 것은 사람에게 정을 붙이지 않으려는 내재된 다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직장을 그만 두면서 벌써 수개월 전에 회사를 그만 둔 조대리가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미안해. 조대리.

 

내일 역시 출근한다. 내일 출근하면 정말 하루를 남긴다. 장담컨대 평소와 다름없이 시간은 흐를 것이다. 마지막 날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기야 20년을 다녔던 옛 직장에서도 그랬으니.... 흠. 나이만큼 마음이 가물어서 그랬을까.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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