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시민문화공간발굴단 2번째 활동
창원시 시민문화공간발굴단 2차 현장 탐방 행사로 창원의 원도심인 창원읍성 주변을 둘러봤다.
7월 11일 오전 9시 의창동 창원초등학교 후문 앞에서 시민문화공간발굴단 전문위원과 시민위원 20여 명이 집결해 박종순 전문위원의 탐방 일정과 탐방지 문화유산에 관한 기초 설명을 들었다.
이날 탐방 주제는 '지역 노후 및 기반시설이 낙후된 창원의 원도심 의창마을'이다. '의창마을'이란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나중에 한 번 더 언급하겠지만 탐방후 토론회에서 마을 이름을 '꽃대궐 마을'로 하는 건 어떠냐는 의견도 나왔다.
탐방 동선은 창원초등학교 후문에서 출발해 천주산 아래 마을로 흐르는 창원천 시작점, 북동샘, 이원수 선생의 어린 시절 살전 집터, 읍성 동문지, 김종영 생가, 용강마을로 이어지는 경전선 옛 폐터널로 이루어졌다.
탐방이 끝난 뒤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하고 북동 상설시장 뒤쪽 행복의창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2층 회의실에서 2시간에 걸쳐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3개조로 나누어 1시간 동안 분임토론으로 진행하고 30~40분 정도 종합토론으로 이어졌다.
내가 속한 1조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대략 정리해본다.
- 철길 폐터널을 와인동굴이나 석빙고로 활용하면 좋겠다. 레일바이크도. 하지만 이러한 콘셉트의 시설은 어디에 가도 볼 수 있는 것이어서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 창원문화기획자 양성과정 4기 중 누군가 이 터널을 활용할 기획서를 쓴 적 있는데 예산이 거액(20억?)이어서 바로 거부당한 적 있다.
- 탐방 동선을 따라 걷다 보니 무당집이 많더라. 장군보살도 보이고. 이곳이 무속신앙의 기운이 강한 것 같은데 이를 스토리텔링하면 관광지로 개발이 가능하겠다. 서양의 점인 타로가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지 않나. 믿어서가 아니라 재미로 보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다. 신문에도 가장 먼저 '오늘의 운세'를 보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게 사람들에게 어떤 매력이 있다. '신들의 동네'라는 콘셉트도 좋겠다. 무당춤 페스티벌을 문화콘텐츠로 만들면 어떨까. 무당 굿을 미신이라 하여 터부시하지만 이것을 오히려 문화공연으로 승화시키면 전국적 관심을 끌 수 있다. 창원뿐만 아니라 전국에 이런 당집이 많다. 창원시가 먼저 이걸 아이템화하여 독특한 문화콘텐츠로 먼저 만들면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다.
- 김종영 생가를 보면 그 다루는 방식이 정형화되어 있어서 다른 생가들과 변별력이 없다. 집만 있고 콘텐츠가 없다는 느낌이다. 고향의 봄 음악제를 생가 앞에서 한다지만 주민들의 불만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겠다. 벽화도 마찬가진데 보여주는 것에서 탈피해야 한다. 지적인 생산물이 필요하다. 지난달 문신길을 걸으면서도 느꼈던 것인데 문신, 김종영 선생이 어떤 작업을 했느냐가 본질인데 그걸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당대에 실험정신이 두드러진 작가들이었는데 그 예술의 실험정신을 콘텐츠로 표출할 공간 개발이 중요하다. 폐터널을 그런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 폐터널을 술도가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
- 폐터널을 공연장으로 활용해도 좋겠다. 음악이나 뮤지컬… 무당 공연을 해도 좋겠다. 전통적 방식만을 고수할 게 아니라 레이저빔을 쏘아 현대적 콘텐츠로 만들 수 있다. 전후 피폐한 세르비아는 불꽃으로 도시를 되살렸는데 참고할 만하다.
- 무엇보다 하드웨어적 접근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프랑스 고흐가 살았던 마을, 겉으로 보면 볼 거 없지만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왜그럴까. 콘텐츠가 있기 때문이다. 문신과 김종영 콘텐츠로는 한계가 있다. 미술관을 만들고 하는 것보다 작가 양성 작업이 우선이다. 기존 하드웨어 중심을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시민들의 요구가 지속돼야 한다.
- 도시재생센터의 성과물이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역량이 있는 문화기획자가 없기 때문이다. 문화공간이 지속가능하려면 전문가가 맡아 역할을 해야 한다. 예산이 배정되고 돈이 들어오면 카페를 짓거나 하는 게 현실이다. 얼마 못 가서 문닫는 것도 일상이다. 차라리 작가를 발굴하고 활동하게 하는 게 낫다. 문화는 고정된 인식인 명사가 아니라 언제든지 변화하는 동사가 되어야 한다.
이 토론 내용을 토대로 종합토론 때 내가 간단히 소개했다. 위에 적은 것 중에서도 빼먹은 것도 많다. 미사여구 붙여서 말한다는 게 왜그리 안 될까. 다음 2조에서 나온 내용이다.
-이원수 김종영 기존에 나와 있는 것 말고 원 지역에서 나올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
- 읍성의 띄엄띄엄 있는 문화유산을 연결하면 좋겠다. 이걸 주민들이 복숭아도 심고 살구도 심고 꽃대궐 마을로 문화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 폐터널에 자전거로 다닐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터널을 사이에 두고 다른 두 동네가 연결되는 아이템이다.
- 폐터널을 활용해 좀비, LED, 벙크로 만들면 젊은 층의 관심을 끌 수 있다.
- 북동샘 인근에 다래카페 등 이곳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사람들이 찾겠다.
- 읍성 흔적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더 사라지기 전에 보존이 필요하다.
- 이 일대 빌라 등 건축물에 김종영 등을 알릴 수 있는 벽화를 조성하면 좋겠다.
- 소답시장을 젊은 층이 즐겨찾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자.
3조는 토론하다 '삼천포로 빠졌다'는 얘길 했다. 삼천포 사람이 들으면 얼마나 서운할까. 딴 이야기를 많이 했다기에 듣고 메모하는데 진짜로 적을 게 별로 없다. ㅠㅠ
-스토리를 만드는 작업이 우선이다. 학생들이 참여하게 하자.
- 폐터널에 설치미술을 하고 테마별 전시회를 열고, 공간 자체가 울림이 좋으니 음악 공연을 하면 좋겠다.
-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자.
- 읍성의 공간문화를 잘 드러나게 지도에 가볼만한 곳을 눈에 띄게 표시해 안내하자.
다음, 종합토론에서 나온 이야기.
- 복숭아 나무 살구나무 잔뜩 심어서 고향의 봄 꽃대궐을 확실이 느낄 수 있게 '꽃대궐 마을'을 만들자. (이건 내 생각. 진해 벚꽃 축제가 그렇게 인기 있는 건 우리 국민에게 '꽃놀이'를 좋아하는 DNA가 있는 것 같은데, 복숭아꽃 살구꽃이 만발한 고향의 봄 동네라면 얼마든지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마을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 신집(당집)이 많은 동네의 특성을 살려 폐터널과 연계해 비즈니스 모델로 개발할 수 있겠다. 타로점을 많이 보는 젊은 층의 욕구를 창원읍성 점집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내 생각. 그러기 위해선 이런 점집이 젊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잘하면 국내 무당굿 공연 문화의 메카로 정착시킬 수 있겠다.) 이는 전 세계 보편적인 무속신앙을 창원에 집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겠다.
- 폐터널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을 유튜브로 작업하면 더 널리 알릴 수 있겠다.
- 우리 활동 자체가 큰 공부다. 사례를 바탕으로 아카이빙하자.
- 향교 앞 하마비 등 여러 문화 유산들 제 위치에서 벗어난 것이 많은데 원 위치에 옮겨야. (이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앞서 탐방 동선을 설명했던 박종순 위원은 창원초등학교 자리는 원래 동헌이 있던 곳이고 북동상설시장 앞에는 객사가 있던 자리고 거기에 일주문이 있었는데 이게 웅천향교로 갔다가 다시 불곡사로 옮겨졌다고.-그래서 불곡사의 일주문이 불가의 것이 아니고 유가의 것이라고 했었군.)
- 맑은 창원천을 정비해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면 좋겠다.
- 무당춤 콘텐츠에 퇴마사 이야기를 덧씌우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이게 무속신앙의 콘텐츠로 개발되면 다양한 파생 콘텐츠 개발이 가능하겠다. 아직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최근에 쓴 희곡 중에 무당 굿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뭔가 통하는 느낌이 있어 묘하다.)
- 유니시티 중앙공원에 이곳이 29사 터라는 표지판이 있으면 이곳에서 군 생활을 했던 군출신에겐 추억의 장소가 될 수도 있겠다.
다음 탐방 코스는 진해다. 웅천읍성, 도요지전시관, 육각지, 웅동 김달진 문학과 소사마을 뒤 원래 벚꽃장이었던 곳, 황포돗대길, 연길마을~횐돌메공원 해안길 등.
정리는 대략 끝났고. 오늘 탐방행사를 통해 나도 나름 이 지역이 괜찮은 문화공간으로 재생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느끼는 바가 있다. 두 가지다. 무속콘텐츠와 꽃대궐조성 아이템이다. 복숭아꽃 살구꽃이 만발한 계절에 세계무속페스티벌을 펼치는 것이다. 진해군항제만큼 매력있는 지역 문화콘텐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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