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이 낸 책)바다에서 새벽을 보다
지난 12월 중순, 택배로 배달되어온 이 책을 무심코 넘겨보다가 지역민이 낸 책으로 쓰면 되겠다 싶어 관심있게 들여다보고 기사를 작성했다. 오후 데스크회의 때 책 지은이가 바로 엊그제 출판기념회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뭐 싶었는데, 책의 주인공이 이번 총선에 출마한다고. 출판회 소식이 달리 소개되었으니 '지역민이 낸 책'에 또 소개되는 건 맞지 않다는 데스크들의 의견. 해군 참모총장 신분에 세월호 관현 행보가 의외여서 관심이 많이 갔는데 책소개를 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시간이 좀 지난 후이긴 하지만 이왕 써놓은 기사이니 내 블로그에라도 소개하는 게 좋겠다 싶어 올림.
(지역민이 낸 책)바다에서 새벽을 보다 (황기철 지음)
책 표지만 보면 해군 장성이 쓴 딱딱한 권위가 진하게 밴 군대 이야기려나 싶다. 그러나 책장을 한 꺼풀 넘기면 표지의 이 장면이 얼마나 한 시대의 절망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는 모습인지 알게 된다.
저자 황기철은 해군참모총장 출신이다. 진해에서 나서 해군사관학교를 나와 2013년 해군참모총장에 취임한 전형적인 군인이다. 그는 2014년 4월 16일 진도해역에서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현장에 있었다.
"그 시각, 대통령이 현장으로 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나는 부관에게 노란 리본을 가져오라 일렀다. 부관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이내 노란 리본을 가져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큰 리본이었다. 가슴에 다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을 구하지 못해 팽목항 추모 담장에 다는 것을 가져온 것이다. 나는 부관이 건네는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았다. 군복에 리본을 다는 것이 어색했지만, 실종자들이 하루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리본에 담긴 마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달아야 할 것 같았다."
그는 해군참모총장이 왜 그 현장에 있냐는 말을 들어가며 23일간 수습과정을 지켜봤다. 이후 그는 방산비리 사건에 휘말려 고초를 치렀다.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41년간 입었던 군복을 벗은 뒤였다.
책에는 세월호와 방산비리에 관련된 이야기뿐만 아니라 아덴만 여명작전을 지휘한 일도 담겼다. 마지막 4장엔 해군의 길을 걸었던 그의 일대기를 소개했다. "개인의 삶과 해군의 명예까지 짓밟고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권력은 누가 부여한 것인가." 황 참모총장이 이 책을 써야 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일월서각 펴냄. 287쪽.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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