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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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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계급사회 현실·양심적 병역거부 다뤄
선경에서 한길로 수시로 바뀌는 관점 재미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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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들을 폭력에 멋지게 맞서 나가는 영웅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평화는 거창하고 대단한 사람의 능력이 아닌 힘없는 개인들의 작은 선택이 모여 이루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라고 한 지은이 김중미의 말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힘있는 누군가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한미FTA와 쇠고기 협상 국면 때 나타난 '촛불'에서 우리는 그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바로 촛불을 연상케하는 우리시대 작은 힘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 박노자 한국학 교수는 이 책을 추천하면서 "이 책의 주제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이지만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 바로 '폭력'이다. 빈민촌 아이들이 자기 동네에 나타나는 것이 싫어 방음벽을 쌓아 가난한 아이들의 등굣길을 막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냉정한 이기주의부터 같은 반 가난뱅이 아이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있는 집안' 아이들의 태도까지 폭력이란 우리가 사는 계급 사회의 총체적 현실의 다른 이름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모든 것에 스며있다"고 했다.

주인공 한길이와 선경이는 주목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지만 항상 낮은 곳에서 씩씩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아이들이다. 이들은 폭력적인 환경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평화로운 감수성을 잃지 않는다. 나아가 이 소설은 한길을 통해 양심적 병역 거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동안 여호와의 증인이나 안식교도 등의 사람들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해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병역 대신 대체복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까지 논의가 진행된 상태이지만 소설에선 한길이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게된 과정과 주변 환경, 그리고 마음속 뿐만 아니라 주변인과 어떤 갈등을 겪는지 상세하게 그리고 있다.

"개는 만 하루에 걸쳐 새끼 여덟 마리를 낳았다. 그런데 그 새끼 중에 한 마리가 유난히 작고 약했다. 할머니는 그 새끼를 무녀리라고 하면서 놔두면 제 어미가 잡아먹을 거라고 말했다. 그 소리를 들은 한길이는 날마다 우리 집으로 와 무녀리를 지키기 시작했다." 한길이는 우유를 데워 오기도 하고 애완견 기르기 책을 탐독해 손바닥 위에 놓고 쓰다듬기도 하고 강아지 전용 분유를 거금을 들여 사먹이기도 한다. 그런 정성에도 결국 강아지가 죽자 공원 화단에 몰래 묻고 나무젓가락으로 십자가까지 만들어주기도 한다.

소설을 읽다보면 떠오르는 다른 소설이 있다. 소재는 다르지만 글에서 흐르는 정서가 비슷해서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이다. 작가 김중미의 예전 작품이다. 김중미의 작품은 사회의 외진 곳에서이긴 하지만 언제나 바르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 것 같다.

꽃섬 고개에 사는 한길이와 선경이를 중심으로 친구 태욱이, 영미, 보라를 둘러싼 사랑과 우정 이야기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우리 사회의 큰 이슈를 다시금 생각게도 하지만 팍팍한 삶 속에서 서로 위하고 기대며 성장해가는 건강한 삶의 향기를 느끼게 한다. 소설은 서술이 독특하다. 관점이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다. 선경이가 보는 시각에서 서술되었다가 또 장면이 바뀌면 한길이의 관점으로 변한다. 처음엔 헷갈리지만 나중엔 읽는 재미를 더하는 매력이 있다. 359쪽. 1만 원.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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