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세계사에 대한 발칙한 해석
몽골제국은 과연 소멸되고 없는 것인가. <발칙한 세계사>의 지은이 남도현은 단호히 ‘아니다’라고 단정한다. 겉으로 보면 전체 인구 300만도 채 되지 않은 국가이지만 제국의 형태가 지금까지 남아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몽골제국을 정주영 회장이 세운 ‘현대가’와 비교해 설명했다.
1204년 칭기즈칸이 몽골제국을 창업한 것은 정주영 회장이 현대그룹을 이룬 것과 같고, 칭기즈칸의 사후 몽골제국은 아들들에 의해 여러 개의 칸국으로 분리된다. 그중에서도 쿠빌라이 칸이 세운 원이 종갓집에 해당되겠다. 이들은 서로 경쟁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했다. 쿠릴타이(몽골 유목민 합의제도)를 통해 상호 적통을 물려받은 것으로 인정한 대목이 그렇다. 마찬가지로 현대의 정주영 회장 사후 ‘왕자의 난’을 겪으며 분화가 이루어졌다. 정몽헌 회장의 현대아산그룹이 종갓집에 해당되고 그 외의 재벌들을 모두 합쳐 ‘범현대가’라고 표현하는 것도 유사하다.
티무르·무굴 제국·영국왕실이 칭기즈칸의 후예
그러면 지은이는 왜 몽골제국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단언하는 것일까. 그 근거로 몇 가지를 들었다. 명을 세운 주원장이 원의 지배계층이었던 몽골인을 중원 밖으로 쫓아냈지만 이후 금나라를 세운 누르하치의 아들 청태종 홍타이지는 몽골제국의 적통을 물려받았다며 중원의 지배자로 자처한 사실이 그 이유다.
유럽의 티무르도 페르시아를 정복하며 인도북부에 제국을 창업한 칭기즈칸의 또 다른 후계자며 무굴 역시 인도에서 부활한 몽골제국이라는 것이다. ‘무굴’이란 말이 페르시아어로 ‘몽골’이라는 뜻인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몽골제국의 창업자 칭기즈칸.
몽골제국의 이야기는 이 책의 한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발칙한 세계사>는 세계 전쟁사를 초점으로 ‘강자의 세계사’와 ‘약자의 세계사’ ‘미스터리 세계사’로 나누어 편집했다.
앞서 끌어온 몽골제국의 이야기가 강자의 세계사라면 벨기에 이야기는 우방에 의해서까지 전쟁터로 돌변한 약자의 세계사에 해당될 것이다.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자 프랑스가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전운이 감돌았다. 독일은 폴란드전에서 재미를 본 전격전을 벨기에에서 다시 맛보자는 계획을 세운다. 프랑스 또한 우방국인 벨기에를 이용해 독일을 무찌른다는 발상을 한다. 독일은 벨기에를 프랑스 정복을 위한 침공소로 활용했고 프랑스는 자국에서의 전투를 피하고자 벨기에를 선택했던 것이다.
흔히 알고 있는 역사에 완전히 새로운 해석 시도
지은이 세계 전쟁사를 다룬 이 책에서 한 가지 이치를 전달하고자 한다. “강자는 역사를 이끌고 약자는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미국·소련·영국을 한 편으로 하는 연합국과 ‘베를린-로마-도쿄’를 한 축으로 한 추축국 3국이 벌인 2차 대전에서 우리는 추축국들이 세계를 상대로 싸운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많은 나라들이 추축국에 동조하거나 묵인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거로 내세운다.
또한 역사에는 미스터리한 일이 많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인 히틀러와 관련한 미스터리를 소개한다. 바로 유명한 ‘다이나모 철수작전’이다. 1940년 5월 24일 북부 프랑스 됭케르크에 포위된 영-불 연합군에 어찌된 영문인지 히틀러는 공격중지를 명령한다. 연합군 30만 명을 일거에 몰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그대로 보내는 바람에 연합군은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철수한다. 히틀러가 공격을 하지 않은 데는 해석이 분분하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도 미스터리를 더욱 재미있게 해석할 분석이 될까.
역사에는 알 수 없는 일, 이해하지 못할 일이 수없이 많다. 이런 과거에 나름의 해석을 붙여보는 것은 아주 재미있는 일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역사에 발칙하다 할 만큼 새로운 해석을 통해 역사의 인과관계를 알아가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재미일 듯싶다. 300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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