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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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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6 왕할머니와 증손녀 2
  2. 2008.04.15 낚시꾼, 노인 그리고 버스정류장 4
  3. 2008.04.15 창원시 북면은 한창 개발중...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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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차이 87세, 공통점이 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알아듣기 힘들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야 이해가 쉽다. 차이점, 한 사람은 행동이 점점 느려지는 반면 다른 한 사람은 '빠리빠리'해지고 있다는 것.

둘의 관계가 재미있다. 처음엔 아주 우호적이었다가 갈수로 대립관계로 변한다. 증조할머니의 인식능력이 상대적으로 월등히 앞섰을 때엔 '어이구 내새끼, 우리 공주가 자나'하며 부드러운 말투를 보였는데, 이 공주가 기어다니고 걸어다니고, 지금은 뛰어다니다시피 하니까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현관 입구에 나란히 섰다. 아니 증조할머니는 다리가 휘청거려 서있지 못하고 앉았다. 옆에 증손녀가 따라 나온다. 같이 밖으로 나갔으면 하는 심산이다. 그러나 왕할머니는 그것이 증손녀에게 아주 위험한 것으로 여긴다. "위험하다, 들어가라." 증손녀는 꼼짝않고 서있다. "뭐하노? 위험하다카이!" 앉아계신 왕할머니의 말이 서있는 증손녀에게 통할 리가 없다. 말은 못하지만 '내보다 하미가 조심해야지예' 속으로 반항처럼 외치고 있는지 모른다.

딸을 60이 훨씬 넘도록 키웠고, 손자를 40고개 몇 번이나 넘기면서 거두고 있는데... 이 한 살밖에 안 된, 조막만한 증손녀가 내 말을 무시해? 할머니의 자존심도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처지에 서 있는지 모른다. 불꽃튀는 조손간의 라이벌전.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면서도 다 이해하고 넘어가는 신경전이 가족관중을 즐겁게 한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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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동네엔 버스가 자주 없다.

두 개의 노선이 있는데 두 개 다 세 시간에 한 대 온다.

요즘엔 모르겠는데 예전엔,

내키지 않으면 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아, 이 놈의 버스... 한 시간 반씩 나눠서 오면 얼마나 좋을까

한 대 지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대

연달아 지나가면...

기다리는 것 포기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든가

저 아래 외감 입구나

저 아래 화천리까지 걸어가야 한다.

그래도 기다리는 사람은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인내심이 강하다.

아마 하루에 차가 한 대 온대도 기다릴 것이다.

'빨리빨리' 시간이 아무리 재촉해도

할아버지 할머니에겐 소용없다.

그래서 세월도 더디다.

아침 저수지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

안개되어 산동네 나들이하듯

시간의 바늘 위에 앉아 세상을 굽어본다.

그 바늘로 또 세월을 낚는 사람이 있다.

어쩌면 낚시꾼과 노인과 산동네 버스정류장은

시간의 방랑자 모모일 거야.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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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사라진 감계리 감나무 과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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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창원 북면엔 안개가 자욱히 깔렸습니다. 낮이 따뜻한 날엔 영락없이 북면 들녘엔 안개가 깔립니다. "자욱한 안~갯~속~에...♬" 갑자기 함중아 노래가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오려고 합니다. 언제까지 갈는지 모르지만 오늘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집이 대천인데 진달래축제가 열리는 달천계곡까진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10분이면 충분합니다. 오르막이어서 그렇지 돌아오는 길은 4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건 그렇고 위에 있는 사진이 대체 어떤 사진인가 궁금하시죠? 아래에 배치한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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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 두 장은 수를 셀 수 없이 많은 감나무들이 베어져나간 모습입니다. 안개 속에 파묻히니까 그 느낌이 더합니다. 이곳은 창원시 북면 감계리입니다. 우리는 감나무골로 부릅니다. 이곳에 '친환경' 대단위 아파트단지를 조성할 것이기 때문에 북면의 상징 단감나무가 이렇게 수난을 당했습니다. 머지않아 이곳은 감나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성냥갑 같은 아파트가 위용을 자랑하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감나무골이 아닌 것입니다.

난 아직 아파트단지를 싹 밀어서 감나무 심는 꼴을 전국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하다못해 폐허가 된 공장지대를 경지정리해 논으로 만든 곳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기록을 본 적도 없습니다. 과수원은 아파트단지로 변하고 논도 공장으로 변하는데 왜 그 반대로는 안되는지 불만입니다. 시간과 세월은 이같은 개발현상을 가속화합니다. 정말 머지않아 이 세상 온 천지가 시멘트로 가득 찰 것 같습니다.

한여름 땡볕에 그늘을 찾아 시멘트 벽 그늘에 들어서면... 시원해야 할 텐데, 위에서 내뿜는 에어컨 열기 때문에 백줴 아파트 벽을 머리로 들이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감계리 개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중적인 기분을 느꼈습니다. 개발한다니 땅값이 오를 테고(그럼, 마음 바꿔서 집팔아서 전세 살까... 은행에 돈 넣어놓고 이자 받아 살면 노후 걱정 안 해도 되고...) 아니지, 이젠 더는 이사 안 다니려고 촌에 집 사서 이사왔는데 땅값 오르면 세금 많이 내야 하고... 공기도 나빠질 텐데... 차소리는 또 어떻고.... 한동안은 공사하느라 쿵쾅소리 그칠 새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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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힘껏 차오르면서 안개가 걷히자 감계리 아파트단지 기공식하느라 시끌벅적합니다. 이 조그마한 행사에 무슨 놈의 얻어먹을 게 많다고... 별스레 교통정리 할 것도 없는데 경찰관들은 왜그리도 많이 왔는지....

감나무 베어진 자리 사람들은 모였건만 터 잃은 감씨는 어디에서 싹을 틔울꼬?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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