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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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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일이 3-평화시장(만화/박태옥 글·최호철 그림) =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전기를 그린 세 번째 만화책이다. 2007년 전태일 분신 37주기를 맞아 출간되기 시작해 2008년 겨울 5권 완간을 계획으로 발간된 3권이다. 1960년대 서울의 청계천 옆 평화시장에서 전태일 열사가 봉제공장에 취직하면서 겪었던 일을 중심으로 그려졌다. 한창 공부할 나이에 밥도 굶어가면서 생업을 이어가야하는 어린 소녀들의 적나라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돌베게. 200쪽. 1만 원.

◇문장강화(비소설/이태준 지음) = 이 책은 소설가 이태준이 1940년에 처음 펴냈던 <문장강화>를 당시의 문장과 표현을 원전에 맞게 살려 복간한 글쓰기 이론서다. 출판사는 "60여 년 전에 씌어졌지만 오늘날의 글쓰기 입문서로 읽기에 전혀 손색이 없을뿐 아니라 풍부한 예문을 통해 인생과 문학, 역사에 대한 성찰로 이끌어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필맥. 368쪽.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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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노릇(교육/정나연 지음) = 자녀 교육에서 아빠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 책은 태교에서부터 초등학교 입학까지 아빠의 역할이 무엇인지 실천하는 방법을 세세히 담은 에세이다. 이 책의 주인공 아이 은교과 은교 아빠의 생생한 대화를 통해 아이를 올곧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책그릇. 256쪽. 1만 2000원.

◇책벌레들의 동서고금 종횡무진(인문/김삼웅 지음) = 책이라 하면 거부반응부터 일으키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책에 살고 책에 죽는 책벌레도 많다. 이들이 책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책이 인생을 담고 있는 최고의 상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말 그대로 동서고금의 책벌레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의 삶의 태도와 철학을 보여줌으로써 바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일깨운다. 시대의창. 344쪽. 1만 5000원.

◇찔레꽃(문학/정도상 지음) = 우리 속의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타인일 수밖에 없는 탈북 이주민, 새터민의 행로를 그린 소설이다. 함흥에서 태어나고 자라 음악학교를 다니던 충심이 우연히 인신매매단에 걸려 중국으로 팔려가고 천신만고 끝에 탈출에 성공, 한국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몽골 국경을 넘어 남쪽 땅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7편의 중편이 연작으로 이루어져 하나의 큰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다. 창비. 244쪽.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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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값비싼 수업료(문학/로라 D. 지음·박은희 옮김) = 올해 프랑스에서 주목을 받은 베스트셀러로 MBC 'W'가 집중 조명했던 화제작이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려고 성매매에 나섰던 한 여대생의 자전적 소설이다. 대중교통을 부정한 방법으로 이용하고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로라에겐 인터넷 매춘사이트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결국 이 소설은 프랑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젊은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고발한다. 매직하우스. 252쪽.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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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미래를 말하다(공학/이노우에 히로치카 등 지음·박정희 옮김·김진오 감수) = '권법+인간학=소림권법'이라면 '기계+인간학=로봇'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것 같다. 이 책은 로봇의 발전과정과 로봇이 어떻게 인간의 마음까지 갖는 쪽으로 진화할 것인가를 예측한 로봇입문서다. 전자신문사. 320쪽. 1만 5000원.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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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즐거움-논어·장자·맹자 시리즈(휘닉스드림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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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번쯤 읽었던, 혹은 읽었음직한, 아니면 안 읽었더라도 대충은 아는 그런 것이 고전일 것 같다. 그 중에 논어와 장자, 맹자에 나오는 한 구절쯤은 출처도 모른 채 사용하기 다반사일 정도로 귀에 익기도 하다.

'한마디 말로 나라를 일으키게 할 수도 있고 망하게 할 수도 있다(一言以喪邦一言以興邦)'(논어)라든가 '그때그때 달라요(此一時彼一時)'(맹자), 혹은 '우물안 개구리(井底之蛙)'(장자)라고 하는 말도 흔히 인용되는 고전이다.

그러고 보면 고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소문에 걸맞게 조상 대대로 예를 교육받으며 이어왔기에 어쩌면 따로 배우지 않아도 몸에 밴 것인지 모른다. '고전의 즐거움' 시리즈 3권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선조의 지혜를 다시 일깨우는 소중한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출판사는 "단순한 장만 마련해 놓은 것이 아니라 풍자와 해학을 추가했다"고 이 시리즈를 소개했다. 딱딱한 고전을 재미있게 구성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또한 각각 100가지씩의 명언과 지혜를 그림과 함께 담아 이해를 도우고 있다.

논어(자오빙천 지음·하진이 옮김·384쪽), 장자(왕춘용 지음·원녕경 옮김·384쪽), 맹자(왕소우옌 지음·최한나 옮김·400쪽). 각권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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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작전 방불케 하는 집 나서기

남편과 산행 목적지를 김해 무척산으로 정하고 나서 어떤 산인지 인터넷을 뒤져보니 등반 초보자에겐 '무척' 오르기 어려운 산이라는 글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무척산'인가 하고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남편은 무척 가보고 싶은 산이라서 무척산이라고 하더군요. 지난번 바위를 타고 오르는 화왕산도 갔는데 그보다 낮은 무척산 정도야 힘들면 얼마나 힘들랴 생각했습니다.

무척 힘은 들었지만무척 시원했던 여정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시간이 좀 오래 걸렸습니다. 아이를 떼어놓고 나서려니 작전이 필요했습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빠이빠이'했다간 안 떨어지려고 울면서 난리날 것이 뻔하기 때문에 할머니랑 놀게 하면서 저부터 몰래 빠져나왔죠. 남편은 방을 왔다 갔다 하면서 아이에게 안심시켜놓고 한참 더 있다가 살짝 나왔습니다. 나중에 전화로 어머니 이야기를 들었는데 잠시 울다가 언니, 오빠가 와서 또 잘 놀았답니다. 다행입니다.

◇한 쌍의 나비춤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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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꽃.

오전 10시 13분. 우리가 도착한 곳은 생림우체국 좀 못가서 석굴암 입구였습니다. 주차장이 있어 안심이 되었습니다. 넓은 주차장에 아직은 자동차가 많이 없었습니다. 산을 올려다보니 그렇게 높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숲도 우거졌고요. 날씨도 약간 흐릿한 것이 등산하기 딱이었습니다.

시멘트 길을 한참 올랐습니다. 처음엔 등산하기 편하다 생각했는데 이런 길이 계속 이어지니까 별로 재미도 없고 힘들었습니다. 이런 길이 모은암까지 이어지는 모양입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힘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면서 걷는데, 나비 한 쌍이 춤을 추며 머리 위로 팔랑거리며 날아갑니다. 우리는 한참동안 나비춤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비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보다 두 마리가 함께 날아가는 모습은 더 행복해보였습니다. 사는 게 다 그런 건가 봐요.

우리는 '무척산 기도원'으로 향하는 진짜 등산로 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약간 어둑한 숲으로 들어가니 '인디아나 존스'에나 나올법한 길이 나왔습니다. 돌을 쌓아 길을 만든 곳도 있고 큰 바위 옆에는 절벽도 있었습니다.

등산로가 너무 가파르다 보니 보통 힘이 드는 게 아니었습니다. 한 50미터 가다가 쉬고, 또 한 40미터 가다가 쉬고…. 내가 힘들어 죽겠는데 남편은 한술 더 뜹니다. 나보다 먼저 주저앉습니다. "그냥 돌아갈까?" 하니 엉거주춤 다시 일어섭니다. 남자들의 자존심이란 게 이런 건가요. 난 얼마든지 다시 왔던 길로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남편은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도로 내려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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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건바위.

◇탕건바위, 암벽타는 사람들

11시 34분. 무척산 오르는 길에는 바위가 참 많습니다. 등산로를 가로막고 서있는 큰 바위도 있고 전망대가 따로 필요 없을 만큼 숲 밖의 세상을 훤히 내다보이게 하는 바위도 있습니다. 또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이 도전하느라 자일을 걸어 땀을 흘리는 바위도 있습니다. 탕건바위라고 합니다. 아마 어머니가 이 바위를 탄다면 금세 꼭대기까지 올라갔을 겁니다. 사람 키만큼 오르는데 저렇게 힘들어하니 초보자인 모양입니다.

탕건바위 앞으로 가보았습니다. 정말 아찔했습니다. 절벽에서 떨어져 섰는데도 다리가 떨리며 절벽 밖으로 끌려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남자는 그 끝에 쪼그리고 앉아 한동안 있더군요. 반발자국만 앞으로 가도 낭떠러지로 떨어질 텐데…. 보는 내가 더 가슴이 울렁울렁하고 야릇했습니다. 참, 탕건바위라는 이름이 붙은 건 옛날 남자 어른들이 쓰는 모자인 탕건과 닮았다 해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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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폭포.

◇시원한 폭포수를 만나다

12시 7분. 드디어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렇게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던 무척산 폭포입니다. 입구에서 등산로 지도를 봤을 때 모은암에서 그렇게 멀지 않아 보였는데 아무리 걸어도 나타나지 않기에 모르고 지나쳐왔나 생각했었답니다. 너무 지쳐서인지 폭포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몽골에도 시골가면 이런 폭포가 더러 있지만 한국에선 처음 보았습니다.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물소리가 정말 시원합니다. 그동안 흘렸던 땀을 한꺼번에 씻어주는 듯했습니다.

여기서 한참 쉬려고 하는 남편을 보채서 다시 산을 올랐습니다. 엄마 아빠 없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한 아이가 울어서 할머니가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높은 산에 올라도 집안 걱정은 떨쳐버릴 수가 없는데 남편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한편으론 부럽기도 합니다.

지그재그로 된 등산로를 따라 한참 올라가니 넓은 공터가 나왔습니다. 전망도 좋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싸온 빵과 음료수를 먹었습니다. 산꼭대기에 있다는 호수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남편이 하도 배고프다 하기에 기대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배낭을 풀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무척' 좋았습니다.

◇이곳이 천지라고? 동네 호수 같은데

12시 47분. 드디어 산꼭대기 호수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산꼭대기가 아닌 모양입니다. 오른쪽으로 더 높은 산이 보입니다. 남편은 그곳까지 가자고 합니다. 나는 이곳에서 좀 쉬다가 내려가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산꼭대기 호수를 만난 반가움과 즐거움이 사라졌습니다. 이제부턴 머릿속에 아이 우는 소리만 자꾸 들리는 듯합니다. 그런데 정작 남편은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아이 울었는지 물어보지는 않고 시간이 좀 더 걸릴 거라는 얘기만 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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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산 천지.

이곳에는 등산객들이 자리를 펴고 도시락 먹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띕니다. 우리도 조금 더 참고 여기서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습니다. 호수의 이름은 '천지'인데 산꼭대기에 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백두산이나 한라산의 호수를 먼저 떠올렸기 때문일까요.

다시 정상을 향해 출발했는데 등산로를 잘못 들었습니다. 나뭇가지에 리본은 있는데 사람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길도 좁고 방향을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계속 걸어가다 보니 다른 등산로와 만나는 삼거리가 보입니다. 어떤 아주머니가 나무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반갑습니다!"하는 인사가 먼저 나왔습니다. 정상을 물어보니 얼마 남지 않았답니다. 다리에 힘이 다시 솟는 듯합니다. 그런데 몇 걸음 가지 않아 119위치표지를 만났는데 세상에 '정상 50㎞ 전방'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등산객 놀리려고 일부러 그런 걸까요. 정상에 다왔다는 기쁨 때문인지 그런 실수도 귀엽게 봐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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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산 정상.



◇갑자기 나타난 정상, 한동안 어리둥절

1시 30분. 드디어 정상에 도착. '무척산 정상 702m'라는 표지석과 돌에 새긴 태극기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무척산의 정상은 '어느덧 갑자기'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지난번에 올랐던 화왕산은 멀리서부터 정상을 보며 산을 올랐는데 무척산은 숲을 빠져나오자 바로 정상이 되어버리거든요. 그래서인지 정상에 올랐어도 기쁨은 갑자기 찾아온 어리둥절함 때문에 반감되는 듯했습니다. 산을 오르며 그렇게 고생했는데도 말이죠. 산꼭대기에서 우리는 나비와 나방을 보았습니다. 이것들도 산꼭대기에 올랐다는 기쁨을 만끽하는 걸까요.

3시 20분. 산을 거의 다 내려왔을 때 다섯 시간을 함께한 나무작대기와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후렐마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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