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318)
돌이끼의 작은생각 (110)
돌이끼의 문화읽기 (478)
다문화·건강가족 얘기 (20)
경남민속·전통 (15)
경남전설텔링 (74)
미디어 웜홀 (159)
돌이끼의 영화관람 (21)
눈에 띄는 한마디 (8)
이책 읽어보세요 (76)
여기저기 다녀보니 (92)
직사각형 속 세상 (92)
지게차 도전기 (24)
지게차 취업 후기 (13)
헤르테 몽골 (35)
돌이끼의 육아일기 (57)
몽골줌마 한국생활 (15)
국궁(활쏘기)수련기 (16)
Total
Today
Yesterday
08-04 12:30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이 작품 '감자와 쪽제비와 여교원'은 함세덕의 첫 풍자극이다. 알려진 대로 함세덕은 서구 리얼리즘 극작가들, 아일랜드 극작가 싱의(바다로 간 기사들 작가)와 유치진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 일제 강점기 리얼리즘 극들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노릇이었다.


처음 '감자..'는 잡지 <춘추>에 실렸던단다. 하지만 '식량 궁상의 폭로, 공출반대 조장, 암취인의 방법 시사, 군의 시책에 대한 감섭' 등의 이유로 전면 삭제되었다가 1947년 '하곡'이라는 이름으로 개작되어 예술제에 상연하였다고 한다. 처음 발표된 시기는 2941년 2월에서 1942년 9월 사이로 보고 있다.


앞에 발표됐던 '산허구리' 같은 작품은 트라마트루기(극작법)가 아주 뛰어나단 찬사를 받은 데 반해 이 작품은 일제의 식민지 수탈정책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는 평가 외덴 극의 구성 차원에서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전문가마다 상이한 평가를 하긴 한다만.


<희곡 분석과 공연 비평> 156쪽. 김문홍, 태학사.


책의 다섯 번째 장. 해방기의 사회주의 이념극에 함세덕의 '감자...'를 다뤘는데, 작품을 풍자적 모티프에 따라 줄거리를 정리했다. 그 요약된 줄기는 다음과 같다.


1. 감자를 공출하러 가는 우태와 진풍년의 처가 신세 한탄을 함 (음... 진풍년이 여자인 줄 알았더니.. 쩝)

2. 감자씨가 말라 내놓을 게 없다는 진풍년과 감추어 두었다고 의심을 하는 군서기가 서로 실랑이를 벌임

3. 진풍년의 딸 수방은 집안 일을 잘 모른다며 감자 건을 잡아뗌

4. 감자 팔아서 시집가기 싫다며 진풍년을 윽박지르는 수방

5. 진풍년이 감자를 사러 온 상인을 데리고 밭으로 감

6. 생도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며 걱정하는 수방과 그의 어머니

7. 자신의 장사(암거래)는 이득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변명을 늘어놓는 상인

8. 점심을 못 먹어 학교에 나오지 않는 생도들과 시학관이 시찰하러 온다며 걱정하는 방훈도와 수방

9. 생도들을 위해 싼 값으로 감자를 내놓으라고 조르는 수방과 이를 거절하는 진풍년

10. 우체국으로 저금을 찾으러 가는 수방과 어머니가 진풍년의 고집을 두고 얘기함

11.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며 괭이를 빌리러 진풍년의 집에 온 우태

12. 감자 공출 대금을 내놓으라며 실랑이를 벌이는 우태와 그의 처

13. 비료값으로 빌려간 돈을 내놓으라며 닥달질하는 진풍년

14. 족제비에게 돈이 든 주머니를 탈취당했다며 울부짖는 우태 (작품이름을 표기할 땐 어쩔 수 없지만 쪽제비의 표준어는 족제비)

15. 족제비를 잡으러 달려가는 우태와 그의 처

16. 남들이 주는 가격으로 계산해 주면 감자를 팔겠다고 버티는 진풍년과 이를 어이없어 하는 수방

17. 상인을 통해 우태와 그의 처가 밭을 파헤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아연실색하는 진풍년

18. 학교 뒤의 과목밭을 파헤치고 밭을 만들자고 의논하는 방훈도와 수방

19. 밭을 파헤치려는 우태와 이를 극구 방해하는 진풍년과 상인의 다툼에 드디어 생도에 의해 발각되는 진풍년의 숨겨 놓은 감자

20. 숨겨놓은 감자에 대해 다그치는 군서기에게 사실은 생도을의 점심을 위해 저장해 두었다며 위기를 모면시켜 주는 수방

21. 하는 수 없이 생도들을 위해 감자를 포기하는 진풍년.


굵은 글씨체는 핵심 모티프를 표시한 것이다. 곁가지 이야기이긴 한데 수방이 우체국으로 저금을 찾으러 간다는 표현으로 미루어 당시 우체국이 지금처럼 금융업도 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극을 쓸 때에도 사실 이런 큰 줄거리를 미리 짜놓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희곡을 수필처럼 자신의 경험에 상상력을 입혀 써내려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체로 극 구성의 완벽성을 기하기 위해 이런 틀거리를 미리 잡고 디테일한 부분을 만들어 간다.


내가 최근에 쓴, 혹은 쓰고 있는 희곡들은 두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본 것인데, 머리 속에 전체 이야길거리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나가면서 사건을 만들어나가는 형태는 결론 지점에 도착했을 때 마무리짓기 어려운 상황에 맞딱뜨린다. 사면초가. 전체 틀거리를 다시 잡아 쓰거나 포기하거나, 억지 결론으로 마무리지을 수밖에 없다.


대신 처음부터 전체 틀거리를 구성하고 각 플롯마다 세세한 부분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미리 찾아서 준비해놓고 차후에 있을 사건과의 상관성을 고려해 장치해놓은 뒤 글을 써나간다면 훨씬 작품성을 높일 수 있다. 사실 이것이 드라마트루기에 충실한 작법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학사 논문을 함세덕으로 냈다. 졸업 전에 신문사 합격하는 바람에 제대로 논문을 쓸 수가 없었다. 수습기자의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눈코뜰새'와 누가 바쁜지 겨루는 지경이었으니. 허술한 자료 수집. 딱히 연구랄 것도 없는 연구. 많은 논문에서 지적한 그의 작품 특징 몇 가지를 나열한 것으로 눈문이랍시고 제출하곤 졸업장을 받았으니.


오래 되었다. 함세덕을 잊은지. 그에게 꽃힌 것은 월북작가여서가 아니다. 단 한 작품 <동승>에 끌려서다. 그래서 찾아본 자료에서 그의 엄청난 열정을 발견하곤 주저함 없이 학사논문의 대상으로 간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가 월북작가라는 이유로 자료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해금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1990년.


그게 아쉬웠다 여겼는데, 희한하지. 잊었다. 대학 졸업만 하면 끝. 그렇게 되어버린 건 되돌아갈 여유, 용기가 없었던 게지. 나이 들어 하나씩 젊음의 노트를 펼친다. 그런 와중에 함세덕이 눈에 들어온 건 다행일 게다. 다시 학창시절처럼 희곡 공부를 쪼깨 해보자.


김문홍의 책 <희곡 분석과 공연 비평> 중에 함세덕 작 <산사람들>을 상징적 플롯으로 정리한 부분이 있다. 204쪽.


제1막


1. 구국투쟁위우언회 화북리 책임자 고제곤의 어머니아 조직부원 부용철의 누이동생 율나가 아들과 오빠의 안위에 대해 걱정함

2. 고제곤에게 율나가 어업조합 서기와 미군의 해녀들에 대한 횡포를 하소연함

3. 제곤모가 구국투쟁 사업도 좋지만 생업에 힘쓰라고 퇴박을 주며 실랑이를 벌임

4. 용철이 제곤에게 구국투쟁 레포선 아지트가 발각되었다고 알려주며 대책을 숙의함

5. 율나가 진옥 동무가 체포되었다고 보고하자 조직부장을 피신시킬 본부 아지트를 목축장으로 정할 것을 결정함

6. 제곤, 용철, 송백 세 사람이 김석민 위원장을 피신시키기로 합의함

7. 지서장, 전형사, 서북청년회 감찰부장 일행이 진옥을 체포해 고제곤의 집에 들러 물을 얻어먹음

8. 어업조합 이사장 양준수와 지서장이 이번 총선거에서 이승만 박사가 당선되면 국방군을 편성하여 삼팔 이북으로 밀고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함

9. 제곤모, 부장의, 삼바우, 해녀들이 폭동이 일어나길 기대하며 북조선의 인민 해방 정책을 부러워하며 미군정을 헐뜯음

10. 제곤이 나타나 남한이 단독 선거를 저지하여 남북한 통일 인민정부를 수립하자고 선동함

11. 제곤이 용철에게 상부에 건의하여 무력투쟁할 것을 주장하나 용철이 때를 기다리자고 위로함

12. 용철이 놈들을 유도하는 사이에 제곤으로 하여금 위원장 동지를 피신시키기로 합의함

13. 용철이 민족청년단으로 위장하여 놈들을 해변으로 유인함

14. 해녀들이 휴식을 하며 남북 통일이 되어 김장군을 뵙고싶다며 이야기함

15. 용철의 유인작전이 탄로나고 지서장에 의해 수배된 인물로 판명되어심한 문초를 당함

16. 용철이 놈들의 총에 맞아 죽자 해녀들이 폭동을 일으키려 하자 제곤이 이를 만류함

17. 상부의 지시에 의해 모두 산 속으로 들어가 빨치산이 되기로 결의함


제2막


1. 유격대 사령관 김석민이 빨치산 대원들을 다그치며 훈련을 시킴

2. 김석민이 우리들의 투쟁 목적은 미제국주의를 격멸하고 남북통일 인민공화국을 세우는 것이라며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짐

3. 대원들이 빨리 무력투쟁할 것을 건의하자 더 힘을 기르며 기다리자고 무마시킴

4. 석민과 취사반장 율나가 대원들의 식량 부족을 걱정함

5. 석민이 고제곤 동무가 식량과 무기를 구하러 하산했으니 그때까지 배고픔을 참고 기다리자며 대원들의 양해를 구하자 대원들은 사기충천함

6. 식량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추이'를 번식시키는 작업을 시작함

7.율나가 식량과 탄약을 구하기 위해 지서를 습격하자고 건의하자 고제곤 동무가 올때까지 기다리자며 석민이 이를 만류함

8. 석민과 작전참모가 이번 북조선이 제안한 정당사회단체 남북연석회의의 성공 여부를 걱정함

9. 보급부대가 도착하여 고제곤 동무가 위험에 빠졌다고 보고하자 후원 부대를 하산시킴

10. 송백이 도착하여 단독선거를 저지하기 위해 습격을 개시하라는 당 본부의 지시를 전달함

11.고제곤이 구사일생으로 돌아오자 모두들 제주도 민요 오돌또기를 합창하여 전의를 다짐함

12. 고제곤이 지서에서 유격대의아지트를 습격하기 전에 먼저 습격하자고 제의함

13. 제곤을 따라 삼양부대가 습격을 위해 산을 내려감


작품의 배경이 제주도다. 화북리. 1948년 3월 초순. 제주 4.3항쟁의 시발이 되는 시점까지 분위기를 희곡에 담았다. 항쟁의 치열한 모습이 아니라 4.3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정치, 사회적 배경을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표현하면서도 극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내일 모레다. 이번 가곡전수관의 목요풍류방은 '시조, 청산리 벽계수야'다. 평시조다. 이런 고전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한 번 더 언급하면, 시조 내용이 아무리 달라도 그 부르는 곡이 '평시조'면 다 곡조가 같다. 가사만 다르지. 궁금하면 10일 가곡전수관에 가서 확인해보라. '청산리 벽계수야'와 '청산은 나를보고'를 따로 녹음해서 동시에 플레이시켜보면 가락이든 곡조든 일치함에 놀랄 것이다.


아, 이 '청산리 벽계수야'를 누가 지은 시조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 음... 힌트가 더 어려운데... 여기서 벽계수는 화담 서경덕이다.




공연개요

일시 : 2017810일 목요일 저녁 730

장소 : 가곡전수관 영송헌

주최 :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전수관

주관 : 사단법인 아름다운우리가곡

후원 : 창원시

 

출연진 소개

해설_ 신용호(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가곡전수관 사무국장)

연주_ 국악연주단 정음

 

공연 프로그램

경제(京制) 평시조 동창이

경제(京制) 지름시조 청조야

경제(京制) 우조시조 월정명

영제(嶺制) 평시조 청산리 벽계수야

영제(嶺制) 평시조 청산은 나를보고

영제(嶺制) 반사설시조 벽사창이

영제(嶺制) 사설시조 한잔 먹세 그려

향제(鄕制) 우조지름 석인이

향제(鄕制) 여창지름 달밝고

향제(鄕制) 사설시조 팔만대장


참고로 학창시절 배웠던 시조를 다시 음미해볼까. 공연은 시간이 안 돼 보러가기 어렵겠다만.

시구는 일부 내맘대로...ㅋㅋ


'동창이'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지저귄다

소를 칠 아이는 여태 아니 일어났니

고개 넘어 사래 긴 밭을 얼제 갈려하는고


'청조야' 여창 지름시조 (작자미상) 가람본 <청구영언>에는 지은이 계단


청조야 오는구나 반갑다 임의 소식

약수 삼천리를 니 어이 건너 온다

우리 임 만단정회(여러가지 정다은 이야기)를 네 다 알까 하노라


'월정명' (박상간)


월정명 월정명하니 배를 저어 추강에 나니

물 아래 하늘이요, 하늘 가운데 명월이라

선동아 잠긴 달 건져라 달 부여잡고 놀아나 보자


'청산리 벽계수야' (황진이)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청산은 나를 보고' (나옹선사)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산같이 물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벽사창이' (작자미상) 언락


벽사창이 어룬어룬커늘

임만 여겨 펄떡 뛰어 나가보니

임은 아니오고 명월이 만정헌데 벽오동 적은 잎에 봉황이 와서 긴목을 휘어다가 깃 다듬는 그림자로다

마초아

밤일세만정 행여 낮이런들 남우일뻔 하여라.


'한잔 먹세 그려' (정철) 장진주사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세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헤 거적 덮어 주리혀 매어 가나 유소보장에 만인이 울어 예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백양 숲에 가기곳 가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소소리 바람 불제 위 한 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잔나비 바람 불 제 뉘우친들 어쩌리


'석인이' (작자 미상) 황학루 전설을 다룬 시조


이미 옛 사람은 황학을 타고 가버렸는데

이땅엔 부질없이 황학루만 남았구나

한번 떠난 황학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무심한 흰구름만 천년을 유유히 떠도는구나

맑게 갠 강가로 한양땅 가로수가 역력히 보이고

앵무주에는 이곳저곳 잡초들만 무성하구나

날은 저무는데 내 고향은 어디쯤인가

물안개 자욱한 강 나그네의 수심만 깊어가네


'달 밝고'(작자 미상)


달 밝고 서리친 밤 울고가는 저 기러기

소상동정 어데 두고 여관한등 잠든 날 깨우느니

밤중만 네 울음 한 소리에 잠 못 이뤄 하노라


'팔만대장' (작자 미상) 반사설시조


팔만대장 부처님께 비나이다 나와 임을 다시 보게 하오소서

여래보살 지장보사 문수보살 보현보살(시왕보살) 오백나한 팔만가람 (삼천계제) 서방정토 극락세계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후세에 환토상봉하여 방연을 잇게되면 보살님 은혜를 사신보시하오리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