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236)N
돌이끼의 작은생각 (108)
돌이끼의 문화읽기 (434)N
다문화·건강가족 얘기 (18)
경남민속·전통 (14)
경남전설텔링 (73)
미디어 웜홀 (142)
돌이끼의 영화관람 (20)
눈에 띄는 한마디 (8)
이책 읽어보세요 (73)
여기저기 다녀보니 (92)
직사각형 속 세상 (92)
지게차 도전기 (24)
지게차 취업 후기 (13)
헤르테 몽골 (35)
돌이끼의 육아일기 (57)
몽골줌마 한국생활 (15)
국궁(활쏘기)수련기 (16)
Total941,978
Today38
Yesterday96
08-08 10:47

이 작품 '감자와 쪽제비와 여교원'은 함세덕의 첫 풍자극이다. 알려진 대로 함세덕은 서구 리얼리즘 극작가들, 아일랜드 극작가 싱의(바다로 간 기사들 작가)와 유치진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 일제 강점기 리얼리즘 극들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노릇이었다.


처음 '감자..'는 잡지 <춘추>에 실렸던단다. 하지만 '식량 궁상의 폭로, 공출반대 조장, 암취인의 방법 시사, 군의 시책에 대한 감섭' 등의 이유로 전면 삭제되었다가 1947년 '하곡'이라는 이름으로 개작되어 예술제에 상연하였다고 한다. 처음 발표된 시기는 2941년 2월에서 1942년 9월 사이로 보고 있다.


앞에 발표됐던 '산허구리' 같은 작품은 트라마트루기(극작법)가 아주 뛰어나단 찬사를 받은 데 반해 이 작품은 일제의 식민지 수탈정책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는 평가 외덴 극의 구성 차원에서 그다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전문가마다 상이한 평가를 하긴 한다만.


<희곡 분석과 공연 비평> 156쪽. 김문홍, 태학사.


책의 다섯 번째 장. 해방기의 사회주의 이념극에 함세덕의 '감자...'를 다뤘는데, 작품을 풍자적 모티프에 따라 줄거리를 정리했다. 그 요약된 줄기는 다음과 같다.


1. 감자를 공출하러 가는 우태와 진풍년의 처가 신세 한탄을 함 (음... 진풍년이 여자인 줄 알았더니.. 쩝)

2. 감자씨가 말라 내놓을 게 없다는 진풍년과 감추어 두었다고 의심을 하는 군서기가 서로 실랑이를 벌임

3. 진풍년의 딸 수방은 집안 일을 잘 모른다며 감자 건을 잡아뗌

4. 감자 팔아서 시집가기 싫다며 진풍년을 윽박지르는 수방

5. 진풍년이 감자를 사러 온 상인을 데리고 밭으로 감

6. 생도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며 걱정하는 수방과 그의 어머니

7. 자신의 장사(암거래)는 이득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변명을 늘어놓는 상인

8. 점심을 못 먹어 학교에 나오지 않는 생도들과 시학관이 시찰하러 온다며 걱정하는 방훈도와 수방

9. 생도들을 위해 싼 값으로 감자를 내놓으라고 조르는 수방과 이를 거절하는 진풍년

10. 우체국으로 저금을 찾으러 가는 수방과 어머니가 진풍년의 고집을 두고 얘기함

11.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며 괭이를 빌리러 진풍년의 집에 온 우태

12. 감자 공출 대금을 내놓으라며 실랑이를 벌이는 우태와 그의 처

13. 비료값으로 빌려간 돈을 내놓으라며 닥달질하는 진풍년

14. 족제비에게 돈이 든 주머니를 탈취당했다며 울부짖는 우태 (작품이름을 표기할 땐 어쩔 수 없지만 쪽제비의 표준어는 족제비)

15. 족제비를 잡으러 달려가는 우태와 그의 처

16. 남들이 주는 가격으로 계산해 주면 감자를 팔겠다고 버티는 진풍년과 이를 어이없어 하는 수방

17. 상인을 통해 우태와 그의 처가 밭을 파헤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아연실색하는 진풍년

18. 학교 뒤의 과목밭을 파헤치고 밭을 만들자고 의논하는 방훈도와 수방

19. 밭을 파헤치려는 우태와 이를 극구 방해하는 진풍년과 상인의 다툼에 드디어 생도에 의해 발각되는 진풍년의 숨겨 놓은 감자

20. 숨겨놓은 감자에 대해 다그치는 군서기에게 사실은 생도을의 점심을 위해 저장해 두었다며 위기를 모면시켜 주는 수방

21. 하는 수 없이 생도들을 위해 감자를 포기하는 진풍년.


굵은 글씨체는 핵심 모티프를 표시한 것이다. 곁가지 이야기이긴 한데 수방이 우체국으로 저금을 찾으러 간다는 표현으로 미루어 당시 우체국이 지금처럼 금융업도 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극을 쓸 때에도 사실 이런 큰 줄거리를 미리 짜놓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희곡을 수필처럼 자신의 경험에 상상력을 입혀 써내려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체로 극 구성의 완벽성을 기하기 위해 이런 틀거리를 미리 잡고 디테일한 부분을 만들어 간다.


내가 최근에 쓴, 혹은 쓰고 있는 희곡들은 두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본 것인데, 머리 속에 전체 이야길거리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나가면서 사건을 만들어나가는 형태는 결론 지점에 도착했을 때 마무리짓기 어려운 상황에 맞딱뜨린다. 사면초가. 전체 틀거리를 다시 잡아 쓰거나 포기하거나, 억지 결론으로 마무리지을 수밖에 없다.


대신 처음부터 전체 틀거리를 구성하고 각 플롯마다 세세한 부분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미리 찾아서 준비해놓고 차후에 있을 사건과의 상관성을 고려해 장치해놓은 뒤 글을 써나간다면 훨씬 작품성을 높일 수 있다. 사실 이것이 드라마트루기에 충실한 작법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