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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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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연극예술축제를 보니 기간이 길다 싶어도 그런 게 아니더라. 7일부터 16일까지 열흘동안 열려 이 기간 한 번은 보러갈 여유가 있겠지 싶었는데... 문득 정신차려보니 벌써 축제가 끝난 시점이더니...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역시 열흘남짓인데... 벼를 새도 없이 기간이 끝나버리지나 않을까 싶다. 이렇게 예단하면 기회라도 생기려나.


밀양축제에서 눈에 띄는 작품들이 몇 개 있다. 내일 경남도민일보에서 볼만한 공연 몇 개 소개하겠지만 내 눈에 띄는 것도 몇 개 있다.


<20세기 소년소녀 창가집>,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작품인데 극작가의 이력이 독특하다. 정의신은 재일한국인이다. 일본에서 활동하다 지금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연극과 영화를 한다. 2012년 작품 중에 <나에게 불의 전차를>이란 연극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한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뤘는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차승원을 비롯해 히로수에 료코, 구쓰나기 스요시 등이 출연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이 작품도 정의신의 그런 시각을 읽을 수 있을지.... 


해외초청작으로 멕시코의 <마야 전설의 새>도 호기심을 끈다. 극단 아낄라레. 소개한 글을 보니 생활도구들을 활용한 연출이 돋보인다. 멕시코의 흥겨운 리듬도 느낄 수 있겠다. 내용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풍요로운 마을 마야에 대한 이야기. 기뭄이 들자 가장 중요한 곡식인 옥수수 씨앗을 구하려 떠나는 줄거리다.


극단 목화가 펼치는 김유정 원작의 <봄봄>은 어떻게 풀어냈을지도 궁금하다. 거장 오태석 각색 연출이라 더욱 끌린다. 이밖에 진해 극단 고도의 <오케이 컷!>, 창원 극단 미소 <황혼의 노래>, 밀양 극단 메들리의 <하모니카>도 눈길이 가는 공연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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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번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어서 월초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으나 종종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가 된 터라 무책임한 남자의 못난 모습 정도로 여기는 장면이 바로 열애 중에 이유없이 떠나는 남자의 모습이다. 현주가 그렇게 좋아 자신의 집에까지 드나들게 했다면 부부나 다름없을 터. 어머니가 반대한다고 이웃에 대한 체면 때문이라고... 핑계가 마뜩찮다. 어머니야 아들이 술집 여성과 장래를 약속한다 하니 눈이 뒤집힐 수 있다. 그 또한 자기가 극복해야 할 부분이고. 헌데 이웃 눈치를 본다 정도면 정진업의 현주에 대한 진정성은 믿을 수 없는 것 아닐까 싶다. 어쨌든 그렇게 진영으로 도망쳤다가 다시 통영으로 학원 선생이 되어 간다하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현주는 다시 만나게 될까.





현주가 무슨 사연으로 남녘 바다가 있는 마산의 유흥가에 등장했는지는 몰라도 현주가 술이 취하면 "이제 지내고 보니 삼류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그때는 왜 그렇게도 가슴 저리고 뼈를 깎는 고통이었던지" 하며 술잔을 기울이더라고 했다.


당시로서는 고녀(오늘의 여고) 출신만 돼도 신여성 인텔리로 치부되던 시절에 한국 명문 사학의 하나인 이화여전 출신이고 보니 그녀의 눈은 자연스레 연극을 공부하고 문단 데뷔의 딱지가 붙어 있는 월초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었으리라. 거기다 청년 월초는 누가 봐도 탐낼만한 헌헌장부인데다 우람하면서도 이목구비가 반듯했으니 더 이상 말할 나위도 없었을 것이다. 황폐할대로 황폐해진 현주의 가슴에 월초의 출현은 그야말로 '봄비'였다.


그리하여 두 사람 사이 사랑의 '진도'는 초고속으로 발전되어서 "서재라고 꾸며놓은 내방에 현주가 드나들면서부터 금단의 과실은 따먹어버린지 오래가 되었고 어머니의 반대(돌아가신 아버님은 너그러우셔서 못 보신체 해주셨지만)와 이웃에 대한 체면으로 그런지 두 달만에 내 혼자 마산을 떠나버리고 말았다. 물론 현주는 알 까닭이 없었다. 장래를 약속한 바는 있지만 같이 떠날 처지는 안 되어 있었기 때문에 현주의 영업시간을 기다려 궐녀(그녀를 낮춰 이르는 말)를 보내놓고 이내 밤차를 탔던 것이다."(부산일보 <세정무정>에서)


도망치듯 마산에서 진영까지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현주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으로' 월초는 시달려야 했다. 유년시절을 보냈던 고장 진영은 월초를 반겨주었다. 소꿉친구들과의 재회에서 '현주와의 사랑' 때문에 번민하던 갈등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런데 한 달쯤 뒤 지금의 통영제일고등학교의 전신인 '통영협성상업학원'에서 교사로 취임하라는 통보가 친구 편으로 날아든 것이다. 그리하여 본의아닌 도피생활을 청산하고 부임지인 통영으로 가게 된다. '통영협성상업학원'은 당국의 정식인가를 얻지 못한 채 유림을 비롯한 여러 유지들이 재단을 형성하고 그 재단에서 운영하는 중학교 과정의 두 클래스짜리 사설학원이었다. 직원이래야 교장과 월초 그리고 청지기 한 사람 모두 세 사람뿐이었다. 그런데도 월초에게는 평생동안 잊을 수 없는 가지가지 추억이 서린 곳이 돼버렸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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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초가 문단에 데뷔하여 금의환향한 이야기. 무엇보다 월초가 관심을 보였던 한현주라는 여성이 등장하는데 글을 베껴 쓰면서도 그가 경남연극에 어떤 역할을 했기에 한하균 선생이 주목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 궁금하다. 문득, 현재 경남연극인들 중에 이런 이야기로 관심을 끌 수 있는 인물이 누가 있을까 궁금해진다.




일정 말기인 1930년대 말, 우리 나라의 유일무이한 문학전문지인 <문장>에 그렇게도 간절히 소망하던 문단 데뷔의 일차 관문을 통과하게 되자 월초는 그리운 고장 마산을 찾아와 온 시중을 휩쓸고 다녔다.


그 당시 마산 시중이래야 신마산은 70% 가까이가 일본인이 모여사는 신시가지였고 구마산은 거의 전부가 한국인이 취락하여 사는 보수색이 짙은 마을이었다. 다만 오동동만이 술집이 많이 있었지만 전통적인 노랫가락과 신판 유행가가 뒤섞인 이른바 '안방술집'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른바 술깨나 한다는 사람들은 초장술은 북마산에서 마시고 거나해지면 카페 '공작'과 '은하'를 찾아들게 마련이었다. 당시 마산에는 카페라고는 앞에 말한 두 곳뿐이었다.


지금 남성동 파출소 앞에 제일은행이 있고 그 제일은행 뒤편에 부림시장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는데 그 길 왼편에 아주 조그마한 골목이 있었고 그 골목 초입에 '공작'(옛날 미도식당 자리), 그리고 그 건너편에 '은하'가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장래가 촉망되거나 그 미래가 보증된 사람의 주변에는 으레 술 친구가 모여들게 되어 있는데, 월초 자신의 말대로 '보증이 붙은 문학청년입네 하고 선배들이 곧잘하던 데카당 흉내를 내고 있었으니 주변에 술 친구가 없을 리 없다. 그러니 자연스레 마산 최고의 신식 사교장인 공작과 은하에 날마다 출근하다시피 했고, 그 중에 은하의 요정 현주를 만나게 된 것이다.


한현주. 그녀의 본명은 모른다. 술이 거나해지면 월초는 스스럼없이 옛일을 다 털어놓으시면서도 끝까지 그녀의 본명은 '어딘가에 살아 있을 그녀의 명예를 위해'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녀가 황해도 사리원 출신으로 서울의 풍문고녀(요즘의 여고)를 거쳐 이화여전(이화여대의 전신) 문과를 졸업한 아가씨라는 것만 밝혔다.


부산일보에 발표한 <세정무정(世情無情)>에서 이화여전 중퇴라고 쓴 것은 그녀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뜻에서였고 재학 당시 '메이퀸(5월의 여왕)'으로 뽑힌 적도 있는 재원이라는 것이다.


"이건 자네만 알아야 해"하고 몇 차례나 당부하신 뒤 "이화여전 연극반이 공연했던 체호프의 <3인자매>에 '아주 중요한 역할'(역시 역명을 밝히면 그녀의 신분이 노출되니까)로 출연했던 연극 광(狂)이었어"라며 처연하게 회상하시곤 했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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