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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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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초가 앞 번 이야기에선 기약 없이 슬그머니 현주를 떠난 듯하더니 현주가 통영으로 찾아오니 정식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부산일보에 술회한 이야기가 나온다. 느닷없고 뜬금없어서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한하균 선생이 이야기를 너무 심하게 축약하다 보니 그 두 사건의 가운데 들어가야 할 플롯을 건너 뛰어버리신 겐가. 그럼에도 찾아온 현주를 두고 생각하는 것이 탐탁지는 않다. 좀 귀찮게 여기는 듯도 해서다. 불원천리 택시를 타고 달려온 정인을 만났는데 얼싸안고 춤은 못 출망정 사람을 앞에 두고 자신에게 떨어질 이익과 불이익을 먼저 계산하는 태도라니.


어쨌든 지지난 이야기에서 예감했듯 현주와의 재회는 이렇게 전혀 극적이지 않게 이루어져 실망이다만 마침 여배우가 궁한 터에 절묘하게 짠하고 나타난 것은 드라마틱하다 하겠다. 그렇게 현주가 여배우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이겠지. 마지막 한 회가 남았는데... 이야기는 아직 한참인 것 같다. 이야기가 어떻게 압축될 지 기대된다.




월초는 '사회'라는 바다에 발을 들여 놓은지 처음으로 생활에 안정을 얻었고, 선배 동료와 함께 좋아하는 연극 문학에 대한 의견을 끝없이 나눌 수 있는데다 술마저 함께 하게 되었으니, 금상첨화란 이를 두고  일컫는 말인듯 싶었다.


여기에 뜻밖에도(?) 현주가 나타난 것이다. 다시 월초 자신의 말을 되새겨 보자. 


"어느날 밤 청마 사형과 하보(응두) 사형 그리고 나 세 사람이 유명한 통영 오통잔(기금의 대포를 그때 그렇게들 말했다)을 몇 순배인가 기울이고 서로 헤어져서 거나한 기분으로 하숙집으로 돌아오니 문전에 택시가 서 있고 친구 K(강계호)가 차비를 치르고 있었다. 현관(그때 하숙집은 왜식으로 된 여인숙이었다) 긴 의자에는 현주가 핸드백을 들고 앉아 있다가 들어서는 나를 보고 용수철처럼 발딱 일어섰다. 나는 친구 K가 고맙기는 하였지만 한편 귀찮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현주와의 관계를 비밀로 해두었다가 정식 결혼은 불가능하더라도 서울 쯤 가서 동거라도 할 계획과 약속이 그전에 이미 굳게 이루어져 있었다. 말하자면 그 준비 기간으로서 내가 학원에 와 있는 셈이었다. 그런데 K가 이렇게 외고펴고 자동차로 버젓이 모시고 왔으니, 그나마 나는 확고부동한 총각 접장으로 가족 상황에 기록되어 있었다."(부산일보의 '세정무정'에서)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이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장하보 선생이 중재역(?)을 맡고 나선 것이다. 때마침 그 무렵 박재성 작으로 아카몬(일본 동경제국대학의 교문이 붉은 벽돌로 된 것이어서 붉은문=아카몬'이 동경대학의 교지 이름이 되었다)지에 발표되었던 '아키(가을)'라는 작품 외 공연 기획을 하고 있을 때였기에 이 작품의 여자 역할을 못 구해 애를 태우고 있던 참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고쿠고 조오요오'라 하여 무대 위에서도 우리말로 된 연극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본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고 또 무대 경험이 있는 여자 연기자 구하기가 하을의 별따기처럼 지난한 일이었음은 두말 할 나위도 없었다. 여기에 현주가 안정맞춤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리하여 현주는 연극에 출연할 초청 여배우로 둔갑한 것이다. 그러나 거짓말은 예나 이제나 오래 못가는 법. 끝내는 들통이 나고 만 것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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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으로 간 월초로선, 당시는 자신이 어떤 인연이 맺어질지 상상도 못했겠지만 학원 선생을 맡았던 것이 얼마나 행운이었을지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월초가 있는 학원의 교장이 일본으로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떠났는대 대한 교장으로 온 사람이 청마 유치환이었던 것이다. 유치환과 파트너가 되었으니 그가 놀 물은 반은 정해져버린 것일 터이다. 물론 월초가 오늘날에 기록으로 남겨질 인물이기도 하지만 당대 그가 만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역시 문화활동은 노는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하겠다. 김용기, 전혁림, 윤이상, 유치환...




통영에 서린 추억의 첫째는 교장이던 김욱주 박사(동영제대 농학부 줄업, 초대 농림부 농지관리국장, 동아대학교 대학원장 역임)의 따사로운 인격에 많은 감화를 받았다. 그는 언제나 너그러우면서도 절도있는 생활 리듬을 깨뜨리지 않는 스포츠맨(동경제국대학 테니스 대표선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도 600평이 넘는 넓은 저택에 수천권이 넘는 장서를 즐비하게 갖춰놓고 독서하다 지치면 밖에 나가 운동하고, 운동하고 돌아오면 아내(진주 일신고녀-진주여고 출신)가 끓여온 차를 마시며,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말하자면 그의 꿈같은 생활이 부럽다 못해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박사의 부친은 통영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판사 출신의 변호사요, 갑부였기 때문이다. 김 박사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둘째는 청마 유치환 사백(詞伯 학식이 높은 사람)과의 만남이다. 월초가 부임한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앞에 말한 김 교장은 동경으로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떠나고 후임으로 청마가 부임한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연극과 산문을 공부하고 있었던 때라 시를 쓰지는 않았지만 서정시에서 특히 언어의 시성을 탐구하려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청마 사형의 시집(청마시초)을 모조리 읽고, 적잖은 감화를 받기도 하였다.(부산일보 '세정무정'에서)고 술회하고 있다.


셋째, 연극의 선배와 동료를 만나 견문을 넓히고 보다 높은 차원의 연기 공부를 하게된 것이다. 당시 통영에는 참으로 기라성 같은 대 배우와 연출자가 많이 있었다. 


박정섭(나운규의 아리랑과 벙어리 삼룡이 등의 영화에 성격배우로 활약함), 서성탄(일본 축지소극장 출신의 연극인, 동랑 유치진과의 인연으로 통영에 정착함), 김용기(동경학생예술좌 출신의 연출자, 이해랑·김동원 등과 동인), 김아부(후기 토월회 출신의 연기자), 최배송(동양극장 출신의 연기자) 그리고 극작가 박재성 등이 거의 날마다 모여 토론하고 숙식을 같이 하는 날이 많았다.


물론 그 비용은 3000석 지주의 둘째 아들 김용기가 도맡다시피하였지만, 거기에다 무대장치를 맡아 협력을 아끼지 않은 화가 김용주(오늘날의 국전 전신인 '선전' 특선 작가), 전혁림(국전 특선작가)과 효과를 돌봐 줄 작곡가 윤이상, 정윤주와 시인 유치환, 시조시인 장용두(하보) 등이 가세하였으니 월초로서는 참으로 '행복한 나날'이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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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연극예술축제를 보니 기간이 길다 싶어도 그런 게 아니더라. 7일부터 16일까지 열흘동안 열려 이 기간 한 번은 보러갈 여유가 있겠지 싶었는데... 문득 정신차려보니 벌써 축제가 끝난 시점이더니...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역시 열흘남짓인데... 벼를 새도 없이 기간이 끝나버리지나 않을까 싶다. 이렇게 예단하면 기회라도 생기려나.


밀양축제에서 눈에 띄는 작품들이 몇 개 있다. 내일 경남도민일보에서 볼만한 공연 몇 개 소개하겠지만 내 눈에 띄는 것도 몇 개 있다.


<20세기 소년소녀 창가집>,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작품인데 극작가의 이력이 독특하다. 정의신은 재일한국인이다. 일본에서 활동하다 지금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연극과 영화를 한다. 2012년 작품 중에 <나에게 불의 전차를>이란 연극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한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뤘는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차승원을 비롯해 히로수에 료코, 구쓰나기 스요시 등이 출연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이 작품도 정의신의 그런 시각을 읽을 수 있을지.... 


해외초청작으로 멕시코의 <마야 전설의 새>도 호기심을 끈다. 극단 아낄라레. 소개한 글을 보니 생활도구들을 활용한 연출이 돋보인다. 멕시코의 흥겨운 리듬도 느낄 수 있겠다. 내용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풍요로운 마을 마야에 대한 이야기. 기뭄이 들자 가장 중요한 곡식인 옥수수 씨앗을 구하려 떠나는 줄거리다.


극단 목화가 펼치는 김유정 원작의 <봄봄>은 어떻게 풀어냈을지도 궁금하다. 거장 오태석 각색 연출이라 더욱 끌린다. 이밖에 진해 극단 고도의 <오케이 컷!>, 창원 극단 미소 <황혼의 노래>, 밀양 극단 메들리의 <하모니카>도 눈길이 가는 공연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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