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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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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작가 김태수의 두 번째 희곡집 <서울 열목어>, 이 안에 엊그제 읽은 '연어는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란 희곡이 있다. 그의 희곡을 진작 읽고 싶었으나 불과 지지난 주 창원 중앙동 교육단지 내에 있는 창원도서관에 경남도민일보 이일균 기자의 '걷기 좋은 길'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마침 김태수 희곡집이 3집까지 모두 있기에 회원 등록하고 빌렸다. 의창도서관이나 고향의 봄 도서관에서 찾을 수 없었기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김희곤 관장의 말로 이곳 장서가 도내 교육청 산하 혹은 시립 도서관에선 가장 많다고 하더니 맞는 말인갑다 싶기도 하고 그랬다.


이 귀한 책을 빌리고서 김태수 희곡에 빠져야겠다는 기대는 바로 무너졌다. 밥벌이 업무 외에도 무용 연습에, 뮤지컬 연습에, 대본작성까지 한시도 책을 읽을 틈이 보이지 않았다. 아침엔 운동. 아침운동이야 조간신문 뒤져보는 시간 대신이라 독서와는 상관없지만 그것 역시 뺄 수 없는 일과라 책읽기 시간은 딱 이러한 때 뿐이렷다. 버스 타고 이동할 때. 그래서 3주가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희곡 3편밖에 읽지 못했다.


유명하기로는 '옥수동'이 제일이지만 내 개인적으론 '해가 지면 달이 뜨고'가 맘에 든다. 그건 다음 차에 정리하기로 하고 오늘은 '연어는 바다를 그리워 하지 않는다'란 희곡이다.


이 작품은 1999년 4월 극단 반딧불이에 의해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초연됐다. 이후 여러 극단에서 공연하긴 했지만 그리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작품을 읽어보면, 이문열 작 '사람의 아들' 느낌도 나고 탄생의 비밀을 소재로 한 때문인지 요즘 유행하는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도 하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아주 완벽한 플롯 구성을 보인다. 그야말로 고전적 드라마투르기에 충실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유효적절한 복선, 다음 장면이 기다려지는 각 장의 마지막 멘트, 독특한 인물 캐릭터...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다소 진부한 주제, 즉 종교적 신념과 그에 대한 배신감이 극의 모티프가 되었다는 점은 좀 아쉽긴 하다. 그럼에도 요한이라는 인물을 통해 운명적으로 비극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다뤘다는 측면에서 희랍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 보여준 그런 비극성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앞서 함세덕 희곡에서 플롯 중심으로 분석한 논문을 공부해봤으므로 여기선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관계, 그리고 인상깊은 대사를 추출하는 공부를 해볼까 싶다.




주대원, 성당의 주임신부이며 맹목적 종교인이기도 하다. 동생 주대철과 어렸을 적엔 죽이 잘 맞았으나 성당 천장이 무너지면서 부모를 잃은 후엔 동생과 대립관계가 된다. 그것도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논쟁 때문이다. 종교관은 맹목적이긴 하나 신을 부정하는 자기 동생에만큼은 혈육의 관계를 벗어던지지 못한다.


주대철, 부모의 죽음과 고달픔으로 어린 나이를 보내야 했던 경험 때문에 신의 무능함을 증명하려고 나쁜 짓만 골라서 하며 성장한다. 집을 뛰쳐나온지 25년 만에 형이 있는 성당으로 찾아오고 여기서 테레사라는 여신자를 만난다. 돈이 많은 장애인이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차츰 테레사에 대한 진정성이 생겼던 것도 같다.


요한, 성당앞에 버려졌던 아이. 주대원이 데려다 키웠다. 대철이 25년만에 성당에 왔을 때 한방을 쓴다. 대철이 그림을 잘 그리는데 요한 역시 그림을 어느 정도 그린다. 테레사를 속으로 흠모하고 있었는데 대철에게 뺏겨버리게 되자 생명을 건 싸움을 벌이게 된다.


테레사, 휠체어를 탄 장애인 여신도이며 신앙심이 깊다. 대철에게서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다. 요한이 자신을 흠모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른다. 


은애, 극의 처음에 등장해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고해성사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면, 요한의 쌍둥이 여동생이다. 은애의 어머니는 은애만 거둬 키우고 남자 아기인 요한은 일종의 복수심으로 성당 앞에다 버린 것이다.


유미, 은애와 요한의 엄마다. 대철이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하느님에 대한 저항으로 괴로워할 때 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겁탈했던, 같은 성당에 다니던 여인이다. 극의 후반부에 유미가 주대원을 찾아와 그렇게 고해성사를 하자 주대원은 그제야 요한이 조카임을 알게된다.


극의 끝에서야 비로소 대철은 자신이 죽인 요한이 자기의 아들임을 알게되고 형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들은 대철은 자살을 택하고 만다.


인상 깊은 대사 몇 마디 옮겨 적는다.


(테레사를 유혹하며) 그건... '느낌'일 겁니다. 백 마디 말보다 더 강하게 사람을 설득시키는 심장의 고동과 같은 거... 내 깊은 곳에서 무언가 뿌리를 뒤흔든 느낌... 더 이상의 설명은 곤란해요. 얼마 남지 않은 약속된 시간 안에서 영혼을 위로 받는 만남이고 싶은 거... 그뿐이에요. 어쨌든 얼마 후면 전 떠나야 하니까요.


(대철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는 대사) (목소리를 낮춘다)여보세요.... 나야.... 그래서!.... 어젯밤에? ... 안돼!.... 입을 막아... 젠장.... 꼬이는군..... 그건 내가 알아서 해...... 전화하지 마..... 알았어....


(대철의 정체를 뒷조사했던 요한이 대철에게 시비조로 하는 말) 어때? 너무 정확한 말이라 손이 그렇게 떨리시나? 주대철이란 인물은 대체 어디 있는 거지? 하지도 않은 결혼에 미국에서 마누라가 죽었다는 건 마술로 만들어낸 건가? 후후 지금 이 이야기를 테레사에게 하면 표정이 어떻게 변할까. 전화 버튼 몇 개만 누르면 당장 경찰이 달려올 텐데 신부님은 또 얼마나 난처해 하실까?


(대원과 논쟁 가운데 대철의 종교관을 엿볼 수 있다) 내가 왜 자학해! 이 행복한 육신을 마음껏 노릴고 후회 없이 구러왔는데 무슨 미련이 남아서! 이런 게 함 번 살다 죽으면 썩어지는 인생이란 거 아냐?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게 신은 없어! 육신의 자유만 있을 뿐이야.


마지막 한 가지! 희곡이 다끝나 가도 제목에 실려있는 연어는 한 마리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걔가 바다를 그리워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한 마디 언급도 없었다는 점.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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