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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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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5시 부산 대연동 나다소극장에서 펼쳐진 극단 전위무대의 제116회 정기공연 <고모령에 달 지고>를 관람했다. 이 작품 희곡을 쓴 사람이 극단 마산 이상용 대표여서 함께 보러가게 되었다. 

 

두어달 전부터 이상용 대표의 새 희곡 <고모령에 벚꽃 휘날리고>를 아직 완성본은 아니지만 읽어봤다. 나와 함께 올해 초부터 극단 상상창꼬의 작품 <있는 듯 없는 듯 로맨스>와 <때때로 사랑을 멈추다> 연습을 하고 공연도 했던 송판호(80년대 마산의 극단 사랑방 대표였던) 선생이 보여줘 읽어봤던 게 계기다.

 

<고모령에 달 지고>는 이 대표의 희곡집 동명의 책에 수록된 작품이다. 이 책은 이 대표로부터 작년에 받았는데, 다른 희곡은 간간이 읽었는데 고모령은 공연 관람 일주일 전에 읽어보았다. 같은 고모령을 소재로 한 작품이지만 '달'과 '벚꽃'은 내용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여튼 어제 공연을 본 내용을 기록에 남겨둔다.

 

5시 공연이어서 조금 서둘렀다. 2시 30분에 북면에 사는 송판호 선생이 차로 나를 데리러 왔다. 팔용동 극동아파트까지 와주어 고맙기 이를 데 없었다. 게다가 송 선생은 문화동에 사는 이 대표 주거지까지 모시러 갔는데, 나보다 훨씬 연장자인 분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편하게 이동한 게 괜히 미안하다.

 

나다소극장엔 공연 시각 30분 전에 도착했다. 송 선생은 70년대 전위무대 배우 출신이다. 전위무대는 1963년에 창단한 극단이다. 그러고 보니 전위무대가 나와 나이가 같다. 중간에 어려움을 겪으며 한동안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극단 마산 대표인 이상용 작가의 작품이 부산 전위무대에 올라가게 된 건 전위무대 전승환 연출과의 인연 때문이라고 한다. 마산국제연극제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을 때 몇 번 작품을 초청했다는데, 그때 상호 교류가 많았나 보다.

 

내가 부산서 고등학교까지 나왔지만 부산의 연극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는데, 이날 관람을 계기로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다. 

 

마산 창동에 있던 '고모령'이라는 술집이 부산에 있는 극단에 의해 무대화되었다는 게 어찌 보면 아이러니한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고모령에 달 지고>는 고모령 사장 문(자은) 여사와 주객 땡초(허청륭 화백)와의 이야기다. 관람기를 풀어내기 전에 먼저 언급해야 할 사항이 있다. 작품 연출을 맡은 전위무대 전승환 대표가 공연 8일을 앞두고 별세했다는 사실이다. 졸지에 이 작품이 고인의 유고작이 되었다.

 

팸플릿에서 작가의 글을 통해 이상용 대표는 "코로나19 때문에 연습을 못하다가 최근에야 공연 일정이 잡혀서 연습을 한다는 연락이 왔었고, 그 후 바로 며칠 전, 형의 소천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비보가 날아든 것이다"며 슬퍼했다. 이 대표는 그날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장맛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허급지급 양산부산대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권철 배우가 넋이 나간 모습으로 문상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형의 영정 사진은 마치 생시처럼 나를 맞이하는 것 같았고..."

 

팸플릿에는 조연출을 맡은 서광석 씨도 전승환 선생을 추모했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던 날 저녁에 선생님과 친구가 외상으로 밥을 대어 먹는 누님 식당에 불현듯 오셨다. 그 길이 마지막이라니... 무슨 예감이 있어 나를 보러 오셨나 보다. 그날 하늘은 무너졌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이러한 사연이 있어 그런지 공연이 끝나고 고 전승환 선생을 추모하는 영상이 무대에 비춰졌다. 그리고 무대 뒤에서 엉엉 우는 단원들의 목소리. 객석은 한동안 숙연했다.

 

작품에 나오는 '고모령'은 마산 창동에 실재했던 술집이다. 등장인물인 문 여사와 땡초 역시 실존 인물이다. 땡초로 나오는 허 화백은 수년 전 돌아가셨다. 희곡을 쓴 이 대표와 두 분 모두 각별한 사이였다. 하지만 또 하나의 등장인물인 문 여사의 딸 '희야'는 가상의 인물이다.

 

무대에 달 그림이 나오는데 허 화백의 작품 중 '월하'라는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이다. 물론 허 화백의 작품은 아니다. 그림 형태도 허 화백 작품과 전혀 다르다. 작품 속에서 이 그림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문 여사의 딸 희야가 이 그림을 그렇게 좋아한다. 

 

이 대표는 작가의 글에서 문 여사와 땡초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이 극의 무대와 등장인물들은 실화에서 차용해 왔지만 극의 내용은 전부 픽션이다. 마산에는 한때 겨우 탁자 네댓 개 정도가 있는 '고모령'이라는 유명한 선술집이 있었고, 그 선술집 주모가 문 여사였는데, 그녀의 내공이 가당찮았다. 그녀는 예술인은 아니었지만 예술가 뺨치는 안목에다 스케일 도한 커서 여장부라는 소릴 듣기도 했다. 그 선술집에 드나든 사람 중에서 단연 첫손가락에 꼽히는 사람은 바로 '땡초'라는 별호를 가진 인물이었다. 서양화가였던 그는 2~3년 전에 타계했지만 생전의 그는 전형적인 연극의 주인공 감이었다. 그의 성격이 괴팍스러웠고 그의 인생 또한 드라마틱했기 때문이다. 그 별호를 작명해 준 사람이 바로 '고모령'의 문 여사였다."

그리고 작품에 대해서는,

 

"극 중의 문 여사는 손님들에게는 모든 걸 베풀었지만 정작 선천성 장애가 있는 자기 자식에게는 잘 대해 주지 못한 점을 뼈저리게 후회하는 보통의 어머니다. 그런 그녀의 참회하는 모습은 성모 마리아가 예수를 품에 안고 있는 피에타 모습을 연상시킨다. 가자 트럼펫 연주자로 살아가는 땡초와 먹고 살기 위해서는 술집이라도 해야 하는 문 여사의 힘든 인생여정을 표출하려 한 작품이고, '고모령에 달이 진다'는 것은 고모령뿐 아니라 우리의 인생도 저물어 간다는 것을 상징한다."

 

라고 설명했다.

 

극단 전위무대 <고모령에 달 지고> 공연 뒤 배우들과 기념촬영. 앞에 앉은 두분 이상용 극단마산 대표(왼쪽) 그리고 송판호 선생이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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