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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3.15아트센터가 20일 밤 7시 개관식을 했다. 업무를 마치고 부랴부랴 차를 몰고 도착한 시각이 7시 45분. 대공연장엔 벌써부터 가득 메워졌고 공연이 한창이었다. 차를 몰고 온 사람들이 많이 와서 아트센터엔 주차할 자리가 없었다. 대신 맞은편 한림건설 모델하우스 주차장에 대고 센터로 향했다. 사진은 건널목을 건너기 전에 찍은 것이다. 야경이 제법 아름답다. 창원의 성산아트홀과 같은 마땅한 공연장이 없었던 마산인지라 시민들이 가장 먼저 반가워할 것 같다.
건널목을 건너 대공연장으로 가던 계단에 사람들이 운집해있다. '운집'이란 표현은 좀 과한가. 오가는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이 계단 앞에는 대형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고 한창 마산시향의 연주가 상영되고 있었다. 대형스피커를 설치해서인지 대공연장에서 하는 연주가 아마도 실내보다 더 빵빵하게 울려퍼지는 것 같다. '내가 스피거 옆에서 사진을 찍어 그런가?'
오른쪽 환하게 밝은 곳이 대공연장이다. 배경이 밝아 그런지 사람들의 움직임이 실루엣으로 드러난다. 수년 전까지 마산 시민이었고 여전히 직장이 마산이어서인지 마산에 이런 아트센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다. 벌써 예술을 즐기는 '고급시민(?)'이 된 듯한 기분이다. 예술의 예도 모르지만 은근히 자부심이 온몸에 퍼지는 듯하다.
이곳이 대공연장 입구다. 한창 공연 중이어서 누구도 들어갈 수 없게 하였다. 내가 못 들어가 아쉽긴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당연하고 또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보니 초대받은 예술인들인 것 같은데 나처럼 늦게 왔는지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의자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거나 모니터를 통해 연주모습을 감상하고 있었다. 안내 데스크에서 아트센터 공연기획팀장으로부터 개관식 팸플릿을 하나 얻었다. 팸플릿을 받아든 순간 큰돈 들여 예술전문가들에 의해 지어진 아트센터 만큼이나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피부로 전해왔다.
어정쩡하게 안에만 있으면 뭐하나 싶어 밖으로 나왔다. 느낌이 깔끔해서인지 공기도 맑은 것 같다. 멀리서 보는 야경 만큼이나 안에서 느끼는 야경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퍼뜩 눈에 들어온 것이 있다. '김주열 열사 추모사업회 노천사무실 개소'라는 현수막이다. 오늘 아침 신문에 나오겠지만, 김주열 열사 추모사업회에서 마산시에 불만이 있는 모양이다. 아트센터를 만들어놓곤, 그것도 김주열 열사가 희생당하면서 대대적 시민혁명으로 발전해 결국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3.15의거를 타이틀로 해서 만들어진 아트센터에서 박대당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마산이 군부독재에 편승해 민주화에 역행한 노산 이은상을 기리자고 했던 전력이나 친일 작곡가 조두남을 기리자고 '조두남 음악관'을 추진했던 전력을 보나따나 마산시에는 말만 '3.15'이지 실체 의거정신이 스민 '3.15'는 없는 것 같다. 조만간 아트센터 주변에 콘테이너 사무실을 만들 것이라고 하니 당분간 마산시와 마찰이 일 것은 자명하다.
전시실을 둘러봤다. 2층에도 있고 1층에도 있다. 이날 2층에는 주로 유화가 전시되어 있었고 1층에는 수묵화가 걸려 있었다. 많은 시민이 제법 관심어린 표정으로 미술 작품을 보고 있었다. 가족이 함께 온 관람객은 나름대로 그림 해석까지 덧붙이며 둘러보았다. 어르신이나 아이들이 그리에 손을 대려고 하자 "작품에 손을 대면 안된다"면서 자연스레 관람문화도 만들어나갔다.
1층으로 내려가 수묵화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오니 로비에 3.15의거 사진들이 그날의 함성을 생생하게 들려주는 것 같았다. 이런 사진이야 구암동 국립3.15묘원 기념관에서도 자주 접했을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소장하고 있는 자료집이나 여러 행사에서 자주 접하던 것이라 생소할 것 까진 없지만 관람하고 있는 시민들이 새롭게 알았다는 듯이 탄성을 자아내며 사진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구색맞추기 기획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문으로 나와 다시 처음 들어섰던 곳으로 갔다. 여전히 공연이 대형 모니터로 비쳐지며 감미로운 음악이 계단 위에서 흘러내려 왔다. 색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대형모니터 앞에는 분수대 가로질러 징검다리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아이들이 왔다갔다하며 아주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아이들 머리 위로 계단에 앉은 관객들의 시선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는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돌아서는데 눈에 익은 작품 하나가 외롭게 서있다. 좌우대칭이 특징인 스테인리스 조형 작가 문신의 작품이다. 스테인리스에 반사된 아트센터 밖의 세상이 보석처럼 빛난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런 장소에서 문신의 작품을 보니 감흥이 새롭다. 드디어 적재적소에 놓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관식에 맞춰 3.15아트센터를 휘 둘러보니 제법 시민들로 사랑을 받는 공간이 되겠다는 예상을 하게 된다. 바로 맞은편 양덕동 아파트단지도 있고 하니 더더욱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딱이다 싶다. 아마도 마산종합운동장에서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 아트센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형태의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3.15아트센터에, 혹은 마산시에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3.15라는 이르에 걸맞게 운영을 했으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