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벼, 비벼'는 2017년 하동예총 지원 '어울터' 극단 창단 작품으로 의뢰를 받아 썼고 이후 창원예술극단에서 일부 수정되어 2022년 마산문화예술센터 시민극장과 2023년 창원대학교 봉림관에서 창원예술극단 공연으로 무대화 되었다.
처음 작가의 말을 팸플릿에 올렸는데, 다음과 같다.
작가의 말
#1 “형부, 우리 남편 한 번 만나주세요.” 아내와 언니 동생하며 지내는 몽골아줌마인 그가 내게 애원하듯 매달렸다. “소용 없을 걸.” 그의 집안 이야기를 몇 번 들었던 터라 그의 남편 성향이 파악됐고, 만나봐야 별 소득이 없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 “그래도 한 번 만나봐라, 남자 말은 또 들을지 어찌 아노?” 아내가 거들었다. 이야기를 듣자하니 그의 남편은 ‘여자가’ 밖에서 활동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었고 종종 폭행도 일삼았다. 그들에겐 초등학교 1학년 딸이 하나 있었다. 아내는 그가 우리 사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바뀔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만나보니 그의 남편은 완고했고 변화를 기대하기란 진작 포기하는 게 좋을 듯 보였다.
#2 “내가 저걸 데꼬 오는 데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 알아요?” 남자는 이미 술을 한 잔 걸쳤는지 그의 아내가 피신해 있는 우리집에 쳐들어와서 고래고래 언성을 높였다. 상대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그의 말투엔 그야말로 ‘그래, 나 무식한 놈이야, 어쩔래?’ 하는 막가파 심뽀가 잔뜩 배어 있었다. 괜히 위기의 이주여성 도우려다 우리마저 안 좋은 일에 휘말리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가요?” 내가 물었다. “뭘 어떻게 해? 집에서 얌전히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일 잘하면 내가 잘해 준다니까.” 그의 대답엔 신빙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3 “당신은 딱 당신 기준이야, 왜 애들 말을 들으려 안해?” 그러잖아도 애들 때문에 마음이 상해 있는데 아내가 밥상머리에서 인정하기 어려운 말로 퉁을 주었다. “무슨 말이야, 나처럼 민주적인 평등주의자가 어딨다구 그래?” 하고 서운한 심기를 드러내며 반론을 폈지만 아내도 아이들도 고개를 젓기만 했다. 때마침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아버지 교육’이 있어 주1회 4주 과정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마치고 식구들과 대면했을 때 아이들이 하는 말, “악마 아빠가 천사로 변했네요.” 난 변한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과 아내는 나도 모르는 나의 변화를 발견했던 모양이다.
#4 입장을 바꿔 생각하기도 어렵지만 처지를 바꿔서 실천해보기란 더 어렵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의 고집을 버리고 상대의 입장이 되어 나를 보게 된다면 내가 얼마나 그동안 못되게 굴었는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 작품에서 비빔밥이 모티브가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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