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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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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햇살 가득한 날 초등학교 운동장엔 생기가 넘쳐 흐릅니다. 활기를 잃어버린 중년의 나이에 아이들을 보는 눈이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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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가 시작되던 곳. 컨테이너 사무실과 화장실, 그리고 지게차. 지게차는 세번째 바뀌었다. 7329, 8136, 그리고 8212호 이 장비. 지금까지 왼쪽 지겟발이 쳐져서 불만이었는데 이것은 오른쪽이 쳐졌다. 처음엔 괜찮다 싶더니 며칠 타고 나니 이것도 불편해 짜증이 살짝 솟았다.


고철통이 고생을 많이 했다. 적치장 패인 곳이 있으면 쌓인 고철을 비우고 그 자리에 자갈을 담았다. 당연히 흙도 담기지. 한때엔 고철통 안팎으로 진흙 흔적이 꽤 있었다. 비만 오면 자동으로 씻겨내려갔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로프가 얹힌 팔레트는 원래 TJ라는 자재가 얹혀 있었는데 너무 기울어져 위태해 보이기에 철망팔레트에 옮겨 담았다. 보기보다 무거운 쇳덩이인데다 보기보다 많은 양에 생고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1번과 2번 줄 사이의 통로는 이 넓은 적치장 중에서 가장 많이 드나들던 곳이다. 처음엔 저 끝까지의 길이 그렇게도 멀어보이더니 8개월 삐대다 보니 손바닥 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빅트라스라는 놈이다. 7번은 이중에 가장 길어서 통로로는 옮기지 못한다. 예전에 반대편에 있던 걸 이쪽으로 옮겼는데 큰길로 해서 모두 이동했다. 그 여름 진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지게차보다도 더 두 배나 넘게 부피가 큰 것을 모두 옮겼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안 해도 될 일이었는데 큰 맘 먹고 손을 댔던 자재들이다. 귀찮긴 했어도 재정리를 하고 나니 보기가 훨씬 나았다.


지게차 직장을 가진 후 처음으로 떴던 자재는 티엘 계통 자재들이다. 워낙 무거운지라 정확하게 지겟발이 들어가지 않으면 기울어져 다른 자재와 나란히 맞추기도 어려웠다. 이렇게 쉬운 물건도 그토록 어려워했다니 감회가 새롭다.


지난 8개월 동안 한 번도 손대지 않았던 자재들이다. 옮길 일도 없고 빼나갈 일도 없었으니....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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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다. 지게차 일터를 떠나기 이틀 전. 뭐 그렇게 일할 게 많지는 않지만 한 바퀴 휘 둘러볼 참으로 지게차를 뺐다. 지게차가 앉았던 자리가 하얗게 선명히 남았다. 저게 나의 자리였을까?

 

8개월. 길지 않은 기간, 똑같은 일을 매일 되풀이해야 했던 일을 생각하면 지겹기도 했을 법한 기간이었는데 너무 빨리 지나갔다. 드라마틱한 일들이 없어서 그럴까. 기억은 머리 속 곳곳에서 지난 일들을 꺼집어내는데 정이 붙어 아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

 

내 손 닿지 않은 것이 없건만 언젠가 또 누군가에 의해 위치가 달라지거나 딴 곳으로 실려나갈 자재들. 2만평에 가까운 일터에서 그동안 혼자 무던히도 외로움을 참고 지냈다. 어쩌면 혼자였던게 더 편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일이 없을 때엔 일부러 일을 만들어 하면서 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몸이 편해서 정신이 괴로운 것보다 몸이 힘들어도 마음이 편한게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퇴근 시각도 빨리 왔고 어찌된 게 아침 출근 시각도 빨리 왔다. 다람쥐가 지구 쳇바퀴를 가속도까지 붙여 돌리듯 낮 밤 낮 밤... 그래, 아마도 지난 8개월이 폭포수처럼 떨어지듯 지나가버린 이유엔 아무 것도 이뤄 놓은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8개월간 머물렀던 이 일터, 내 어릴적 자주 이사를 다니며 보았던 동네들의 한 장면처럼 기억 속에서 잊혔다 떠올랐다 할 것이다. 어쩌면 정체모를 내 머리속의 지우개가 싹 지워버릴 수도 있다.

 

다행이다. 이별을 아쉬워할 대상이 지게차와 일터의 풍경 뿐이라서. 3개월 동안 간간이 함께 일을 했던 조대리와 이유없이 말다툼을 했던 것은 사람에게 정을 붙이지 않으려는 내재된 다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직장을 그만 두면서 벌써 수개월 전에 회사를 그만 둔 조대리가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미안해. 조대리.

 

내일 역시 출근한다. 내일 출근하면 정말 하루를 남긴다. 장담컨대 평소와 다름없이 시간은 흐를 것이다. 마지막 날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기야 20년을 다녔던 옛 직장에서도 그랬으니.... 흠. 나이만큼 마음이 가물어서 그랬을까.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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