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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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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뭘볼까]문자, 그 표현 방식을 보다

2016문자문명전 27~116일 창원성산아트홀 1~7전시실


같은 문자를 사용하는 공간에서도 사람마다 문자의 표현방식은 저마다 서체에 특징이 있으니 같은 것은 별로 없을 듯하다. 컴퓨터를 사용해 타이핑하여 인쇄한 것 빼고. 어떤 이는 서체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도 대충 알 수 있다고도 한다.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문자를 개발해 사용해 왔다. 문자를 개발한 계기는 소통의 필요성 때문이었을 테고 그것이 자연히 기록이 되어 인간문화가 지구 상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기폭제가 되었을 터이다.


그래서 어쩌면 어느 지역의 사람이 먼저 문자를 활용하여 서로 소통했을까 하는 호기심은 어느 지역의 문명이 일찍 발달하였을까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이 지점에서 창원 다호리 유적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김종원 작품.


1988년 창원 다호리 1호 고분 유적에서 다섯 자루의 붓이 발견되었다. 1호 고분은 기원전 1세기 후반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원삼국시대 전기의 무덤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원삼국시대 최대의 고분군이 창원 다호리 고분군이다.


이곳에서 붓이 발견되었다는 건, 말하자면 한반도에선 기원전부터 문자를 사용해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창원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 ‘문자문명전’은 이 다호리 고분에서 붓이 발견된 것이 모티브가 되어 생성된 전시회다.


2009년 시작해 올해 8회째를 맞았다. ()문자문명연구회(회장 김종원)과 창원문화재단(대표이사 신용수)이 주최한 올해 행사의 주제는 ‘한글 書, 라틴타이포그래피-동서 문자 문명의 대화’다. 27일 시작해 116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제1~7전시실에서 진행된다.


도내 작가들을 비롯해 국내와 미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아르헨티나 등 10여 개국의 작가 650명이 작품을 걸었다. 작품 수는 720여 점이다.


프랑스 아네츠렌츠 작품.


1, 2, 3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회의 소주제는 ‘동서 문자 문명의 대화’인데 현대 라틴 타이포그래피의 전개와 한글 서예의 미학을 감상할 수 있다. 보도자료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예라는 표현행위에서의 한글이 지닌 미학과 알파벳을 대상으로 하는 라틴 타이포그래피에 의한 문자의 구조적 변형이 초래하는 다양한 이미지와 그 의미 표현의 극대화를 읽는 자리”라는 것이다.


‘동서 문자 문명의 대화’전에는 문자문명연구회 김종원 회장의 작품을 비롯한 41명의 한글서예작가와 외국의 라틴 타이포그래피 작가 26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4전시실에는 경남문자예술가회 정회원 34명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문자 의미의 서적 변상’이라는 소주제를 달았다.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제목이다. 역시 보도자료의 내용을 빌리자면, “인간의 사유는 언어이며, 언어는 문자로 표현의 방법이 발전되지만 문자는 언어의 의미를 다하지 못하고, 언어는 사유를 다 전하지 못한다. 사유는 지각의 대상을 실체화하지 못하는 간극과 한계가 있다. 존재의 사실이 진실이 아닌 것이고 이에 대한 표현적 전개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어떤 성격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는지 감을 잡을 수 없지만 경남지역에서 문자예술을 하는 작가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사유를 표현한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겠다.


미국 에드팔라 작품.


그리고 5전시실에선 소주제가 ‘의미와 형상의 표현적 일치’인데 경남문자예술가회 준회원들의 작품들이 걸렸다. 이들의 ‘법고창신하는 정신성’을 볼 수 있다고 한다. 56명의 준회원 작품과 무감사 참여작가 36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서 무감사 작품이란 작품심사를 할 필요가 없는 작가들의 작품을 이른다.


6전시실과 7전시실에선 문자예술대전에 입상한 65세 이상으로 구성된 기노부 200명과 일반부 300명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개막식은 27일 오후 4시 성산아트홀 전시장 로비에서 열리며,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토⋅일⋅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무료. 문의 : 055-719-7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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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을 수놓은 나의 마음 너의 마음

제12회 경남사천항공우주엑스포 사천에어쇼 ‘속이 뻥 뚫리는 감동’


요즘 들어 주말마다 볼거리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딱히 예전처럼 주 6일 근무에 일요일 휴일근무를 해야 할 만큼 팍팍한 시절도 아니어서 수요일이나 목요일 쯤 되면 주말을 어떻게 보낼까 이런 저런 정보를 수집해 주말 일정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게다. 그것을 방증이라도 하는 듯이 지난 주말에 다녀온 사천 에어쇼 행사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와 다름 아니었다.


대형항공기 아래에서 촬영.


T-50전투기.


KC-100.


블랙이글.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 동안 진행된 이 행사는 항공우주 관련 다양한 행사들이 사천비행장과 사천종합운동장, 항공우주테마공원 등에서 다양하게 진행됐다. 행사 기간이 끝난 뒤 언론 보도를 보면, 이번 2016 사천에어쇼는 역대 최대 관람객을 불러들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흘 간 사천에어쇼를 관람한 인원이 총 27만 8000명이란다. 사천시 인구가 11만 5000명 정도니까 사천시 인구의 2배 반 넘게 이 에어쇼를 보러 전국 각지에서 다녀갔다는 얘기다.


진주 유등축제가 16일 동안 총 55만 명 정도의 유무료 관람객이 찾은 것에 비한다면 나흘이라는 짧은 기간에 유등축제 관람객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찾았다는 것은 사천에어쇼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통계라고 하겠다.


항공기 비행 체험을 하고 있는 관람객들.


항공기 비행 시뮬레이션을 즐기는 어린이들.


기상캐스터 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


바라니의자 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와 안내요원.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지난 23일 에어쇼가 펼쳐지는 사천공항에는 그렇게 넓은 공간임에도 관람객들로 채워져, 말하자면 화장실에 가려 해도 줄을 서서 무려 20분을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면 현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반영한 표현이겠다.


해마다 사천 에어쇼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있을 때면 창공을 가르며 펼치는 저 멋진 묘기를 다음번엔 꼭 봐야지 하는 다짐을 번번이 했더랬다. 이번엔 더 그랬다. 지난 18일 <경남이야기>에서 멋진 블랙이글의 편대비행 사진과 함께 실은 예고 기사를 보곤 이번만큼은 꼬 봐야겠단 결심을 세웠던 것이다.


비행 체험장에서 안내요원이 어린이에게 항공기 운항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항공기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관람객들.


아니나 다를까, 사천공단 주차장에 차를 대고 셔틀버스를 타고 사천공항에 도착한 게 오후 1시였는데 전국 각지서 모인 관람객들이 컨베이어 벨트처럼 돌아가는 셔틀버스에서 내리고 또 내리고 있었다.


주 공연장에서 댄스팀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에어쇼는 오후 2시에 T-50 시범비행을 하고 또 3시 30분에 블랙이글 특수비행을 한다는 방송이 있었다. 에어쇼가 없는 시간에는 공군홍보관을 둘러보고 시간 맞춰 에어쇼를 감상하고 또 잠시 소강 시간에 체험·홍보관을 둘러보면 되겠다는 계산이 섰다.


행사장으로 들어서면 각종 비행기들이 위용을 자랑하며 줄을 지어 전시되어 있다. 활주로 쪽에 전시된 비행기들은 관람객이 직접 올라타는 체험이 가능한 비행기들이었다. 그쪽에 사람들이 많이 몰린 이유가 있었다.


블랙이글 꼬리날개들.


비행시연을 앞둔 블랙이글 앞에 관람객들이 몰렸다.


비행기 전시장에는 비행기에 대한 상식이 별로 없어도 언론을 통해 몇 번 접했을 법한 비행기들도 눈에 띄었다. 부활이라든지 T-50이라든지 F-16이라든지…, 그 외에도 필자의 상식을 넘어서는 항공 마니아들에겐 다양한 헬기를 비롯해 친숙한 비행기들이 반겼을 것이다.


30여 종의 다양한 비행기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욕심 같아서는 모두 만져보거나 타보거나 한다면 원이 없겠다만 그 중에 하나만 타려해도 20분을 넘게 기다려야 하는 판에 모두 타 본다는 것은 언간생심 가당치도 않은 욕심이다.


그나마 대행 항공기 아래로 들어가 그 위압적인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묘한 만족감에 흐뭇해야 할 정도였다. 교통수단으로 비행기를 여러 번 이용해 봤어도 언제 한 번이라도 비행기 배꼽 아래로 걸어가 본 적이 있었던가.


에어쇼가 없는 시간대엔 공연장에서 다양한 공연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다음 에어쇼가 펼쳐지는 시간 동안 수많은 부스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체험으로 알찬 관람을 즐기는 이들도 많았다. 고무줄 총을 만드는 체험, 부메랑 만들기 체험, 컴퓨터를 활용한 비행체험 등등.


블랙이글 비행시연.


여행스케치20161025사천에어쇼14블랙이글 비행시연을 카메라에 담는 관람객.


아무래도 에어쇼의 백미는 블랙이글의 특수 비행이다. 흔히 TV를 통해 비치는 홍보영상의 주인공들이다. 블랙이글은 시작부터가 남달랐다. 다른 비행기들은 어느 순간에 날아온 것을 감상하는 수준이었던 반면 블랙이글은 총 8대가 조종사가 대기하고 엔진을 켜고 활주로 쪽으로 이동하는 과정까지 보여주었다.


블랙이글 조종사들은 관중석을 지나면서 손을 흔들었다. 관중의 환호가 당연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감동이 일기 시작했다. 그렇게 활주로에 다가간 블랙이글은 하나 둘 연이어 굉음을 내며 달려 나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에 올랐다.


아빠의 어깨 위에 목말을 탄 아이들이 탄성을 지른다. 그 표정이 자못 진지하기까지 하다. 아이의 손에는 작은 모형 비행기도 들려 있다. 섣부른 짐작이긴 하지만 분명히 저 아이는 적어도 수년간은 파일럿 꿈을 버리지 못할 것이란 생각을 한다.


부모를 따라서 온 어린이와 청소년이 많은 것도 이 행사의 매력이랄 수 있겠다. 자라나는 미래 세대인 이 아이들이 항공우주산업에 관심을 갖는다면 경남미래 50년 사업에도 희망적이랄 수 있겠다. 흥미를 갖고 실력이 있는 젊은 세대가 이러한 행사에 자극을 받아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활동하게 된다면 그 산업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천에어쇼의 하이라이트 블랙이글 공중쇼 동영상.


블랙이글은 묘기도 묘기지만 어떤 때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곡예를 펼치기도 했다. 블랙이글 4대와 3대의 편대가 마주보며 마하의 속도로 다가가더니 서로 부딪힐 듯 아슬아슬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 비켜나간다. 저런 묘기를 부리다 공중에서 사고가 난 뉴스를 몇 번 본 터라 성공했을 때 터져 나오는 안도의 한숨은 막을 도리가 없었다.


마하의 속도로 날면서 다양한 묘기를 선보이기까지 비행사들은 얼마나 많은 나날을 고생하였을까. 자칫 방심하면 목숨을 하늘에 맡겨야 하는 운명의 파일럿들의 멋진 모습에 절로 엄지척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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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내 친구들, 늘 내 곁에 있을까?

밀양예술제 맞아 올린 극단 메들리의 추억의 앨범 같은 ‘다섯손가락’


“새끼 손가락 걸며 영원하자던/그대는 지금 어디에/그대를 사랑하며/잊어야 하는 내 마음/너무 아파요/그대 떠나는 뒷모습에/내 눈물 떨구어주리…”


연극 제목이 ‘다섯손가락’이라고 했다. 공연장 입구에서 받은 팸플릿을 보니 제목 위에 ‘추억을 함께 공유하고 지나온 시간이 담겨 있는 추억의 앨범 같은’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 암전 상태에서 페이드인, 조명이 밝아오는 동안 객석을 지배하던 음악이다. 김현식의 ‘추억만들기’. 이 노래가 이 연극의 전반을 관통하는, 말하자면 주제곡일 줄은 한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난 22일 오후 5. 밀양아리랑아트센터 소극장엔 밀양연극협회의 정기공연 ‘다섯손가락’이 무대에 올랐다. 극단 메들리의 창작 초연이다. 이 작품은 구성원들이 모두 제작에 참여한 공동창작물이라고 한다. 물론 공동창작물이라고 하더라도 연출의 영향력을 완전히 벗어난 작품은 가능하지 않다. 공연을 보고자 할 때 연출이나 감독을 먼저 떠올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고교시절 연극을 하며 모인 다섯 친구들은 의기투합하여 “다섯손가락 화이팅!”을 외친다.


극단 메들리의 연출은 김은민이다. 그는 극단 메들리에서 20024월 ‘비밀을 말해줄까’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작품을 잡았다. 초기엔 다른 작가의 작품을 올렸지만 2010년 즈음해선 공동창작품을 주로 다뤘다. ‘2010날좀보소’부터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 ‘망태공장의 비밀’, ‘아리랑연가’, 그리고 올해 경남연극제에서 역시 공동창작품 ‘하모니카’로 단체상 금상을 받기도 했다. 저력 있는 연출가란 방증이다.


무대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배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복장을 한 배우들의 대사를 가만히 들어보면, 무슨 공연을 준비하려는 모양이다. 문학을 하는 친구, 음악을 하는 친구, 그림을 그리는 친구 등등. 여자 셋 남자 둘, 각기 개성을 가진 친구들이 연극을 하기 위해 모였지만 서로 티격태격 신경을 곤두세우고 제대로 화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친구들은 이러한 위태위태한 상황에서 공연을 포기하지 못하고 연습을 이어간다. 공연을 올리지는 못하지만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의기투합이 이루어져 우정을 되찾고 ‘다섯손가락 화이팅!’을 외친다.


다섯 친구들 중에 진철과 강주는 마음이 맞아 갈등 없이 잘 지낸다. 훗날 진철이 강주에게 잡혀 살게 되지만.


세월이 흘렀다. 대학생이 된 다섯 친구들은 다시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고등학교 시절 하지 못했던 연극을 떠올린다.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은 이들을 강렬하게 다시 의기투합하게 만든다. 각자의 사정들은 조금씩 있지만 다시 뭉친 ‘다섯손가락’의 연극에 대한 열망이 더욱 강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들의 그러한 열정은 얼마 가지 못한다. 연극을 잘 만들어보고자 하는 욕심과 상대에 대한 배려의 부족,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겪어 왔던 친구 간의 묘한 갈등. 이러한 것들이 형상기억합금처럼 티격태격 싸우던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결국 갈등이 제대로 풀리지 못한 가운데 태수란 친구는 연락두절로 친구들의 애를 태우게 하더니 불쑥 나타나서는 군대 간다고 통보하고 떠난다. 그렇게 ‘다섯손가락’의 두 번째 공연 시도는 불발되고 만다.


세월은 또 흐른다. 모두 사회인이 되었다. 대학 시절 공연 준비 중 군대 간다며 친구들의 열망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던 태수가 진철 앞에 나타난다. 맥줏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태수가 친구들의 안부를 궁금해 하자 진철은 옛 친구들을 하나씩 불러 모은다. 다시 모인 친구들.


하지만 이들은 모이기만 하면 희한하게도 칡넝쿨과 등나무처럼 갈등을 일으킨다. 입만 열었다 하면 매사가 꼬인다. 다른 친구들이 아무리 풀어보려 해도 얽힌 갈등은 쉬 풀리지도 않는다. 그렇게 친구들은 또 헤어지고.


헤어졌다가 만나고를 반복하던 다섯 친구들, 만나면 늘 연극 이야기다.


각자 제 삶을 찾아 산다. 미숙은 라디오 방송에 응모해 경품타는 취미로 사는 평범한 주부로 살고 현수는 연극 연출을 하고 태수는 정치권에 발을 들여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서로 마음이 맞았던 진철이와 강주는 어느새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다. 아이의 돌을 맞아 진철은 친구들을 부른다.


진철과 강주은 아기 돌에 친구들을 불러 잔치를 벌인다.


그렇게 다시 모인 친구들. 진철의 카페에서 쇼가 벌어진다. 드라마의 한 부분이면서도 관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극의 요소이기도 하다. 쇼를 펼치던 카페 알바생들은 쇼가 끝날 시점에 준비한 선물을 객석에 던지는 퍼포먼스를 한다. 객석은 더욱 환호로 이어지고.


쇼가 끝난 뒤 마지막으로 미숙이 카페로 들어온다. 이렇게 ‘다섯손가락’ 친구들이 다시 모였다. 모두 모이자 또 자연스레 연극 이야기가 오간다. 어렸을 때부터 만나기만 하면 꺼내는 ‘연극’은 이들에게 놓아버릴 수 없는 화두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월이 너무 흘러버렸다. 다시 연극 이야기를 꺼내놓고 할까 말까 고민할 나이는 이미 지나버린 것이다.


연출을 맡았던 현수의 갑작스런 죽음. 비통에 빠진 친구들은 현수를 위해 그가 못다했던 연극을 올리자며 의기투합한다.


그렇게 잊고 지내나 했다. 그러던 중 밤낮없이 작품에 매달려 몸을 혹사하던 현수가 쓰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이내 사망 소식까지 듣게 되는 친구들. 서로 가슴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론 의기투합도 하며 오랜 세월을 지내왔던 친구였기에 현수의 갑작스런 죽음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젊은 나이에.


현수의 빈소에 모인 친구들. 어려서부터 그토록 현수가 하고 싶어했던 연극을 이제라도 올려보자고 한다. 그렇게 다섯손가락, 아니 이제 네손가락이 된 친구들은 현수를 위해 연극을 올리기로 결심한다.


무대에 섰던 배우들을 모두 모아 사진 촬영을 하면서 극은 마무리짓는다.


연극은 수미상관법이라고 했던가? 장면은 다시 과거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다. 지도선생님이 출석을 부른다. 여전히 현수는 지각이다.


“새끼 손가락 걸며 영원하자던/그대는 지금 어디에/그대를 사랑하며/잊어야 하는 내 마음/너무 아파요/그대 떠나는 뒷모습에/내 눈물 떨구어주리…”


어쩌면 배우들의 옛 추억들을 끄집어낸 이야기일 것만 같은, 또 어쩌면 객석에 앉은 중년의 관객들이 또 다른 형태로 겪어봤음직한 ‘추억의 앨범’ 같은 연극이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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