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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산책]푸른 하늘과 잔잔한 강과 시원한 바람

걷기 좋은 가을날 여유 즐기기 좋은 곳 ‘밀양 삼문동 둔치공원’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아서 어디서든 산책을 즐기기 딱 좋은 계절이다. 바쁘게 하는 현대인들에게 주말 하루만이라도 신경 쓰이는 일뿐만 아니라 근심과 걱정 다 내려놓고 유유자적을 누릴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이 아닐까.


천천히 한 세 시간 정도 걸을 수 있는 코스가 있다면 안성맞춤이겠다. 이 조건에 딱 맞는 장소가 있다. 그곳은 초록의 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기도 하고 강물이 유유히 흐르기도 하고 또 사람들이 모여서 각종 운동을 하기도 하는, 그리고 고대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한 조각이 길을 따라 펼쳐져 있기도 하다. 그뿐인가 어느 코스에선 소나무 숲을 지나며 피톤치드를 양껏 들이킬 수도 있다.


부제목에 달아놓았듯이 이곳은 밀양 삼문동 둔치공원이다. 밀양의 삼문동은 밀양강이 에워싸서 흐르는 그 가운데에 있는 섬이다. 섬의 가장자리엔 그야말로 강변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고 곳곳에 다양한 공원이 있다.


어디서 출발해도 3시간이면 제자리로 돌아오기에 주말이라면 복잡하지 않은 그라운드 골프장 양쪽 주차장에 주차하고 산책을 즐기면 되겠다. 도심산책 취재를 위해 이곳을 찾았던 지난 22일은 화창한 날씨에다 마침 밀양예술제 기간이어서 여러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파크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


강변 산책로에서 유모차를 밀며 산책을 즐기는 시민.


이날 산책은 파크골프장에서 출발했다. 길옆 주차선이 그어진 곳에 차를 대고 파크골프장으로 걸어갔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파크 골프를 즐기고 있었는데, 그라운드 골프와 유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파크골프는 일본에서 처음 생긴 레포츠로 골프공보다 크고 부드러운 무게 80~95그램의 플라스틱 공을 사용한다고 한다. 한동안 구경하다가 강변 산책로 쪽으로 걸어나와 본격적인 산책을 시작했다. 방향은 물이 흐르는 반대 방향인 오른쪽으로 잡았다.


그라운드 골프장이 있는 산책로에 설치된 ‘밀양강둔치공원 종합안내도’ 간판.


강변 습지와 밀양강과 만나는 제대천, 그리고 롯데인벤스가아파트.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기분으로 그렇게 방향을 잡았건만 대부분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방향은 물이 흐르는 방향과 같이 했다. 그게 순리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많은 사람들과 교차해 걸으면서도 눈에 들어온 아름다운 풍광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했다.


산책길 가까이 오른쪽 화단엔 예쁜 ‘문빔(moon beam)’이 심어져 있었다. 영어 이름을 우리말로 직역하면 ‘달빛’쯤 되겠다. 이 꽃은 북미가 원산지로 벌티실라타 금계국, 애기달빛코스모스 등의 다른 이름으로도 통한다. 개인적으로 애기달빛코스모스란 이름이 좋다.


은은한 향기 때문일까, 시민화단으로 조성된 문빔에 나비들이 신났다.


다양한 색상읭 국화들도 산책로를 따라 조성되어 있다.


이 애기달빛코스모스에 나비들이 한창 신나게 놀고 있다. 따스한 햇볕, 노오란 꽃밭, 그리고 주홍부전나비 한 쌍의 ‘접무(蝶舞)’.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잘 만들어진 무용퍼포먼스를 본 듯도 하다.


그라운드 골프장의 수변 쪽에는 이런 화단뿐만 아니라 운동 시설도 갖춰져 있어 시민들이 종종 찾는다. 바로 앞에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어 더 그러할 테다. 정자 쉼터에서 싸온 간식을 먹는 이들도 있다. 그야말로 편안한 휴식처인 셈이다.


조금 더 걸으면 작은 보가 나타난다. 물 흐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힘센 연어라면 이 정도의 보라면 한 번에 튀어오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럼에도,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려는 물고기들을 위해 보 옆에 장애인통로처럼 따로 물길을 만들어 놓았다. 여기서 배려를 읽는다.


장미원.


곧 장미원이 나타난다. 유럽식 정원의 느낌이 드는 이 장미원에는 여러 장미들이 식재되어 있다. 지금은 한창 시절이 지나 별 볼품은 없지만 그래도 아직도 새빨간 꽃잎을 피워 열정을 보여주는 장미들이 제법 보인다.


화이트 심포니, 가든 프린세스, 페티토, 안젤라, 슈와르쯔마돈나, 닉키, 레드플레임, 벨베데레, 마리에케, 참오브파리, 컴페션…. 몇 번을 듣고 보아도 잊어버리고야 말 것 같은 장미의 이름들. 무궁화처럼 한국식 이름으로 개명해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하면서 장미원을 벗어난다.


남천교 아래를 지난다. 오른쪽 제방이 붙어 있어 좁은 길이 나타난다. 멀리 죽기 전에 꼭 봐야할 관광명소로도 꼽히는 영남루가 보인다. 강물에 비친 하늘이 이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연푸른색과 하얀색의 단순한 조화가 여느 작가의 단색화 못지않다.


밀양교 교각에 그려진 감내 게줄당기기.


다시 밀양교 아래를 지난다. 밀양교 교각에는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릴 익숙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밀양 감내 게줄당기기다. 놀이의 모습이 게의 형상을 나타내 그렇게 이름붙여졌다. 그림을 보아하니 영남루 맞은편 밀양강 둔치에서 사람들이 모여 놀이를 즐기는 풍속화라 할 수 있겠다.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좀 그려넣었으면 어땠을까 싶긴 하다.


밀양교 옆에선 종종 행사가 열리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위치여서 그럴까. 마침 이날엔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벼룩시장 옆에는 밀양풍물굿보존회의 정기공연이 3시 공연을 앞두고 한참 준비중이었다. 다른 일정만 아니었으면 기다렸다가 함께 즐겼으면 싶었는데, 목적이 산책이었다는 점을 다시 상기하고 걸음을 옮겼다.


영남루 앞으로 오리배 한 척이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맞은편 가까이 영남루가 위용을 자랑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누각이라는 평이 그냥 나온 게 아니란 생각이 절로 든다. 그 영남루를 배경으로 오리배 한 척이 지나간다. 아빠와 아들이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 “우리도 저거 좀 타보자.” 내가 물을 무서워하는 것도 아닌데 왜 매번 거절했는지 후회가 된다. 다음엔 무조건 들어주기로 마음먹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밀양강 둔치는 잔디가 잘 조성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서인지 관리가 제대로 되는 것 같다. 야외공연장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농구장 시설이 나온다. 맞은 편에 기차교량이 가로로 길게 줄을 그은 듯 누워있다.


삼문동 송림.


이 지점의 오른 쪽 제방 너머에는 밀양청소년수련관이 있고 문화체육회관, 삼문동공설운동장이 있다. 역시 문화시설들이 밀집되어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앞에 소나무숲이 보인다. 익숙한 풍경이다. 지난해 겨울 ‘도심산책’ (news.gyeongnam.go.kr/?p=92510)에서 다뤘던 곳이다.


기억과 당시의 기분을 재생해보는 경험은 재미있다. 어렸을 적 살던 집을 찾아가 보는 것만큼이나. 다시 송림 안으로 들어선다. 작년과 달리 가을이어서 그런지, 따스한 햇볕이 솔잎에 자극을 주어 피톤치드가 막 뿜어져 나와 그런지 더욱 상쾌한 기분이 든다.


삼문동 송림 밖 강변에 마련된 벤치에 연인들이 풍광을 즐기고 있다.


밀양예술제 기간이어서 이 삼문동송림 강변 쪽 길에는 밀양문인협회 회원들의 시화들이 걸려 있었다. 약간 발품을 더 팔더라도 이곳 송림은 한 바퀴 돌아보는 곳도 좋다. 숲 가운데 마련된 쉼터에 앉아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여유다. 숲에서 강변으로 빠져나오자 강변 벤치에는 연인들이 나란히 앉아 풍광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일 것이라고 짐작하며 또 괜히 혼자 온 것을 후회한다.


송림을 벗어나 산책로는 오른쪽으로 급격히 휘어진다. 4단으로 만들어진 보가 나타난다. 수량이 많지 않아서인지 보의 중간에는 물이 별로 없다. 이곳은 밀양강물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지점인데 대부분의 물은 영남루 쪽으로 흐른다. 여기 이 보는 여름이면 물놀이장으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딱! !” 소리가 나서 돌아보았더니 어르신들이 게이트볼을 한창 즐기고 있다. 아직 한 번도 해보진 않았지만 한참을 구경하고 있으니 재미가 있다. 당구를 치는 듯한 그런 느낌도 있다. 언젠가 게이트볼이 내 생활의 일부가 될 수도 있겠지 하고 생각하니 세월의 무상함에 또 새삼 서글퍼지기도 한다.


이재금 시인의 시비도 있는 이곳을 벗어나면 마치 원시시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드는 조각공원이 나타난다. 산책로를 따라 나란히 거의 800미터 거리에 우리나라와 중국의 고대 암각화가 바위에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암각화가 새겨진 조각공원.


암각화 조각은, 중국의 것은 대개 내이멍구 지역에 있는 암각화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으며 국내의 것은 울산 울주의 반구대 암각화를 비롯해 울주 지역의 다양한 암각화와 함안, 경주, 영천, 남원 등 다양한 지역에서 출토된 암각화들이 소개되고 있다.


사람의 형태를 제대로 표현한 암각화도 있고 별자리를 표현한 듯한 것과, 가축의 모습을 나타낸 것, 무당이 사용했을 법한 의복이나 도구, 남녀의 성을 상징하는 모습까지 다양한 형태의 암각화가 새겨져 있는데, 지역적으로 그림체가 조금씩 특징을 달리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늘과 밀양강, 그리고 교각이 어우러진 풍경.


용두교.


용두교 아래에는 어르신 대여섯 명이 자리를 펴놓고 둘러앉아 ‘그림맞추기’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그 어르신들의 머리 위로 다리 아래 교각에는 ‘영남루 아래에서 배를 띄우다’란 시가 적혀 있다. 조의제문으로 유명한 사림파 거목 김종직의 시다.


암각화 조각품과 산책로가 멋진 그림을 이룬다.


“난간 밖의 맑은 강 만이랑의 구름 아래/그림배가 횡단하니 주름살 무늬 생기누나/저물녘에 반쯤 취해 상앗대를 버티고 보니/양쪽 언덕 푸른 산이 쉽분 더 분명하구려”


조각공원이 끝나면 다시 오른쪽으로 길은 휘어진다. 휘어지는 꼭지점 너머에 나무들이 무성히 자란 작은 섬이 있다. 제법 괜찮아 보이는 섬이다. 삼문동 용두교 아래로 흘러온 물과 영남루로 둘러서 흘러온 물이 만나는 곳이다. 두 물이 다시 합쳐지는 것을 반기는 듯한 느낌이다. 물이 이렇게 서로 만나면 태극의 조류가 형성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밀주교 아래를 지난다.


벤치와 낙엽이 완연한 가을 풍광을 보여준다.


출발점에 거의 다 왔다. 유채·코스모스 단지를 지나면 풋살경기장과 족구경기장, 그리고 다시 파크 골프장이 나온다. 유유자적하며 걸은 3시간. 종종 한눈을 팔기도 하고 또는 온갖 상상에 넋을 잃기도 하며 보낸 시간이다. 그저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릿속에 그려진 한폭의 그림만 남았다.


푸른 하늘과 잔잔한 강과 시원한 바람. 진경산수화가 별거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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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뭘볼까]문자, 그 표현 방식을 보다

2016문자문명전 27~116일 창원성산아트홀 1~7전시실


같은 문자를 사용하는 공간에서도 사람마다 문자의 표현방식은 저마다 서체에 특징이 있으니 같은 것은 별로 없을 듯하다. 컴퓨터를 사용해 타이핑하여 인쇄한 것 빼고. 어떤 이는 서체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도 대충 알 수 있다고도 한다.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문자를 개발해 사용해 왔다. 문자를 개발한 계기는 소통의 필요성 때문이었을 테고 그것이 자연히 기록이 되어 인간문화가 지구 상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기폭제가 되었을 터이다.


그래서 어쩌면 어느 지역의 사람이 먼저 문자를 활용하여 서로 소통했을까 하는 호기심은 어느 지역의 문명이 일찍 발달하였을까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이 지점에서 창원 다호리 유적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김종원 작품.


1988년 창원 다호리 1호 고분 유적에서 다섯 자루의 붓이 발견되었다. 1호 고분은 기원전 1세기 후반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원삼국시대 전기의 무덤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원삼국시대 최대의 고분군이 창원 다호리 고분군이다.


이곳에서 붓이 발견되었다는 건, 말하자면 한반도에선 기원전부터 문자를 사용해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창원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 ‘문자문명전’은 이 다호리 고분에서 붓이 발견된 것이 모티브가 되어 생성된 전시회다.


2009년 시작해 올해 8회째를 맞았다. ()문자문명연구회(회장 김종원)과 창원문화재단(대표이사 신용수)이 주최한 올해 행사의 주제는 ‘한글 書, 라틴타이포그래피-동서 문자 문명의 대화’다. 27일 시작해 116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제1~7전시실에서 진행된다.


도내 작가들을 비롯해 국내와 미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아르헨티나 등 10여 개국의 작가 650명이 작품을 걸었다. 작품 수는 720여 점이다.


프랑스 아네츠렌츠 작품.


1, 2, 3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회의 소주제는 ‘동서 문자 문명의 대화’인데 현대 라틴 타이포그래피의 전개와 한글 서예의 미학을 감상할 수 있다. 보도자료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예라는 표현행위에서의 한글이 지닌 미학과 알파벳을 대상으로 하는 라틴 타이포그래피에 의한 문자의 구조적 변형이 초래하는 다양한 이미지와 그 의미 표현의 극대화를 읽는 자리”라는 것이다.


‘동서 문자 문명의 대화’전에는 문자문명연구회 김종원 회장의 작품을 비롯한 41명의 한글서예작가와 외국의 라틴 타이포그래피 작가 26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4전시실에는 경남문자예술가회 정회원 34명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문자 의미의 서적 변상’이라는 소주제를 달았다.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제목이다. 역시 보도자료의 내용을 빌리자면, “인간의 사유는 언어이며, 언어는 문자로 표현의 방법이 발전되지만 문자는 언어의 의미를 다하지 못하고, 언어는 사유를 다 전하지 못한다. 사유는 지각의 대상을 실체화하지 못하는 간극과 한계가 있다. 존재의 사실이 진실이 아닌 것이고 이에 대한 표현적 전개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어떤 성격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는지 감을 잡을 수 없지만 경남지역에서 문자예술을 하는 작가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사유를 표현한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겠다.


미국 에드팔라 작품.


그리고 5전시실에선 소주제가 ‘의미와 형상의 표현적 일치’인데 경남문자예술가회 준회원들의 작품들이 걸렸다. 이들의 ‘법고창신하는 정신성’을 볼 수 있다고 한다. 56명의 준회원 작품과 무감사 참여작가 36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서 무감사 작품이란 작품심사를 할 필요가 없는 작가들의 작품을 이른다.


6전시실과 7전시실에선 문자예술대전에 입상한 65세 이상으로 구성된 기노부 200명과 일반부 300명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개막식은 27일 오후 4시 성산아트홀 전시장 로비에서 열리며,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토⋅일⋅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무료. 문의 : 055-719-7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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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을 수놓은 나의 마음 너의 마음

제12회 경남사천항공우주엑스포 사천에어쇼 ‘속이 뻥 뚫리는 감동’


요즘 들어 주말마다 볼거리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딱히 예전처럼 주 6일 근무에 일요일 휴일근무를 해야 할 만큼 팍팍한 시절도 아니어서 수요일이나 목요일 쯤 되면 주말을 어떻게 보낼까 이런 저런 정보를 수집해 주말 일정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게다. 그것을 방증이라도 하는 듯이 지난 주말에 다녀온 사천 에어쇼 행사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와 다름 아니었다.


대형항공기 아래에서 촬영.


T-50전투기.


KC-100.


블랙이글.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 동안 진행된 이 행사는 항공우주 관련 다양한 행사들이 사천비행장과 사천종합운동장, 항공우주테마공원 등에서 다양하게 진행됐다. 행사 기간이 끝난 뒤 언론 보도를 보면, 이번 2016 사천에어쇼는 역대 최대 관람객을 불러들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흘 간 사천에어쇼를 관람한 인원이 총 27만 8000명이란다. 사천시 인구가 11만 5000명 정도니까 사천시 인구의 2배 반 넘게 이 에어쇼를 보러 전국 각지에서 다녀갔다는 얘기다.


진주 유등축제가 16일 동안 총 55만 명 정도의 유무료 관람객이 찾은 것에 비한다면 나흘이라는 짧은 기간에 유등축제 관람객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찾았다는 것은 사천에어쇼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통계라고 하겠다.


항공기 비행 체험을 하고 있는 관람객들.


항공기 비행 시뮬레이션을 즐기는 어린이들.


기상캐스터 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


바라니의자 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와 안내요원.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지난 23일 에어쇼가 펼쳐지는 사천공항에는 그렇게 넓은 공간임에도 관람객들로 채워져, 말하자면 화장실에 가려 해도 줄을 서서 무려 20분을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면 현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반영한 표현이겠다.


해마다 사천 에어쇼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있을 때면 창공을 가르며 펼치는 저 멋진 묘기를 다음번엔 꼭 봐야지 하는 다짐을 번번이 했더랬다. 이번엔 더 그랬다. 지난 18일 <경남이야기>에서 멋진 블랙이글의 편대비행 사진과 함께 실은 예고 기사를 보곤 이번만큼은 꼬 봐야겠단 결심을 세웠던 것이다.


비행 체험장에서 안내요원이 어린이에게 항공기 운항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항공기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관람객들.


아니나 다를까, 사천공단 주차장에 차를 대고 셔틀버스를 타고 사천공항에 도착한 게 오후 1시였는데 전국 각지서 모인 관람객들이 컨베이어 벨트처럼 돌아가는 셔틀버스에서 내리고 또 내리고 있었다.


주 공연장에서 댄스팀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에어쇼는 오후 2시에 T-50 시범비행을 하고 또 3시 30분에 블랙이글 특수비행을 한다는 방송이 있었다. 에어쇼가 없는 시간에는 공군홍보관을 둘러보고 시간 맞춰 에어쇼를 감상하고 또 잠시 소강 시간에 체험·홍보관을 둘러보면 되겠다는 계산이 섰다.


행사장으로 들어서면 각종 비행기들이 위용을 자랑하며 줄을 지어 전시되어 있다. 활주로 쪽에 전시된 비행기들은 관람객이 직접 올라타는 체험이 가능한 비행기들이었다. 그쪽에 사람들이 많이 몰린 이유가 있었다.


블랙이글 꼬리날개들.


비행시연을 앞둔 블랙이글 앞에 관람객들이 몰렸다.


비행기 전시장에는 비행기에 대한 상식이 별로 없어도 언론을 통해 몇 번 접했을 법한 비행기들도 눈에 띄었다. 부활이라든지 T-50이라든지 F-16이라든지…, 그 외에도 필자의 상식을 넘어서는 항공 마니아들에겐 다양한 헬기를 비롯해 친숙한 비행기들이 반겼을 것이다.


30여 종의 다양한 비행기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욕심 같아서는 모두 만져보거나 타보거나 한다면 원이 없겠다만 그 중에 하나만 타려해도 20분을 넘게 기다려야 하는 판에 모두 타 본다는 것은 언간생심 가당치도 않은 욕심이다.


그나마 대행 항공기 아래로 들어가 그 위압적인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묘한 만족감에 흐뭇해야 할 정도였다. 교통수단으로 비행기를 여러 번 이용해 봤어도 언제 한 번이라도 비행기 배꼽 아래로 걸어가 본 적이 있었던가.


에어쇼가 없는 시간대엔 공연장에서 다양한 공연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다음 에어쇼가 펼쳐지는 시간 동안 수많은 부스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체험으로 알찬 관람을 즐기는 이들도 많았다. 고무줄 총을 만드는 체험, 부메랑 만들기 체험, 컴퓨터를 활용한 비행체험 등등.


블랙이글 비행시연.


여행스케치20161025사천에어쇼14블랙이글 비행시연을 카메라에 담는 관람객.


아무래도 에어쇼의 백미는 블랙이글의 특수 비행이다. 흔히 TV를 통해 비치는 홍보영상의 주인공들이다. 블랙이글은 시작부터가 남달랐다. 다른 비행기들은 어느 순간에 날아온 것을 감상하는 수준이었던 반면 블랙이글은 총 8대가 조종사가 대기하고 엔진을 켜고 활주로 쪽으로 이동하는 과정까지 보여주었다.


블랙이글 조종사들은 관중석을 지나면서 손을 흔들었다. 관중의 환호가 당연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감동이 일기 시작했다. 그렇게 활주로에 다가간 블랙이글은 하나 둘 연이어 굉음을 내며 달려 나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에 올랐다.


아빠의 어깨 위에 목말을 탄 아이들이 탄성을 지른다. 그 표정이 자못 진지하기까지 하다. 아이의 손에는 작은 모형 비행기도 들려 있다. 섣부른 짐작이긴 하지만 분명히 저 아이는 적어도 수년간은 파일럿 꿈을 버리지 못할 것이란 생각을 한다.


부모를 따라서 온 어린이와 청소년이 많은 것도 이 행사의 매력이랄 수 있겠다. 자라나는 미래 세대인 이 아이들이 항공우주산업에 관심을 갖는다면 경남미래 50년 사업에도 희망적이랄 수 있겠다. 흥미를 갖고 실력이 있는 젊은 세대가 이러한 행사에 자극을 받아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활동하게 된다면 그 산업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천에어쇼의 하이라이트 블랙이글 공중쇼 동영상.


블랙이글은 묘기도 묘기지만 어떤 때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곡예를 펼치기도 했다. 블랙이글 4대와 3대의 편대가 마주보며 마하의 속도로 다가가더니 서로 부딪힐 듯 아슬아슬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 비켜나간다. 저런 묘기를 부리다 공중에서 사고가 난 뉴스를 몇 번 본 터라 성공했을 때 터져 나오는 안도의 한숨은 막을 도리가 없었다.


마하의 속도로 날면서 다양한 묘기를 선보이기까지 비행사들은 얼마나 많은 나날을 고생하였을까. 자칫 방심하면 목숨을 하늘에 맡겨야 하는 운명의 파일럿들의 멋진 모습에 절로 엄지척이 올라간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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