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뭘볼까]뮤지컬로 들여다본 ‘택시’라는 공간
오늘날을 사는 시민들에게 ‘택시’는 어떤 의미일까? 단지 교통수단만은 아닐 것이다. 자전거, 오토바이, 자가용 차량, 버스, 기차, 비행기 등의 여타 교통수단과 다른 택시만의 특징이 하나 있다. 그것은 운전을 하는 사람, 즉 운전기사와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택시를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용하는 사람 중에 택시 기사와 대화를 나눠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택시를 탈 때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끊임없이 기사와 썰을 풀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디로 가 주세요 한 마디만 한 채 나머지는 침묵으로 그 시간과 공간을 가득 채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승객 중에는 남들이 기사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있다면, 택시 민심을 읽으려는 정치인이나 기자들 정도? 택시에서 주로 화자는 승객이다. 승객이 화두를 던지고 기사는 대체로 승객의 눈치를 보아 적절한 대사로 분위기를 맞춰준다. 그러다 때로는 다양한 변신을 하기도 한다.
뮤지컬 ‘택시’ 공연 장면. /극단번작이
부모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고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친구가 되기도 하고, 상담사가 되기도 한다. 그래, 궁금하다. 대체 다른 사람들은 택시를 타면 기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궁금하면 오백 원? 하하. 진짜 궁금하면 극단 번작이의 뮤지컬 ‘택시’를 보자.
1994년 창단해 20여년을 지역에서 리얼리즘극을 추구하며 창작활동을 해온 극단 번작이가 지난 6일부터 오는 17일까지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5시에 전용소극장인 김해도서관 옆 가온소극장에서 공연을 펼친다. 일요일과 월요일엔 공연이 없다.
뮤지컬 ‘택시’는 2013년, 그러니까 3년 전에 초연되었다. 연극으로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4년엔 경남연극제에 출품했고 김해예술제를 비롯해 여러 행사에 초청작으로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엔 택시라는 오브제가 실제 차량으로 대체되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뮤지컬 ‘택시’ 공연 장면. /극단번작이
셰익스피어의 연극, ‘햄릿’이나 ‘맥베스’ ‘리어왕’ 등 여러 작품들도 자세히 보면 올리는 극단마다, 또는 시기별로 모두 다른 형태로 무대화되는데 ‘택시’ 역시 마찬가지 과정을 걷고 있다. 올해는 뮤지컬로 변신한 것이다.
시놉시스를 잠깐 들여다 보면, 첫 번째 에피소드.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바쁜 아침’. 택시가 도착한다. 세 사람이 곧장 달려들어 택시 손잡이를 잡는다. 모두 당연히 자기 차례라고 생각한다. 또 먼저 온 택시를 자신이 타야하는 이유가 있다. 양보는 곧 패배요,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은 흐르고 실랑이는 거치지 않는다. 그 사이에 누군가 다른 사람이 택시를 타고 떠난다. 이 세 사람이 그토록 말다툼하며 싸운 결과에서 이들이 얻은 것은?
뮤지컬 ‘택시’ 공연 장면. /극단번작이
두 번째 에피소드. ‘이상한 여자’. 택시를 부르면서 “따따블”을 외치는 사람이 있다. 정말 바빠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 ‘이상한 여자’는 단지 바빠서가 아니다. 자신이 가진 돈을 과시하고자 하는 졸부 근성에다 금권 최상주의에 빠져 택시 기자 쯤이야 자기 돈에 복종해야 할 존재로 보는 혼이 비정상인 인물이다. 급기야 택시 기사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긁다가 경각에 달린 목숨의 위기에서 현실을 깨닫는 어리석음을 드러내고 만다.
세 번째 에피소드. ‘꿈을 찾아서. 청소년기 성장통을 겪으면서 가출을 감행해본 이는 우리 사는 세상에서 몇 퍼센트나 될까? 이번에 택시를 탄 승객은 개그맨 꿈을 펼치고자 돈 한 푼 쥐지 않고 가출을 해버린 여고생 이야기다. 택시 기사는 이 여고생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뮤지컬 ‘택시’ 공연 장면. /극단번작이
네 번째, 마지막 에피소드. ‘외로워서 그랬다!’ 이 택시 기자 ‘이상한 여자’와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었는지 또 만난다. 술에 취해 택시를 가로막고 선 여성은 예전에 따따블을 외치던 그 여성이다. 택시에 탄 ‘이상한 여자’는 술힘으로 의기양양하다.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한다…. 싶더니 이내 넋두리를 풀어놓으며 신세타령으로 풀이 죽어버린다.
어떤 이는 술에 취했을 때 본성이 드러난다고 하고 어떤 이는 최악의 상황에 부딪혔을 때 진가가 드러난다고 한다. 그리고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진심을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택시에서 기사와 승객의 대화는 ‘진실토크’일 가능성이 크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가슴에 품고 있는지 ‘택시’라는 소통의 장을 통해 공감해보자.
일반 : 3만 원, 예매 : 2만 5000원. 문의 : 055-322-7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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