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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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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 호흡 맞추기.


D-day. 2018년 1월 27일 토요일. 아무리 추워도 빠지지 않던 아침운동을 빼먹었다. 6개월 여 매주 토요일마다 하루 4시간 이상을 연습해왔던 뮤지컬 <페임> 공연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마 10시쯤 모이라고만 했어도 아침운동을 했을지 모른다. 9시에 집합이었고, 30분이 지나서야 상당수 모였다. 시간 약속이라는 게 그렇듯, 모이라는 시간에 다 모이는 단체는 아마도 별로 없을 것이다. 수많은 모임에 단체에 조직에... 경험에서 계산된 통계이기에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다. 오죽하면 시간약속 지키는 사람이 바보란 소리까지 나왔을까. 해서. 나도 8분쯤 도착했다. 이젠 늦어도 별 미안한 마음이 들지도 않는다. 뭐 어쨌거나. 모여서 안무 리허설부터 시작했다. 리허설실에서 연습한 동선과 무대 위에서 펼치는 동선이 일치하지 않아 조정을 해야 했다.


12시 50분. 분장실엔 아직도 분장하느라 바쁘다. 한사람 분장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등장인물 중에 타이론과 메이벨은 검은 피부 사람이다. 펑키 스타일의 머리카락에 도톰한 입술. 어찌 영판이다. ㅎㅎ. 분장을 받으면서, 또는 다른 배우 분장하는 것을 보면서, 분장 기술을 제대로 배워 놓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난 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일곱 작품에 스무 번 정도 무대 위에 올라섰지만 나 스스로 분장을 해본 적이 없으니... 하긴 화장도 안 해본 내가 무슨.


막이 오르기 전. 무대는 긴장의 기운이 가득하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차라리 공연이 시작되고 나면 좀 낫다. 밖에 객석이 얼마나 찼는지 가장 궁금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첫 대사를 중얼거린다. 드디어 종소리가 울린다. 막이 올라가고 조명이 들어오면, 그레이스와 구디가 합격통지문을 들고 환호를 한다. 이어지는 '하드워크' 노래. 입학식이 자연스레 이어지고 담임을 맡은 셔먼 선생이 출석을 부른다.


입학식에서 연기반 마이어스 선생은 학생들에게 연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기란 재능만 있다고 다 되는 게 아닙니다. 확실한 기술이 필요해요. 처음 2년 간은 자신을 새로 발견하는 시간으로 보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를. 다른 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싶다면 자기자신의 감정부터 감동시켜야 해요." 길지 않은 대사. 연습 때 실수가 많았다. 그래서 공연 때 실수할 거라고 생각했다. 작년 사운드 오브 뮤직 때 그랬기 때문이다. 전혀 실수할 장면이 아닌데 연습 때 딱 한 번 실수했던 게 공연에서 재연되어버렸던 사건. 이번에 실수를 하지 않은 것은 실수할 거라는 예고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벨 선생과 세인코프 선생의 무용, 음악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셔먼 선생이 '하드 워크'라는 두 단어에 대해 다짐을 둔다. 


하드워크 안무 마지막 장면. 


이 안무 하나 익히는 데에도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는지 모른다.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동선 조정하고 또 반복하고 긴 연습 기간, 누군가는 나가고 누군가는 들어와서 위치를 조정하고 또 반복연습.


연기반 수업.


발레반 수업에 이어 연기반 수업 시간. 뒤늦게 교실에 들어선 조 베가스는 선생님이 있든 말든 개의치않고 까불댄다. 마이어스 선생이 급기야 고함을 지르자 숙지근해지긴 했어도 여전히 까불면서 자리에 앉는다. 마이어스는 닉에게 관심이 많다. 닉이 하겠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닉에게 즉흥극을 시킨다. 이어서 베가스가 나서는데... 약간은 불안한... 다른 지원자가 없어 할 수 없이 베가스에게 즉흥극을 시키는데, 여전히 장난끼가 발산하며 마이어스의 심기를 건드린다. 험악한 상황에서 수업은 끝이 나지만 여전히 발랄한 베가스. 친구들은 어이없어 한다.


카르멘은 노래와 춤이 뛰어난 학생이다. 그의 '그녀가 간다' 노래와 함께 친구들이 안무를 펼친다.


타이론과 베가스의 데이트 신청을 망설임없이 뿌리친 카르멘은 식당에서 '페임' 주제가를 부른다. 뮤지컬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안무가 펼쳐진다. 식탁 위에 올라선 카르멘을 베가스와 슬로모가 들어서 무대 앞으로 쭉 미끄러져 나오는 장면은 극 중에서도 압권이다. "리멤버, 리멤버, 리멤버 마이 네임~"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학생들이 모두 바닥에 쓰러지면, 객석에서 힘찬 박수소리가 퍼져나온다.


메이벨이 하느님에게 풀어놓는 하소연.


개인적으로 메이벨이 등장해 자신의 식욕과 신체적 핸디캡을 하느님에게 호소하는 이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든다. 아무리 먹어도 살찌지 않도록.... 배우 진윤정 선생의 목소리는 허스키하다. 그래서인지 메이벨 역이 참 잘어울린다.


타이론이 셔먼 선생으로부터 꾸중을 듣고 대드는 장면.


타이론은 사실 고등학생임에도 글을 읽지 못한다. 할렘가에서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춤을 잘 춘다는 것이다. 무용반 선생인 벨 크레타는 그의 재주를 높이 사서 학점을 이수하게 하고 졸업을 시키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이 장면에서 타이론은 영어수업 시간에 슈퍼맨 만화책을 몰래 보다가 들켜 수모를 겪게 되는데... 셔먼 선생에게 대들다가 뺨을 맞는 장면이 있다. 연습할 때에도 정말로 때렸다. 내 생각에 열 대는 훨씬 넘었으리라. 제일 고생 많이한 이진석 씨. 이 장면 뒤에 타이론 혼자 춤을 추는 대목이 있다. '거리에서 춤을'. 진석 씨는 작년에 뮤지컬을 한 경험이 있어 그런지 이번 안무를 스스로 개발했다고 한다. 대단한 배우다.


세레나와 닉이 로미오와 줄리엣 연습을 하고 있다.


사실 닉은 로미오 역이 아니라 머큐쇼 역이다. 머리에 밴드를 한 조의 연기가 세레나와 호흡이 맞지 않은지 자꾸 이상해게 되자 닉이 나선 것이다.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손으로 하는 키스를 입으로 하게 해주시오." 두 사람이 키스를 하고 아이들은 괴성을 지른다. "우~" 그때 마이어스 선생이 나타나 2층에 집합시키는 바람에 묘한 분위기는 끝난다.


메이벨은 연기반으로 옮기고 나서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다. 자신을 성격파 배우라고 말하는 메이벨.


그냥 성격파 배우가 아니라 뚱뚱한 성격파 배우가 될 거란다. 그의 손에는 먹을 것이 떠나지 않는다. 마이어서 선생이 배우에게 허리선이 중요하다고 충고하지만 이제 메이벨에게 그런 충고는 아무 소용이 없다.


타이론에게 졸업의 기회를 주려던 벨 크레타는 여러 선생님들로부터 심한 질타를 받는다.


음악과 선생인 셰인코프는 아주 단호한 성격이다. 셔먼 선생이 타이론에게 영어 성적을 분명히 낙제점을 주었고, 그럼에도 학기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이어스 선생도 타이론에 대한 편파적 등급 판정에 불만이다. 셰인코프와 크레타 대사에서 오버랩되는 부분이 두 군데 있는데... 연습 땐 그렇게 안 되더니 그래도 공연 땐 긴장을 해서인지 제법 타이밍이 맞춰졌다.


LA에 가면 바로 스타가 될 줄 알았던 카르멘. 학교로 돌아온 그의 모습은 초췌하다.


셔먼 선생과 슬로모의 만류에도 순식간에 명성(페임)을 얻고 싶어 LA로 떠났다가 희망도 잃고 빈털털이가 된 카르멘. 슬로모에게 와서는 교통비 몇 푼을 얻어 떠나던 중 교통사로 사망한다. 카르멘 역의 조은별 씨는 성악 전공 학생으로 가창력이 상당하다.


뮤지컬 마무리 단계. 관객 서비스 차원에서 파티 장면을 넣었다. 흥겨운 시간이다. 국내 가요도 나온다.


아이들 댄스 중에서도 도은이와 아정이가 추는 장면은 아주 다이내믹하다. 애들이 어디 방송댄스 학원에라도 다녔던 모양이다. 무대 상수 세번째 포켓에서 아이들 춤을 보던 내 몸도 덜썩덜썩!


졸업식 장면.


주인공 카르멘은 사망한 상태여서 빠졌다. 타이론은 한 해 더 굴려야 하기 때문에 학사모를 쓰지 못하고 위층에 선생님들과 나란히 섰다. "꿈꾸던 내일 다가와 빛나는 해처럼 눈부신 내일을 만들 거야. 막을 수 없잖아, 늦지 않았어. 꿈꾸던 내일, 기다려~" 합창. 관객들이 만족했을까.... 유튜브를 통해 이 작품을 보면 여기서 전율이 살짝 일던데...


마지막 장면이다. 하드워크에 이어 페임. 모든 출연자가 나와 춤추고 노래했다.


경남뮤지컬단의 이번 공연 <페임>은 준비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내가 8월에 합류해 6개월 연습을 했고 나보다 앞서 한 달여 쯤 일찍 시작한 출연자들도 제법 된다. 오랜 동안 고생한 보람이 각자에게 생겼으면 좋겠다. 나 역시 가장 바쁘게 살았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그 와중에 하동 극단 어울터 창단 공연에 대본까지 썼으니. 게다가 창원문화재단에서 기획한 춤바람 무풍지대에 참여해 두 번의 공연까지.


이번 작품은 3주 전과 1주 전 시간차 홍보를 했다. 먼저 권안나 단장이 스포츠조선 등 서울지들에 자료를 보내 홍보했고 다음엔 내가 보도자료를 써서 도내 몇몇 매스컴에서 다뤘다. 이번 공연엔 다문화가족에게 무료 관람 혜택을 줬는데... 200명 가까운 가족이 관람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객석은 2회 공연 모두 빈자리가 없었다.


권 단장 얘길 들으니 내년엔 '오즈의 마법사'를 한다고 한다. 다음 작품엔 또 어떤 인물들이 등장할지 기대된다. 역시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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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협회보 1월 10일치 4면.


신문과방송 2018년 1월호 한국형 '팩트체킹 저널리즘' 부분.


지난해 3월 7일 경남도민일보 데스크칼럼에 '가짜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란 제목으로 썼더랬다. 당시의 정권 또는 여당 쪽에 기댄 부류들의 가짜뉴스 생산 '붐'을 보면서 비꼬는 투로 풀어냈는데... 역시 비꼬는 투의 비난 말고는 별 반응을 얻지 못했더랬다. 뭐 어쨌거나.


그랬던 전력이 있어 그런지 지지난 주 나온 <기자협회보> 기사를 보면서 살짝 침이 돌았다. 형광펜으로 사각표시만 해놓은 걸 보면 무슨 일로 바빴을 것이다. 그 기사가 이제야 눈에 다시 들어온 것을 보니 지금은 그리 바쁘지 않은 모양이다.


(........)


업무 시작과 함께 작성하던 글 열어볼 틈 없다가 이제 낮판에서 밤판으로 편집 넘어가는 단계. 약간의 시간적 틈을 놓치지 않고 정리 계속.


간략히, 눈에 띄는 대로 옮겨 적자면, 언론재단이 '가짜뉴스 현황'을 발간했단다. 그런데 발간됐다는 책자는 찾지 못했다. 인터넷 동네를 샅샅히 뒤졌는데도... ㅠㅠ


어쨌든 가짜뉴스를 방지할 방법으로, 보통의 경우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링크 형식으로 공유되고 있는 점에 비춰 모바일 메신저 등을 운영하녀 플랫폼 사업자가 링크에 대한 부가정보를 제공한다면 글이 언제 작성됐는지, 어느 언론사 글인지, 현재 심의중인 글인지를 알 수 있으면 예방효과가 있다는 요지다.


<신문과 방송> 1월호 20쪽에 실린 '한국형 팩트체킹 저널리즘' 글을 보면, 가짜뉴스 현상은 정치적 양극화 그리고 차별, 혐오, 적대, 테러와 같은 감정의 정치와 함께 지구촌 사회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큰 우려를 낳았다고 풀이했다. 좀 더 인용하자면...


1. 가짜 뉴스에 대한 서구적 경험과 한국적 상황을 구별하고, 가짜 뉴스라는 현상에 내재된 다양한 이질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가짜뉴스' 논의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무리가 없지 않았다.


2. 가짜뉴스에 대한 실천적 대응은 언론계와 학계의 주도로 이뤄졌다. 각 언론사 가짜뉴스에 따른 여론의 왜곡과 교란 막기 위해 자정실험을 도전했다.


3. 최근으로 올수록 가짜뉴스를 들먹이는 주체들을 살펴보면, 부적절한 언행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킴으로써 정치적 비판이나 비난에 직면한 기성 정치인이나 유명인들, 즉 공인임을 알 수 있다.


4. 자신의 이익, 정파 논리에 근거해 진실이 갖는 소통적 가치를 사적 이익과 당파성으로 덮어버리려는 '가짜뉴스의 정치학'이 새해에 더욱 기승을 부릴 우려도 충분하다.


5. 언론과 독자 사이에서 팩트의 결손을 메워줄 수 있는 팩트체킹 저널리즘이 '오리지널 저널리즘'의 보완재로 자리매김할 필요도 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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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남도민일보와 경남신문에서 어제 창원대학교 NH홀에서 열린 다문화 정책 토론회를 다뤘다. 나는 토론자로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전문가의 입장에서 의견을 내놓았고 나는 다문화가족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경험을 토대로 정책과 서비스의 딜레마를 얘기했다.


방청석에서 나온 얘기 중 하나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중국인이라고 했다. "남편이 문제다. 국제결혼하는 남편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문제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요지다. 나와 같은 인식이어서 그럴까. 다문화가족에 대한 여러 정책이 있지만 가장 핵심 사항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내가 발표한 토론문. 경남도민일보 기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경남의 9만 1000명 다문화가족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또는 경남건강가족지원센터 운영위원 처지에서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꺼냈다. 7분 제한시간을 지키려다 보니 원고대로 말하진 못했고... 빨리 말한다고 했는데... 1분 안에 끝내라는 신호까지 받았으니...으... 음. 원고를 보고 말하는 것보다 그냥 썰로 풀어내는 게 훨씬 편하다는 것을 확인한 시간이기도. ㅋ


한국남 대표님의 발제 중에서 딜레마라는 단어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먼저 다문화가족 입장에서 제가 경험한 몇 가지 일들과 또 그 때문에 종종 보아온 이주노동자들의 사정을 말씀드린 뒤 우리나라의 다문화정책 변화에 바라는 점을 제시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합니다.

 

1. 2006년 몽골 출신 여성과 결혼해 12년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몽골의 어순이 한국과 같아서 아내는 한국어를 다른 국가 여성들보다는 쉽게 습득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두 아이와 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자연히 한국어를 자주 쓰게 되고, 제가 출근했을 때는 문자로 서로 주고받으며 대화를 하다 보니 언어 습득이 더 빨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2년 정도 경남도청에서 운영하는 명예기자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아내 자랑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저는 솔직히 아내의 능력이 한국 사회와 경제 분야에서 적응하지 못할 정도로 뒤쳐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4년 정도 경남이주민센터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상담 간사로 활동하기도 했으니 노동관련 법에도 상당한 지식이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아내가 우리 사회에서 정규직으로 취직할 기회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경남이주민센터를 그만 둔 이후 아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기업체에서 사무직 일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워드나 엑셀 등 사무직 직원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능을 갖추고 있음에도 회사에 지원서를 내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부당하고 말았지요. 일을 시켜보지도 않고 지레짐작으로 일을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버린 거죠. 전 이런 한국인들의 선입견이 이주민을 포용하는 데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해소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까지 통제할 법이나 정책이 있을까 싶고요. 이런 부분이 아무리 좋은 다문화 정책을 갖추더라도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가 아닌가 싶습니다.

 

2. 이번엔 한국 생활 2년 만에 결국 이혼하고 몽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한 여성의 사례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그는 몽골에 있을 때 대학을 졸업하고 신문사에서 근무했습니다. 25살 연상의 한국 남자와 결혼해 창원서 살았는데 아내가 통역을 맡아 몇 번 왕래를 하면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한 달 조금 지난 시점일 겁니다. 남편이 폭력을 휘둘렀다며 그가 우리집에 찾아왔습니다. 갈 곳이 우리집밖에 없다 보니 몇 시간 후 그의 남편도 우리집에 왔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도망을 갔다고 표현했습니다. 우리가 보기엔 피신이었는데 말입니다. 폭력을 휘두른 이유는 집에서 음식도 하지 않고 청소도 하지 않고 빨래도 하지 않아서 화가 났다는 겁니다. 몇 번을 참았는데 도저히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아서 바디랭귀지를 좀 썼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걸 가지고 자기를 때렸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많은 다문화가족 남편들을 만나봤는데 상당수 자신의 물리력이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입에 달린 욕을 하며 화를 내는 정도를 폭력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게 상대에게 큰 상처를 준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거지요. 그리고 그 부부와 상담을 하면서 더 놀란 것은 그 남편이 자기 아내를 1500만 원 주고 데려왔다는 겁니다. 그건 자신이 국제결혼을 하기 위해 쓴 금액이라고 설명해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돈이 자기 아내에게나 아내의 가족에게 간 것도 아님에도 말입니다.

 

아내에 대한 인식이 그렇다 보니 아무리 화해를 시켜도 평화스러운 생활은 그야말로 임시방편이었던 셈이었습니다. 결국 여성은 진짜로 도망을 가게 되었고 그 남자는 우리집에 와서 행패를 부렸습니다. 그 몽골 여성은 쉼터를 전전하다가 먹고 잘 수 있는 직장을 구해 생활하였는데, 출입국사무소에 체류연장을 해야 하는 때가 되자 어쩔 수 없이 남편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편이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그 몽골여성은 한동안 남편과 살았습니다. 함께 우리집을 찾아오기도 하고요. 그런데 평화는 얼마 가지 않았습니다. 이런 게 몇 번 반복되다 보니 한계까지 온 거겠죠. 그 몽골여성이 하는 말 이젠 정말 한국이 싫어졌다더군요.

 

2년이 되었지만 아이도 없고 국적도 받지 않은 상황이라 몽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합의이혼을 해버렸으니 다른 대책을 세울 수도 없었지요. 그 몽골 여성이 한국에 시집와서 얻은 게 무엇일까요? 다문화 가족의 이혼율이 점점 느는 실정입니다.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요. 발제자께서 이주여성전문상담소가 필요하다 하셨는데 솔직히 전 남편들의 인식전환과 이해심이 전제되지 않으면 다문화가족의 행복은 보장할 방법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남편들을 대상으로 한 깊이 있는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세 번째는 이주노동자 문제입니다. 정식 절차를 밟아 한국에 노동자로 활동하는 외국인도 많지만 근무처 이동 등 문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불법 신세가 되는 사례들이 제법 많습니다. 업주와 갈등 관계에 놓이면서 도움을 받지 못해 잘못되는 경우도 있고 처음부터 초청으롤 들어왔다가 불법으로 일을 하며 기간 안에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눌러앉는 사례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 여러 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도둑을 맞아도 경찰에 신고할 수 없고 아파도 병원에 맘놓고 입원할 수도 없습니다.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니 의료비도 많이 들어가니 웬만해선 그냥 약국에서 약 사먹는 정도에서 버팁니다. 똑 같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받아야 하지만 불법이라는 족쇄 때문에 어쩌지 못하는 거지요. 그냥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모든 게 한방에 해결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들의 처지에선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으니 아파도 참고 견디는 것이겠지요. 이런 사람에게도 복지혜택을 준다면 우리나라에 불법이주민이 양산되는 결과를 불러오겠지요. 이 문제도 역시 딜레마입니다. 불법에 놓인 이주민이 많은 현실에서 이들이 기본 인권을 침해받지 않고 보호받을 수 있는 현명한 정책은 과연 있긴 할까 고민이 됩니다.

 

4. 선주민과 이주민의 파트너십, 어떻게 형성해야 할까. 발제문 중에서 그 문장이 눈에 띄는 것은 지난 연말 쯤 창원대 NH홀 이곳에서 학생들의 다문화 교육 과정 발표회가 있었는데, 한 팀이 이주민과 함께 하는 축제 맘프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고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축제를 봤던 일반 관객이나 자원봉사자들 대부분이 맘프그들만의 축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선주민이 축제에 끼어들 프로그램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선주민들은 그저 외국인과 이주민이 벌이는 찬치를 구경만할 뿐이라는 거죠. ‘다문화가정 축제 한마당이라는 프로그램도 그들만의 잔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주여성들의 초중등 교육현장에서의 다문화강의 등과 같은 다문화사회를 올바로 인식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더욱 많이 개발되어야 하겠지만 각국 이주민들이 모여 행사를 펼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행사도 선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펼친다면 더 빨리 다문화사회가 건강하게 정착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라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때가 오면 다문화라는 단어의 효용성도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끝으로 지방정부의 다문화 정책 개발은 앞서 말씀드린 딜레마에 빠져있는 부분, 즉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야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정치적 판단이 선결되어야 할 문제일 겁니다. 그런 게 해결되면 어쩌면 훨씬 수월하게 다문화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이상입니다.


경남도민일보 보도.


경남신문 보도.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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