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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극단 장자번덕 <와룡산의 작은 뱀>
11월 1~2일 오후 7시 30분 사천시문화예술회관 소극장 대공연장
“뜰 난간에 똬리 튼 작은 뱀 한 마리/ 붉은 비단 같은 무늬 온 몸에 아롱지네/꽃덤불 아래서만 노닌다고 말 말게나/하루아침에 용 되기 어렵지 않을 걸세”
이 시를 읽노라면 지은이의 기개가 넘쳐남을 가늠하고도 남는다. 왕순, 고려 제8대 왕 현종. 그가 5~6세 되던 해 사천 배방사에 왔다가 뜰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작은 뱀을 보고서 지었다는 시다. 극단 장자번덕이 ‘2017경상남도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으로 준비한 작품으로 사천 브랜드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공민왕이 들려주는 고려 현종 이야기다.
이 작품은 ‘가무백희악극’으로 진행된다. 가무백희악극이란 노래와 춤, 극적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연행되는 것을 말한다. 극은 가산 오광대와 만석중놀이 등 남도의 연희를 바탕으로 펼쳐진다.
장자번덕은 왜 공민왕을 통해 현종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현종은 왕권 확립의 기틀을 세운 왕으로 이때부터 고려왕조의 황금기가 시작되었다고 봤다. 그러나 고려 말 나라는 원의 간섭으로 90여년 사위국으로 살아야 했고 그 끝에 공민왕이 있어 변발을 풀어헤치고 원의 옷을 벗어던졌다. 반원정책을 펴고 영토회복, 국권회복운동을 펼치자 원은 공민왕에게 폐위조서를 내린다. 반쪽짜리 왕이 된 공민왕은 그 설움을 떨쳐내기 위해 세시풍속이었던 연등회를 준비한다. 연등회는 고려 태조 때부터 정월 보름에 거행되다 987년 성종 6년에 중지된 행사다.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한다. 1364년 공민왕 13년, 기씨 형제와 친원파 척결로 기황후의 미움을 사 원으로부터 폐위조서를 받은 공민왕, 백성의 사기를 살리기 위해 전국 규모의 연등회를 기획한다. 연등회의 주제는 ‘결(結)’. 표면적으론 맺음의 결이지만 원과의 지긋지긋한 악연을 끝내고 왕건의 자손으로서 고려의 기틀을 바닥부터 다시 다져서 새로이 ‘완성’하기 위함이 내재해 있다.
공민왕이 연등회 가무백희에 현종을 불러낸 것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우여곡절 끝에 왕위에 올라 권문세족의 눈치가 아닌 민심을 살펴 왕권을 세운 선조 국왕이기 때문이다. 연등회엔 당시 가장 천한 신분이었던 광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들의 입과 몸짓을 통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가, 시대의 진정한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정가람 작, 이훈호 연출. 중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며 관람료는 1만 3000원 균일가다. 문의 : 010-8738-5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