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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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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거리응원전에 나갔다. 아들도 집에서나 경기를 보는 스타일인지라 나가는 것에 썩 내키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약간은 강제성을 띠어서라도 나가는 게 좋을 거라 판단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큰 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한 골 씩 먹을 때마다 짜증을 내거나 어린 아이들이 아무생각 없이 내뱉는 용어를 쓰긴 했지만 주변 분위기에 맞춰 금세 행동을 달리 한다. 무엇보다도 수많은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분위기를 배웠을 것이리라. 다중집회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갖게 하고자 했던 목적은 어느 정도 이루었다. 열심히 응원을 했지만 실력차이로 이길 수 없었던 것은 아쉬월할 것은 아니다. 거리의 분위기를 즐겼고 고함을 지르며 스트레스도 날렸고 돌아오면서 부자가 한 자리에서 한 목소리로 함께 응원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했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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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한숨도 안 잔 녀석에 밤이 되어도 잠들지 못했다. 지난 토요일 마산 우리누리 청소년 문화센터 수영장에 갔다가 좀 추웠는지 30분도 안 돼 밖으로 나왔으나 몸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몸에 열이 나고 배가 아프다고 했다. 일단 홈플러스 연세소아과에 가서 진찰을 받고 약을 먹었으나 효과가 없었다. 밤에 계속 울면서 보챘다. 아이가 이러면 어른들은 백발백중 신경쇠약에 걸린다는 것을 대부분의 엄마아빠는 알 것이다. 그것도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는 둥 마는 둥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지원이는 밤새 울다 지쳤는지 아침께 잠이 들었다. 다시 신문사에서 일을 하다보니 일요일에 출근을 한다. 아내도 지원이가 잘 때 자라고 하고 나왔다. 자전거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가지 않는다. 그렇게 비몽사몽 간에 나는 일을 했고 아내는 또 종일 지원이의 고통을 나누느라 피곤했을 것이다. 약을 먹어도 별로 소용이 없나보다. 밤에 또 지원이가 울고 난리다. 한 번씩 제 엄마도 성을 내보지만 그냥 힘들어서 자연적으로 내뱉어지는 푸념이다.

 

밤새 울었다. 나는 너무 피곤해 그랬는지 세상모르고 잤다. 잠깐 한 번 깼을 뿐이었다. 아이는 너무 아프고 만사가 귀찮은지 아빠가 잠결에 배를 만져주려 하자 싫다며 더욱 울음소리를 키운다. 에고, 어떡해. 이날 역시 아내는 거의 잠을 못 잤다.

 

아침이 되자 또 지원이는 아파하면서도 너무 지쳤는지 눈을 감고 쓰러진다. 벌써 이틀째 거의 못 먹었다. 기껏해야 밥 두어 숟가락이다. 일요일 밤엔 아빠 생일이라고 언니가 아주 맛있는 케이크를 사왔는데도 지원이는 살짝 입에 대는 흉내만 냈을 뿐이다.

 

언니는 일찍 학교에 가고 초등학교 6학년 오빠는 경주로 수련회 간다고 베낭을 두둑히 싸서 조금 늦게 집을 나섰다. 병원에 늦으면 또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기본적인 것만 부랴부랴 챙겨서 창원 파티마병원으로 갔다.

 

8시 30분에 도착해 접수하고 진료를 받았는데,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피검사 하고 사진 찍고... 결과. 의사 하시는 말씀,

"목젖 옆에 고름이 보이죠. 바이러스 감염된 겁니다이. 한 사흘 입원해야 합니다이. 오래 할 필요는 없어요이."

입원 수속을 밟고 다시 집에 갔다가 필요한 것을 챙겨 회사로 일단 출근을 했다. 바로 병원으로 가기 위해서다. 근무 중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필요한 것을 무엇무엇을 가져오란다. 미리 챙겨놓은 것이 반도 안 된다. 다시 집으로 갔다가 병원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차를 가지고 오지 말걸 그랬나.

 

병원에선 입원 날과 퇴원 날에만 얼마든지 차를 몰고 나갔다 들어갔다 할 수 있다. 그 때문인지 병원으로 물건을 챙겨 가면 뭔가 더 필요한 것이 있고 빼먹은 것이 있고, 또는 늦게 메시지를 받아 챙기지 못한 것이 많이 있었다. 병원 갔다가 또 집으로 돌아와 지원이 구강 약하고 아내의 이어폰 등을 챙겼다. 김 사오라는 것은 또 늦게 메시지를 보는 바람에 그냥 넘어갔다. 다음날 사기로 하고.

 

밤 10시가 다 되어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지원이가 아빠를 보내려하지 않는다. 병원에서 엄마랑만 있으니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졌던 모양이다. 벌써부터 아빠 보고싶다고 찾더란다. 까꿍! 병원에 도착했을 때 반가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런데 1시간도 못되어 다시 아빠는 집으로 가야하니 지원이가 많이 아쉬운 모양이다. 잠시 누워 딴 데 신경을 쓸 때 몰래 빠져 나왔다.

 

아침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또 밤새 지원이 울었다고. 아빠 찾아서 난리 났다고. 에고. 어떡해.

 

좀 전에 갑자기 의사가 말했던 목젖 바이러스가 대체 어떤 것인지 궁금해져서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전문적 용어로 '궤양성 인두염'인 모양이다. 사진을 보니 지원이 상태와 비슷하다. 목젖 부위에 고름이 생긴 것이 흡사하니 그 병이 틀림없다. 원인과 치료 방법을 쭉 찾아봤는데 좀 괜찮은 자료라고 참고하려 했는데 이런 너무 어려워.

 

http://blog.naver.com/soagga?Redirect=Log&logNo=80020331807 

 

이곳에 자료가 올라 있는데 어지간히 집중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필요한 부분만 조금씩 발췌해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바이러스가 어린이의 급성 인두염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GAS는 세균성 급성 인두염의 가장 흔한 원인이며, 어린이 급성 인두염의 15%-30%를 차지한다.

 

-인두염의 대부분은 연중 추운 계절 즉, 호흡기바이러스(rhinovirus, influenza virus, adenovirus)가 유행할 때 발생한다. 가정에서 가족들 사이의 전파가 이러한 병원균들 대부분에서 역학적으로 중요하며, 어린이들이 감염의 중요한 감염원이 된다.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인두염은 특징적으로 발열, 인두 발적, 삼출을 동반한 편도비대, 경부 임파선 종대를 동반한다.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인두염은 결막염을 동반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인두결막염이라고 불린다. 인두결막염에서의 인두염은 7일간 계속될 수 있으며, 결막염은 14일간 지속될 수 있고 둘 다 저절로 호전된다. 인두결막염의 폭발적인 발생은 수영장 전염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광범한 지역에서의 유행이나 산발적인 발생도 일어날 수 있다.

 

-대부분의 외견상의 세균학적 치료실패는 GAS 보균자(즉, 상기도에 GAS를 가진 환자, 그러나 질병이 없거나 혹은 면역학적인 반응이 없는 경우) 들이다.

 

-예비연구에 따르면 하루 한 번 아목사실린 요법은 GABHS 치료에 효과적이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확정이 된다면 이 하루한번의 아목사실린 요법이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정교한(좁은) 스펙트럼을 고려해볼 때 또 하나의 GABHS 인두염 치료법이 될 것이다.

 

결론은 길면 1주일 약물 치료를 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의사도 집에 있으면 바이러스가 확산될 우려가 있으니 입원하라는 것이니 뭐 어쩌랴. 돈도 들고 힘도 들고 하지만 해야 할 건 해야지. 에휴. 언제쯤 어지간한 병원균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극복할 수 있게 될까.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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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11일 금요일, 마산시 석전동 근주어린이집. 지원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다. 낮에는 낮대로 수업을 하고 밤에 또 엄마 아빠를 모셔서 공개 수업을 진행했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공부를 하고 있어요 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란다.


체육 수업, 코앤코 음악 수업, 영어 수업을 했다. 다섯 살 아이들의 공부다 보니 모두 놀이 위주다. 아이들이 좋아한다. 내가 어렸을 때 이런 식으로 공부를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도 한다. 잘 노는 공부가 참된 공부라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그런데 어린이집을 마치고 유치원에 가고, 또 초등학교를 나와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면서 공부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왜? 노는 것을 금지하고 의자에 앉아 졸립도록 해야만이 진짜 공부라고 학부모가 그렇게 생각하고,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교육청에서조차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놀면서 공부를 할 땐 총명하던 아이가 의자에 묶이고부터는 그저 입력한 대로 출력하는 기계로 몸이 변하니 영혼이 떠나버린다. 그런 걸 알면서 나 역시 부모이기보다는 학부모가 되어버린 것 같다. 첫째, 둘째에게 늘 하는 말이 뭔지 보면 안다. "이노무 시키들, 공부 안 하나?"


지원이는 아주 소심하다. 남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한다. 하다못해 인사도 부끄러워서 말이 입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을 정도다. 겨우 또래 아이를 만나 '안녕해야지' 하면 손을 살랑살랑 흔들고 만다.
그러고는 되돌아 서서 엄마나 아빠한테는 똑똑한 흉내는 다 낸다. 누가 어쩌고 무엇이 어쩌고.... 엄마를 닮았나, 아빠를 닮았나.
그런데 이날 어린이집 공개수업을 하는 날엔 달랐다. 친구들 손을 잡고 교실 한바퀴 돌기도 하고 장난을 마구 치기도 하는 게 언제 지원이가 이런 모습이었을까 의문스러울 정도다. 선생님이 뭐라고 질문을 하면 큰 소리로 말을 하기도 한다. 물론 다른 아이들이 워낙 큰 소리로 대답을 하니 저도 그냥 따라하는 것이겠지만 그런 모습이라도 보게 된 것이 다행이다.




이날 참석한 엄마 아빠들, 많이 왔다. 엄마 아빠랑 같이 온 아이도 있고, 엄마만 온 친구들고 있다. 그런데 지원이는 아빠만 혼자 왔다. 어린이집에선 엄마가 올 거라고 짐작하고 이름표를 엄마이름으로 만들어 뒀다. 어쩔 수 없었다. 아내의 이름을 달고 하는 수밖에.


아빠 이름이 정현수든 노유정이든 상관은 없다. 아이가 즐거워하고 그것을 보고 내가 즐거우면 된 거다. 놀다가 한 번씩 아빠를 찾아 쫓아온다. 다른 아이들고 마찬가지다. 엄마 아빠가 주변에 있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위안이 되는 것 같다.


어린이집에 다닌지 이제 1년이 되었다. 처음엔 말도 제대로 못했는데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많이 발전했다. 그런데 집에서 아이에게 보여주는 엄마 아빠의 모습과 언니 오빠의 모습은 지원이에게 도움이 될까 고민이다. 벌써 신경질내는 것부터 배웠으니 말이다. 오빠를 야단치는 아빠에게서 배운 것을 그대로 따라한다. "오빠는 좀 제대로 해라."

이 말을 들은 승환이는 가슴을 치고 흥분해 말도 제대로 못한다. "너, 니가 오빠보다 나이 많아? 어? 오빠보다 어린 게 그러면 되나?" 불만을 쏟아내지만 지원이는 제대로 듣지 않는다. 그러면 또 오빠말 무시한다고 승환이가 난리다. 그러다 시끄러워지면 오빠만 야단을 맞는다.

한번은 승환이가 아빠 옆으로 조심스레 다가와 말을 꺼낸다. "아빠, 지원이 앞에서 자꾸 나를 야단치니까 지원이가 절 무시하잖아요." 맞는 말인데 그땐 그것조차 불만스레 들렸던 것은 왜일까. "니가 잘하는데도 아빠가 야단을 치더냐? 니가 잘하면 지원이 앞에서 얼마든지 칭찬을 하지."하고 말하긴 했는데... 혹시 나는 아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아들의 행동을 보면서 즐거워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즐거워할 일을 억지로라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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