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자도 편집을 알아야 한다"-이상국 기자 강연
이상국 대기자는 월간중앙에서 편집실장을 맡아 일을 하는 사람이다. 뭐 그 이전에 이곳 저곳에서 기자생활을 했다는데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지난달 30일, 해봐야 이틀전이다. 오전 11시쯤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편집에 대해 강의를 했다. 경남도민일보 기자회에서 주최한 행사다. 덕분에 마치고 점심도 한 그릇 얻어먹었다.
각설. 두서없다. 말하는 대로. 기억나는 대로, 애매하면 애매한 대로 옮기어 적는다.
정답은 없다. 선배에게서 체험담을 듣는다 생각하라. 레이아웃이나 제목달기 같은 기술을 알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편집이 무엇인가를 개념을 아는 게 중요하다. 도민일보는 다른 신문보다 괜찮다. 수술환자는 아니다.
지금 신문 편집은 100년 전부터 이어온 양식이다. 이것은 10만 명의 독자가 가정에서 보기에 적절하다. 편집은 독자와 소통하는 방법이다. 지면을 읽고자 하는 자세가 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현재의 편집이다.
뉴욕타임즈의 슐츠버그는 곧 신문발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건 아이패드 효과가 적용된 것이다. 현재 인터넷 독자가 15%인데 20%를 넘기면 종이신문은 찍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슐츠버그는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팔려는 것이 아니란다. 말하자면 콘텐츠를 파는 방식을 판다는 것이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말인즉, 정보를 가공하는 기술을 활용해 팔아먹는 다는 것이다. 그래서 편집의 성공여부가 관건이며 종이신문이 없어져도 편집은 남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문의 수준은 편집의 수준이다. 헤드라인, 디자인, 기획, 기사, 비주얼(사진 그래픽), 칼럼,1면 이미지 등이 종합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느냐에 따라 수준이 결정된다.
과연 취재기자는 편집기자라 할 수 없는가? 취재기자가 기사를 작성하는 순간도 편집행위다. 어떤 내용을 핵심으로 할 것인가? 상자기사는 어떻게 처리할까? 이렇게 고민하는 것이 바로 편집인 것이다. 어쩌면 신문의 편집에서 취재기자가 작업의 반을 작성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편집을 하고서 기사를 쓴다.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저널이란 정기간행물이다. 저널리즘엔 편집이 살아있다. 뉴스에 가치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것이 저널리즘이다.
1면 머리가 독자의 마음에 들어갈 수 없다면 편집국장이 실력없는 것이다. 신문의 1면은 독특한 면이다. 독자와 포스트미팅을 하는 면이다. 기사가 다섯 건 들어있다고 독자가 "오늘 기사 5건이나 들었네. 아이, 고마워라!" 하지 않는다.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까? 그런 마인드를 1면에 담아야 한다. 기사를 세일즈한다는 생각으로 편집을 해야 한다.
도민일보, 에너지가 없다. 약간 무식하게 만들어라. 어차피 10만 독자가 보는 신문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편집하고 힘있게 가는 게 답이다. 편집은 기사를 채워넣는 행위가 아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 그려넣는 것이다.
매력적인 레이아웃 발상법은 기사를 쓰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비주얼도 유머가 힘이다.
따라해선 따라잡을 수 없다.
사진을 넣는 것만이 다지인이 아니다. 문자들이 상호 맞아떨어지게 해서 상상하게 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예를 들면 애플이 만든 아이폰4에문제가 생긴 것을 두고 독자들의 불만을 작성한 기사가 있다. 이때 나오는 제목이 "사과해!"라는 표현이다. 약간 썰렁하긴 한데 어쨌든 좋은 편집으로 소개했다. 혹시 아직 이해안 되는 사람 있나요? 애플이 사과 맞죠?
경남일보에 편집 다자인을 잡아줄 때란다. "일면에는 어지간하면 뉴스사진을 싣지 말라. 환상을 버려라. 일사의 사람을 쓰라. 사연 없는 사람 없다."
여백도 편집의 중요한 틀이다. 다만 여백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독자의 마음을 읽어라.
기억에 대해서 한마디. 쉬운 것은 눈에 먼저 들어온다. 왜냐? 이해하기 쉬우므로. 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어려운 제목이다. 이것이 한 번 머리에 박히면 쉬 사라질 줄 모른다.
독자의 공유수준을 활용하는 것도 편집의 한 방향. "어제 그거 가져왔어?" 다른 사람은 모른다. 대화를 했던 상대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다. 예를 들어 '새우깡, 지금은...?' 새우깡 사건을 모르는 사람은 무슨 뜬금없는 새우깡? 하고 의아해하겠지만 사건의 내막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관심을 갖게 만든다는 것.
제목달기의 핵심? 뭐 어쨌든. 10자, 완전한 문자, 동일어 회피, 쉽게, 축약, 팩트, 크기·위치 함의, 어깨제목은 '악'... 뼈있는 한마디. "제목을 달지 못하는 기자는 기사도 못 쓴다."
제목에는 욕심이 들어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고집하게 마련.
반드시 제목을 달아야 하나? 무제의 제목도 있다.
반드시 글자여야 하나? 가로제목만 허용되나?
짧은 제목에는 힘이 들어있다. 레이아웃만 잘해도 제목에 힘이 실린다.
사진 덕보는 제목도 많다.
제목은 기사의 요약이 아니다. 제목은 관점이다.
제목엔 사람이름이 들어가야 매력이 있다.
사진을 잘 설명하려면 눈과 손을 주시하라. 트리밍을 할 땐 절제미를 살려야 한다. 상반신 모습은 아나운서 컷이라고 한다. 관심끄는 사진제목이 떠오르지 않으면 팩트제목으로 가라.
이상국 기자의 습관. "지면에 엑센트를 주라!.." 뒤로 돌아서서 화이트보드로 걸어가면서 연신 하는 말. "그죠?..... 그죠?.... 좀 이렇게 뭐랄까?...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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