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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현재와 과거, 경남의 문화와 전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애착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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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도라드니 /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듸업네 /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고려 유신(遺臣) 길재의 시조(時調)가 불현듯 생각이 난 것은 옛날 신문을 뒤적이고 있을 때였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경남매일> 1994년 5월 12일 치 신문이다. 현재 김해에서 발간되고 있는 <경남매일>과는 다른 신문사다.

이날 신문에서 눈여겨 본 것은 다름아닌 극장의 영화광고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의 스타들이 각종 액션으로 면마다 연속 펼쳐 있어 눈이 갈 수밖에 없다. 그랬다. 당시 신문을 읽다보면 기사보다도 자연히 영화 광고에 눈길이 먼저 갔다. 어떤 영화들이 나왔나,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을 한 후에야 그날에 난 기사로 시선을 옮기는 이들이 많았다. 어쩌면 이런 습관은 자연스런 현상이었으리라.
      


  1994년 5월 12일자 경남매일 영화광고. /경남도민일보 DB   
 
아마도 이 당시가 마산·창원 지역 극장들이 가장 잘나가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광고가 무려 3개 면에 걸쳐 실려있다. 이날 10면에 실린 광고는 동보극장과 보림극장의 '두 여자 이야기', 태화극장의 '대통령의 딸', 강남극장의 '필라델피아', 그리고 시민극장의 스티븐 시걸 주연 '죽음의 땅'이다. 11면에는 중앙극장의 '에시스 벤츄라', 정우극장의 '하몽하몽', 동아극장의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이 게재되어 있다. 또 12면에는 피카디리극장의 '잡패군', 신태양극장의 '쉰들러리스트', 연흥극장의 '씨스터 액트2', 그리고 연흥아트홀의 'M버터플라이'가 실려있다.

신문을 넘길 때마다 이어지는 영화광고는 딱히 눈에 띄는 기사가 없는 날 독자들의 심기를 달래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잘 나가던 영화광고가 언제부터인가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엔 연흥극장이 한몫했다. 마산문화원 이승기 영화자료관장의 말이다.

"1990년대 초 연흥극장이 연흥아트홀을 만들어 공연한다고 하다가 나중에 영화관으로 바꾸었지. 90년대 후반 들면서 연흥 사장이 부산의 몇 개 극장을 인수하고 영화배급사를 하면서 개봉영화를 독차지하게 된 거야. 이때문에 다른 극장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어. 하나 둘 문을 닫았는데 태화극장은 사장이 인맥으로 개봉영화를 걸 수 있어서 좀 오래갔지. 그런데 다른 극장들이 급속히 문을 닫게 된 것은 마산시네마처럼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생겨난 때문이야."

<경남도민일보> 1999년 6월 14일 치 신문 12면에 나타난 영화광고는 연흥 4개관과 동아·태화·정우극장이 하나로 묶여서 실려있다. 전 지면에 걸쳐 영화광고는 단 한 면뿐이다.

이러다 다음날인 15일부터는 연흥과 나머지 극장이 따로 실린다. 연흥 외엔 광고도 아주 작게 실렸다. 그나마 태화극장이 명맥을 유지하다가 2002년 9월 30일 마지막으로 영화광고를 내고 자취를 감춘다.

이후 연흥극장 혼자 신문에 영화광고를 내는 시대가 2년간 이어진다. 2004년 10월 1일, 연흥은 '귀신이 산다', '슈퍼스타 감사용', '80일간의 세계일주', '연인', 이렇게 4개의 영화를 광고한 후 영화관을 1관과 2관으로 축소하면서 영화광고를 아예 하지 않게 된다. 한동안 신문에 영화광고가 사라졌다.

신문에 영화광고가 다시 살아난 것은 같은 해 12월 15일의 일이다. <경남도민일보> 13면에 '메가라인 마산'이 5개의 영화 광고를 실었다. '역도산', '오페라의 유령', '브리짓 존스의 일기', '인크레더블', '블레이드3'이다. 하지만 2005년 6월 17일에 실은 '연애의 목적',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안녕, 형아',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간큰 가족'이 <경남도민일보> 지상에 나타난 마지막 영화광고다.

1990년대 중반 마산창원지역에 스무개가 넘는 재래식 극장들이 신문에 광고를 무수히 쏟아내면서 '영화'를 구가하다 멀티플렉스 시대가 되면서 신문광고가 사라졌으니 신문으로 봐선 그 시절이 '어즈버 태평연월'이었을까.

Posted by 무한자연돌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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