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동등임금 인증 법안을 도입한다는 아이슬란드
<경향신문> 2017년 4월 7일 12면.
어제 아내와 함께 티비 드라마 '사임당'을 보면서 사임당이나 그 딸이나 참 대단하다 그런 생각을 했다. 남자들의 세계에 들어가 당당히 평등을 주장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습은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드라마에서처럼 당연히 정의에 확신이 선 남성 동조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도 동감이다.
여성운동은 여성만으로 결코 이루어낼 수 없다. 난 세계 성평등지수 1위라는 아이슬란드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인증법안' 도입하게 된 것도 여성의 자발적인 움직임과 그것에 동조하는 남성들이 있기에 가능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럼으로써 국민 전체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성평등지수 1위인 아이슬란드도 현재는 성별 임금 격차가 14%나 된다고 한다. 그것을 2022년까지 격차를 완전히 없앤다는 게 목표다. 여성에게 그만한 보장을 하니 여성의 노동참여율도 높다. 88%란다. 그러다 보니 여성의 정치참여비율도 높다. 의회 총 의석이 63개인데 절반 가까운 30석이 여성의원이란다. 우리나라로선 꿈이나 꾸겠나 싶은 현상이다.
기사를 읽어보니 이게 어느날 갑자기 수혜를 입듯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1975년 여성 인구 5분의 1이 거리집회를 했고 여성 노동인구 90%가 총파업을 했다. 그래서 여성이 일하지 않으면 사회가 마비된다는 것을 보여줬고 40%가 넘던 임금격차를 현재 14%까지 줄인 것이다.
다시 여성들은 지난해 10월 거리로 나왔다. 남은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임금 격차를 그대로 둔다면 여성들은 오후 2시 38분 이후로는 공짜로 일해주는 셈이기에 무임금 노동은 거부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한다. 거기엔 16년 동안 네 번을 연임한 여성대통령의 역할도 컸다고 한다. 우리 나라와 비교되는 장면이다.
오후 3시 퇴근. 지난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에 들어본 키워드다. 여성운동단체에서 외친 공허한 주장에 머물렀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세계여성의 날에 한국의 여성은 거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3월 8일이 여성의 날인지도 모르는 여성이 태반일 거라는 추측도 하게 된다.
여성들이 먼저 인식이 바뀌지 않고 단결하지 않으면 남녀평등이니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니 하는 구호는 한갓 메아리에 지나지 않게 된다. 솔직히 우리나라 여성 노동자의 총파업을 보고싶다. 그래서 여성이 일할만한 사회를 만들고 아이슬란드처럼 여성이 대거 정치권에 들어가 제대로 된 남녀평등의 국가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남자들도 안심하고 육아휴직도 하며 일과 가정에 충실할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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